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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8

       

       

       

       

       

       

       “아앗…공자님!? 갑자기 이러시면…!”

       

       품에서 갑작스러운 접촉에 당소열이 허둥지둥거리는 게 느껴진다.

       뜬금없이 귀를 잡혔으니 이런 반응이 당연한 부분이다만.

       

       그렇다고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방금…무어라…하였소?”

       

       앞에 있는 인간과의 대화를 당소열에게 들려주고 싶진 않았으니까.

       

       “뭘 쪼개냐고. 사람 기분 더럽게.”

       “소협.”

       

       내가 입꼬리를 비죽이며 하는 말에 당뷔라는 노인의 표정이 무너진다.

       끌끌 웃고 있던 얼굴이 망가지고. 눈썹 한쪽이 치켜 올라갔다.

       

       참 다른 의미로 보기 좋은 표정이었다.

       

       “중원의 어린 영웅이라 들었거늘, 사람을 대하는 예는 갖추지 못한 모양이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당문의 장로요. 지금 소협께서 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모르는 게요?”

       

       당문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고위 혈족.

       내가 지금 그런 인물에게 내뱉는 폭언은 곧, 당문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지금 이러는 거냐.

       노인은 심기의 불편함을 담아 그렇게 경고를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런 뻔하디뻔한 얘기를 들으면 절로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어찌 안 웃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로 가장 추잡하고 짜증 나는 게 뭔지 알아?”

       

       당소열의 귀가 점차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나이 잘못 처먹고 옳게 늙은 척 고귀한 척 가식 떠는 양반들이야. 그런 새끼들은 세상을 썩게 만들거든.”

       

       인간은 썩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한 번 부패하기 시작하면, 그 주변까지 영향을 끼치기까지 했으니.

       

       실상 쓰레기보다 썩어버린 인간이 더 문제가 아닐까 싶을 지경이었다.

       

       내 말을 들은 당뷔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감히…. 먼저 예를 보였음에도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나오다니, 정녕 재능을 방패 삼아 세상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분노가 스민 목소리에 픽 웃었다.

       

       “와, 이거 웃긴 새끼네.”

       “이놈이…!!”

       “그럼, 내 입에 독을 쑤셔 넣은 놈한테. 내가 예의까지 갖춰야 해?”

       “…!?”

       

       “아무리 뻔뻔해도 그건 좀 그렇지. 당신이 보기에 내가 그렇게 병신처럼 보여?”

       

       활짝 웃으며 말해주니 당뷔가 흠칫한다.

       

       그래, 이 새끼다. 

       

       내게 비유꽃의 독을 먹인 놈.

       분명 이놈일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은, 저 노인이 일에 가담한 이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내게 독살을 지시한 장본인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일 뿐이다.

       

       저 노인네도 한통속임은 다르지 않았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독을 먹이다니!”

       

       잠시 흠칫했던 당뷔가 이내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보기에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듯 보인다. 어떻게 그런 의심을 하느냐며 결백을 주장하는 표정이었으나.

       

       “어찌 그런 망발을 내뱉는…!”

       “그럴 거면 냄새나 좀 지우고 말하던가. 사람 짜증 나게.”

       

       덧붙여 내뱉은 말에 당뷔의 표정이 급변한다.

       그래,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음식에서 맡았던 미묘한 향기. 아마도 비유꽃의 냄새라 판단되는 향기가 저 노인네에게서 풍겨오고 있었다.

       

       그 말이 문제였을까. 

       당뷔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비유꽃은 무향의 독이오. 냄새가 난다는 게 말이 되는 것 같느냐?”

       

       그랬나?

       

       하지만, 진짜 나는데.

       지독하게 나는 건 아니지만, 분명 묘한 향기가 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향의 독에 향기를 느낀다는 건.’

       

       만독불침에 올랐기 때문인 건가, 그래서 느껴지지 않았어야 할 향기까지 나는 걸까.

       

       애당초 만독불침에 올랐다는 것도 확신은 아니다.

       

       ‘제대로 확인을 못 해봤으니까.’

       

       다만, 독에 강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지.

       

       “무향의 독이라.”

       “소협이 어떤 의심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대의 언사는 당문에….”

       “근데 어떻게 알았을까. 난 비유꽃을 먹었다고 안 했는데.”

       “…!”

       

       열심히 말을 뱉던 당뷔가 내 말에 입을 다물고 딱딱하게 굳는다.

       그 모습이 참 우스웠다.

       

       “아쉽게 머리는 나쁜 편인가 보네. 나쁜 짓도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건데. 그렇지?”

       “하….”

       

       낮은 한숨 소리.

       당뷔가 내뱉은 숨소리에 분위기가 급변하는 게 느껴졌다.

       

       당소열을 조금 더 품에 안았다.

       

       우웅.

       

       기운을 끌어다 주변에 당소열이 눈치채지 못하게 기막을 조금 더 짙게 했다.

       

       “…귀찮다 귀찮다 싶더니. 훨씬 번잡스러운 놈이었구나.”

