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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한동훈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자신이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서은우라는 남학생이 고작 30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내용을 적어낸 것이다.

         

       그래…….

         

       아직은 모른다.

         

       그때의 한동훈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시험지에 적힌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지 않은 이상 서은우라는 남학생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기에 한동훈은 서은우가 구상한 이야기의 처음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험지의 첫 줄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림에 보이는 할머니는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 들어서고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바닥과 하늘 가릴 것 없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고 한 할머니는 어째서인지 빗자루를 들고 집 앞 골목을 나섰다.

         

       그녀는 걸음에 방해되는 눈을 치우기 위해 하염없이 빗자루질을 했다.

         

       애석하게도.

         

       치우고, 또 치워도.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은 그녀가 쓸었던 길을 다시 하얗게 물들었다.

         

       그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 반복하고 있을 때, 경찰복을 입은 한 남성이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경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뭐하긴요. 눈 쓸고 있었어요. 우리 아들이 어렸을 적에 눈길에 크게 미끄러진 적이 있거든요. 이제 학교 가야 하는데 서둘러 치워야 해요.

         

         

       경찰은 할머니의 그 말에 차마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경찰이 바로 그녀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은 누가 봐도 늙어있었다. 학교에 갈 나이는 이미 한참 지난 시점이었다.

         

       그렇다면 왜?

         

       할머니는 아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며 눈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을까?

         

       ……그녀는 치매에 걸려있었다.

         

       이제 눈앞의 아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병세는 심각했다.

         

       그렇기에 경찰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는 눈앞의 어머니가 치매가 걸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경찰은 고개를 숙이며 과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항상 어린 아들에게 모질게 굴었다. 한 부모 가정이기에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아들의 입장에선 어머니가 자신을 모질게 대하는 것에 대해 서러움이 계속 쌓여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 시절의 경찰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건 바로 집 앞 골목에 쌓여있어야만 했던 눈이 모두 치워져 있던 것.

         

       그때의 경찰은 옆집 아저씨가 치워준 줄 알고 무심코 그 길을 지나쳤지만, 지금에서야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말을 듣고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된다.

         

       할머니는 항상 모질게 대한 아들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눈이 오는 날마다 아들이 비탈길에서 또 넘어지지 않도록 눈길을 모두 쓸어 놓았으며, 치매로 아들을 못 알아보는 지금도 아들이 넘어지지 않게 눈길을 쓸고 있던 것이다.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찰에게 의아함을 느끼고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경찰은 코를 훌쩍거리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경찰: 그거… 몰라요. 아들은.

         

         

       하지만 경찰의 무뚝뚝한 그 말에 할머니는 어째서인지 활짝 웃었다.

         

         

       할머니: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이 안 미끄러지기만 하면 돼요.

         

         

       그녀의 해맑은 말을 끝으로 경찰은 침묵했다.

         

       이윽고 경찰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여전히 바닥을 쓸고 있는 할머니, 자신의 어머니의 어깨에 그것을 걸쳐주었다.

         

         

       할머니: (눈이 커지며) 추우실 것 같은데…….

         

         

       경찰의 따뜻한 선의에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찰을 바라보았다.

         

       이에 경찰은 애써 쓴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는 늙은 어머니의 손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경찰: 이제 그만 치우셔도 돼요. 아드님… 한 번도 안 넘어졌어요. 어머님 덕분에 그날 이후로 눈 오는 날에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데요.

       할머니: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래요? 정말 다행이에요.

         

         

       뚝-

         

       순간 새하얀 바닥에 회색 점이 하나 피어났다.

         

       서러움에 얼어붙은 경찰의 마음이 눈 녹듯 녹으며 생긴 물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서로 다른 감정을 품으며,

         

       서로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있지만.

         

       분명한 건……

         

       두 미소는 그저……

         

       서로에게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남학생이 만든 스토리는 거기까지였다.

         

         

       “…….”

         

         

       한동훈은 어느샌가 서은우 학생이 쓴 스토리를 모두 읽었다.

         

       그것을 읽으며, 모두 읽은 지금에서도 그는 어째서인지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남학생이 만든 스토리는 한동훈에게 따뜻함을 넘어 감동이라는 것을 주었다.

         

       과연 이것보다 사진과 제시어를 잘 활용한 스토리가 있을까?

         

       여기서 더 어이가 없는 점은 그 남학생은 이 정도 수준의 스토리를 고작 30분 만에 만들어낸 것이다.

