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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9

       

        

        

        

        

        

        

        

        

        

        

       ───타앙!

        

        

        

       “…흠, 우탄이군요. 영점이나 풍속, 풍향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사실상의 조준 불량이네요. 그리 낙심하지는 마세요. 호흡과 호흡 사이의 격발, 스코프 조준선 정렬, 양안 혹은 외안, 어깨 반동 누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 같은 여러 변수들 때문일 확률이 높거든요.”

        

       “으아, 진짜로 너무 어렵다…!”

        

        

        

       -와 800m부터 갑자기 난이도가 확뛰네

       -요약)조준연습 더하고와라

       -근데 저격이 힘들긴 힘들다더라 조준 안정시키는것도 생각보다 어렵고 호흡도 일반사격보다 훨씬 신경써야될텐데 ㅋㅋ

       -아니 일반인들이 저렇게 몸 비트는데 하모니랑 다이스는 도대체 어떻게 1550m에 있는 표적 맞춘거임? 미친거아닌가

       -걔네들은 이미 조준이랑 호흡이 만렙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이 지끈지끈하고 어깨가 저릿거린다.

        

        5발들이 탄창 두 개를 전부 비웠을 즈음이었지만, 800미터 지점에 있는 타깃은 야속할 정도로 깨끗했다. 단 한 발도 맞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내가 – 김현아가 –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좌측에 놓여진 의자에 앉은 유진 씨는 전부 알고 있다는 듯 정곡을 꿰뚫는다.

        

        어깨에 단단히 견착 중인 M24 SWS. 다크 존을 하기 전에는 유어스페이스 혹은 액션 영화를 통해 알음알음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저격총. 그러나 고수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의 대우는 초보자에겐 뭘 들려줘도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였고, 아쉽게도 그 말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주변에선 여전히 시끄러운 총소리가 들렸다. 호떡과 리밋 역시도 적당히 저격총을 잡고는 장거리 저격을 시도 중이었기에 나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평생이 가도 못 맞추겠다 싶어,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내저은 뒤 푹 숙였다.

        

        너무 아쉽네.

        

        

        

       “사격 중지. 조금 쉬면서 다시 컨디션을 되찾아보도록 합시다.”

        

       “네네. 그러자구요.”

        

        

        

        끄응.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소프트케이스 위에 앉자, 아무런 소음 없이 눈 앞에 이온음료 한 병이 쑤욱 내밀어졌다. 그러나 유진 씨의 시선은 태블릿 비슷한 무언가에 못박힌 상태. 다시 말해 손으로 건네준 게 아니란 소리였다.

        

        하와이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유달리 반짝반짝 빛나는 꼬리 비늘. 거기에 감긴 푸른색 이온음료까지. 음료수를 잡는 대신 무심코 손가락으로 꼬리를 콕콕 찔렀다. 뭐라고 해야 하나, 서늘했다. 감촉은 독특했다. 치약 튜브를 만지는 것 같았다.

        

        민아랑 그…예린 씨는 꼬리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든데, 어쩌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늦지 않게 이온음료를 낚아채 뚜껑을 따고 꿀꺽꿀꺽 삼켰다.

        

        

        

       “푸하…호흡 조절이 너무 어려워요. 몸이 조금씩 들썩거리니까 스코프에 맺힌 상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고.”

        

       “제일 어려운 부분이지요. 밥도 안 먹고 사격 연습만 몇 달씩 해야 근육기억으로 배어드는 거니까요. 민아랑 예린이는 그걸 실제로 해냈으니 탄착군 형성도 간단한 거고.”

        

       “…도대체 두 사람을 뭘로 만든 거예요?”

        

       “아하하.”

        

        

        

       -뭐긴뭐야 새끼비얌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스쿨 1기생은 이미 세상을 휩쓸고 있다….

       -이 질문만 몇 번을 받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아마 비얌이 스트리밍접고 유유자적 살기 전까지 계속들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다

        

        

        

        민아가 이번 스트리머 대항전에 못 나오는 것도 다 이 사람 때문이었다.

