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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49 – 알람은 잘 끄고 다녀야해요>

     

    게임 속에서는 이스트라다 교수님이라고 부르고 플레이어들의 포럼에서는 인성 브론즈 교수년이라고 부르는 브론즈 디 이스트라다.

    그녀의 강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오크노디도 경험을 토대로 알고 있다.

     

    ‘뭐가 됐든 안목을 시험하는 실기시험을 매 강의마다 하나씩 반드시 끼워 넣었지.’

     

    당해보면 이렇게 야랄맞을 수가 없지만 보고 듣기에는 개꿀잼인 강의.

    그 첫 강의는 높은 확률로 사물숨바꼭질이다.

    평범한 강의실의 물건인 척 위장하여 숨어있는 알람시계들을 찾아 알람을 해제하면 강의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미션.

    당연히 2학년과 고인물 플레이어 같은 경험자에게 유리하고, 쌩으로 들이받는 1학년생들과 뉴비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강의실에 에메랄드사 로고가 붙은 명품가방이 있다니, 너무 수상하군요. 이건 명품가방으로 위장한 알람시계일 겁니다.”

    “멈춰요! 그건 제 책가방이란 말이에요!”

    “이런 비싼 명품을 책가방으로?! 그, 그렇다면 이쪽의 꽃잎이 흩날리는 조명기야말로 학업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치품. 알람시계입니다!”

    “그건 내 조명기야! 언니가 이것만 있으면 어느 아카데미에 입학해도 인싸가 될 거라고 했다고!”

    “아니, 언니가 동생 고로시를?!”

     

    중앙제국귀족도 아닌 변방귀족 1학년들의 상식을 넘어서는 소지품에 발이 묶인 지젤!

    플레이어인 내가 보기에도 골 때린다.

    무슨 학생들이 이런 물건을 가지고 다니나 싶은 걸 가지고 있는데, 귀한 포인트를 펑펑 써가며 소지허가까지 받아냈을 것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포인트가 넉넉한 내가 봐도 그런데 초심자 플레이어가 그 꼴을 보면 없던 귀족혐오가 절로 생기고 죽창과 단두대를 찾게 되지.

     

    ‘쯧쯧. 불쌍한 녀석들.’

     

    처음에야 뭣 모르고 지원을 해주던 가문 사람들도 곧 골드 포인트 환전비율을 깨닫고는 치를 떨면서 자금지원을 줄일 것이다.

    포인트에 쪼들리는 귀족들도 이딴 쓰레기에 거액의 포인트를 지불했다는 사실에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만 이미 쓴 포인트는 돌아오지 않는다.

    내버려두어도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사치품에 소지허가를 받느라 포인트를 쓴 귀족들이다.

    자연도태 당할 열등생들에게 죽창과 단두대를?

    저런 건 적폐도 뭣도 아닌 그냥 가엾은 아이들이다.

    죽창과 단두대는 진정한 적폐들을 위해 아껴둘 필요가 있다.

     

    <싱Xing>

    <발도술 – 개전의 검>

     

    투둑

     

    검을 검집에 채워넣은 싱이 토막 난 귀뚜라미의 시체를 들고 교관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잡았다. 책상 사이를 뛰어다니며 시끄럽게 울어대던 알람시계를.”

    “용케 잡았구나. 1학년에게는 제법 난이도가 높은 알람시계였는데.”

     

    이스트라다 교수가 지휘봉으로 귀뚜라미의 머리를 톡 건들자 반으로 잘린 알람시계가 나타났다.

    저런 게 진짜 적폐지.

    어떻게 2학년들도 잡으려면 고생 꽤나 해야 할 알람시계를 1학년이 잡을 수 있냐고.

     

    “대신 비품이 파괴되었구나. 알람시계를 끄라고 했지, 누가 파괴하라고 했니? 벌금은 마이너스 10포인트란다.”

    “…….”

     

    싱을 본받아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공격해서 알람시계도 얻어걸리길 바라려던 1학년생들이 주섬주섬 무기를 도로 집어넣었다.

     

    “진짜로 감점이 있었어.”

     

    이사벨의 눈에 신뢰가 가득 어렸다.

     

    “엣헴. 그러게 말했잖아요? 강의를 잔뜩 늘려봤자 감점을 더 받을지도 모른다고.”

     

    이사벨은 운이 좋았다.

