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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고공 낙하를 준비해라.]

        

       -[7㎢가 넘는 가상 훈련 환경에 투입되는 오퍼레이터의 수는 백 명이다. 오직 가장 우수한 자만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지. 획득한 모든 자산을 사용하여 살아남아라.]

        

       -[생존 본능을 테스트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무기에 익숙해지며, 때때로 찾아오는 극한의 환경에서 적과 싸워라.]

        

       -[이곳에서 얻은 모든 경험이 네 밑거름이 될 거다.]

        

        

        

       -[강하, 강하, 강하!]

        

        

        

        

        

        

        

        

        

        

       “정확한 지점에 낙하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이런 주먹구구식의….”

        

        

        

        투둑.

        

        땅에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고, 주변에 널린 낙하산을 대충 정리했다. 반쯤 투덜거리는 어조긴 했지만, 실제로 어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사람을 무슨 전단지 뿌리듯 사방팔방에 흩어놓는 방식은 배틀로얄에선 흔하지만, 실제로 항공기에서 점프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음, 여기까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닥친다.

        

        

        주변을 둘러본 결과에 따르면, 개인적으로는…어쨌든 여기도 죽어버린 도시 같긴 했다. 뉴욕처럼 고층 빌딩이 산재한 그런 것보다는 항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요컨대 조금은 투박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다.

        

        

        적당히 주변의 아무 건물에나 진입하여 구조를 살폈다. 어차피 길게 머물지는 않을 곳이었다. 이번 판은 첫 판이기도 하고, 그저 대략적인 게임의 흐름을 살필 뿐이니.

        

        하지만 그런 여유로운 내 마음가짐을 지워 없애겠다는 듯 주변에서 들리는 총성.

        

        UI 상단, 남은 인원수를 의미하는 듯한 숫자가 벌써부터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었다.

        

        

        

       ───달그락.

        

        

        

        마치 열어달라는 듯, 미묘한 황금색으로 번쩍이고 있는 건물 곳곳의 상자를 열어보니 탄창과 완제품 총기, 방탄조끼 등등이 튀어나온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총에 달 수 있는 온갖 부착물들이 발치에 채이지를 않나, 심지어는 다양한 택티컬 기어들까지도 그러했다.

        

        고작해야 1분도 안 되어 풀무장을 갖출 수 있게 해놓은 걸 보니, 말 그대로 교전에, 교전에 의한, 교전을 위한 게임인가 보다 싶었다.

        

        

        

        건물에서 벗어나 근처 대형 마트의 하역장으로 들어가서 맵을 확인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배틀로얄 게임이었기에, 맵의 가장 끝자락부터 원형의 무언가가 중앙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정체가 뭔지는 대강 예상이 갔다.

        

        

        

       “….”

        

        

        

        발소리.

        

        가볍지는 않았다. 도리어 무겁고, 군장끼리 흔들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첫 교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것을 통해 개발진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몇 발 맞고 죽게 된다면, 이 모드는 직접적인 교전보다는 심리 싸움과 생존을 우선하는 게임일 것이었다.

        

        그러나 적당히 맞아도 죽지 않는다면, 개발진들은 피튀기는 전투를 의도했을 것이다.

        

        

        온 몸을 통해 감지되는 진동이 적의 위치를 대강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조심성 없게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문을 벌컥 열어젖힌 적을 홀로그래픽 사이트에 놓는다.

        

        무장은 샷건. 탄환은 슬러그. 헬멧에 맞는다고 해도 그 운동에너지만으로 목이 꺾일 정도의 수준일 것이었다.

        

        묵직한 반동과 함께 날아간 쇳덩어리가 가슴팍에 닿자,

        

        

        

       ───펑!

        

       “커헉!”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뒤로 나동그라진다.

        

        한 번에 죽지는 않을 것 같아 대략적으로 두세 방을 더 먹여주자, 마치 모 고슴도치 게임마냥 템을 와르르 뱉어내며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UI 상단 위의 숫자가 하나 줄어들고, 킬 카운트가 하나 올라간다.

        

        좀 더 쓸만한 총이 없나 아이템을 뒤지면서 입을 열었다.

        

        

        

       “평범하게 현실적이네요. 아니면 슬러그 탄을 쏴서 그런가.”

        

        

        

       -눈나 반동어디??????????