        

        당장 작년만 하더라도…아니, 애시당초 특정한 게임 모드를 선택한 뒤 다크 존 스트리머들 여럿을 불러 대회를 여는 게 곧 스트리머 대항전이었고, 그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실력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었으나, 그래도 아무리 잘 쳐줘봐야 전 프로게이머 정도가 끝이란 말이지.

        

        그런데 1년 전부터 뭔가 심상찮다 싶더니, 이제 하모니는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버렸다. 어느 스트리머가 파이널 챔피언십 4등 – 실질적으로는 2등에 가깝지만 – 을 30%의 확률로 잡아먹냐고.

        

        아무튼 그렇게 투덜거리는 사이, 유진 씨는…스코프를 이리저리 조작했고, 두 가지의 손동작을 차례로 제시한 뒤 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를 해석하자면-

        

        

        

       ‘방송 송출 불가능. 민감한 자료. 발설하지 말 것. 블러 기능 작동 중. 질문 금지.’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시도할 예정인 듯했기에 고개를 끄덕거리자, 유진 씨가 이내 입을 열었다.

        

        

        

       “다시 스코프를 확인해보세요. 이리저리 살펴보다 우측 상단에 붉은 점이 점등하면 말해주시길.”

        

       “에…네, 있어요.”

        

       “스코프 내의 상이 완벽하게 정렬되어 사격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붉은 점이 반짝거릴 때 사격하면 된다는 뜻이죠.”

        

       “아하.”

        

        

        

        이런 게 있다면 진즉 해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야.

        

        그런 내 툴툴거림을 들은 유진 씨는 큭큭 웃으며 귀엽다는 듯 받아넘기고는 이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개를 돌려 해당 물건의 정체를 확인했다. 뭔가 했더니…마치 아쿠아패드처럼 생긴 패치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안에는 작은 칩인지 센서인지 하는 게 들어있었다.

        

        그 와중 눈동자를 힐끔 옆으로 굴렸다. 드론캠의 측면에서 푸른색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시각 및 청각 데이터 송출에 센서링이 걸려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꽤 당황스러운 말.

        

        

        

       “이 패치를 심장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붙이면 됩니다. 목 부분도 상관은 없어요.”

        

       “…이게 뭐예요?”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센서예요. 스코프와 연동해서 박동과 박동 사이의 격발 타이밍을 알려줄 거예요. 붉은 불빛 옆에 초록색 불빛까지 들어온 순간 사격하면 되는 거죠.”

        

       “아하…진짜 별의별 게 다 있네요.”

        

        

        

        당연하게도 지금 말까지도 센서링이 걸렸다.

        

        그 자리에서 반 바퀴 돌아 패치를 붙이는 모습을 가렸고, 이내 다시 조준에 돌입. 우측 상단에 붉은 점이 들어올 때까지 신경써서 조준한 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자, 붉은 점 바로 옆에 초록색 점이 일정 간격으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신기하네, 이거.

        

        두 개의 불빛 덕분에 몇 초도 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유진 씨는 꼬리로 새 탄창을 주었고, 장전손잡이를 뒤로 젖혀둔 뒤 탄창을 꽂고 다시 전진. 그리하여 약실에 한 발, 탄창에 네 발이 준비되었다.

        

        

        

       “계속해서 쏴봅시다. 총알은 많으니까요.”

        

        

        

        탕, 탕, 탕!

        

        매 초마다, 매 발마다 숙련도가 조금씩 쌓인다. 타깃에 맞춘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탄환의 궤적에 일관성이 생기는 것이었다. 비록 중간중간 풍속과 풍향이 살짝씩 바뀌긴 했지만, 아예 종잡을 수조차 없었던 아까보단 나았다.

        

        우수한 조각가의 손에 들린 끌과 정이 대리석 안에 갇혀있는 작품을 꺼내듯, 말 그대로 조금씩 탄착군을 깎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10발 가량, 토탈 20발 가량을 쏘아냈을까-

        

        

        

       ───깡!

