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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8

       

        

        

        

        

        

        

        

        

       “아까부터 몰래 탄피를 하나둘씩 줍길래 뭘 하려나 싶었더니…잡동사니들 가지고 장난치는 그거였군요. 그린캣한테 저것도 가르쳤던 적이 있었나요, 막내?”

        

       “그럼요.”

        

       “그럴 것 같았어요.”

        

        

        

       -선임도 감탄하게 만드는 미친잔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전에서 나오는 바이브 ㅋㅋㅋㅋㅋ

       -진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밥만먹고 전술공부랑 야바위만 생각하시나요???????????????

       -전술공부는 둘째치고 교전센스가 진짜 말도 안 된다 ㄷㄷ

        

        

        

        로렌티나가 큭큭대며 웃었다.

        

        평소와 비슷한 웃음처럼 보였지만 저건 진심으로 감탄할 때나 나오는 여러 반응 중 하나였다. 신나게 웃고 있는 와중에도 시선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증거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상어가 내게 그리 덧붙였을 때의 말투는 꽤나 눈여겨볼 만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과거를 잘라내어 보관 중인 옛날 사진첩을 펼친 부모님이 당시의 추억을 설명하실 때 할 법한 느낌이라고 해야만 할까.

        

        바로 그 즈음 내 기시감이 다시 변화했고, 과거의 기억 역시도 떠올랐다.

        

        로렌티나는 과거 뉴욕에서 행해졌던 교전에 대해 슬그머니 언급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저 친구들의 꼬리는 언제 즈음 자라는지?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볼 수 있으려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후후, 아쉽군요.”

        

        

        

        그리 웃으며 상어는 다시 집중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로렌티나가 촉발하다시피 한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느라 하모니의 교전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피드백을 준답시고 민아만 저 건물로 달랑 보내놨는데 적절한 조언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꼴불견이 있을까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는 과거의 뉴욕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빗자루, 버려진 음료수 캔, 탄피, 수류탄, 그 외에도 거대한 공동묘지로 된 도시에 산더미처럼 널려있는 수많은 잡동사니들. 이 모든 것들이 트랩의 재료가 되었다.

        

        다크 윈터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한때 빅 애플이라고 불렸던 도시를 덮친 두 번째 겨울은 첫 번째 겨울보다도 끔찍했다. 폭도로 돌변한 시민들, 탈옥수들, 테러리스트들은 난방조차 들어오지 않는 뉴욕에서 눈폭풍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배웠다.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계절이 제련한 칼날은 고스란히 이카루스를 겨눴고, 대거 팀을 비롯한 수많은 태스크포스의 일원들은 기본적으로 5 : 1에서 최대 10 : 1에 달하는 교전비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의 목숨이 끔찍한 눈폭풍 사이에서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때 체득했던 수많은 교전법의 일부가 하모니에게 이전되었다.

        

        

        

       “…선임이 보기엔 어떤가요. 뭔가 피드백할 부분이 있는 것 같은지?”

        

       “어느 걸 먼저 듣고 싶나요? 포지티브? 혹은 네거티브?”

        

       “후자부터 듣죠. 만약 있다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호떡 일행의 전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계속해서 리스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나머지 둘이 죽더라도 최소 한 명은 살아남아 아군을 기다리는 택틱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하모니의 킬카운트는 어느샌가 7까지 올라간 상태였지만.

        

        

        

       “아쉽겠지만 크게 지적할 부분은 없어요. 위기대처능력도 좋고, 무엇보다도 움직임에 낭비가 없다는 게 마음에 드는군요. 본인의 체력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거겠죠.”

        

       “그 외에는요?”

        

       “오, 유진. 뭘 더 바라나요. 피드백이란 건 단점을 찾아내서 사포로 매끄럽게 문지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장점을 찾아 극대화하는 것도 포함한답니다.”

        

        

        

       -‘진짜 전문가’

       -아니 저게 다 보이나? 그냥 감탄만 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체력 아끼는건 진짜 신기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이거보니 갑자기 다크존땡기네 접속하러가야겠다

       -나도 총쏘게해줘!!!!!!!!!!

        

        

        

        그에 나는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였다.

        

        격렬한 교전은 그로부터 몇 분 가량이나 더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뻗은 것은…현아였다. 민아가 아니라. 체력 문제가 기어코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손목보호대와 전투장갑 등이 없었다면 부상을 입을 뻔한 일도 여럿 나왔고.

