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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9

       *** ***

         

       여정은 계속되었다.

         

       “어이쿠 이 녀석아! 발톱 세우지 마라!”

         

       찍찍!

         

       조용상은 머리 위에 올라간 서공에게 쩔쩔매는 남궁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놈아 남궁가의 체면은 어디다가 다 팔아먹었느냐.”

         

       “남궁이고 나발이고 저보다 센 건 사실인데 어쩌겠습니까. 게다가 뭐..계속 보니 귀엽기도 하고요.”

         

       그런 서공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 미호가 자기도 머리 위에 올라가겠다는 듯이 남궁빈을 덮쳤다. 물론 남궁빈을 태우고도 남을 크기의 미호가 남궁빈 위에 올라가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으니 남궁빈은 미호에게 깔려 비명을 내지르는 처지가 되었다.

         

       당연히 서공 역시 덤으로 깔렸다.

         

       “으악!”

         

       찌익! 찍찍!

         

       비명을 지르는 남궁빈과 성질을 내는 서공을 깔아뭉개고는 왜 안되지? 라는 표정으로 갸웃거리는 미호. 그런 셋의 촌극을 바라보는 조용상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했다.

         

       서이령은 영물들을 무슨 낯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했다.

         

       사실 그때 조용상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크게는 천하의 안녕, 그리고 작게는 흑림군도의 세력과 일전을 벌어야 할 무림맹 무인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그러나 흑림군도까지 함께 움직여 온 지금은 서이령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물들은 영물들만의 삶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삶은 어그러뜨린 것은 인간들의 사회에 영물들을 끌어들인 혈교의 탓이었다.

         

       그리고 혈교 때문에 어그러진 삶을 살아가던 영물들은 호천안의 손에 구해져 그 삶을 점차 되찾아 가고 있었다.

         

       허나. 흑림군도에서 다시 한번 영물들의 위용이 천하를 진동케 한다면…이 영물들은 진정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찍찍! 찍찍찍!

         

       미호에게 깔린 서공이 호천안에게 달려가 마구 울음을 토해냈다. 마치 고자질을 하는 듯한 모습에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공을 쓰다듬어 주었다.

         

       조용상은 그런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조용상에게 있어 호천안은 불가해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야전에서 냄비 하나로 뚝딱 만든 요리로 사람 체면을 내려놓게 만드는 마성의 요리를 만드는 재주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천하를 위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영물을 그냥 풀어준 사람이었으며.

         

       영물에게 그 힘을 빌릴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귀한 영약들을 퍼준다.

         

       뿐일까.

         

       흑림군도과의 전투에 참여하기로 했으면서도 군도가 코 앞인 지금까지 보상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도 없었다.

         

       마치 흑림군도와 싸우기로 정했으니 그 이상 그 이하의 무엇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또한 무공 역시 범상치 않았다.

         

       화경 말에 위치한 조용상조차 호천안의 무공을 가늠할 수가 없었으니 이제는 무림에서 사라진 현경의 경지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구려.”

         

       호천안의 말에 조용상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호천안을 너무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조용상은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상념에 잠겨 실례를 범했습니다.”

         

       “아니오. 결전이 눈앞에 다가왔으니 심란할 법 하지.”

         

       호천안의 시선이 서이령에게로 돌아갔다. 조용상은 무공을 연마하는 서이령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낯으로 영물들을 대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 서이령은 그 날 이후 계속해서 무공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이 부족해서 영물들을 말려들게 했다는 자책감의 표현일까.

         

       “…어르신께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가 없겠군요.”

         

       조용상의 사과에 호천안은 슬쩍 웃음을 터트렸다.

         

       비록 무림천하라는 게임을 통해서였지만 호천안은 조용상을 수없이 경험해 보았다.

         

       무림천하의 후반부가 되면 천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강해진 캐릭터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강적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게임의 구조 탓인지 아니면 애초에 질서 뒤에 혼란이 찾아오는 것이 이치인 탓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결국에는 난세가 찾아오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난세에 빠짐없이 치이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무림맹주 조용상이었다.