         

       한동훈은 이 글을 읽기 전에 남학생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허나, 이제는 조금씩 갈피가 잡히는 것 같았다.

         

       그는 몇 달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은 한빛예고 이사장, 송하율과의 면담 시간이 있었다.

         

       작년 927 작가로 인해 영상제작과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경쟁률이 높아졌고, 그만큼 수준 높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했다.

         

       그렇기에 올해 영상제작과의 수준이 어떤지 궁금했던 송하율은 그들의 전공 담당인 한동훈에게 물었다.

         

         

       ─후에 그 작가에게 닿을 만큼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 있었나?

         

         

       아마 장학금 건 때문에 묻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좋아하고, 그런 학생을 키워내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녀의 물음에 한동훈은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몇몇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은 분명 있었지만 그 기준이 927 작가라면 당연히 얘기는 달라진다.

         

       송하율은 한동훈의 부정에 아쉽다는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가……. 역시 그 작가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학생이 나타나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었나.

         

         

       사실 그때의 한동훈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학생들의 미래가 되어 준 그 작가가 어쩌면 학생들의 미래를 빼앗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한 분야에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 늘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 영상제작과의 학생들에겐 그 사실이 큰 좌절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다…….

         

         

       ‘이사장님. 여기 있었습니다.’

         

         

       한동훈은 보았다.

         

       언젠가 927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한 천재를 보았다.

         

       그래.

         

       어쩌면……

         

         

       ‘그 작가를 뛰어넘을 학생이 방금 여기 있었다고요!’

         

         

       한동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확신했다.

         

       언젠가 서은우라는 남학생이 거대한 바람을 몰고 올 거라고.

         

         

         

       ***

         

         

         

       아까 교실을 나서기 전에 감독 교사님의 얼굴을 떠올리니 뭔가 걱정됐다.

         

       그건 분명 동정의 눈빛이었는데?

         

         

       “쓰으읍… 나 진짜 뭐 잘못 했나?”

         

         

       분명 코를 곤 것 같지도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잘 모르겠네…….

         

         

       “아오, 손목이야.”

         

         

       어쨌든 확실한 건 손목이 더럽게 아프다는 것이었다.

         

       하긴, 거의 30분 동안 쉬지 않고 글만 적었는데 안 아픈 게 비정상이다.

         

       참고로 이건 전생부터 이어지는 안 좋은 버릇 때문이었다.

         

       글을 적는 그 순간에 너무 몰입해버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적는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바로 옆에서 차가 경적을 울려도 못 들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방금 스토리를 다 작성하고 시험 시간이 다 지나 있을까 봐 조금 무서웠다.

         

       근데 막상 다 적고 나니 아직 30분밖에 안 지나 있더라.

         

       생각해보면 고작 컷 한 씬 분량, 드라마 1화 분량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어서 그 정도 걸린 것 같았다.

         

         

       “혹시 면접 어땠어요?”

       “진짜 숨 막혀 죽을 뻔했어요. 아무래도 중앙에 계신 분이 이사장님 같은데 진짜 개 무서워요.”

         

         

       그때였다.

         

       문뜩 옆에서 함께 대기 중인 다른 수험생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제가 면접 팁 하나 드려요?”

       “오? 저야 가르쳐주시면 땡큐죠.”

       “절대 이사장이랑 눈 마주치지 마십쇼. 진짜 눈 마주치면 머리가 하얘질 걸요.”

       “……그 정도예요?”

         

         

       저 말이 다른 수험생을 견제하는 고도의 심리전인가 아니면 진짜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인지 잘 모르겠다.

         

       뭐……

         

         

       ─서은우 수험생. 준비해서 옆 방으로 넘어오세요

         

         

       이제 곧 확인할 수 있긴 하겠네.

         

       이야기 구성 때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방금 시험은 그나마 자신 있는 분야여서 편한 마음으로 임했지만, 이쪽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스스로가 잘하길 비는 수밖에.

         

       그렇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니 방 중앙에 면접을 위해 앉아있는 교사분들이 있으셨다. 그리고 그 중앙에 어째서인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분이 계셨다.

         

       만약 유연정 국장님이 여우 같은 사람이라면 이쪽은 독수리인가…….

         

       저 사람이 바로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이사장, 송하율.

         

       음……

         

       근데 말이다.

         

         

       “…….”

         

         

       무섭게 왜 나를 계속 째려보고 계신 거지?

         

       아무래도 대기실에서 꿀팁을 말해줬던 수험생의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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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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