        

        

        

       “…우와!”

        

       “임팩트. 훌륭해요.”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블러키고 뭘했길래 갑자기 개잘해짐?????????

       -‘협박’

       -뭔 미친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협박해서 총쏘는 스킬 늘어났으면 개나소나 특등사수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발.

        

        정중앙도 아닌 우측 하탄이었지만, 그래도 800m가 맞았다.

        

        청량한 ‘깡!’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저 멀리의 철제 표적. 그런 소리가 귓전을 강타한 순간 그동안의 피로가 날아가며 자동으로 입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말.

        

        

        

       “좀 더 쏴보겠어요?”

        

        

        

        그리고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아뇨. 저격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안 해, 진짜.

        

        힘들어 죽겠네.

        

        

        

        

        

        

        

        

        

        

        

       ───부아아아아아앙!

        

        

        

       “후흐흐흐흐흐…!”

        

       “…김스톤 쟤 미쳤냐?”

        

       “몰라. 저격하다가 정신 나갔나보지.”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김스톤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총을 찾았다.

        

        가을이었다.

        

        

        

        

        

        

        

        

        

        

        

        

        

        

        

        

        

        

        

        

        

       “아으, 아직도 어깨가 아프네.”

        

       “다들 재밌으셨나요?”

        

       “…좀 많이 신기했어요.”

        

        

        

        하와이의 밤은 어둡지만 밝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모니와 다이스, 로렌티나만 있었던 일행에는 3명이 더 추가되었다. 그리하여 일곱 명이 하와이의 밤거리를 걸었다. 여자 5에 남자 2라는 상당히 어지러운 성비긴 했지만, 리밋이랑 호떡은 그닥 신경쓰지는 않는 듯했지만.

        

        아무튼,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사격 –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 이 끝을 맺었다. 요컨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적잖아 한 번씩 내가 구매하거나 빌린 총을 한 번씩 사격한 적이 있었단 소리였다. 심지어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김스톤마저 미니건, M2, 그리고 KPV를 쏴봤단 소리였다.

        

        다행히도 의자가 부속된 낮은 삼각대를 써서 그런지 반동은 다른 사람들도 적당적당하게 견뎌낼 수 있을 정도였다. 반동이 좀 많이 심하거나 했다면 어떻게 잡아줘야 하나 조금 고민했는데 큰 문제없이 끝냈으니….

        

        

        물론, 들고 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잠시 몇 시간 전을 상기해본다면….

        

        

        

       ───쿠콰콰쾅!

        

        

        

       -우와, 팔이…미니건보다 훨씬 쏘기 힘든데요, 이거.

        

       -14.5mm 탄환을 초당 10발씩 토해내는 물건이니까요. 그래도 반동 제어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 다행이군요. 남들은 들어올리는 것도 힘들어하는 마당이니, 호떡 씨는 자랑스러워하셔도 좋아요.

        

       -NTW20을 들고 쏘시는 분들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거든요.

        

        

        

        …음, 큰 문제 없었다.

        

        아무튼 대구경 기관총을 들고 쏘는 건 발현자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호떡도 총기 자체의 무게와 반동이 합쳐진 탓에 유의미한 탄착군을 형성할 수는 없었고.

        

        반대로 말하면 나와 로렌티나는 큰 문제 없이 총기를 다룰 수 있었단 뜻이기도 했지만.

        

        아마 오리콘 20mm 기관포 정도는 들고 와야 꽤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알아보는 걸로. 사격은 오늘로 거의 마지막이기도 했거니와 슬슬 하와이를 즐겨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남들의 후기를 듣는 건 무척이나 즐거웠다.

        

        

        

       “다들 큰 문제 없이 NTW-20 사격까지 끝내서 다행이군요. 어깨 아픈 분들 있나요?”

        

       “저요.”

        

       “저도 아파요.”

        

       “마사지해주세요.”