       “이제 연기는 안 하려나 보네? 더 하지 왜.”

       

       그럼 더 죽이고 싶어졌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당뷔가 달라진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녹슬고 탁한 눈동자다.

       웃고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많은 것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본래, 얼굴만 잠시 보러 올 예정이었거늘,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버렸구나.”

       “안 그래도 됐는데. 어차피 나도 그 쪽네들 얼굴들 보러 갈 예정이었거든.”

       

       이렇게 빨리 볼 줄은 몰랐던 얘기지만 말이다.

       오히려 다행인가?

       

       “목적이 무엇이냐. 무엇이 목적이기에 이리 나서는 게지?”

       “목적이라면….”

       

       당뷔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해야 했다.

       생각을 해보기는 하는데. 뭐 그렇게 떠오르는 건 없더라.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냥, 부탁을 좀 받아서.”

       “부탁?”

       “대단한 분께서 당신들 개짓거리 하고 있으니까 엎어달라고 하시더라고.”

       “하.”

       

       담담한 말에 당뷔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감히, 어떤 잡것이 그런 말을 한 게지?”

       “…어, 그렇게 말하면 안 될 텐데.”

       

       특히 당신이 잡것이라 하면 안 될 텐데.

       

       당제문을 격으로 따지면 당문 그 자체라 불러도 문제가 없을 인간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살아돌아와 독왕을 보고 굴러라 그래도 독왕이 개처럼 굴러야 할 수준인데.

       

       잡것이라니, 나중에 죽고 나서 호되게 혼날 말을 하네.

       

       하나, 이를 알 리 없는 당뷔는 썩은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갈 뿐이다.

       

       “이곳은 당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중원 제일 세가가 될 곳이란 말이다.”

       “오.”

       

       자존감이 좋네. 당뷔는 전생에도 못 이룬 꿈을 꾸고 있었다.

       

       남궁세가가 멸족한 이후, 사천이 점령당하며 간신히 도망친 곳이 바로 당문이거늘.

       그걸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선, 꿈이 참 크다고 느껴졌다.

       

       “한데, 뭣도 모르는 쥐새끼가 기어들어 와 물을 흐릴 생각을 하는구나. 구태여 친절히 경고까지 하였거늘, 정녕 당문이 무섭지 않은 게냐?”

       

       역시나.

       

       내게 보내진 독은 예상대로 경고가 맞았던 모양이다. 

       

       함부로 나대지 말라는 의미,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친절하게 했다고 하기엔 모순이 있다.

       

       “어차피 죽일 생각이 가득하면서, 뭘 가식을 더 떨어. 추잡하게.”

       “…”

       “아직까지 수작을 부리네….”

       

       이놈들은 고작 경고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거로 끝낼 생각이었다면, 애당초 이런 일도 시작하지 않았겠지.

       

       내 말이 맞다는 듯 당뷔의 표정이 살짝 달라진다.

       

       “그걸 알면서도 이리 날뛰고 있다는 말이냐?”

       “아까부터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당뷔가 뱉은 말 중에 유독 거슬리는 말이 하나 있었다.

       알면서도 날뛰는 거냐고? 아니다.

       

       그건 바로.

       

       “당신은 당문이 아니야.”

       

       고작 저 노인네가 당문 그 자체라 하는 부분이 엿 같았다.

       

       “그냥 썩어버린 뿌리 중 하나지. 주제를 모르고 어딜 감히 개소리하고 있어.”

       

       모르는 건 오히려 당뷔였다.

       기껏 해봐야 기둥 하나를 간신히 받치고 있는 장로. 그것도 뒷구멍으로 딴짓을 벌이는 폐목(廢木)주제에.

       

       왜 저렇게 오만하게 구는지 모를 일이다.

       

       저딴 인간이 당문이라 하기에는, 그걸 지키고자 제 눈과 삶을 버렸던 독비(毒妃)를 욕보이는 짓이다.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찾아갈 때까지 그냥 가만히 기다려. 도망칠 거면 빨리 도망치고. 그럼 용기를 봐서 붙잡지는 않을 테니까.”

       “이놈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정녕…!”

       

       후우우욱-!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당뷔의 육체에서 살벌한 투기가 뿜어져 나온다.

       

       사대세가의 장로답게 화경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기운.

       그걸 느끼며 고개를 까딱였다.

       

       독왕의 거처가 그다지 멀지 않은 상황, 그런 곳에서 이리 투기를 발산한다는 것 자체에 뜻이 있었다.

       

       당뷔는, 독왕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

       당장 여기서 날 죽이려고 든들 상황을 숨길 방법이나, 처리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까진 알겠고.

       

       나는 당뷔의 눈을 보며 본질적인 걸 묻고 싶었다.

       

       “하게?”

       

       여기서 나와 정말 싸울 거냐는 물음.

       

       화경의 무인이자 독공을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상대였으나.

       나는 그게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바란다면 해줄 수도 있다.

       

       마침.

       

       누군가와 싸워보고 싶었던 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 눈빛을 담아 당뷔를 쳐다보는데.

       

       멈칫.