       -캬 깔끔하다

       -주운지 몇 분도 안 된 샷건 바로 버려버리기 ㅋㅋㅋ

       -여기 은근 핫플레이스인데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네

       -배치고사 10판 다 돌리고 잘거라고 믿습니다^^7

        

        

        

        보통이라면 총을 잡히는 대로 쓰는 편은 아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예전 나와 함께 작전을 뛰던 사람들도 다 자신만의 커스터마이징이 된 총을 쓰곤 했다.

        

        나는 동구권 계열보다는 서구권 계열을 선호했고, 총은 되도록이면 한 자루로 대부분의 상황이 해결 가능한 카빈과 소음기 조합을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방금 잡은 인원은…쓸만한 건 M1A 정도였다.

        

        샷건보다는 낫겠지.

        

        

        피카티니 레일 위에 있는 고배율 스코프를 빼고, 이오텍으로 갈아끼운 후 영점을 조절하면서 덧붙였다.

        

        

        

       “일단 첫 판이니만큼, 안전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플레이해보겠습니다.”

        

        

        

        일단 주변에 적이 있으면, 시비를 털고 보겠다.

        

        내가 생각해도 적이 참으로 싫어할 것 같은 메타긴 했다.

        

        그렇게 나는 쇼핑몰을 떠났다.

        

        

        

        

        

        

        

        

        

        

        

        조준을 간편하게 해주는 마우스와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키보드의 WASD, 그 외의 수많은 전술적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단축키들.

        

        비록 다크 존이 수많은 플레이어 친화적 패치를 거듭하며 간단해졌다고 한들, 소위 키마 유저라고 불리는 이들의 편의성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VR 게임은 크든 작든 자연적으로 현실의 피지컬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속칭 슈퍼플레이라고 일컫는 상황의 출현 빈도수는 현저히 낮아졌다.

        

        

        물론, 많은 시간은 어쩔 수 없이 게임 내의 유저들을 고이게 만들었으며 다크 존 역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키보드와 마우스의 거세로 인해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으나, 반대로 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드물게라도 우수한 플레이가 등장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피잉!

        

        

        

       “어으.”

        

        

        

        세상에는 그런 드물다는 일반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언제든지 있는 법이었다.

        

        근거리에서 발사된 발리스틱 나이프. 그것을 반응속도만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자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마지막 한 발까지 깔끔하게 떨어진 틈을 타 난입하였기에 시행되었던 최후의 발악이었으나, 그것이 허망하다 못해 어이없는 방법으로 막힌 걸 확인한 유저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강렬한 소음과 백광이 몰아닥치며, 머리에 구멍이 뚫린 적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현재 사살 수 : 16]

        

       -[고가치 표적 추적당하는 중 / 표적 유지 시간 : 13분 26초]

        

        

        

        짧게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주변에 남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주변에서는 연신 콩 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소형 주택 안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남이 자리를 잡고 있던 건물 내부로 밀고 들어온 것에 가까웠다.

        

        이는 CQB의 영역이었고, 그녀는 건물 내를 청소하는 것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으악 어지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인칭 시청 중이던 트수들 단체로 어지럼증 호소중

       -방금 뭐한거임? 뭐 피한건가?

       -함무라비법전 선정 CQB가 가장 섹시한 여자 1위 유진 헤으응….

       -상특)잔머리굴리는 애들 담당일진임

        

        

        

       “요새화된 공간도 아니고, 이런 경우엔 위치만 대략적으로 알면 밀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쳐요.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건 권고하지는 않는 편이네요.”

        

        

        

       <아모니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팩트)그건 선생님만 그렇습니다

        

        

        

        …그런가?

        

        설마 하는 느낌으로 채팅창을 힐긋 보았지만, 저 도네이션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찾기란 어려웠다. 일반인들 기준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어느덧 열세 명, 원은 상당히 좁아진 상태. 처음 낙하했을 때 맵의 밖에 걸쳐있었던 그것은 어느샌가 작은 마을 한두 개 정도만을 감쌀 수 있을 정도가 되있었다.

        

        머지않아 훨씬 작아지다가, 대미지 필드가 맵 전체를 뒤덮겠지.

        

        

        어느덧 교전 거리가 많이 짧아졌다.

        

        등 뒤에 매어두었던 M1A는…슬슬 놓아주는 게 낫겠다. 그동안 잘 썼지만, 이젠 획득한 지 얼마 안 된 MP7A1 정도로도 무리없이 교전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알림 : 적의 무인 정찰기 식별.]

        

       -[알림 : 대미지 필드 축소 중.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십시오.]

        

        

        

       “이동해야겠네요.”

