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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인생을 살면서 이성에게 인기가 절정인 시기가 세 번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주딱은 그 이야기를 부정했다.

         

       ‘구라치지마라.’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글은 대부분 믿을 게 안 된다.

       선동과 날조. 구라와 궤변이 가득한 인터넷 세상.

       유명한 사람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인터넷에 본 글에 어록과 사진이 있다고 믿지 마라.

       -아이작 뉴턴-

         

       세기의 한 획을 그은 뉴턴도 동의한 말이었다.

         

       ‘말이 되냐고.’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성에게 인기가 있어야 믿을 만하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주딱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수학여행을 갈 때 여자애의 옆자리에 앉으면 기겁하고.

       길을 가면 야 저기 니 남친 지나간다. 어디어디 야 씨발련아 뒤질래?가 일상이던 주딱이다.

       그런데 이성에게 인기 절정?

       당연히 그런 유언비어는 믿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여인이 생긋 웃으며 안내한 끝에 주딱은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주딱의 주변엔 이미 예쁜 눈나들이 여럿 있었다.

       전부 비키니나 은근 슬쩍 노출이 심한 메이드복…!

       천국은 실존하며, 그것은 제국이 증명해냈다.

         

       생생한 육체미에 주딱이 어버버 하고 있으니, 여인은 생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자자, 일어나주시겠어요…?”

       “넹.”

       “손님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그렇게 속삭이고선, 안쪽으로 손짓했다.

         

       대놓고 함정의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조금 둘러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곳의 구조는 이질적이었다. 미로같이 어지러운 공간이다.

       길은 구불구불하며 규칙적이지 않고 그나마 양쪽에 문이 있다 정도가 확실했다.

       도대체 왜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던 주딱은 첫 번째 방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붙어있는 문패에 숨을 들이켰다.

         

       “뭣?”

         

       「아카데미 여학생과 방에서 단 둘이 체스를….」

         

       방문에 왜 이런 글귀가… 이렇게 대놓고 야릇한 느낌을 풍기다니….

       이 문패가 말하는 건 명확했다.

         

       “이 방에 들어가면….”

         

       아카데미 여학생과 단 둘이 방에서 체스….

       이건 대놓고 함정이다.

       어린애도 속지 않을 정도로 간단한 함정!

       하지만 아카데미 여학생…. 여학생과 단 둘이 체스…. 아니다.

         

       “뭘 생각하는 거냐고.”

         

       이런 거에 속는 게 이상한 거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텨낸 주딱이 다음 방으로 향했다.

         

       「인질로 사로잡은 기사를 체스로 굴복」

         

       “아닛!!!!!!!”

         

       이런 망측한!!!!!

       어떻게 인질로 사로잡은 기사를 굴복…. 체스로…?

       이 세계엔 제네바 협정도 없는 건가?

       체스 듀얼로 굴복시키면 뭐든 가능하단 말인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듀얼로 기사를 굴복 시켜라…!

       내가 듀얼로 지다니… 큿, 죽여라….

         

       이 체스는 위험해…!

       순식간에 주딱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세상에 이런 게 있다니…. 말이 안 된다.

       황제의 농간에 놀아나선 안 된다.

       이런 잔인한 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염한 선생님과 단 둘이 체스 비밀 과외」

         

       도망치던 주딱의 발이 멈춰 섰다.

       비밀 과외… 체스…. 이런 걸 어떻게 참아…?

       문고리를 잡은 주딱은 잠시 망설였다.

         

       “…근데 말이 안 돼.”

         

       이 모든 방이 그런 컨셉이라고?

       이 모든 방에 예쁜 눈나들이 있고?

       그럴 리가 없다. 문을 열면 뭔가 함정이 발동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순간, 문이 저절로 열렸다.

         

       “어.”

         

       요염한 눈매를 가진 여인이 손가락으로 안경을 슥 밀어 올린다.

       정장 같은 치마와 웃옷.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단추가 눈을 사로잡았다.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했더니…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죠? 앉으세요. 수업을 시작할 테니.”

       “넹.”

         

       거절. 쉽지 않음.

       주딱은 단숨에 여인에게 사로잡혔다.

         

       “어딜 앉는 건가요? 제 옆에 와서 앉으세요.”

         

       그녀는 옆자리의 방석을 톡톡 두드렸다.

       마주보고 앉는 게 아니라, 나란히 앉는 방식이라니.

       이런 과외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돼!

       주딱이 자리에 앉자, 여인은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단 둘이… 체스에 대해 은.밀.히 배워볼까요?”

       “넹.”

         

       체스 기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1교시는 체스의 룰 설명. 2교시는 선생님과의 실전 체스 경기!

       가볍게 주딱이 이기자, 여인은 주딱을 뒤에서 꼬옥 껴안았다.

