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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올리비아]

       – 레벨 : 60

       – 직업 : 상급 빙하의 마법사

       – 칭호 : 아카데미 수석 졸업자, 금탑주의 수제자

       

       올리비아는 천천히 제 상태를 관조했다. 

       

       지난 6일간 레벨링을 얼마나 빡세게 했는지 벌써 상급 마법사로 승급한 상태였다. 

       

       60레벨.

       

       강자라고 불릴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디 가서 끔살당할 레벨도 아니었다.

       

       백탑주가 66레벨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70레벨 부터는 정말로 강자라고 불릴만 했다.

       

       5대 마탑의 하위 탑주들, 단장급 성기사들, 하이 엘프 친위대가 여기 속한다고 보면 된다.

       

       80레벨은 그보다 한 단계 위다. 대마법사, 검성, 총기사단장들이 여기 속한다. 

       

       ‘……근데 내 레벨링이 이렇게 빨랐었나?’

       

       아무리 그녀가 고인물이라지만, 불과 열흘 만에 5레벨씩이나 올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경험치 수급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는 비약을 사용하면 어떻게든 가능하긴 할테지만, 그건 지금 같은 저레벨에 사용할 만한 자원은 아니다.

       

       ‘……착각인가?’

       

       뭔가 아리송하다. 하지만 좋은게 좋은거겠거니, 대충 넘어가는 올리비아였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쓸모 없는 일에 심력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멜리나는 키엘 때와는 다르게, 첫 대면이 호감도가 조금도 쌓여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아직까지 일부러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친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두 개의 자아를 인식해버리면, 둘 중 어느 쪽이 몰살을 저지른 주체인지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실수했다간 바로 나락간다.’

       

       아직은 아니다. 적어도 호감도 50은 찍고 나면 그때부터 슬금슬금 보여줘야 한다.

       

       말은 최대한 아낀다. 올리비아가 아무리 고인물이라지만, 멜리나 정도 되는 천재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

       

       회귀자를 통틀어봐도 멜리나보다 두뇌 회전력이 뛰어난 인간은 아리아 한 명 뿐이다. 물론 범위를 이종족들까지 넓히면 말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인건 마찬가지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멜리나같은 유형의 천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의 생각만 믿는다. 

       

       이쪽은 역으로 그 점을 파고들 계획이었다.

       

       락테아를 수천 판 넘게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NPC가 바로 멜리나다. 거의 모든 엔딩을 마법사 직업으로 봤던 만큼, 멜리나를 가장 많이 만난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멜리나 자신보다 멜리나를 잘 안다고 자부할 정도로.

       

       올리비아는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지난 엿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로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올리비아와 마주칠 때마다 닥치고 인사부터 박는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채지 못하는게 더 이상했다.

       

       그렇게 총 쉰하고도 여덟 번의 인사를 주고받고 나서야, 겨우겨우 집무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문안 인사라도 온게냐?”

       

       그렇게 만난 멜리나는……. 무언가 이상했다.

       

       [멜리나 디비아에]

       – 레벨 : 95

       – 호감도 : 38

       – 직업 : 시간과 공간의 대마법사

       – 칭호 : 제국의 수호자, 금색 마탑주, 황제의 술친구

       

       분명히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3이었다. 

       

       근데 지금은 무려 38이다. 

       

       ‘……어라?’

       

       솔직히 호감도가 오르지 않기를 바랬다면 거짓말이다. 진리에 대신 도달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야, 너두 진리 볼 수 있어!’ 라며 1타 강사 행세까지 했는데 안 오르는게 이상하다.

       

       하지만 저건 올라도 너무 올랐다. 확실한건 이젠 평범한 사제 관계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라는거다.

       

       보통 20 정도면 준수한 사제 관계라고 한다. 웃으며 농을 주고 받고, 매년 스승의 날마다 찾아가 카네이션을 선물할 정도의 호감도가 딱 그 정도였다.

       

       근데 지금은 거의 그 배에 가까웠다. 물론 키엘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낮지만, 그 때는 이미 몇 달 동안 에우란에서 구른 후였었다.

       

       하지만 멜리나는 아니다. 사제의 연을 맺은지 고작 열흘 밖에 안 됐다. 

       

       근데 그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고?

       

       “그래, 들어와 보거라. 무엇 때문에 이 이른 아침에 찾아왔느냐?”

       “어, 그…….”

       “너답지 않구나. 자,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거라.”

       

       다정한 말투는 둘째치고, 무릎에 앉으라는 듯한 저 애정 넘치는 제스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분명 멜리나의 호감도를 올릴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바라지는 않았는데.

       

       올리비아는 가까스로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의자에 앉을게요.”

