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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보육원 인근, 통나무집.

     집이라기보다는 여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여관에 가깝다.

     조금 외형이나 내부 가구에 신경을 쓴다면, 호텔이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신속하게 지었다고는 해도, 호텔의 구조와 비슷하게 짓는 건 가능하니까.

     저벅, 저벅.

     보육원 임시 건물에 들어온 제국의 고아들이 로비를 훑는다.

     제국에서 어떤 시설에서 자랐을지는 모르지만, 다들 이곳이 새로 지은 것 정도는 알겠지.

     

     ‘본인들을 위해 새로 지었다는 것도.’

     원래는 고아들을 위한 곳이지만, 마침 이곳에 들어온 두 사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가….”

     “와! 새집! 하아, 나무 냄새가 정말 좋네요!”

     

     …상반된 반응이기는 했지만, 둘 다 직감하고 있는 듯하다.

     이곳이 자신들이 지낼 곳이라는 걸.

     ‘당장은 여기에 재워야지.’

     보육원에 자고 있던 아이들의 방을 미처 빼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어머니의 말이 가장 주요하게 작용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여자아이들을 함부로 기숙사에 섞었다가는 분란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라고 해도 왕국과 제국이 서로 다르기에, 서서히 융화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선견지명이었을까.

     “너희들은 왕국 언어를 배우기 전까지, 당분간 이곳에서 함께 지낼 것이다.”

     모두가 왕국어를 아는 건 아니었고, 아버지도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제국어로 원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레이에게 말하도록 하라. 당분간 그레이가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보육원을 관리할 것이니.”

     내가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사항이다.

     나리아나 아스타시아와 별개로.

     “이 중에 완벽하게 왕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있나?”

     아버지의 물음에, 고아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알아들은 이도 있는 것 같지만, 읽고 쓰는 게 가능해야 한다.”

     “저요!”

     한 명.

     “제가 왕국어를 할 줄 알아요!”

     아스타시아가 손을 들었다.

     “왕국어 말고도 다른 언어도 조금은 알아요! 어려서부터 배워서!”

     “아스타시아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군. 그렇다면 아스타시아는 그대로 섞여 들어가도 되겠지만….”

     아버지가 나리아의 뒤에 섰다.

     “이 아이는 내 지인의 딸이다. 조카와도 같은 아이지.”

     나리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으름장을 놓자, 고아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올 때부터 다들 의아해하던 눈치였다.

     갑자기 남장을 한 여자아이 한 명을 같이 데리고 오더니, 자기들이랑 같이 컨테이너에 태워 왔으니.

     ‘놀란 건 나리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설마 변경백의 입에서 조카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겠지.

     나도 몰랐고, 조금 놀랐으니까.

     “사정이 있어 너희들과 같은 제국인으로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 정도 말이면 충분하겠지.”

     “아버지.”

     “그래. 뭔가 덧붙이고 싶은 말이라도 있느냐?”

     “설명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만 들어가서 쉬십시오. 밤이 늦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늦은 밤이지만, 잘 부탁하마.”

     아버지가 내 등을 토닥이며 밖으로 나섰다.

     끼이익.

     아버지가 보육원을 나가기 무섭게, 교차하듯 한 명의 기사가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멘테 경이다.

     “지금부터는 제가 호위하도록 하겠습니다.”

     “밤늦게 미안합니다, 경.”

     “별말씀을. 덕분에 좋은 구경도 하나 했으니, 괜찮습니다. 후후.”

     다른 이들에게는 그다지 들켜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멘테 경은 그만 아버지가 컨테이너를 끄는 걸 봐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멘테 경 또한 함부로 발설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러면 저는-”

     “와아! 새 친구인가요?!”

     멘테 경이 스스로 병풍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아스타시아가 멘테 경에게 다가갔다.

     “반가워요! 저는 아스타시아라고 해요! 음, 내가 언니처럼 보이니까 말 놓아도 돼?!”

     “…….”

     멘테 경의 표정이 뒤틀린다.

     황당하다는 듯, 하지만 웃음을 참으려는 듯,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어떻게든 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도련님. 말씀드려도 됩니까?”

     “예. 이왕이면, 퀴즈를 내보는 것도 좋겠군요.”

     예전에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스타시아 양. 일단, 저는 어른입니다.”

     “엣?”

     “그렇다면 내 나이는 몇 살일까?”

     “어른이니까…20살!!”

     멘테 경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사이, 나는 다른 고아들을 쭉 눈으로 훑었다.

     ‘역시, 그림자들은 아는 눈치네.’

     세 명.

     가장 키가 큰, 연장자 라인은 이미 멘테 경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하다.

     모르는 아이들은 아스타시아처럼 몇 살인지 추정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그림자들은 멘테 경이 아닌 보육원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으니.

     “그보다 높아.”

     “…21살? 아, 22살인가요?”

     “후후…. 이거야.”

     “손가락을 네 개…? 24살이군요!”

     “40살.”

     “…….”

     “40살이야.”

     아스타시아가 그대로 표정이 굳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지, 진짜예요?”

     “흑마법사의 저주 때문에 13살에서 나이가 멈춰서 그래. 멘테 경은 상급 기사다.”