         

       조용상은 대부분의 난세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쫓아 움직이며 무림이 진정한 의미의 아포칼립스로 치닫는 것만은 막아냈던 최후의 방벽.

         

       대인의 풍채도 협객의 면모도 없지만 무림맹주가 짊어진 의무만큼은 지켜낸 자.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호천안은 문득 궁금해졌다.

         

       “흑림군도와의 싸움에 영물들을 제하고 나 혼자 싸우려 하는데 어찌 생각하시오.”

         

       평화롭고 동시에 소란스러운 영물들의 일상을 지켜본 조용상이 이 질문에 어떠한 답을 줄지.

         

       과연 조용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림맹주로서의 의무를 다할지 궁금했다.

         

       호천안을 바라보는 조용상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다잡겠다는 듯이 눈을 감은 조용상은 한참이나 답이 없었다.

         

       “그것이 어르신의 뜻이라면야 저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어르신은 저에게, 무림맹에게 아무것도 바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이 제 청을 따라주시는 것은 어르신의 의지뿐이니 제가 어찌 어르신의 행보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포기와 같은 말을 입에 담았지만 조용상의 눈은 여전히 형형히 빛났다.

         

       “그러나 제가 내어드릴 수 있는 것으로 어르신이 뜻을 바꿀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내어드리겠습니다. 설령 그 대가가 제 목숨이나 보잘것없는 무림맹주의 자리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조용상을 빤히 바라보던 호천안은 흑립을 내리며 말했다.

         

       “뜻은 잘 알았소. 밤이 깊었으니 이만 주무시게.”

         

       “…안녕히 주무십시오. 어르신.”

         

       마지막 날 밤이 깊었다.

         

       *** ***

         

       다음 날.

         

       호천안은 흑림군도가 펼쳐진 해안가에 도착했다. 호천안은 흑림군도에서 해안까지의 거리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거리는 고작해야 100장 남짓. 수상비를 펼칠 수 있는 고수들에게는 대륙이나 마찬가지였고 굳이 수상비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수영에 능숙한 무인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해안에 상륙할 수 있는 거리에 불과했다.

         

       이를 의식했음인지 멀지 않은 항구에는 황군의 선박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해안가가 보이는 숲에는 무림맹의 무인들이 숨어 있었으니 이 해변은 그야말로 천하 정세의 요악해 놓은 판이나 마찬가지였다.

         

       황군은 무림 전체를 탄압하고 사파와 혈교는 그런 황군을 피하되 여전히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으며 무림맹으로 표현되는 정파와 협객들은 작게 줄어든 힘과 황군의 눈치를 보느냐 제 뜻을 펼치지 못한다.

         

       쿠구구궁.

         

       호천안이 그런 생각에 잠겨 있자니 지면이 흔들리며 뾰족한 주둥이가 쑥 튀어나왔다.

         

       호천안과 함께 여행하고 있는 다섯 번째 영물. 두더지 황단이었다.

         

       늘 땅을 파며 쫓아오던 황단이 해안가가 가까워지자 더 이상 땅을 팔 수 없었는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시지요.”

         

       조용상은 호천안과 함께 무림맹 병력에 합류했다.

         

       호천안은 자신과 영물을 바라보며 술렁이는 무림맹 병력을 바라보았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제자들이 다수 섞여있는지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익숙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들의 가슴팍에는 더 이상 자신의 문파를 상징물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유명 문파일수록 관의 박해를 심하게 받는 것이 현 세태였기 때문이었다.

         

       구파일방과 같은 유명 문파의 제자들이 중원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 정체를 숨겨야만 했다.

         

       호천안은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문파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무림이라.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러나 문파와 가문의 사정이 그리 어려움에도 무림의 평화를 위해 무림맹에 제자들을 보냈다는 것은 정파의 의협심과 정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으니.

         

       백 명 남짓한 무림맹의 병력을 바라보는 호천안은 만감이 교차했다.

         

       “맹주.”

