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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도네이션을 보낸 시청자에 대한 욕설, 도적 옹호, 그리고 이예나를 위한 쉴드로 가득 찬 채팅창.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곧 죽어도 도적만 하는, 괴상한 컨셉을 잡은 스트리머에게 욕을 한 가득 해주기 위해 유입된 시청자들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미운 정도 정인 탓이었을까. 아니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은근히 마음에 든 스트리머를 건드리는 것 자체에 화가 난 탓이었을까.

        

       화가 잔뜩 난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쏟아붓는 욕의 수위는, 이미 도네이션으로 욕 몇 마디 한 대가라고 보기에는 과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욕을 먹은 당사자인 이예나는, 연속으로 이어지는 도네이션을 끝까지 들으며 작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각사각거리는 펜소리와 함께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롤……트롤이 재밌을리가 있나요.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해요.》

         

        본인이 욕을 먹으나, 쉴드를 받으나. 한결 같은 태도와 목소리였다.

        

       그러나 내심 무언가 느끼는 바는 있었던 것일까.

        

       ‘도적 욕은 밴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트잇이 막걸리병 옆에 나타났다.

         

        ‘밴’이라는 글자에는, 빨간 색으로 밑줄까지 그어져 있는 포스트잇.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어요. 이 방송의 기념비적인 첫 규칙이니 다들 잘 지켜주세요.》

        

       『나는 욕해도 도적은 욕하지 마라』

       『이거 순애네요』

       『이딴게 첫 규칙?』

       『어이가 없네 진짜 ㅋㅋㅋㅋㅋㅋ』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성적인 채팅에도, 노골적인 욕설에도 반응이 없던 스트리머의 첫 규칙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어이가 없어서 웃는 분위기로, 나름 유쾌하게 넘어가던 순간.

         

        -ㅈ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표현의 자유 이지랄ㅋㅋㅋㅋ도적하는 새끼들 대가리 깨버릴 자유에는 한계가 없어요~ 도적충 새끼들은 그렇게 상자깡이 하고 싶으면 모바일 게임에서 현금으로 가챠나 돌리지 왜 꾸득꾸득 나오나에 기어오나 모르겠네~】

         

        글자수를 한계 가까이 채운 도네이션이 한 번 더 울려퍼졌고-

        

       채팅창은, 다시 한번 도네이션을 보낸 시청자를 향한 거친 욕설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막걸리가 담긴 국그릇을 들어올려 느긋하게 카메라에 한 번 부딪힌 이예나는, 작게 웃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읒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님……첫 영구밴입니다. 축하드려요. 아, 그런데요.》

          

       꿀꺽-하고 막걸리를 들이키는 소리에 이어, 타닥타닥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저도, 시청자일 때가 더 많은데. 이렇게 밴 당하면, 정말……억울하더라고요. 그래서, 잘못을 한 사람이라고 해도, 반론도 못하고 억울하게 떠나시는 건 원치 않아요.》

       

       이어서 마우스 클릭소리와 함께 방송 화면에서 카메라의 비중이 줄어들며, 시청자 목록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고의적으로 죄를 지으신 분한테 굳이 해명의 기회를 주는 것도 조금, 이상하네요. 죄는 미워하지 말아도 사람은 미워하라는 말도 있고.》

        

       1,400여명의, 상당수가 어질어질한 닉네임을 가진 사람들.

        

       스크롤을 위아래로 왔다갔다하며 그 목록을 잠시 감상한 이예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시청자 선정 룰렛을 화면에 띄우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저 사람을 변호해주겠다- 하는 분 있나요? 없으면, 국선변호인을 뽑을게요. 흉악범도, 변호사는 있어야죠.》

          

       그리고 채팅창을 가득 메우는 물음표들을 바라보며 잠시 기다리다가, 이내 룰렛을 돌리기 시작했고-

         

        《아. 그런데 국선변호인이……일을 대충 할 수도 있으니까요. 왜, 영화에서 보면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변호에 실패하면, 국선변호인도 밴입니다. 기간은…… 변론 내용을 보고 정할게요.》

       

       달칵-하는 효과음과 함께, 한 불운한 시청자의 닉네임이 화면에 떠올랐다.

       

        《자,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님. 지금부터 지읒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님을 변호해주세요. 말로 변호하고 싶으시면 말로 하셔도 좋고, 결투재판을 원하신다면 결투재판도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응 나만 아니면 돼~~』

       『결투재판 드가자~』

       『시발 챌린저 목 따는 련이랑 뭔 결투재판이여 ㅋㅋㅋㅋㅋㅋ』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qntksditmzld): 아니]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qntksditmzld): 저건 그냥 악질 새끼잖아]

        

       《네…… 그래서 변호사님의 도움이 없으면, 변호사님과 함께 영구차단이 되고 말거에요. 안타깝네요…….》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꼬리를 흐린 이예나는, 만들어두었던 반죽과 야채를 섞기 시작했다.