     “어, 그, 그렇군요.”

     아스타시아도 당황스럽겠지.

     자기랑 키가 비슷한, 혹은 살짝 작아 보이는 소녀가 3배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라고 하니.

     ‘그녀라면 분명 여기에서-‘

     “그러면 13살 하고 27년이니까, 제가 몸은 언니네요!”

     “……?”

     아스타시아가 가슴을 쭉 펴며 우쭐거리고, 멘테 경이 입을 벌리며 놀란다.

     “아. 언니는 내년부터인 건가? 음, 그러면 당분간은 동갑이에요!”

     “…….”

     “……하.”

     역시, 사람은 근본이 변하지 않는다.

     ‘참 순수해.’

     환경에 따라 사람이 변하게 될 수는 있어도, 인간의 뿌리는 그대로 유지되기 마련.

     ‘황궁에서 자랐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만일 그조차 변한다면, 뿌리까지 썩어들어가는 수준으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었다는 이야기겠지.

     그렇다면, 황궁은 생각보다 지금은 밝은 상황.

     ‘현 황제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건가?’

     황태자가 사랑으로 정을 주지는 않았을 테니, 늙은 황제가 잘 보살폈을 것이다.

     곧 죽게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감사하도록 해야겠다.

     “멘테 경. 일단 이쪽도 소개하도록 하죠.”

     “…나, 자베스.”

     “……?”

     어눌한 왕국어로 자신을 자베스라고 소개하는 나리아에 멘테 경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기….”

     “자베스. 멘테 경은 나의 기사다. 믿어도 된다.”

     “…….”

     끄덕.

     나리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멘테 경은 그녀의 목에 있는 상처를 보며 흠칫 놀랐다.

     “도련님.”

     “나중에. 자베스에게 먼저 방을 안내해주겠나? 저기, 내 방 옆으로.”

     “예.”

     멘테 경이 나리아를 데리고 1층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서 조용히 이야기하겠지.’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해둬야겠다.

     ‘완전 인간 불신에 걸려있군. 아니, 원래 그랬나?’

     

     망국의 공주 때도 그녀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혁명군에 내가 첩자를 보낼 때도 번번이 실패했고, 오히려 그들 중에 옥석을 가려내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아직 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리아는 이곳에서 어떻게 지낼까.

     ‘에단 세자르랑도 이렇게 접점이 생길 수도 있겠네.’

     미래의 혁명군 리더와 간부가 한 보육원에 있다.

     

     그런 것도 놀랍지만, 미래의 황녀도 여기에 있다.

     “아스타시아 전하.”

     “음…네!”

     “전하라고 불렀을 때는….”

     “그냥, 계속 존대할게요! 말 놓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서. 헤헷….”

     아스타시아가 머리를 긁적거린다.

     ‘멘테 경 때문이네.’

     멘테에게 말을 놓으려고 했다가 40살 소리를 들었으니, 주눅이 들 법도 한 법.

     “전하. 그러면 이곳을 한 번 구경해 보시겠습니까?”

     “구경?!”

     “예. 일단은-”

     보육원 건물 내부, 침입자 없음.

     호위는 붙지 않아도 된다.

     ‘혼자 놔둬도 괜찮겠지.’

     진짜로 괜찮고, 오히려 이곳에 있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

     당장 아스타시아를 향해 적의를 마음속에 몰래 품은 이들이 무려 9명이나 되니까.

     “4층까지 한 번 쭉 둘러보시고, 가장 마음에 드는 방으로 골라두세요.”

     “어, 그래도 되나요?!”

     “예. 전하시니까. 대신,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특혜일 수도 있습니다!”

     “으음…. 바, 방 정도는 먼저 골라도 괜찮…지?”

     아스타시아가 다른 고아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그러면, 새집 한 번 구경하고 있을게!!”

     바로 계단으로 달려,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 침대나 옷장 같은 최소한의 가구는 어제 막 들여놓은 참이라, 당장 이들이 올라가서 잠을 자도 문제는 없다.

     “후.”

     나는 가볍게 심호흡했다.

     “전원, 식당으로.”

     그리고 옆에 있는 식당을 가리켰고, 고아들은 하나둘 쭈뼛거리며 식당 쪽에 놓여있는 긴 테이블에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이제 좀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겠군. 아. 예의상 했던 소리였고, 따뜻한 코코아 같은 건 없다.”

     이곳에 있는 건 차가운 물과 임시로 둔 나무 컵뿐.

     “9명이라. 양은 충분하군.”

     나는 나무 컵에 물을 천천히 따랐다.

     “허튼짓하면 죽는다. 너희들이 품에 무엇을 숨기고 왔든, 너희가 칼을 뽑는 속도보다 멘테 경이 벽을 뚫고 뛰쳐나오는 속도가 더 빠를 테니까.”

     “!!”

     내 바로 앞에 앉아있던 고아가 잠시 사색이 된 채 눈을 아래로 내렸다.

     “좋은 자세야. 아까 분명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분명히 이야기하지.”

     나는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암살자도 자기 단검을 칼집에 넣고 다니는 법. 도구가 주인을 해치게 놔둬서야 되겠어? 하물며 단검도 아니고, 사냥개인데.”