    감점 피하기 요령은 만렙이나 다름없는 고인물과 같은 강의를 듣고 있으니까!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우선 알람 중에 하나를 분별해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봐요. 그곳에 다른 사물로 형태를 숨긴 알람시계가 있을 거예요.”

    “찾으면 그 다음에는?”

    “물건이 변환되어도 어딘가에는 알람시계의 ‘버튼’ 역할을 하는 기능이 대입되어 있을 거에요. 누르다보면 분명 작동하겠죠.”

     

    요령을 알려주니 이사벨은 곧장 감을 잡고는 강의실 구석의 비품을 모아놓은 박스에서 사인펜을 꺼냈다.

     

     

    뚜껑을 뽑자마자 그치는 알람소리.

    푸슝- 하고 가볍게 연기가 새어나온 펜이 알람시계의 모습을 되찾았다.

     

    “우수한 감각을 지녔구나. 좋은 청력은 도둑… 아니 모험가의 소양이라고 할 수 있지.”

    “감사합니다.”

     

    이사벨의 고개가 삐뚜름하게 기울었다.

    방금 도둑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 3면 접이식 화이트보드야말로 다른 강의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품입니다. 혹시 화이트보드를 소지품으로 가져오신 분은 없겠죠?!”

     

    거듭되는 기이한 물건 챌린지에 시달리던 지젤이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물건의 주인이 나오지 않았고, 지젤도 무사히 알람시계를 제출할 수 있었다.

     

    “다른 강의실의 비품을 미리 알아보았다니 준비성이 훌륭하구나.”

    “상인에게 낯선 장소의 비품을 눈여겨보는 것은 기본입니다. 알아보지 않은 자, 납품할 수 없으니.”

    “훌륭한 신조로구나. 비품의 납품을 빌미로 표적의 건물에 침입하는 성실한 접근법이야말로 의적다운 사전답사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지.”

     

    이제는 숨길 생각도 않고 도둑스러운 칭찬을 하는 이스트라다 교수!

     

    “이거 이러다 탁상시계를 찾는 사람은 전부 도둑놈 취급당하는 거 아니야?”

    “그럼 넌 두시간 동안 알람소리가 멈추지 않는 강의실에 갇혀있을 거야?”

    “병신아, 그냥 강의실을 탈출하면 되잖아!”

    “아!”

    “하하하. 난 먼저 간다, 이 호구들아!”

     

    호쾌하게 웃으며 강의실 출구를 향해 달려 나가는 1학년생!

    먼저 문을 열고 나가던 2학년생들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돌아가라고 손짓을 했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뛰쳐나간 선배들이 어디서 꼰대질이야! 인생은 각자도생. 내 살길은 내가 찾겠어!”

     

    당당하게 소리치던 1학년생이 문에 발을 내딛는 순간, 파지직 소리와 함께 경련을 일으키다가 뒤로 쿵 하고 쓰러졌다.

     

    “선배들이 뭐라고 했던 거야?”

    “이 앞 방음마법. 교수님이 허가하지 않은 인원은 강의실을 탈출할 시, 전기충격으로 기절?”

    “꺄아악! 정신 나갈 것 같아!!”

    “미, 미쳤어! 무슨 교육기관이 교실에서 탈출하면 전기충격으로 쓰러뜨리냐고!”

    “엄마한테 이를 거야!!”

     

    이스트라다 교수는 지루하다는 얼굴로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비비 꼬았다.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시계를 찾아주지 않겠나? 자네들이 게으름을 부리는 만큼 본 교수도 머리가 울린단 말이네.”

     

    그럼 이런 과제를 내질 말던가.

    1학년생들은 전기충격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시계찾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감점도 두려웠기에 무작정 기물파손을 저지르며 수색을 할 수는 없었고, 소극적으로 의자와 책상을 더듬거리며 강의실을 배회할 따름이었다.

     

    ‘이 정도면 찾을 사람은 다 찾았나?’

     

    강의실에 남은 인원은 29명.

    알람시계 20개 중에 찾은 시계는 고작 9개.

    나머지 11개를 1학년 뉴비 NPC들이 찾기란 요원해보였다.

    이사벨과 지젤이 내게 물었다.

     

    “오크노디는 안 찾아?”

    “이제 찾으려고요. 기다릴 만큼 기다려줬으니 다 찾아도 너무하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겠죠.”

    “오래 걸리면 먼저 나가있어도 되겠습니까? 슬슬 머리가 아파서 말입니다.”