        

       《변론해주세요. 전 부추전 하나만 샘플로 구워올게요.》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qntksditmzld): 아니 시발 나는 왜]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qntksditmzld): 야]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qntksditmzld): 내가 무슨 죄야]

        

       《변론.》

        

       .

       .

       .

       .

        

        

       차마 결투재판을 선택하지 못한 실버 유저,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은 ‘거 도적이 트롤 캐라는 건 실버도 아는 사실인데, 방송 보다가 욕 좀 박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라는 처참한 변론을 남기고, 채팅창에서 무수한 욕을 먹으며 퇴장했다.

        

       그렇게 모두가 즐겁게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룰렛이 다시 한 번 돌아가기 시작했다.

        

       『???』

       『룰렛 또 왜』

       『부추전 다 구움?』

       『먹방이나 하자』

       『아니』

       『부추전 다 구운 거라도 보여줘』

        

       《타인을 변호하는데 이미 실패하신 분한테, 본인을 변호하라고 강요하는 건 좀 잔인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달칵.

       

        《집에서좀나가님, 국선변호인이 되셨네요.》

       

        그렇게, 변호에 실패한 국선변호인을 위해 두 번째 국선변호인이 강제로 선임되었고-

       

        《지금부터 코스트컷양파도적아따먹님을 변호해주세요.》

       

        연 없어도 적용되는 이 연좌제의 연쇄는,

       

        《익명401294님. 대충 아시죠? 변호 시작해주세요》

       

        부계정으로 로그인한 채 방송을 틀어 두었던 레반이, 다섯 번째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당할 때까지 이어졌다.

        

       * * * *

        

       “아.”

        

       레반, 이시훈의 소소한 취미는 요리와 요리방송 시청이었다.

        

       지튜브에 올라오는, 유명한 셰프들의 요리 영상을 보고 따라해보는 것이 의외로 즐거워 시작된 작은 취미.

        

       그런 그로서, 요리방송이라고 어그로가 끌린 이예나의 방송에 잠시 접속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요리하는 장면을 단 1초도 보여주지 않는 모습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부계정으로 로그인해서 몇 마디 채팅을 남긴 것도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굽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말라가는 재료들을 송출하는 화면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레반은, ‘그냥 내가 해먹고 말지’라는 생각과 함께 부엌으로 떠났다. 

        

       그리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김치전을 들고 방송용 부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세 번째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상황.

        

       그 때라도 떠났어야 했다.

        

       《익명401294님? 말과 칼. 선택하세요.》

        

       ‘그냥 도주할까?’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 레반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는 아직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은 방송 시청용 부계정이었으니까.

        

       게다가 첫 방송을 보고 느꼈던 불안감을 생각하면- 직감적으로, 지금이라도 당장 방송을 꺼버리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한 번도 안 쓴 부캐가, 하나 있긴 한데.’

        

       레반은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망설이고 있었다.

        

       그놈의 호승심이 문제였다.

        

       지난 빌드깎기 방송에서 아따먹, 이예나에게 처참하게 패배했던 게임.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사냥 중 급습을 당하고, 그 격차를 칼같이 굴려나가는 운영에 말려들어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분노와 패배감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다.

        

       마스터 티어에서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완패.

        

       승부욕이 상당히 강한 레반이 쉬이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만약 나오나가 일대일 대전 액션게임이었다면, 눈을 부릅뜨고 ‘다시하기 제안’ 버튼 따위를 연타했을 정도로.

        

       하지만 나오나는 어디까지나 팀게임이었고- 다시 붙는다고 해서, 기분 좋게 온전한 승리를 거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이따금씩 겪을 수밖에 없는 패배라고 생각하며 흘려보내려 했다.

        

       그러나 그 날, 이예나가 시청자들을 썰어넘기는 결투 방송을 보고 있자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 도적과 일대일로, 정면 대결을 붙으면 어떨까-하고.

        

       광전사가 유리한 싸움이다.

        

       그 때는 과도하게 공격성을 높인 빌드의 취약점을 제대로 찔린 탓에 무기력하게 무너졌지만- 검증된 정석적인 빌드로 다시 한번 붙어본다면.

        

       그렇게 한다면-

        

       《변론.》

        

       상념을 자르고 들어오는 이예나의 목소리에, 레반은 자기도 모르게 홀린듯이 답했다.

       

       [익명401294(anon_401294): 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샤를정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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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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