       “그래, 편한대로 하려무나.”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올리비아가 말했다.

       

       “외출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외출? 그냥 나가면 되지 않느냐? 널 막는 사람도 없을텐데.”

       “밤 늦게 올 것 같아서요. 말씀은 드려야 될 것 같아서…….”

       “그럼 오늘 수업은 쉴 생각이냐?”

       

       멜리나의 눈동자에 순간 아쉬움이 감돌았다. 

       

       ‘……으음?’

       

       그 모습을 올리비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짧은 순간, 멜리나가 이렇게 급속도로 변하게 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도출해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멜리나에게 진리의 편린을 주기로 했던 날이다. 그녀에게 편린이 적힌 종이를 넘길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단둘이 수업할 때 뿐.

       

       멜리나에게 수업을 쉰다는 의미는, 진리의 편린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말과 동의어였던 것이다.

       

       그제서야 납득한 올리비아였다.

       

       저 호감도 38은, 사제 관계 때문에 생긴게 아니고, 진리를 엿보겠다는 욕망 때문에 생긴 것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올리비아는 그제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아뇨, 수업은 오늘 밤에라도 해야죠.”

       “알겠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조심히 다녀오거라.”

       

       멜리나가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올리비아는 순간 움찔했지만, 손길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럼 가볼게요 스승님.”

       

       멜리나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문이 닫혔다. 방 안에 혼자 남은 멜리나는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서류틈 사이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4장로가 추천해준, [제자를 가르치는 노하우].

       

       오늘은 멜리나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었다.

       

       지난 엿새 동안, 멜리나는 전심을 다해 올리비아를 가르쳤다. 고로 이번에 얻을 진리의 편린은, 저번에 얻었던 편린보다 훨씬 달고 값질 것이다.

       

       [……나이가 어린 제자들을 무릎 위에 앉히면 효과가 좋다.]

       

       멜리나는 문장 위에 붉은 실선을 그었다.

       

       가끔씩 올리비아가 정말로 어린 소녀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방금 그 제스처도, 그래서 나온 실수였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아니다.

       

       올리비아가 현자로서의 면모를 보일 때는 정말로 잠시 뿐이다. 그래서인지 멜리나도 이렇게 착각할 때가 있었다.

       

       멜리나는 펜을 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연기는……. 아니야. 하루 종일 제자인 척 연기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워. 적어도 몇 번씩은 본성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만.’

       

       하지만 올리비아는 평소에 놀라울 정도로 현자로서의 면모를 감추고 다녔다. 솔직히 그건 놀랍다는 수준을 넘어,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현자로서의 면모를 평소에 봉인하고 있는게 아니고서야.’

       

       남은 가능성이라고는 그것 뿐이다.

       

       그래야 자기보다 한참 어린 후배 마법사의 제자 노릇을 진심으로 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아가 최소 두 개는 있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아와, 깨달음을 얻은 자아.

       

       ‘……하지만 그건 불가능할텐데.’

       

       전자가 후자를 내버려둘 이유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필멸자의 정신으론 천 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낼 수 없다. 

       

       자아가 둘로 나뉜 인간에게 남은 것은 파멸 뿐이라는 것은, 수많은 역사가 증명했다.

       

       ‘……혹시 진리에 도달하면 무언가 다른가?’

       

       멜리나의 펜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확실히 진리는 그녀가 유일하게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다면 멜리나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법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었다.

       

       자아를 둘로 나눈 상태로 살아가는 방법이라던지, 영겁에 가까운 세월 속에서도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던지.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긴다.

       

       ‘여기에 그만한 리스크를 질 만한 이유가 있는가?’

       

       설령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한들,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멜리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진리에 도달하고 자시고, 마법이라는 학문은 본래 그런 것이니까.

       

       제 능력보다 고작 한 단계 높은 마법을 사용해도 그 대가로 생명력을 지불해야 하는게 마법이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도대체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가? 

       

       거기서만큼은 멜리나도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올리비아가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은혜를 베푼 적도 없을진데.’

       

       아무리 기억 속을 뒤져봐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분명 올리비아를 처음 만난건 열흘 전이다. 

       

       도무지 모르겠다.

       

       -툭.

       

       펜이 바닥에 떨어졌다. 멜리나는 혀를 차며 펜을 집어들었다.

       

       멜리나는 책이나 마저 읽기로 했다. 어차피 답은 올리비아만이 알고 있을테니.

       

       [……스승이 제자에게 베푸는 사랑에는 한계가 없고, 그것은 제자 또한 마찬가지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던 멜리나가 멈춰섰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멜리나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 문장들을 하나, 둘 새겨나갔다.

       

       그렇게 땅거미가 질 때까지. 새기고, 또 새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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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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