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9

       “고 대협! 안길로는 무지막지한 힘과 저 철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엄청난 영물이에요!”

         

        【아노돈토사우루스 lv32】

        【상태】

        「격분」「공포」

         

        격분? 그리고 공포?

         

        뭔가 상반되는 상태였다.

         

        일단 알 수 있는 정보는 이 공룡이 화가 매우 많이 난 상태라는 거.

         

        그리고 이름이 안킬로가 아니라 아노돈토라는 사실.

         

        “…자세히 보니 듣던 거랑은 좀 다르게 생겼네요. 아직 영물까지는 아닌가?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는 상대일 거예요!”

         

        그 말이 맞다.

         

        비록 안킬로사우루스보단 크기가 작다지만, 그래도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다.

         

        여태껏 본 상대들은 길이가 길더라도 얄쌍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 약간 실속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노돈토는 다르다.

         

        몸을 감싼 철갑. 그리고 저 거대한 철퇴가 달린 꼬리.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이 하나 있다.

         

        바로 놈이 초식 공룡이라는 점.

         

        내가 놈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면, 놈이 먼저 공격하진 않을 거다.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겍겍.”

         

        우리 평화롭게 넘어가자고.

         

        안 그래도 이곳에서 지금 나가려는 참이야.

         

        신사다운 얼굴로 내 의사를 표명했다.

         

        콰아아앙!

         

        동굴에 있던 종유석이 말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키아아아!”

         

        놈은 입을 벌리고 포효했다.

         

        이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초라한 입이었으나, 그 꼴이 오히려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과연 설명대로 한 성질하는 녀석이구나.

         

        대화가 통하지 않을 상대였다.

         

        “대, 대협! 이번에야말로 제 만천화우를….”

         

        고개를 저었다.

         

        “그르륵….”

         

        놈의 골편을 봐라.

         

        저 몸뚱아리에 암기가 들어가겠나.

         

        그리고 당소영이 만천화우를 쓸 수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만약 된다고 해도, 만독불침과 십독불침 정도의 차이겠지.

         

        당소영을 슬며시 밀어냈다.

         

        “게게겍.”

         

        거미들이나 맡아줘.

         

        특히 네필라를 잘 잡아주고.

         

        이번에도 끼어들다간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

         

        “크라라라락!”

         

        아노돈토사우루스를 향해 포효했다.

         

        포효의 의미는 당연히 날 보라는 뜻이었다.

         

        놈은 강한 상대다.

         

        딜로포사우르스 세 마리가 덤벼도 저 공룡이 손쉽게 이길 거다.

         

        독공이 변수긴 하지만, 독에 중독되기 전에 대가리를 손쉽게 터트릴 수 있는 놈이다.

         

        나도 진화해서 강해지긴 했지만, 딜로포 세 마리를 상대하긴 힘들 거다.

         

        두 마리만 해도 벅차겠지.

         

        놈과 나의 전투력은 확연히 차이 난다.

         

        그럼에도 내가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우는 이유는 상성 때문이다.

         

        상성은 내가 유리하다.

         

        놈의 전투 방식은 골편의 방어력과 꼬리의 공격력을 믿고 우직하게 들어오는 방식일 거다. 그게 곡룡류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반면에 나는 보법으로 인한 빠른 기동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한 후, 용조수와 같이 화력이 강한 기술을 퍼붓는 전투 방식을 선호한다.

         

        거기에 독공까지 섭렵했으니, 저런 전투 방식을 취하는 아노돈토와 나는 상극이라 할 수 있었다.

         

        쿵!

         

        쿵!

         

        놈이 내게 달려왔다.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

         

        하지만 뻔한 수였다.

         

        대가리로 들이박거나, 몸을 회전시켜 육중한 꼬리로 내 머리를 노리거나.

         

        어느 쪽이든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온다.

         

        휘우우우웅.

         

        놈의 꼬리가.

         

        꽈아아아앙!

         

        엄청난 진동이 동굴 전체로 퍼졌다.

         

        피하지 않았다면 단 일격에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절륜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놈은 몸을 회전한 상태.

         

        당연히 공격권은 나한테….

         

        꽈아아앙!

         

        벽을 부순 놈의 꼬리가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꽈아아아앙!

