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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검은 바위 밖에 없는 세계를 한참을 파내려간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맨손으로 바위를 부수고, 부순 바위의 파편을 문 밖으로 쏟아내어 다리를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 결과, 나는 일반인의 걸음걸이로 하루 종일 쉬지않고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음…. 좋아. 이쯤에서 관문 하나를 만들어둘까.

       

       명색이 사후세계로 가는 길인데, 아무런 관문도 없이 길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관문을 지키는 존재도 있어야 할테고 말야!

       

       나는 바위를 박살낸 파편을 한데 모은 후 이리저리 붙인 후 깎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이미지는…. 갑옷을 입은 기사로 할까! 아직 갑옷이니 기사니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말야!

       

       딱 봐도 단단해 보이고 각이 져서 위협적으로 보이는 검은 바위의 기사. 보통의 인간으로는 적대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기사로.

       

       뭐, 기사라고 해도 신체 비율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기묘한 형태지만. 이미지로는 로봇. 그 중에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검은 로봇이었으니.

       

       어느 철인이 주인공의 로봇인 만화에서, 원래는 적이었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로봇을 생각하며 바위를 깎아간다.

       

       물론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순 없지만 말이지. 전체적인 느낌만 비슷하게 빌리는 정도고.

       

       크고 강하게. 어깨와 다리가 신경쓰일 정도로 크게. 팔은 그것보다 작지만, 머리에 비하면 확실히 크게. 몸통도 견고해보이는 형태로.

       

       거기에 전체적인 이미지는 뾰족한 느낌이 많도록. 날카롭고 사나운 이미지로.

       

       그렇게 약 10미터 정도 되는 검은 기사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좋아. 전체적인 형태는 완성했으니 눈에 잘 안보이는 부분도 손봐야지. 마력으로 띄워올려 등 뒤를 좀 깎아두고, 발바닥 부분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홈도 새겨두고.

       

       음…. 그런데 온통 검은색으로 단색이니까 좀 밋밋하네. 가슴 부분도 뭔가 심심한 느낌이야.

       

       그러면 여기서 다른 로봇의 디자인도 섞어보도록 할까. 일단 가슴에는…. 사자를 새기자.

       

       주인공의 로봇인데도 최종보스처럼 보이는 그 파괴신 로봇처럼. 가슴에 사자를 새긴다.

       

       꼬리와 날개는…. 음, 어차피 여기를 지킬 뿐이니까 만들 필요 없겠지? 무릎의 드릴로 만족하자고. 음.

       

       좋아, 모양새가 좀 더 다채로워졌다. 이제 다른 색상으로 도색을 해보실까.

       

       발등 부분과 전완부, 그리고 어깨에 어두운 붉은색을 섞어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 머리에도 붉은 색을 칠하자.

       

       그리고 무릎과 가슴의 사자 부분에는 금색으로 포인트를 주도록 하고. 눈 부분은…. 음, 여긴 붉은색이 어울리겠어.

       

       저승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기사라는 느낌을 줘야하니까. 눈 부분을 붉게. 얼굴은 인간 같지 않은 느낌을 위해 각이진 로봇의 느낌으로. 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뿔. 이마 부근에서 V자로 양 비스듬히 뻗어나간 뿔은…. 금으로 만드는게 좋겠지? 붉은 색인가? 금색인가? 마음 속에서 고민했지만, 역시 로봇의 뿔은 금색이 어울릴테니까 말야.

       

       물론 흰색이라거나, 붉은색이라거나 하는 의견도 있을테지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고.

       

       적당히 색칠할 부분 모두 정한 후, 마법으로 검은 기사에게 색을 칠해간다. 어두운 붉은색은…. RGB로는 133, 0, 8 정도인가? HEX로는 #850008. 흐음, 갈색에 가까운 붉은색이로구만.

       

       살짝 메마른 피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라 어지간한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간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금색. 이건 금색으로 바꿀 부분의 검은 바위를 얇게, 금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도금 종료. 음. 좋아. 생각했던 것보다 근사한 모양새야.

       

       강해보이고, 무시무시해보이는 느낌. 가슴의 사자도 근사하게 완성되…, 어…, 음….

