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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7

    <487 – 지금인가>

     

    오르데 타코의 계획은 간단했다.

     

    -박스캣. 관광객 사이에 섞여서 소란을 피워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신호를 보내거든 그 틈에 정상으로 올라가 화산을 터뜨리겠다.

     

    가벼운 양동작전은 박스캣의 태만함에 의해 시작부터 무너졌다.

     

    “고양이수인은 사람 죽이는 놀이를 가장 즐기지 않았나?”

    “남의 집 벽을 무너뜨리거나 도서관의 책을 전부 떨어뜨리는 놀이도 좋아한다냐.”

    “아무튼 네 놀이는 폭력이 전제되지 않는가. 그런데도 불꽃쇼 따위가 널 만족시켰다고?”

     

    저 잔인한 녀석의 입맛에 맞추려면 대체 얼마나 잔인한 놀이를 해야 하는가.

    그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뭘 꼬치꼬치 캐묻냐. 작전을 서둘러야 한다지 않았다냐?”

    “너만 세 번을 즐겨놓고 그냥 화산을 터뜨리자고? 화산이 터지고 나면 즉시 철수하고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를 불꽃쇼는 잊고?”

    “그렇다냐. 세 번 즐겨서 만족했다냐.”

     

    이런 냥아치 녀석을 봤나.

     

    “어쩔 수 없지. 타코가문의 몰락과 그 복수를 위해서라면 화산을 터뜨려야만 하니까.”

     

    적색마탑의 불꽃쇼 따윈 궁금하지 않다.

     

    “죽이기 시작한다냐?”

    “그래야겠지…”

     

    줄이 산 위에서부터 밑까지 굽이치며 한참을 이어져있어도 철없는 놀이를 즐길 때가 아니다.

     

    “정말로 관심 없는 거 맞다냐? 눈이 불꽃쇼 회장을 벗어나지 못한다냐.”

    “…….”

     

    솔직히 미치도록 궁금하다.

    박스캣을 만족시킬 정도의 잔인한 쇼.

    수많은 관광객들이 입증한 불꽃쇼를 왜 나만 즐길 수 없는가!

    저 망할 냥아치는 무려 세 번이나 즐겼는데!

     

    “참고로 우승상금은 금화 1만매다냐.”

     

    이래도 시치미 뗄 수 있겠냐는 박스캣의 덫.

    오르데 타코는 굴욕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그 덫에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하루 늦어진 계획이다. 한번 보고 시작해도 큰 차이는 없겠지. 영지부흥을 위한 자금마련도 겸사겸사 할 수 있으니 좋고.”

    “너도 놀았다냐. 이걸로 나만 논 게 아니니 <위>에 보고해봤자 처벌은 같이 받는다냐!”

    “이런 냥아치새끼. 무슨 심보로 기특한 소리를 다 하나 했더니.”

     

    냥아치의 권유를 한 이유야 어쨌건 오르데 타코는 이미 즐겨볼 마음이 가득했다.

    나만 즐기지 못한다는 박탈감과 얼마나 대단한 놀이인지 어디 한번 보고 평가해주겠다는 오기, 놀고 싶은데 등까지 떠미는 영지부흥을 위한 상금벌이라는 핑계까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오르데 타코는 끝내 불꽃쇼 회장에 입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냐.”

    “회장은 산에 있는 거 아니었나?”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도시까지 이어졌다냐.”

    “…”

     

    마인습격의 개시일이 하루 더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 * *

     

     

    ━━━

    [로지니의 불꽃쇼 리뷰]

     

    불꽃쇼의 불씨를 키우는 일은 몬스터를 살리려는 짓.

    욕망의 불씨를 키우려는 자.

    욕망에 잡아먹히지 않아야 할지어니.

     

    절대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불을 키워서는 안 된다.

    그러나 너무 작은 불씨는 다가올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커다란 불씨를 감당할 수 있는 거물만이 불꽃쇼의 끝, 우승 상금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당신의 불꽃은 어떤가.