         

       “현 상황은 어떤가?”

         

       조용상의 질문에 자리를 지키던 이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흑림군도로 스물에 가까운 혈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황군도 그 낌새를 눈치챈 것 같기는 하지만…”

         

       “변죽만 울릴 참이라 이거군.”

         

       “아마 그렇겠지요.”

         

       과거 황군의 군기는 엄정하기로 유명했으나 현재의 황군은 그 군기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무리한 황명의 반복으로 인해 황군의 사기는 바닥을 쳤고 지방관들도 명령을 따르는 시늉만 하는 것이 현 세태였으니까.

         

       사실 항구에 주둔중인 황군의 군기가 엄정했다고 한들 흑림군도의 세력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수가 적지 않으나 결국 혈괴 하나 감당하지 못하는 일반 병졸들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황군의 입장에서 고수와 혈괴가 우글거리는 흑림군도와 교전을 벌이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이니 군도의 무인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나 섬을 공격하는 시늉이나 하며 체면치레를 하려 들 터였다.

         

       “군도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연일 환호성이 울리고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니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동행하신 야수왕이 이끄는 영물…흑림군도에서도 목격한 자가 있을 테니 반응이 오지 않겠습니까.”

         

       흑림군도의 수장 조용상은 혈교의 동맹으로서 혈교의 자산을 강탈하는 야수왕으로부터 혈교의 후예들을 보호한다는 명문을 내걸고 혈괴를 보유한 잔당들을 영입했다.

         

       그런 명분을 내걸었으니만큼 호천안의 존재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게 무림맹의 예상이었다.

         

       ‘어렵군. 어려워.’

         

       조용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흑림군도에 웅크린 이들이 중원으로 쏟아진다면 피폐한 중원에 다시 한번 난세가 펼쳐질 것은 명확하나 이를 저지하기에는 무림맹의 힘이 턱없이 부족하니 그저 때를 살피며 숨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일단은 현 상태를 유지하겠네.”

         

       조용상의 명령과 함께 회의가 일단락되자 맹원들의 시선이 슬금슬금 영물과 호천안에게로 돌아갔다.

         

       “맹주, 그럼 저분께서는 맹과 함께 움직이시는 겁니까?”

         

       조용상은 맹원들의 눈에 어린 기대감을 읽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림맹의 병력은 고작해야 백 명 남짓. 흑림방의 무인들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전력이었고 맹원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야수왕이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야수왕의 전력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용상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저분은 함께 움직일 것이나…영물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맹원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영물들을 부리기에 야수왕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본인은 출전하고 영물들은 출전하지 않는다니.

         

       “으음…그렇다면 야수왕의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나 역시 읽어내지 못했으니 아마 현경이라고 추측되오.”

         

       “놀랍군요.”

         

       “야수왕이 그리 강자였다니…”

         

       “허나 영물들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군요.”

         

       맹원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현경 고수가 합류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었으나 영물 여러 마리가 전력으로 합류하리라는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소식이었으니까.

         

       “뭐, 중원의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니 야수왕이라도 소문과 다른 점이 있겠지요.”

         

       “예. 사실 다수의 영물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것은 영물을 길들인 혈존조차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을 야수왕이 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영물을 부리되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 한들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현경 고수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맹주와 검후께서는 큰일을 하셨군요.”

         

       조용상은 맹원들의 대화에 고개를 떨구었다.

         

       맹원들과는 어디 하루 이틀 본 사이인가. 온 중원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조금이나마 수습하고자 고군분투한 세월이 수십 년이었다.

         

       야수왕의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조용상은 그 이면에 흐르는 맹원들의 의중을 알아챌 수 있었다.

         

       맹원들은 조용상이 호천안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 사실을 직감하고도 조용상을 위로하기 위해 모른 척 엄한 소리를 입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조용상의 가슴이 먹먹함으로 물들어 갈 때였다.

         

       맹원 중 한명이 황급히 달려와 급보를 알렸다.

         

       “매, 맹주! 흑림군도에서 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흑림군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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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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