        

        

        

        애초부터 건물 내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바깥으로 나가기 전 이동 동선을 체크하고, 적이 있을 것 같은 창문의 시야각을 피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사전에 파악한 대로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엄폐물들이 많았기에 움직이는 건 무리가 없었다. 곳곳에서 들리는 총소리를 배경음 삼아 적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다.

        

        화기를 가벼운 것으로 바꿨기에 기동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신속했다.

        

        그러나 눈 앞의 지형은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자기장 꼬라지 ㅋㅋㅋ 이불밖은 위험함을 암시하는 것인가?

       -여기가 에펙이야 노르망디야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하이그라운드 메타가 중요합니다 아시겠어요?

       -윗집 창가에 기관총 박고 쏘기만 해도 오는애들 다죽겠누

       -솔직히 속도 빨라서 살았다

        

        

        

        그런 채팅창 반응과 거의 동시에, 머리 위로 납탄의 다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흡사 예지에 가까웠다.

        

        아주 익숙하기 그지없는 채찍 소리가 귓전에서 윙윙대는 가운데, 정면에 위치한 집 한 채의 2층 창문에서부터 불꽃이 번쩍이고 있었다.

        

        먼저 위치를 잡고 갈기는 사람만큼 골치아픈 적은 또 없지.

        

        로켓포나 유탄이 있었으면 했지만, 원래 필요한 물건은 필요할 때 없는 법이다.

        

        

        어느새 경쟁자들의 수는 일곱 명으로 줄어든 상태. 원의 크기와 형태를 미루어보면 나와 같은 루트로 기동하는 적은 많아봐야 한 명 정도일 것이었다.

        

        혹시나의 교전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지 조준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집 근처에 다다랐다.

        

        조심스럽게 저택의 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하자, 거의 동시에 건너편에서도 발자국 소리가 났다.

        

        

        

       “….”

        

        

        

        숨조차 멈추고, 벽 뒤에 숨어 오직 발걸음 소리만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다.

        

        예상해보건대, 나와 비슷하게 진입한 적은 2층에 또 다른 유저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나 총을 갈겨댔으니 모를 리가.

        

        2층으로 바로 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온다

       -이걸 2층을 안 가네

       -거하게 소리내고 다니네 거 참 ㅋㅋㅋㅋㅋㅋ

       -두근두근!

       -가깝다

        

        

        

        안타깝게도, 일이란 건 항상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토마호크를 사용할까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진동감지를 통해 위치는 훤히 잡힐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그저 충분히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실루엣을 식별한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

        

       “으, 그극…!”

        

        

        

        크게 한 발자국 내딛음과 동시에 등 뒤로 접근, 입을 틀어막고선 꼬리로 다리를 감아 위로 들어올리듯 당기면 상대는 반쯤 공중에 뜬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목을 돌려 꺾어버리면, 그 순간 상대는 소리없이 즉사한다.

        

        온 몸에 힘이 축 처지더니 아이템의 더미로 화하는 적을 뒤로 하고, 이제는 그가 못다한 꿈을 이뤄줄 시간이었다.

        

        

        계단을 재빠르게 오른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방 안으로 섬광탄을 던져넣었다.

        

        그것이 첫 번째 폭음이었고, 시각과 청각이 맛이 가버린 적이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기관총이 두 번째 폭음이 되었다.

        

        연발 사격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쏘아댈 탄이 없음을 알리는 철컥거리는 소리가 그의 유언이 되었다.

        

        

        

       “으아아, 아흐아악, 커흑!”

        

        

        

        침대에 널브러진 채 허우적거리다, 한 발의 탄환이 미간을 헤집고 회백색 덩어리를 꿰뚫는 것으로 끝난다.

        

        이로서 18킬. 크게 감흥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약실에 한 발을 다시 삽탄하며 쓸모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아까 사용했던 섬광탄 하나를 보충한 것 빼곤 딱히 할 게 없었다.

        

        남은 사람은 어느덧 세 명이었다.

        

        

        

       <자연에서강하게살아가라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시잇프알 방금 제가 뭘 본거죠? 선생님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알려고 하면 다쳐요.”

        

        

        

        그 외에 크게 해줄 말은 없었다.

        

        

        

        

        그리고 대략 2분 뒤, 나는 20킬로 첫 판을 마무리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여러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는데, 사실 유진은 여태까지 한 번도 안 죽었습니다

    앞으로도 죽는 건 거의 안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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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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