    시련을 견뎌낼 정도로 충분히 커다란가.

    큰 불꽃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거물인가.

     

    충분한 강함을 지닌 자만이 극복 가능한, 인간의 욕망을 완벽하게 다루어낸 인생기획.

    베수비오 화산에서 열리는 환상의 불꽃쇼가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린다.

     

    by 마도귀족 아이작

    ━━━

     

    마도귀족 아이작의 평론은 귀족계층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반대중에게까지 전파되며 세간에 엄청난 호평을 이끌어내었다.

     

    -자네는 불꽃쇼의 몇 단계를 버텨냈는가?

    -몸을 겨누기 힘든 강풍과 등골이 서늘해지는 얼음물을 견뎌내었지.

    -3단계에 발을 들인 자인가. 상남자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하남자는 면한 수준이군.

    -큭.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기필코 상남자의 징표 5단계에 돌입하겠다.

     

    로지니의 불꽃쇼의 몇 단계까지 버텨내었는가.

    이것이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의 욕망을 잘 제어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상남자상여자 테스트로도 쓰이기 시작했으니.

    로지니는 아카데미 복귀도 미루고 쏟아지는 관광객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관광객이 끝나질 않잖아. 우리 이러다 유급되면 어떡해?!”

    “정 성적이 걱정되면 그냥 내팽개치고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되잖아요.”

    “헛걸음한 손님들이 화가 나서 비주류 학파 선배들을 욕하잖아!”

     

    로지니도 참 걱정이 많다.

     

    “그럼 기획을 판매하세요! 쇼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설계는 어떻게 짜여 있는지, 전부 알려주면 선배님들이 대신 불꽃쇼를 이어나갈 수 있잖아요.”

    “아…!”

    “모든 짐을 혼자서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로지니가 마탑의 선배님들을 도와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선배님들이 로지니를 도와줄 차례인거죠!”

     

    함정지대에서 돌아온 마그니어르신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친구가 이 늙은이보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구나. 네 눈엔 못 미더울지 몰라도 우리 또한 일단은 적색마탑의 마법사란다. 네가 만든 불꽃쇼의 명성을 헛되이 만들지는 않으마. 부디 우리를 믿고 맡겨줄 수 있겠느냐?”

     

    “어르신… 알겠어요. 허리도 아픈 분들이 함부로 숙이고 다니고 그러시면 안 돼요.”

    “허허허. 허리는 숙였어도 내 마법의 길을 걷는 선배로서의 자존심은 숙이지 않았네. 앞으로는 불꽃쇼의 단계도 더욱 세분화해서 각계각층의 모든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는 쇼를 열 생각이야. 물론 적염학파의 이름으로 여는 것은 잊지 말아야지.”

    “적염학파의 이름으로?! 설마 어르신은 저희 학파를 도와주시려는 건가요?”

    “위기의 순간에 우리 비주류 학파를 도와줬으니, 순풍이 불고 불이 번질 때에 우리도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 이번 일의 답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게. 훌륭한 제자를 보내주신 적노에게도 이렇게 은혜를 갚아야 우리도 체면이 선다네.”

     

    일인전승의 오명 아닌 오명을 무릅쓰게 된 적염학파에 새로운 제자들을 대거 불러들일 수 있는 생각지도 못한 절호의 기회!

     

    “적염학파의 명맥이 끊겨가는 것을 아쉬워했던 스승님을 생각해서 자식이라도 빨리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입문생들이 먼저 몰려드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로지니로서는 가슴이 벅찬 광경이었다.

     

    “다 큰 처자가 아무데서나 울고 그러면 안 돼.”

    “안 울었어요. 크흥.”

     

    코가 먹먹해지고 눈이 빨개져도 오기를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흐뭇하게 웃었다.

    응?

    근데 샌드쿠커를 만난 이유가 학파의 대를 이을 후계자를 만들려고 그런 거였어?

     

    ‘어라? 그럼 지금은 로지니가 후계자를 만들 이유가 사라진 거 아닌가?’