    “아, 그거 조금만 참아주세요. 남은 건 다 찾고 나갈 거거든요.”

    “예? 아니, 뭣 하러 그런 짓을…… 설마 교수가 말했던 가산점을 노리고?”

     

    강의점수야 그렇게 탐나지는 않는데.

    다른 점수는 엄청 탐이 난다.

     

    [바닥타일로 위장한 알람시계를 찾았습니다.]

    [관찰 경험치+5]

    [청각 경험치+2]

     

    [가짜 벽으로 위장한 알람시계를 찾았습니다.]

    [관찰 경험치+5]

    [청각 경험치+2]

     

    [조명으로 위장한 알람시계를 돌멩이로 맞추어 깨지지 않게 받아냈습니다.]

    [관찰 경험치+5]

    [투석 경험치+3]

    [청각 경험치+2]

    [정밀 경험치+1]

     

    거침없이 맞춰나가는 알람시계에 입이 떡 벌어지는 1학년생들.

     

    “오크노디가 엄청난 속도로 시계를 찾고 있어!”

    “하나만 찾으면 되는데 뭐하러 여러 개를 찾지?”

    “알았다. 오크노디는 우릴 위해서 찾는 거야.”

     

    학생 한 명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소리쳤다.

     

    “모든 시계를 찾으면 전원이 강의실에서 탈출할 수 있잖아. 같은 A그룹 학생인 우릴 탈출시키려고 A그룹 수석으로서 본보기가 되려는 거야.”

    “그런 기특한 생각을!”

    “저 아이는 어쩜 이렇게 마음씨가 착하지? 조금쯤은 자기 안위를 생각해도 좋을 텐데!”

    “고마워, 오크노디! 감사의 의미로 조명기에 세팅된 제비꽃을 재생할게!”

     

    그냥 니가 틀고 싶은 거잖아.

    어이가 없어서 조명기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귀가 맑아지고 힘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

     

    [축복의 제비꽃 조명기를 보았습니다.]

    [10분간 체력과 정신이 +1 상승합니다.]

     

    이게 효과가 있네?

    귀족의 사치품도 의외로 도움이 되기는 하구나.

    두통과 피로가 덜 느껴지자 한층 더 빠른 페이스로 시계를 척척 찾아냈다.

     

    “훌륭하구나. 이걸로 19개를 찾았지만 마지막 시계가 남았단다.”

    “교수님이 아까 말했잖아요. 게으름을 부리는 만큼 머리가 울린다고. 마지막 알람시계, 그거 모자 속에 있죠?”

     

    이스트라다 교수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훌륭하구나. 혼자서 20개의 시계 중 11개를 찾아내다니. 마지막 1개는 인식장애마법까지 걸려있어서 제법 고난이도였는데 힌트를 잘 살렸어.”

    “이쯤이야 기본이죠.”

    “훌륭하다. 기술과 정확도, 약자들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까지. 정말 모범적인 의적이야.”

     

    칭찬 맞지?

     

    “그럼 오늘의 강의는 여기까지다. 강의실에 남아있던 전원은 강의점수로 가산점을 주지. 그리고 시계를 찾은 사람들은 시계 하나당 100포인트의 보너스 포인트를 추가로 주마.”

     

    학생들이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그럼 오크노디는 강의 한 번에 1100포인트를 혼자서 번거야?”

    “마지막 고난이도 알람은 1000점짜리였다네. 오크노디 1년생이 받을 포인트는 2000 포인트이지.”

     

    1년생들이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힝. 2000 포인트면 조명기를 하나 더 가져올 수 있는데.”

    “부럽다. 우리 집 뽀삐 데려와서 키우려면 1500포인트가 더 필요한데.”

    “그래도 오크노디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시계를 찾아준 거잖아. 포인트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한 것도 아니고 선의로 도운 보상을 받았으니 불만은 없어.”

    “동감이야.”

    “오크노디를 시샘하는 녀석이 있다면 내가 먼저 때려주겠어!”

     

    적극적으로 내 행동을 비호하는 1년생들 사이로 이사벨과 지젤이 너 알고 그랬지, 하는 눈으로 지그시 시선을 보냈다.

    흥, 나야 결백하다고?

    뉴비들 불쌍해서 찾을 기회도 충분히 줬는데 못 찾은 사람들 잘못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도둑답게 정말로 도둑놈의 자질이 있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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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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