         

       “좋아요. 오늘도 잘 했어요.”

       “헉.”

         

       마음이 넓은 눈나의 쓰담쓰담…!

       체스 강의에 주딱이 행복해졌다.

       그렇게 30분 남짓한 시간을 보내고 바깥으로 나오자, 주딱은 이 상황의 위험함을 깨달았다.

         

       “맙소사.”

         

       이 곳… 너무 중독성이 강해.

       거기에 어디가 출구인지도 모르게 만드는 구조라, 주딱이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았다.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주딱이 길길이 분노했다.

       이런 뻔한 함정에 두 번 당할 성 싶으냐.

       주딱이 출구를 찾아 걸었다.

       그리고 발걸음이 또 다시 멈췄다.

         

       “뭣?!”

         

       「술자리에서 이성이 끊긴 동료의 집에서 단 둘이 체스 교류」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감에 몸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이건 대놓고 함정이야…!

       주딱이 고민하자, 다시 문이 스르륵 열리고.

       잠옷 차림의 여인이 그를 맞이했다.

         

       “딸꾹. 어라아… 왔다. 한 잔 해써요오…. 체스 두고 싶은데… 올래요?”

       “넹.”

       “이기면… 한 잔 마시게 해줄 게… 여기로.”

       “!”

         

       여인이 가슴 계곡을 가리켰다.

       맙소사…. 이런 천국이 있다니.

       주딱의 시야엔 어느덧 가슴이 가득해졌다.

         

       “아아….”

         

       도착했다. 천국에.

       여기에 오길 잘 했어.

       근데 왜 오기로 했더라…?

       일단은 즐기면서 생각하자고.

         

       “다음 방은 어디가 좋을까.”

         

       주딱이 유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그 시각.

       황제에겐 하나의 보고가 올라왔다.

         

       “그가 움직였습니다.”

       “놈이 즐기고 있나?”

       “예. 완전히.”

         

       그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독이 든 술을 들이키는 군.’

         

       이대로 여인들 중 한 명과 이어진다면 백년해로 하게 될 터.

       여인들로 이루어진 구속은 주딱을 옭아매고 제국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래. 그대로 쭉 진행해라. 주딱. 제국에서 보증하는 여인들이 그대를 즐겁게 해줄 테니.’

         

       평생을 제국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게 해주마.

         

       황제의 사악한 음모가 주딱을 덮쳤다.

         

         

       ***

         

         

       주딱은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 여자가 가득하다.

       주딱은 여러 방을 전전하면서 향락을 즐겼다.

       여인들과 춤을 추기도 하고 술도 한 잔 걸치며,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자라다.

       이렇게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없이 모자람을 느낀다.

       계속 많은 가슴을 쫓았지만, 가슴 한 구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어째서?’

         

       주딱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왜 즐겁지가 않을까.

         

       백호의 꼬리를 가진 여인의 품에 안겨 체스를 두었다.

       마족 여인을 체스로 굴복 시키고 웃었다.

       고고한 엘프는 체스가 약점이었다.

       다크엘프와 어둠 속에서 체스를 두었다. 은은한 불빛과 얇은 옷…. 남들 몰래 구석에서 두는 체스는 즐거웠다.

       아기자기한 소녀의 모습을 한 드워프는 자신이 개발한 자동 체스 기계를 보여주었다.

       온갖 미녀와 함께 했는데도 즐거운 마음은 점차 가라앉았다.

         

       “손님…?”

         

       가슴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주딱의 웃음이 멎자, 주변에 있던 여인들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주딱은 자신의 상념에 푹 빠졌다.

         

       ‘여기는 내가 바라던 세상이었을 텐데.’

         

       예쁘고 가슴이 큰 여자가 한 가득이다.

       겉모습만 보면 완벽한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이 기분은….

         

       ‘그런가.’

         

       지금의 이 기분은 그저, 이 분위기와 취기에 빌려왔을 뿐.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었기에.

       가슴의 한 구석이 채워지질 않았다.

         

       주딱이 소파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자, 처음 그를 안내했던 시녀장이 다가왔다.

         

       “괜찮으신가요?”

         

       비음이 섞인 목소리엔 교태와 애교가 담겼다.

       하지만 그저 그 뿐.

       그녀들도 주딱을 보고 있지 않았다.

       주딱이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을 뿐.

       주딱은 심마에서 벗어났다.

         

       ‘여기는 되다만 가짜들이다….’

         

       가슴은 진짜지만, 가슴을 울리는 따스함은 이 곳에 없었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인형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거대한 극장이다. 연극이 한창 진행되는 중이었다.

       관객은 주딱 혼자. 나머지는 모두 연기자였다.

         

       ‘진짜가 아니야.’

         

       온기가 느껴지고. 진심이 느껴지는 가슴….

       그건 이 곳에 없었다.