         

        공룡이라면, 이런 움직임을 할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놈의 공격이 이렇게 강한 위력을 내는 이유는 몸을 회전하면서 만든 힘이 꼬리에 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 공격에 실패한 이상 공격권이 내게로 넘어와야 한다.

         

        하지만 놈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꽈아아앙!

         

        간발의 차이로 놈의 회전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숨이 찬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공격을 계속 퍼붓는단 말인가.

         

        이건 공룡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무공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철퇴를 사용하는 무인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콰아아아앙!

         

        그런데 그 무인이 갑옷도 입고 있었고.

         

        엄청난 힘이 대지를 울렸다.

         

        백연영이 걸음을 걸었을 때 느낀 그 압박감과 비슷했다.

         

        강하다.

         

        그것도 많이.

         

        체급에선 내가 압도적으로 밀린다.

         

        나도 많이 커지긴 했지만, 놈은 톤 단위를 오가는 괴물이니까.

         

        이동 속도는 모르겠지만, 공격 속도는 내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기 힘들었다.

         

        급하게 몸을 뒤로 날려 거리를 벌렸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독 생성 lv1」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돌아서 간다.

         

        허공에 독을 만들어냈다.

         

        촤아아악!

         

        물론 데이노니쿠스 때처럼 이 독을 직접 맞출 생각은 없다.

         

        내부에 때려 박는 게 아니라면 저 덩치에게 이 정도로 치명상을 줄 순 없을 테니까.

         

        계속해서 MP를 소모했다.

         

        동굴의 바닥은 독으로 흥건해졌다.

         

        쿠웅.

         

        쿠웅!

         

        놈이 곧바로 날 추격하기 위해 발을 굴렸다.

         

        매서운 기세로 내게 돌진하는 아노돈토사우루스.

         

        소룡등천보로 놈의 측면을 노렸다.

         

        후우우웅.

         

        놈의 꼬리가 나를 향해 휘둘러지려는 바로 지금.

         

        타닷!

         

        벽면을 박찼다.

         

        벽호공.

         

        호랑이의 움직임.

         

        아니, 게코 도마뱀의 움직임이었다.

         

        벽을 박차 놈의 반대쪽을 순식간에 차지했다.

         

        놈의 꼬리는 반대쪽에 위치한 상태.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하지만.

         

        한 번 참는다.

         

        후우우우웅!

         

        아노돈토의 초월적인 반사신경은 놈의 꼬리를 곧바로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게 했다.

         

        곧바로 공격했다면 저 꼬리가 내 두개골을 박살 냈겠지.

         

        하지만 이제 내 승리다.

         

        쿠당탕!

         

        아노돈토의 거구가 순식간에 넘어지고 말았다.

         

        육중한 무게를 가진 꼬리를 저렇게 움직였으니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바닥은 독으로 흥건해져서 미끄러운 상태.

         

        놈이 넘어지기에 충분했다.

         

        지금이 기회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지금, 맹공을 퍼부어야 한다.

         

        양손을 교차시켜 강한 힘을 주었다.

         

        용조수.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독 모으기 lv1」를 사용합니다.]

         

        바닥에 깔린 독을 일점으로 모았다.

         

        이 스킬의 사거리는 그리 길지 않아, 멀리서 요격하듯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괜찮다.

         

       독을 모은 위치는 내 손톱이니까.

         

        용조수와 독공이 동시에 놈을 향해 작렬했다.

         

        놈에게는 이 공격을 받아낼 수단이 더는 남지 않았다.

         

        이제 끝이다.

         

        촤아아아악!

         

        그렇게 놈을 향해 용조수를 날린 순간이었다.

         

        “고 대협! 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양의 충격이 내 몸을 강타했다.

         

        문자 그대로 저 힘에 밀려 수 미터를 날아가게 됐다.

         

        콰당탕!

         

        …뭐에 당한 거지?

         

        머리가 어지럽다.

         

        용린이 몸을 감싸고 있어 부러진 곳은 없지만 저 엄청난 충격량은 그대로 들어왔다.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고… 고 대혀어어어업!”

         

        아니,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를 꽉 깨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날 공격한 거지?

         

        그 짧은 사이에 몸을 일으켰을 리가 없는데.

         

        후웅.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후웅.

         

        놈은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처음 넘어진 자세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꽈아아앙!

         

        다만, 몸을 미친 듯이 회전하면서 꼬리를 마구잡이로 휘두를 뿐.