       

       문득 노인의 몸짓이 멈칫하는 게 보인다.

       무얼 생각하는 걸까.

       

       당뷔가 날 보는 시선에 뜬금없는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두려움? 공포감?

       대충 그런 감정들이 느껴졌다.

       

       왜지?

       

       ‘딱히 투기도 발산 안 했는데.’

       

       그냥 쳐다보며 싸울까 하고 있을 뿐이거늘, 어째서 저 노인은 그런 감정을 품는 걸까.

       

       알 수 없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 먼저 움직인 건 내 쪽이었다.

       잡고 있던 당소열의 귀에서 손을 놓고 안고 있던 품에서 조금 밀어냈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일장로님.”

       “…?”

       

       갑자기 달라진 내 말투에 당뷔의 표정이 흔들린다. 이 새끼가 왜 이러지? 하는 표정이었다.

       

       “저를 그렇게 좋게 봐주신다니. 참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지금 무슨.”

       “다음에 식사 자리까지 초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하하. 꼭 참석하겠습니다.”

       “…”

       

       당뷔의 표정이 썩다 못해 괴상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이해를 못 하던 얼굴이,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냐는 듯한 시선으로 바뀌기까진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럼, 편히 들어가시지요.”

       “…”

       

       내 인사에도 당뷔의 걸음은 그대로였다.

       그걸 확인하며 시선을 보냈다.

       

       더 할 거야?

       

       ‘할 거면 하고.’

       

       그런 눈빛을 담아 얘기하자, 당뷔가 까드득 이를 살짝 갈더니 몸을 돌린다.

       

       먼저 꼬리를 내렸다고 봐야 할까.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실례했습니다…. 일이 있어 가야 할 것 같군요. 공녀님께서도 좋은 시간 보내시길.”

       

       당소열에게 예를 갖춘 당뷔는 이내 느린 걸음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나 또한 그의 등을 보며 아쉬움을 참았다.

       

       ‘아직.’

       

       지금은 때가 아니다.

       생각해둔 계획이 있으니. 지금은 툭툭 건드려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한, 나쁘지 않은 수확이라 생각했다.

       

       ‘죽일 놈이란 걸 확신했으니. 그걸로 됐어.’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키웠다.

       

       “아.”

       

       지금까지 품에 있던 당소열을 생각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히 고개를 내려 당소열을 쳐다봤다.

       

       “미안, 놀랐겠…응?”

       

       당소열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이번엔 내가 멈칫해야 했다.

       

       “…너.”

       

       그도 그럴 것이, 당소열의 귀는 물론이고 얼굴이 전부 시뻘게져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왜 이래.”

       

       나도 모르게 열기라도 뿜었나? 

       

       당소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상당하다.

       당장 정수리에서 김을 뿜어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뭐야…. 이거 왜….”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마라도 만져볼까 하는데.

       

       “…저…저…가, 가볼게요!”

       

       당소열은 그런 내 손길을 뿌리치더니 냅다 뛰어간다. 

       문제는 방향이 길이 있는 쪽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걸 알려줘야 하나 싶었는데.

       이미 당소열은 재빠른 걸음으로 종적을 감춘 다음이었다.

       

       “음….”

       

       그걸 보다가 뒷머리를 긁적거려야 했다.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걸까.

       

       ‘뭐…알아서 하겠지.’

       

       크게 신경은 안 쓰기로 했다.

       

       

       

       

       

       ******************

       

       

       

       

       하루가 흘렀다.

       

       원래였다면 어제 다 같이 현에 갔어야 했지만, 아침부터 내가 독을 먹고 쓰러지는 바람에 일정이 좀 밀려버린 탓이다.

       

       그 덕에 일정이 좀 빠듯해져 버렸다.

       

       곧바로 현에 있는 백화상단 사천지부를 찾아가야 했고.

       이후에는 패존을 만나고자 했다.

       

       이후에 있을 수련 관련해서 준비해야 했으니 말이다.

       

       몸 상태가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도 다시 잡아야 할 시점이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위해 움직이려고 하고 있을 무렵.

       

       “…뭐라고?”

       

       나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부분에 맞닥뜨려야 했다.

       

       나가려던 내 앞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당문의 암객, 나히였고.

       그녀는 내 종복이 아닌, 당문의 사람으로서 독왕의 명령으로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상태다.

       

       한데.

       

       바로 그 정보라는 게 문제였다.

       

       “다시 말해봐. 어떻게 됐다고?”

       

       내 다급한 물음에, 반 무릎을 꿇고 있던 나히가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는다.

       

       “공자님께서 당문에서 독살 당할 뻔했다는 소식을 담아, 가주님께서 구가에 서찰을 보냈습니다.”

       “…”

       “늦어도 닷새 안에는 전령이 닿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당문에서 내가 독을 먹었다는 말이 산서에 있는 아버지에게 닿을 거라는 얘기였다.

       그걸 들으며 등에 식은땀이 살짝 흘렀다.

       

       아무래도.

       

       ‘…살짝 큰일 난 것 같은데.’

       

       조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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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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