        

        그리하여 김스톤은 가장 먼저 교전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하여 1 : 3은 1 : 2가 되었으며, 대략 5분 정도 더 지났을 즈음 하모니는 호떡과 리밋의 HP를 정교하게 깎아놓은 뒤 빈사 상태가 된 둘과 본격적인 교전을 시작했고, 어느 한 쪽이 리스폰하기 전 축차로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10분 가량의 모의전에서 승리의 신은 하모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땀범벅이 된 모두가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우와아아…!”

        

       “수고했어요. 다들 수건이랑 음료수 하나씩 가져가시길.”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했다간 몸에서 펄펄 끓는 김이라도 나올 법한 비주얼이었다.

        

        원래 전투라는 건 끔찍할 정도로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법이었다. 격렬한 교전에서는 하루 최대 6천 칼로리까지 소모하는 만큼 제때제때 수분과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했고, 그 말대로, 하모니는 땀범벅인 상태로 의자에 주저앉아 이온음료 한 통을 통째로 비웠다.

        

        바로 옆에 앉아 달콤한 초콜릿 바 하나를 건네줌과 동시에 몸을 앞으로 기댈 수 있도록 꼬리로 받침대 비스무리한 걸 만들자마자 민아가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아, 너무 좋다아아…꼬리 시원해….”

        

       “한 30분 정도 쉰 다음 다이스 차례로 갑시다. 세 분은 기운 차리시는 대로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피드백 드릴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신나게 땀을 닦던 세 명이 호다닥 이쪽으로 걸어와 앉았다.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하다가, 테크니컬한 부분부터 먼저 언급하기로 했다.

        

        

        

       “교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발의 포지션이에요. 전부 신경쓰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발이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것들은 종종 신경써야 하죠. 이 중에서 하모니를 제외하고 교전하다 넘어지지 않은 분이 있으신지?”

        

       “….”

        

       “아무도 없죠?”

        

        

        

        그 말대로.

        

        다들 무릎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장갑 등등에 크고 작은 상흔을 입었다. 바닥에 넘어지며 긁힌 것이었다. 적잖아 두세 번씩 넘어진 탓이었다. 그래도 교전하는 와중 단 한 번도 서로 부딪히거나 오인사격을 하지 않은 것은 실로 엄청난 칭찬거리였다.

        

        오인사격. 많은 사람들이 CQB에서 간과하는 부분이었다. 내부 구조를 잘 알고, 더 나아가 누가 어떤 영역의 경계 및 수색을 담당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개념이 잡혀있지 않다면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심지어는 시뮤니션 탄을 가지고 킬박스를 진행하는 특수부대원들조차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오인사격을 터뜨렸었기도 하고.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교전이었습니다. 1년 전에 했던 트레이닝에서 가르쳤던 건 아직 잘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 선생님 덕분이죠.”

        

       “하하, 그렇게 띄워도 뭔가 나오지는 않아요.”

        

        

        

        그와 동시에 옆에서 한 발자국 나오는 다이스.

        

        그걸 잠깐 바라보다가 하모니에게 물었다.

        

        

        

       “민아.”

        

       “네에?”

        

       “다이스 차례 때 구원투수로 한두 번 정도 교전에 참가해볼 생각이 있어요?”

        

       “아니, 잠깐만요! 유진 씨!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작년에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4위까지 오른 사람한테 3명만 붙이는 것도 조금 너무한 게 아닐까요. 하모니가 상시로 참가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싫다면 재고하죠.”

        

        

        

       -다이스 화들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근슬쩍 하모니 끼워넣기wwww

       -뭐 이렇게 자연스러워 ㅋㅋㅋㅋㅋ

       -??? : 네????? 민아랑 싸우라고요???????

       -극한의 밸런스맞추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몇 초 가량 이어진 정적.

        

        그러더니 다이스가 힘겹게 입을 떼었다.

        

        

        

       “…해볼게요.”

        

        

        

        그리고 그제야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그로부터 20분 가량이 지나, 전원이 무사히 체력을 회복하는 와중 건물의 구조가 바뀌었다.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켜 새롭게 업데이트된 청사진을 허공에 띄우며 덧붙였다.

        

        

        

       “시간은 15분 가량 드리겠습니다. 자유롭게 외우고, 토론하시길.”

