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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50. 검은 송곳니 구호소(2)

       

       

       ‘역시 아무리 봐도 안 믿긴다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의 루비아 씨를 바라보았다.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돌변한 태도.

       

       평소의 장래가 걱정되는 칠칠맞은 누님은 온데간데없다.

       

       이지적이기까지 한 눈빛.

       차가운 얼굴.

       

       턱을 괴고 철저히 손익계산을 하는 그 모습은, 마치 프로라는 단어를 현실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그렇게 루비아 씨가 돌변한지 얼마 안 되어서….

       

       “이건….”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당연한 결과다.

       

       이거, 원가만 대충 50배 이상은 차이나거든.

       

       ‘루비아 씨에 대한 건 괜한 걱정이었나 보네.’

       

       내가 쓴 재료들은 전부 다 그리 유명하진 않은 비주류 소재들.

       

       그런데 저리 손익계산이 빨리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야기하는 결론은 하나다.

       

       전부 머릿속에 있는 거다.

       그 시세와 관련된 것들이.

       

       “확실히 돈이 돼. 아니, 돈이 된다는 수준이 아니야.”

       

       루비아 씨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무리도 아니었다.

       

       엘프의 머리카락이라는 게 좀 구하기 힘든 편인 재료긴 하지만. 공급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 또한 그다지 나가지 않을 테고. 거기에 내가 아는 포션 레시피가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을, 쓸어담을 수 있어.”

       

       루비아 씨는 그리 장담했다.

       능력이 검증된, 이런 저택까지 소유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가 꺼내는 말.

       

       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번 사업의 시뮬레이션이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으리라.

       

       ‘나는 이런 쪽에선 경험이 없으니까.’

       

       전작의 서브퀘스트에서 나온 고대 연금술사 시나리오.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에는 그냥 유용한 레시피 좀 해금하는 게 다였지만. 

       

       그걸 양산해서 사업을 펼치면 대박 날 것 같은데, 라는 생각만 할 줄 알지.

       

       거기서 뭔가 더 나가긴 어려웠다.

       내가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을 리도 없고.

       

       재료의 공급처라던지, 판매 방식이나 홍보 방식.

       그런 걸 어떻게 자세히 알겠는가.

       

       ‘역시 루비아 씨랑 협력하길 잘했다니까.’

       

       그녀에게 그간 신세 진 은혜도 갚으면서, 동시에 이득도 챙긴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짓고 있는 사이, 루비아 씨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대체 저 사람이 왜 저러는 건가.

       내가 의아한 얼굴로 루비아 씨를 바라보는 사이, 루비아씨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무 혁신적인 발견이야. 너무 혁신적인 발견이여서 오히려 문제야.”

       

       진중한 말투.

       자연스레 분위기가 심각해진다.

       

       “이거, 얼마에 팔 예정이야?”

       

       루비아 씨가 그리 물었다.

       고급화 전략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가격에 많이 팔아 수익을 올릴 것인지.

       

       그건, 말할 필요도 없이 단순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양심적인 가격에 팔아야죠.”

       

       확실히 이득은 좀 줄겠지만.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살리는 게 좋으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품에 바가지를 씌운다면.

       

       내가 그토록 불쾌하게 여겼던 채굴장의 관리자들과 뭐가 다른가?

       

       ‘게다가 이 계획에는 내 영향력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으니까.’

       

       이 엘릭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포션도, 내가 아는 레시피라면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전국적으로 포션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양심적인 가격에 포션을 모두에게 제공한다.

       

       돈이 없어 죽어가던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그리고 제국 내부에서의 내 영향력도 키우려는 계획.

       

       나는 그런 의향을 루비아 씨에게 전했다.

       

       그러자 루비아 씨는 더 심각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영향을 가져올지는, 알고 있지?”

       

       “그거야 뭐. 그렇죠.”

       

       당연한 일이다.

       이건 아예 시장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니까.

       

       모든 포션을 원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심지어 더 나은 품질로 팔아대는 괴물이 포션 시장에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은 당연하게도 망가지겠지.

       관련 사업체는 모두 대혼란에 빠지고.

       

       아마 그쪽에 발을 담구고 있던 귀족들이 우리를 납치해서 살해하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리엔이 있는 이상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토막나는 걸 더 걱정해야 하지만. 아무튼.

       

       제국 사회를 크게 뒤흔드는 일인 건 틀림없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루비아 씨가 입술을 깨물며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난 사업가는 아니지만.

       

       ‘굳이 이걸 사업가의 방식으로 풀어낼 필요는 없잖아?’

       

       빙의자에겐 빙의자만의 방법이 있는 법이다.

       

       “포션 시장. 우리가 아예 다 먹어버리죠.”

       

       “……뭐?”

       

       “지금 있는 걸 전부 흡수해서. 우리 아래에 들이면 끝날 일이잖아요?”

       

       굳이 힘들게 지점을 낸다든지, 인력을 구한다든지. 그럴 필요가 있나?

       

       이미 있는 걸 전부 우리 걸로 만들면 되지.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원작 지식과 치트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깽판을 치는 것.