     

    불꽃쇼 덕분에 적염학파 제자수급이 편해졌다.

    애를 낳지 않아도 학파의 성세가 커진다.

    로지니와 샌드쿠커의 19금 이벤트가 와장창 깨진 것은 당연지사!

    재수 없으면 아예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불꽃쇼를 벌인 탓에.

    근데 그걸 누가 만들었지?

     

    ‘어머낫. 내가 만들었잖아!’

     

    이거 혹시 샌드쿠커한테 미안한 짓을 한 건지도…?

    당분간 샌드쿠커는 피해서 도망 다녀야겠다!

     

    “너희들♡ 뭔가 잊고 있지 않아~?”

    “우승 상금이요?”

    “상금은 필요하면 다시 가져가. 관광객들의 여비를 상금으로 바꾸어도 이 기세면 언젠가 금화 1만매는 다시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매스각키 황녀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매도했다.

     

    “상금이 아니야♡ 습격한다던 마인이 전혀 나타나질 않고 있잖아♡”

     

    아앗, 그랬었지!

    하도 열심히 불꽃쇼를 돕느라 여기에 온 이유가 로지니의 불꽃쇼를 흥행시키고 적염학파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럼 쇼는 이번 것까지만 저희가 하고 마인이 습격하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 다니죠!”

     

    경계를 맡던 어르신들도 불꽃쇼가 너무 잘 풀려서 제자들만으로 감당이 안 되니 이쪽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할 정도의 대유행을 하는 불꽃쇼!

    역할을 바꾸어 한숨 돌릴 때도 되었다며 마지막으로 손님을 받는데 로지니가 흠칫 놀랐다.

     

    “빡센 손님들이 다 몰려왔는데?”

     

    마도귀족. 고양이수인. 화염전사.

    눈에 익은 단골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먼 곳에서 새로 찾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단골고수들 못지않은 강자들이 잔뜩 늘어났다.

    그런데 손님들을 맞이하던 내 눈에 익숙한 분위기의 손님이 하나 보였다.

     

    “응?”

     

    무색무취.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암살자나 도적의 분위기를 지닌 사람.

    후드를 뒤집어쓰고 로브로 몸을 덮었지만 그 체형마저도 속일 수는 없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틀림없다.

    의식하고 보니 더 잘 보인다.

    방금 단체손님 사이에 섞여서 들어온 그 사람은 틀림없이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이 어째서 여기에 계시지?

    아카데미는 아직 방학이 아니라서 강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텐데.

    어리둥절함도 잠시, 핑크베리 교수님으로 변장해서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하. 교수님도 마인 잡으러 오셨구나!’

     

    어쩌지?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마음의 준비가 되질 않았는데!

     

    -나는 어린애를 좋아한다.

    -오크노디가 자유로워지면 재단의 눈을 피해 금방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이 아이가 재단을 떠나지 않는다면 내 눈이 닿는 범위 내에 머무르니, 곁에 둘 기회도 더욱 늘어난다.

    -재단의 가혹한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 그 불우한 과거와 정상적인 삶을 모르는 비틀린 관념, 어딘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이상한 분위기, 뭐든지 간파할 듯이 맑은 눈동자.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한 마디로 나는 <피폐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좋아한다. 오크노디는 완벽한 내 이상향이다. 이 정도면 재단과 협력할 의사가 충분하다는 건 알겠지?

     

    면전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교수님과 핑크(베리 교수님으로 변장한)노디도 아니고 오크노디 그대로 마주치기는 너무 쑥스러운걸!

    게다가 전에도 생각했다시피 대뜸 교수님이 고백을 박고 그걸 내가 거절하면 하비를 잃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교수님이 멋대로 내게서 하비의 모습을 보고, 하비에게 차였다고 생각하고 자살할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인가?’

     

    사랑고백은 못 받아도 교수님이 자살하지 않을 정도로만 어리광을 받아주는 방법.

    지금이 교수님에게 그간 열심히 갈고닦은 하비노디를 보여드릴 타이밍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열심히 연습한 개인기 자랑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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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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