         

        나는 아직도 저게 공룡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공룡의 탈을 쓰고 있는, 철퇴를 휘두르는 인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콰가가각!

         

        후웅.

         

        후웅.

         

        꽈앙!

         

        놈은 넘어진 상태 그대로 내게 접근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등껍질을 회전시켜 이동하고 있었다.

         

        콰가가각!

         

        그야말로 철퇴의 고수가 사용하는 절기.

         

        놈의 공격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이것도, 본능적으로 왼손을 올려 놈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은 덕에 피해가 줄어든 것이다.

         

        덕분에 내 왼손은 아작이 났다.

         

        막았음에도 이 정도니, 유효타를 한 번만이라도 더 허용한다면 그대로 세상에서 하직할 것이다.

         

        뒤를 볼 여유가 없었다.

         

        “그르르르르.”

         

        어차피 한 번만 더 공격당하면 죽는 상황.

         

        촤자자작!

         

        용린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공격력을 극대화한, 흡사 서양의 드래곤과 같은 모습.

         

        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만천화우」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딜로포사우루스가 내게 보여준 당가의 비기.

         

        만천화우라는 건 수많은 암기를 투척하는 기술이다.

         

        딜로포사우루스는 독을 머금은 자신의 깃털로 암기를 대체했다.

         

        그런 건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나의 만천화우는 반쪽짜리다.

         

        아니.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촤아아아악!

         

        바닥에 깔린 독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원래라면 이 정도 공격으로는 피해를 주지 못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놈은 가장 취약한 부위인 배를 보이는 상태.

         

        분명 효과가 있을 거다.

         

        콰드득!

         

        후웅!

         

        놈의 속도가 느려졌다.

         

        하지만 이것 역시 치명타는 되지 못한다.

         

        독에 중독됐더라도 놈을 죽일 수준의 독은 아니었으니까.

         

        내 기술은 만천화우를 급조한 것이니까.

         

        [「역린 lv1」을 사용합니다.]

         

        남은 모든 MP를 끌어다 모았다.

         

        [「구음백골조」를 일시적으로 획득합니다.]

         

        일전에는 그냥 막연히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분노의 감정이 극에 달해, 모든 내공을 사용하면서 쓴 기술.

         

        방금 사용한 만천화우는 원본에 비한다면 보잘것없었다.

         

        상태창의 힘으로 급조한 무공이니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구음백골조 역시 상태창의 힘으로 급하게 빌린 상태다.

         

        하지만, 막연하다지만 이미 사용한 적이 있었다.

         

        콰드드드득!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구절로 이루어졌는지 내 머릿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다섯 손가락으로 적의 머리를 부숴라.

         

        콰아아아아아앙!

         

        내 모든 내공이 실린 다섯 개의 발톱이 적의 머리를 부쉈다.

         

        투둑.

         

        툭.

         

        강한 충격을 받은 아노돈토사우루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그래.

         

        승리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아노돈토사우루스는 강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대였다.

         

        놈의 두개골을 부순 대가로 내 발톱도 이가 전부 나갔으니까.

         

        놈의 철퇴에 맞은 순간 내 패배는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봐라. 지금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

         

        ….

         

        적을 쓰러트렸는데, 왜 레벨이 오르지 않았지?

         

        후우우우웅!

         

        놈의 꼬리가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이건 피할 수 없다.

         

        구음백골조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용조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왼손은 진작에 아작이 났고, 반대쪽 손톱도 이가 전부 나간 상태였다.

         

        지금의 내게 남은 건 꼬리.

         

        그리고 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왼쪽 다리로 몸을 지지했다.

         

        몸을 최소한으로 회전시키며, 오른발을 쭉 뻗었다.

         

        목표는 곤봉이 아닌 곤봉과 뼈의 이음새.

         

        그곳을 타격해야만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콰아아아앙!

         

        흙먼지가 자욱하다.

         

        …성공했나?

         

        그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성공했다는 증거다,

         

        그런데 왜 다리에 감각이 없지?

         

        놈의 공격을 받아 다리가 잘렸다고 하기엔,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예 아노돈토의 꼬리와 부딪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마뱀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도마뱀아.”

         

        나를 작은 도마뱀이라고 부를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흙먼지가 걷어지고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 손으로 아노돈토의 꼬리를 가볍게 잡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그리 작지도 않구나.”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