       

       그거야말로 빙의자의 정석 아니겠는가.

       

       “서, 설마. 다 죽여버려서…….”

       

       “……루비아 씨는 진짜 절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 사람 안에서, 나란 존재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당연히 대화로 해결해야죠.”

       

       내 레시피라는 치트키가 있는 이상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

       

       마음대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상황.

       그걸 납득시키고서, 좋은 조건에 우리 아래에 들어올 수 있게 해주면 대부분의 경우 기쁘게 받아들일 거다.

       

       “뭐, 설득이 안 먹히면 협박을 하면 되고요.”

       

       이건 일종의 자선사업이다.

       

       포션 가격이 떨어진다면, 그리고 내 계획대로 평민층도 포션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거기에 내가 기존 상인들에게 제시할 조건은 진짜 후한 편일 테니까.

       

       이거에 반대할 사람은 사실상 포션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던 거대 사업체의 주인 정도밖에 없다.

       

       부르주아는 모두 죽어라! 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돈도 썩어넘치는 놈이 사람 살리겠다는데 자기 돈벌이 때문에 날 방해하면, 그야 당연히 협박 정도의 수단 정도는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협박도 무시한다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죠 뭐.”

       

       우리 마트에서 평생 전품목 90% 세일을 하겠다는데도 굳이 옆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면. 그거야 뭐 자기 자유지.

       

       사실 몰래 우리를 처리하려고 암살자를 보내도 안 막을 거다.

       

       ‘리엔한테 17등분으로 토막나고 싶다는데.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음.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다.

       

       원작 한 번도 안 해본 빙의자라는 어이없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빙의자로서의 책무를 완전히 해냈다.

       

       빙의했으면 이 정도 깽판은 쳐 줘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 그렇구나! 저, 정말 천재적인 아이디어야!”

       

       벌벌 떨고 있는 루비아 씨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또 왜 떠세요, 라고 물어보려던 내 입이 자연스레 멈춘다.

       

       ……그러고 보니까.

       이거, 좀 많이 살벌한 아이디어 아닌가.

       

       제국의 포션 사업을 전부 내 손에 넣고.

       그 과정에서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담가버리겠다고 선언한 거잖아.

       

       무슨 흑막 조직 보스나 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슬쩍 양심을 버리기로 했다.

       

       ‘이게 다 사람 살리자고 하는 일인데 뭐.’

       

       그런거 하나하나 신경쓰다간 답이 없다.

       

       빙의자면 빙의자답게, 좀 시원시원하게 가보자.

       

       *****

       

       루비아는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건, 진짜 검은 송곳니의 단장이라고.

       그림자에 숨어 제국을 뒤흔드는 최흉의 비밀조직이라고.

       

       배포가 다른 것도 정도가 있다.

       사고방식이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저 남자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였으니.

       

       “그… 최대한 인도적인 수단을 쓸 테니까. 너무 그렇게 겁내진 마세요.”

       

       도저히 사람같지 않은 무언가가, 사람 흉내를 내며 그리 이야기했다. 

       

       “로빈이나 시론 같은 사람의 결정적인 약점이라면 쥐고 있으니까. 협박하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을 거에요.”

       

       자신이 온화한 성향이라고, 남을 죽이는 걸 싫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전하기 위해서 저런 말을 한 모양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다.

       

       ‘그,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포션 사업뿐만 아니라, 제국의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두 거물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발언.

       

       그런 걸 대수롭지 않게 꺼내는 단장의 정신상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다, 다행이네. 온화하게 끝낼 수 있어서.”

       

       결국 루비아는 이번에도 그 괴물 같은 단장의 소꿉놀이에 어울려 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단장은 언제쯤 인간 행세를 하는 걸 그만둘까.

       

       저 사람이 악신이든, 선신이든 간에. 그냥 후련하게 정체를 알려 주면 그나마 마음이 편할 텐데.

       

       저런 어줍잖은 사람 행세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루비아는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도, 도움이 돼야 해!’

       

       전문분야인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최근 무능한 모습만 보여준 상황.

       

       어떻게든 만회해야 한다.

       루비아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어……?’

       

       이내 알아차렸다.

       한 가지 문제점을.

       

       돈이야 저 규모에 저 레시피면 자연스레 복사가 되겠지. 하지만 그런 일에는 대부분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만약 단장이 제시한 비전이 이루어진다면.

       돈 많은 귀족들이나 한두개 겨우 쟁여두던 포션은 모든 계층에 널리 보급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 성황청의 밥벌이 수단에 악영향을 끼치리라. 굳이 신전에 찾아갈 필요 없이, 값싼 포션을 쓰는 게 더 나을 테니까.

       

       다시 말해, 이 사업을 벌이면 성황청을 적대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루비아는 그걸 깨닫자마자 다급하게 단장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허나, 단장의 모습은 태연했다.

       

       단장은 언제나처럼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놈들이랑은 어차피 언젠가 싸워야 했으니까.”

       

       저번엔 블랙마켓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으니, 이번엔 성황청의 차례라고.

       

       …루비아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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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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