        

       “마지막…아이씨.”

        

        

        

        마지막 누구야.

        

        아무튼, 당연히 사람이 쏘라고 만들어놓은 총이었던만큼, 이 자리에 있는 하모니, 다이스, 김스톤 역시도 큰 문제 없이 스나이펙스 엘리게이터, 그리고 남아공에서 건너온 귀부인까지 전부 쏴볼 수 있었다.

        

        아마 지금 즈음이면 파이어암즈 인터내셔널의 직원들이 무시무시한 양의 건캐비닛을 수많은 트럭에 싣고 복귀하고 있겠지. 당연하지만 한국으로 들고 갈 수도 없었으므로, 그냥 건샵에 그대로 비치해도 된다는 협상을 타결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가 구매한 총을 다른 손님들에게 대여해줘도 된다는 명목으로 내가 일정량의 수수료를 챙기는 그런 계약이었다. 물론 건클리닝은 건샵 직원들이 담당했고. 적당히 윈-윈 트레이드를 한 셈이었다.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역시 지난 번, 그러니까 며칠 전 하와이의 길거리를 걸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변경점이 약간은 있다고 해야겠지.

        

        첫 번째로, 오늘은 사인이 좀 어렵겠다는 말을 미리 방송으로 해뒀다. 무엇보다도 바로 직전에 했던 컨텐츠가 중기관총 들고 쏘기였으니…어지간히 간이 큰 사람이 아니라면 대놓고 사인을 요청하진 않겠지. 쫄았을 테니까.

        

        그리고 두 번째 차이점이 있다면-

        

        

        

       “반갑습니다. 항상 방송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행했던 사격 훈련에서 상당히 많은 인상을 받았는데, 언제 한 번 기지에 방문하여 전술 교관으로 하루이틀 가량 일해보실 생각 있으십니까?”

        

       “아,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느낌의 요청이 부쩍 늘었다.

        

        휴가를 온 거였기에 아예 보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메시지 일부를 제외하면 적당적당히 흘려넘기고 있었기도 하고, 도네이션 역시도 마찬가지로 보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튼 그런 요청들이 한두 개씩 껴있었고, 로렌티나에게 도움 아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고개를 휙 돌렸지만…없었다. 정확하겐 없었다기보단 은신에 가까웠다. 언젠가 꽤나 말한 적이 있었지만 이 양반은…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존재감을 흐리게 만들 수가 있었다.

        

        한숨을 살그머니 내쉬었다. 다행히도 오늘은 미리 예약을 잡아놓은 야외 식당이 있었기에 그쪽으로 갈 예정이었고, 거기라면 사람을 좀 떨쳐낼 수 있겠지.

        

        

        음식점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가량. 예약 시간까지는 대략 40분 가량이 남았으므로 그 전에 어떻게든 시간을 적당히 때울 곳이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주변에는 호텔이 많았고, 그런 곳의 내부에 있는 공연장에서 간간이 훌라 공연도 벌어지고 있어 설령 간단한 주전부리 혹은 시간 때우기를 위해 어딘가에 들어가지 않아도 시간을 보낼 곳은 많았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사실 도심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조금 곤란한 점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단 것 정도.

        

        

        그러나 그 와중 꽤나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자, 어서들 오셔서 마음 놓고 도전해보시길! 참가 비용 단돈 1달러! 하지만 이곳에 준비된 5명의 선수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이기면 지금까지 모인 726달러를 전부 드립니다!”

         

        

        

        길거리 팔씨름 대결.

        

        한 눈에 보아도 우락부락하게 생긴 장사들이 손님을 받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영상도 찍고 있었고. 아마 내 얼굴보다도 팔뚝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은 선수들 중에는 몸에 독특하게 생긴 문신을 한 사람도 있었다.

        

        기억을 뒤져본 결과…과거 액션 영화의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았다. 대충 흑인이랑 백인들이 나와서 총질하고 다 때려부수는 그런 영화 있잖은가. 아마 배우가 드웨인 존슨이었나. 그렇다면 저 사람은 사모아인일 수도 있겠다.