       

       나, 분명 저승을 지키는 관문지기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째서 정신을 차려보니 근사한 로봇으로 만들고 있는거지?

       

       끄응…. 어쩔 수 없지! 이미 만들었으니까! 다시 부수기에는 아깝고 말야!

       

       저승의 관문지기. 명계의 흑기사! 완성!

       

       아, 그래도 무기 같은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흑기사가 로켓 펀치 같은걸 날릴 것도 아니고, 총이나 빔 같은 것을 쏠 것도 아니니까.

       

       무기는…. 음…. 무기도 본체와 같은 검은 바위로 만들지 뭐! 그 위에 흑철로 코팅 같은걸 하면 될테고 말야!!

       

       어떤 무기를 만들까? 검? 도끼? 창? 한손검과 방패도 좋고, 묵직한 양손검도…. 그래! 양손검이 좋겠다!

       

       자기 키보다 더 커다란 양손검. 내려 찍으면 대지가 갈라질 정도의 양손검! 그런 양손검을 들어서 앞을 겨누면 그야말로 용자검법이 따로 없겠지!

       

       나는 적당히 주변의 바위를 큼직하게 캐어낸 후, 손날을 세워서 세심하게 깎아갔다.

       

       크고 투박하게. 하지만 날카롭게. 장식은 나중에 추가하면 되니까 일단은 칼날과 손잡이까지 일체형으로.

       

       검집은 필요 없을테니까 넘어가고. 열심히 깎아내려간 끝에 거대한 양손검 한 자루가 완성된다.

       

       그건 검이라 하기에는 너무 컸다. 엄청 크고 두껍고 무거운, 철퇴라 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의 양손검이었다.

       

       모티브는 당연하게도 어느 만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양손검. 이걸 검이라고 부르면 드워프들이 화내겠지만, 아무렴 어때.

       

       대충 완성한 바위검을 흑철로 덮어서 날을 갈아내고, 옆면에 세심한 조각을 새겨낸다.

       

       새겨지는 것은 해골의 부조. 쇠사슬에 묶여 꼼짝도 못하는 무력한 해골의 부조.

       

       보는 이를 공포에 빠트릴 조각을 검의 양면에 새긴 후에야,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게다가 흑철로 만들었으니까,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겠지. 음.

       

       나는 그렇게 완성한 검을 검은 기사의 손에 쥐여준 후 마력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기사가 움직였다.

       

       

       – – – – – – – – – – – – – – – – – – – –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동굴을 나아간 라이클렌. 손에 든 마석의 불빛에 의지해 계속 나아간 그는 쉬지않고 걸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을 지난지 하루가 되어갈때 쯤, 좁고 구불구불한 동굴은 점점 넓어지더니 드넓은 광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장의 저편에, 거인이 서있었다.

       

       아니, 저것은 그가 만났던 거인과는 다른 존재였다.

       

       깊은 숲의 현자에게 들었던, 저승의 첫번째 수호자.

       

       

       흑요석 거상Obsidian Colossus. 탈로스Talos.

       

       

       그 붉은 눈빛으로 저승으로 향하는 존재를 하나 하나 감시하는 저승의 감시자이자, 저승을 어지럽히는 자를 베어내는 칼날이기도 하였으니.

       

       라이클렌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석의 불빛을 꺼트리고는 숨을 죽였다.

       

       붉은 눈빛으로 통로의 모든 것을 살펴보는 검은 바위의 거상의 모습을 본 라이클렌은 지나친 긴장으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고, 그외 동시에 목울대가 움직이는 희미한 소리가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붉은 눈빛이 라이클렌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듯한 섬뜩한 붉은 눈빛. 그 눈빛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이클렌은 한껏 긴장하며 품 속에 있는 물건을 고쳐 쥐었다.

       

       

        – 영웅 라이클렌의 모험.

       

       

       – – – – – – – – – – – – – – – – – – – –

       

       

       이제 이 검은 기사는 나의 마력을 통해 움직이는 최초의 골렘이 될 것이다.