        

        

        

        팔짱을 낀 채 블루프린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다이스와 슬금슬금 모이는 4명.

        

        실로 익숙한 사전 브리핑 광경이었다.

        

        활시위가 당겨지기 시작했고, 화살은 과녁을 조준했다. 누가 이길지는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다. 확실한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오늘의 모의전을 통해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한가득 얻어갈 것이고, 나는 그것만 신경쓰면 끝이었으니.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후우, 하아…!”

        

       “기어코 이 네 명을 박살내버렸군요.”

        

       “진짜 죽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분 가량이 지났을 즈음, 전광판에는 여러 결과가 떠올랐다.

        

        다이스는 호떡 일행 및 하모니를 연이어 사살했지만, 하모니는 네 번째 조우전에서 기어코 다이스를 꺾고 말았다.

        

        아무래도 내가 뿌린 씨앗은 역대급 풍년으로 되돌아온 모양이었다.

        

        

        

        

        

        

        

        

        

        

        

        

        

        

        

        

        

        

        

        

        

       “…이런 총도 있었어요?”

        

       “원래라면 사격장 방문 2일차에 건드렸어야만 하는 물건인데, 가져온 총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제대로 쏴보지도 못했지요. 오늘은 드디어 기회가 생겼네요.”

        

        

        

        철컥.

        

        전장이 최소 2미터에, 전용 소음기까지 장착할 경우 인간의 키를 훌쩍 넘어버리는 거대한 저격총 하나가 내 손에 들렸고, 그것이 얼마 전에 왔던 야외사격장의 소프트케이스 위에 놓였다. 슬그머니 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일정 간격으로 진열된 십수 정의 소총과 저격총 등이 있었다.

        

        좀 심각하게 거대했기에 흙먼지가 튀어오르는 걸 막아낼 수 있을지나 모르겠는 이 대물저격총은 한눈에 보기에도 가장 거대했고 – 심지어는 바렛보다도 – , 그리하여 가장 왼쪽에 놓였다.

        

        아무튼 그래서 이 총이 무어냐 하니 – 스나이펙스 앨리게이터라는 대물저격총이었다. 구경은 14.5x114mm였고…당연하겠지만, KPV처럼 무식한 크기의 탄환을 초당 10발씩 쏴제끼는 무식한 중기관총이 있으면 그걸 쏘는 저격총도 있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말했을 즈음 다들…반응이 꽤나 떨떠름했다.

        

        

        

       “그…렇죠?”

        

       “그래서 M2 중기관총에 합쳐서 바렛이랑 AX50도 들고 오셨던 거예요?”

        

       “이게 전부 심모원려랍니다.”

        

       “아닌 것 같…지 않습니다, 유진 씨. 정말 탁월하고 훌륭한 선택입니다. 전 항상 14.5mm가 들어간 총을 쏴보고 싶었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떡쉑 급격히 태세전환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제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요? 동의하셔야만 할 텐데요?

       -유진독트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대로.

        

        얌전히 바닥에 내려놓아진 스나이펙스 앨리게이터의 약실에 한 발의 탄환을 장전한 순간 다들 빠르게 내 안목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로렌티나가 그 광경을 보며 킥킥 웃는 사이,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후 앉아쏴 자세를 취했다. 뒤에 나무가 있었더라면 기대고 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끄트머리에 거대한 소염기가 달린 대물저격총이 사격 준비를 마쳤다. 레일 위에는 사람 머리보다도 긴 대형 스코프가 달려있었고, 해당 스코프의 십자선 너머로는 100미터 전방에 위치한 제로잉용 표적지가 달려있었다.

        

        어차피 시험사격이었으니 포즈는 마음대로.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상당한 반동이 어깨를 강타했다.

        

        

        

       ───콰아앙!

        

        

        

        말 그대로 날뛰는 흙먼지와 무지막지한 크기의 화염.

        

        아마 하모니나 다이스 등이 이러고 쐈다면 어깨에 멍이 들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마치 어깨빵을 당한 듯 뒤로 밀려나는 건 당연할거고.

        

        아무튼 발사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리하여 저격총은 모든 시험사격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NTW-20이 아직 남아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건-

        

        

        

       “…어우.”

        

        

        

       -???????????????????????

       -와…와…무친련….

       -20mm 저격총을 들고 쏘는 사람이 어디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그냥 경이롭다….