        

        하와이와 사모아는 같은 섬나라라는 것 외엔 딱히 공통점이 없었지만, 뭐어. 있는 걸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아무튼 힘과 힘의 정정당당한 대결은 언제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고, 나는 호떡의 뒤로 슬그머니 걸어가 말했다.

        

        

        

       “해보시겠어요?”

        

       “…’발현자는 E1까지만’이라고 적혀있는 것만 아니라면 얼쩡대봤을 텐데. 아깝네요.”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뒤에서 어느샌가 다가온 로렌티나가 큭큭 웃으며 덧붙였다.

        

        

        

       “발현자와 팔씨름 선수가 붙는 건 불가능하다고 쳐도, 발현자와 발현자끼리 하는 것까지는 뭐라 할 이유가 없겠지요.”

        

       “네?”

        

       “영상도 찍고 있는 것 같은데, 출연에 협조할테니 장소를 빌려달라고 하는 요청까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잠깐의 뇌정지.

        

        그러나 이를 빠르게 해석해봤을 때, 로렌티나가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 팔씨름 한 판 하자는 소리였다. 어쩐지 뒤쪽에서 아무런 말도 안 하나 싶더니 할 생각 만만이었구만.

        

        내가, 혹은 일행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 앞으로 슬금슬금 나아간 로렌티나는 순식간에 평균 신장이 187cm에 육박할 것 같은 이들 앞에서 몇 마디 이야기를 덧붙였고, 이어 시선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울려퍼지는 박수, 그리고 이쪽으로 오라는 손동작까지.

        

        기존에 있던 관람객들까지 합쳐져서 100명에 가까운 인파가 일생일대의 빅 매치를 관람할 준비를 마쳤고,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여전히 추진력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리스크와 리턴은 확실히 계산하니 걱정 마시길. 간만에 내기나 할까요?”

        

       “이기고 생각해보도록 하죠.”

        

       “…후후.”

        

        

        

        로렌티나의 호승심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 앞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두 손 놓고 패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므로, 견고한 테이블 위에 오른팔을 올려놓고 로렌티나와 손을 맞잡았다.

        

        팔꿈치 고정대와 탄산마그네슘 가루 같은 것들도 있을 정도로 제대로 준비된 링.

        

        왁자지껄한 주변 소리가 완전히 작아질 정도의 집중, 그 사이에서 들리는 카운트다운, 그리고 이 꼬라지를 실로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이스와 하모니까지.

        

        

        그러나 그 당시의 나는 그 표정이 기대, 혹은 응원이 아니라 ‘뭔가 또 하나 부숴먹으시겠구만….’이라는 뜻이 함축된 것이라는 것을 추호도 알지 못했고-

        

        

        

        

        

       

        

        

        

        

        

        

       ───콰지직!

        

        

        

       “어윽…!”

        

       “우왓!”

        

        

        

        철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말 그대로 안쪽에서부터 찌그러진다.

        

        마치 위에서 프레스기로 테이블을 짓누른 듯한 모습. 당연하겠지만 어느 한 쪽으로 팔을 넘기기 위해 테이블 위에 고정되다시피 한 팔꿈치의 압력이 향하는 부분은 아래쪽이었고, 그 순간부터 탁자가 아래로 짓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테이블 상판이 V자로 굽어졌고, 바닥을 지지하던 테이블 다리 4개 전부가 I 모양에서 > 모양으로 휘었다 – 팔씨름이 시작된 지 5초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무너진 테이블 파편 위에서 몸을 추스리며 뻘쭘하게 일어나는 두 EM급 발현자와 뇌정지로 인해 말 그대로 굳어버린 100명 가량의 인파까지.

        

        

        세상은 실로 요지경이었고, 다이스와 하모니, 그리고 호떡 일행은 그 점을 실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하와이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키보드와 한 몸이 되느라 아무데도 못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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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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