         

       “가슴이 수십 개가 있어도 만족도는 기껏 해야 2배 혹은 3배….”

       “예?”

       “그 조차도 오래 가지 않을 행복이겠지.”

         

       잠시 맛보고 사라질 환상….

       온기가 없으니 차갑고. 사람의 마음이 없으니 동하지 않는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연극은 언젠간 질리기 마련.

         

       여기에 질리지 않는 가슴은 없다.

       주딱은 남아있는 몽롱함마저 사라졌다.

         

       “황제를 불러라.”

         

         

       ***

         

         

       주딱을 가슴으로 유혹하면 되지 않을까.

       그 의견은 갤러리에서 분분하게 나왔다.

         

         

       제목) 솔직히 주딱 존나 쉬워 보임

       그냥 예쁜 여자들 모아놓고 가슴 들이밀면 뭐든 해줄 것 같은데?

         

       ㄴㄹㅇ

       ㄴ가슴 슬쩍 보여주거나, 야시시한 차림으로 유혹하면 무조건 넘어감 ㅋㅋ

       ㄴ이제 중요한 건 몇 분 버티냐지 ㅋㅋ

       ㄴ5분 언더에 건다

       ㄴ아니 그래도 10분은 견디겠지.

         

       황제도 마찬가지로 10분 정도로 예상했다.

       초인적인 인내심이라면 1시간 정도지 않을까.

         

       주딱이 향락에 젖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벌써 2시간 전이었으니.

       이제 슬슬 작전의 끝이 보이리라.

         

       “폐하.”

       “그래. 가겠다.”

         

       업무를 끝냈고 주딱도 지금쯤이면 완전히 떨어졌을 터.

       황제는 별채를 향해 가벼운 걸음을 내디뎠다.

         

       ‘이게 통하지 않을 리 없다.’

         

       제국 곳곳에 혼기가 찬 미녀들을 데려왔다.

       전부 이름 있는 가문의 여식이나, 덩치가 큰 세력의 여식이다.

       배경도 완벽한 여인들을 데려오느라 쉽지 않았지만….

       주딱에겐 그만한 가치가 존재한다!

         

       별채에 도착한 황제는 안쪽으로 이동했다.

       여인들이 모여 있는 로비를 보아하니,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런 예상과 달리, 분위기가 이상했다.

       여인들은 황제의 눈치를 보면서 불안함을 드러냈다.

       하나의 방 앞에 모여 있는 걸 보아하니, 모두 방에서 내쫓긴 모양이었다.

         

       하나… 둘….

       숫자를 가늠하던 황제는 미간을 모았다.

       불러온 여인들 전부가 방 밖으로 내쫓겼다.

         

       ‘설마….’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는 미혼향까지 뿌려놨는데. 그걸 견뎌냈다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자의 유혹을 견뎌냈다고?

       가슴을 좋아하는데. 이 향락에서 벗어난다고?

       그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란 말이다!

       어떻게 가능하냔 말이다! 제국 최고의 연금술사에게 받아온 미혼향이다.

       여자를 좋아하는 놈이 어떻게….

       순간 황제는 소름이 돋았다.

         

       ‘왜 주딱이… 여자를 좋아할 거라 믿은 거지?’

         

       갤러리에서 가슴에 환장했기 때문에?

       여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서?

       하지만… 그걸 진실이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지?

         

       황제만 하더라도 갤러리에서 가짜 가면을 쓰고 가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상대가 진실이라는 모습을 어떻게 믿지?

       황제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속았다.’

         

       알고 보니 가슴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조차도 연기였다면….

       아니, 사실 여자를 좋아하는 것조차 연기라면…?

       이 방안에 존재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란 말인가.

         

       꿀꺽.

       침을 삼킨 황제가 조용히 문고리를 잡고 비틀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한 사내가 보였다.

       여유로운 모습에 눈은 차갑게 식어있다.

       외모는 평범하나… 눈에 담긴 기개가 보통이 아니다.

       황제는 눈이 마주친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큭….”

         

       미혼향에 중독된 채 여자의 유혹을 견뎌냈다면… 괴물과도 같은 정신력을 지닌 놈이다.

       그만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다.

       차라리… 애초에 여자를 좋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믿는 게 더 쉬웠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유혹을 이겨내기 쉬웠을 테니!

       하지만 그 사실도 황제에겐 공포였다.

         

       그럼 이 사내가 남색가란 말인가…?

       아니, 아직은 확답을 내릴 순 없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긴장한 황제가 의자에 앉으며 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그대가 주딱인가.”

       “그쪽은 황제?”

       “그렇다. 짐이 황제이다.”

       “흠… 이야 확실히 잘 생겼네.”

         

       황제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imdoyunniming님 후원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벌써 공모전이 끝났네용…
    시간이 참 빨라용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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