       -잘못한건없지만 잘못했습니다…이제제발무력시위그만해…안깝칠게….

        

        

        

        콰앙!

        

        설명하기도 전, 로렌티나가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 남아공의 귀부인을 들어올리고 어깨에 견착했다. 흡사 소형 대포를 몸에 든 것 같기도 했다 –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 방금 사격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웅장한 폭음이 하와이를 울렸다.

        

        아무튼, 보다시피. 오늘은 로렌티나 역시도 시험사격을 도와주고 있었다.

        

        입가에 살벌한 미소를 지은 상어가 장전바를 잡아당겨 무시무시한 크기의 탄피를 바깥으로 빼내고, 아직 남은 두 발의 탄환을 전부 소비하는 사이, 나는 총을 내려놓은 후 뒤에서 멀뚱멀뚱 이를 바라보고 있는 호떡에게 다가갔다.

        

        

        

       “한 번 해보실래요?”

        

       “…제가 될까요?”

        

       “굳이 저격총이 아니어도 되는데.”

        

        

        

        그렇게 욕심 많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모른 척할 수가 없지.

        

        그리고 나는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진즉 알아챈 상태였다.

        

        

        

        “미니건.”

        

       “미니건?”

        

       “한 번 들고 쏴보시길. 호떡 씨의 신체능력이라면 여유롭게 가능할 거라고 예상되는데.”

        

       “아.”

        

        

        

       -호떡에서 호미네이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터미네이터도 발사속도 줄이고 쐈다

       -하와이 예비군에서는 미니건을 들고 쏘는 커리큘럼도 있는wwww

       -아니 호떡쉑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새1기 기대하고있었네 ㅋㅋ

        

        

        

        그 말대로였다.

        

        호떡은 아까부터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다가 기관총이 한가득 나열되어있는 쪽을 이리저리 서성거렸으니까. 여기서 어차피 나중에 전부 쏴볼 건데 조금만 참아라- 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것도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겠지.

        

        그리하여 불렀다.

        

        삼각대 위에 견고하게 얹혀있는 미니건이 그의 눈 앞에 있었다.

        

        

        

       “이제야 좀 영화에 나오는 미군이 된 듯한 기분이 드나요?”

        

       “아, 하하….”

        

       “삼각대에서 탈거할테니 조금만 기다리시길.”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클램프 몇 개를 푼 다음 미니건을 들어올리자 호떡은 옆으로 삼각대를 치웠다. 얼마 전 나와 로렌티나가 들고 쏜 적이 있었기에 핸드헬드 파츠는 여전히 미니건의 상부에 달려있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미니건 후방에 손잡이를 달고, 어디를 잡으라는 설명만 하면 되었으니까.

        

        측면에 점등되어 있는 여러 개의 초록색 불빛을 확인하며 덧붙였다.

        

        

        

       “전력 및 급탄 시스템, 올 그린. 핸드헬드 파이어 스위치 이상 무. 사격각은 정면. 발사는 7초 이상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시고…준비되셨는지?”

        

       “준비됐습니다.”

        

       “좋아요.”

        

        

        

        그리하여 미니건을 들고 있는 호떡의 후면 사선으로 이동했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호떡과, 그 광경을 더욱 잘 관찰하기 위해 내가 있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객원들까지.

        

        

        무대는 준비되었고, 관객도 모였다.

        

        인컴에 대고 말했다.

        

        

        

       “사격.”

        

        

        

        그리고 십수 미터 앞에서 화염이 몰아쳤다.

        

        처음엔 조금 난잡하게 하늘을 향해 튀어오르던 탄환이었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 정면을 안정적으로 겨눈다. 전완근을 비롯한 팔의 힘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총구를 찍어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우측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탄피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약 연기, 마치 화염방사기를 보는 것처럼 불꽃을 토해내는 총구 묶음까지.

        

        잊을 수 없는 5초가 흘러간 뒤, 호떡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뒤쪽으로 다가간 뒤 덧붙였다.

        

        

        

       “끝내주죠?”

        

        

        

        대답은 조금 느리게 돌아왔다.

        

        

        

       “끝내주네요.”

        

       “그럼요.”

        

        

        

        그 말에 나도, 로렌티나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7.62mm 미니건의 반동을 힘으로 제어하며 발사한 세 번째 발현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떡(주로 다른 사람 때문에 신기록을 세우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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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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