       

       음. 골렘. 이거 중요하지. 커다란 바위가 저절로 움직이는 골렘은 판타지의 로망이기도 하니까!

       

       아, 생각이 딴데로 새어갔네. 다시 검은 기사에 집중해야지.

       

       

       어디보자. 주변의 마력을 자동적으로 흡수해서 저축하는 기능을 넣어줘서 동력으로 사용하게 해두고, 파괴될 경우 재생하는 마법도 걸어두자.

       

       파괴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마법을 걸어 둘 수 있긴 하지만, 이런 로봇은 파괴될때에 또 그 맛이 각별한 법인걸!

       

       하지만 완전히 파괴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재생하는 기능으로 만족!!

       

       거기에 관문지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눈빛으로 이 공간에 들어온 존재를 탐색하는 기능도 넣고, 강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출력도 조정해두고.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침입자를 격퇴하도록 적당한 레벨의 지능도 부여해둘까.

       

       부숴도 재생되고, 눈빛으로 적을 찾아내며, 크기에 걸맞지 않게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한 로봇…. 골렘의 완성이었다.

       

       거기에 마무리로, 혹시 모를 에레보스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어둠 속을 감시하는 장치도 추가할까.

       

       뭐, 마력적인 야간투시경 같은 느낌이지만 말야! 거기다 마력을 가진 존재를 탐색할 수 있게 하고!

       

       마무리로 어둠 그 자체인 에레보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마력 코팅까지 해두면 마무리!

       

       그 외에 특수기능은…. 음, 딱히 없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뭐, 특수기능이 필요해지면 합체 로봇 같은걸 만들지 뭐!

       

       로봇의 합체는 로망이니까 말이야.

       

       

       쿠구구궁….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기사가 몸을 일으킨다. 좋아. 그러면 이름을 지어주도록 할까.

       

       음…. 커다란 석상이니까, 콜로서스? 아니, 이건 좀 심심한데.

       

       흑암거상…. 아니 이건 무슨 무협 같은 이름이잖아.

       

       거상. 거인. 로도스의 거상. 으음…. 그러니까….

       

       그렇지. 탈로스! 이게 좋겠어! 탈로스!

       

       분명 그리스 신화에서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청동 거인의 이름이었지!

       

       

       “너의 이름을 탈로스라고 하겠다. 어떻느냐?”

       

       

       그러자 지능이 부여된 탈로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눈빛의 거상 탈로스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자, 그러면….

       

       

       “너에게 첫번째 명령을 내리마.”

       

       

       탈로스는 어떤 명령이라도 내려달라는듯이 당당하게 서있었고,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검을 이용해 바위를 부숴 파내려가거라!!”

       

       

       쉬지 않고 땅을 파는 일꾼의 완성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칠색팔색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작가는 저급회복약을 먹었다!)

    (작가는 제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점심때에 업로드 했을때와 새벽2시에 업로드 했을때의 1일 조회수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군요. 대충 20% 더 나오는 느낌…

    그냥 밤에 업로드할까…? 여러분은 언제 업로드 되는게 좋으신가요?

    아, 연참은 무리에요. 하루 하루 써서 올리는게 고작인 나약한 존재인지라. 어흒 마이깟.

    주간 TOP100 랭킹의 20위에 안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조회수 당 정산금이 13원이…!

    매일 연재로 스스로를 갈아가며 쓴 보람이 있군요. 어흒 마이깟.

    이제 이걸 유지한다면…!!

    작가의 말이 조금 늦은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이 글은 2일 전에 예약되어 있습니다.

    비축분을 만드는 거시애오! 열심히 만드는 거시애오!

    탈로스의 디자인은 FX의 블랙 옥스 + 제네식 가오가이가입니다.

    블랙 옥스가 뭔지 모르신다면…. 디자인 개쩌는 로봇 있어요.

    -틀- 금지!!!!

    완결내지 말고 평생 쓰라는 이모티콘을 달아두시는 분들이 보입니다만…

    그런 무시무시한 이모티콘이 없어도 이거 엄청 오래 쓸 것 같은 예감이거든요!!!!

    1년으로는 제국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든요!!!!!!

    아무튼, 부족한 몸입니다만.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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