     “그, 그건….”

     “쉿.”

     나는 유리병에 담긴 하얀 가루를 컵마다 조금씩 부었다.

     “기르는 개에게 물리는 것만큼 기분 더러운 게 또 없지. 그래서 목줄을 채우고, 입마개를 씌우고 하는 거야. 어쩔 때는…손톱과 발톱을 자르기도 하고.”

     “히, 히익…!”

     “겁먹지 마라. 내가 설마 너희를 죽이기야 하겠어?”

     나는 하얗게 질린 고아를 향해 한 번씩 웃어준 다음.

     “아직 죽을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단검을 들어 손바닥을 살짝 그은 다음, 핏방울을 컵마다 조금씩 떨어뜨렸다.

     “죽여도 무방하긴 해. 에르윈 회장이 너희를 이곳으로 보낸 건 싸구려 동정심이고,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은 오직 아스타시아 전하뿐이거든.”

     뚝, 뚝, 뚝.

     컵 속에 든 물이 붉게 물들고, 나는 단검을 컵에 찔러넣어 가볍게 휘저었다.

     “너희들이 죽으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겠지만, 그뿐이야.”

     “저, 질문을….”

     “누구 마음대로 입을 여나.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입을 연 고아의 뒤로 다가가, 긴 머리를 단숨에 움켜쥐었다.

     “이름은?”

     “아, 아난시, 입니다!”

     “아난시. 그래. 근데 내가 물은 이름은 그게 아니야.”

     하얀 머리칼을 단숨에 뒷덜미쯤에서 말총처럼 묶고, 나는 단검을 목뒤에 뻗었다.

     “너희들에게 주어진 진짜 이름이 있잖아. 안 그래?”

     “……18번, 입니다.”

     “그래, 그거야.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에르윈 회장이 그런 것도 안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어?”

     알려주지는 않았다.

     “너희들에게도 이름보다는 번호가 더 중요할 텐데.”

     애초에 그녀는 내가 여기까지 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고, 제국의 치부를 거기까지 밝히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앞에서부터 한 명씩 말해라.”

     “…9번입니다.”

     “다, 다음은 저. 27번입니다.”

     한 명씩, 자기 번호를 이야기한다.

     은근슬쩍 몇몇 이들이 자기 하복부 아래를 손으로 가리듯 손을 올렸고, 나는 마지막 번호까지 듣고 잠시 허탈감을 느꼈다.

     “9번부터 18, 27…그리고 마지막이 81번? 무슨 악취미야, 이게.”

     9의 배수에 해당하는 숫자만 모아서 보내다니.

     ‘에르윈 회장, 낚였네.’

     본인은 본인이 직접 아이들을 골라서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런 악취미는 황태자의 음습한 취향이다.

     ‘얘기해줄까? 아니야. 괜히 건드려서는 안 돼. 그냥 모른척하자.’

     그녀의 옆에서 아이들을 고른 인간이 아마 황태자의 끄나풀이겠지만, 에르윈에게 말해준다고 한들 그녀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오히려 황태자에게 잡혀서 어떻게 첩자의 정체를 알았느냐고 추궁당하겠지.

     그럴 바에는, 나의 안전을 도모하는 게 맞다.

     이 지브롤터의 안전을.

     “좋아. 자기소개도 끝났으니,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 전에….”

     서걱.

     “히, 히익…?!”

     “이번은 봐준다. 질문은 내가 허락할 때만 하도록.”

     단숨에 잘라낸 머리카락을 들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 뒤, 나는 핏방울과 하얀 가루가 섞인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너희들을 이용할 생각이다. 너희들이 제국에서 지낸 경험을 사려고 해.”

     고요하다.

     “조만간 지브롤터에 제국의 물건들이 들어올 거다.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것들. 그것들을 너희들은 우리 지브롤터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알려주면 된다. 그러려면 빨리 왕국의 언어를 익혀야겠지.”

     앞번호의 아이들이 눈치껏 잔을 옆으로 돌리고, 나는 다른 나무 컵을 꺼내 차가운 물을 부었다.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게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면, 나에게 쓸모가 있음을 보여라.”

     딸칵.

     “잔을 들어라.”

     고아들이 일제히 잔을 든다.

     “마셔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당연히.

     “지브롤터가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다.”

     피는 그냥 색소일 뿐이며.

     “명령에 따르지 않는 개는 키우지 않아.”

     하얀 가루는 내가 항상 들고 다니는 솜누스 꽃잎을 말린 가루일 뿐.

     ‘일종의 마나 영양제 같은 셈이지.’

     지브롤터에 온 기념으로 주는 웰컴 드링크일 뿐이다.

     어디 가서 쉽게 마실 수 없는, 지브롤터의 피라는 에센스가 들어간 솜누스 가루차.

     “몸에 좋은 거다. 전부, 남기지 말고 마셔.”

     

     호로록.

     고아들은, 모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음료를 삼켰다.

     “다행이군. 첫날부터 송장 치우지 않아서.”

     귀찮은 건 질색이라.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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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아스타시아 양은 13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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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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