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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 * *

       

       

       “독일 공산당과의 싸움은 아마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거부해야죠. 게다가 공산당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독일이 남겨둔 것도 우리가 꿀꺽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재무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독일이 러시아를 무기고로 쓴 만큼 가득 차 있는 것들 말이다.

       

       

       “차리나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 저희의 개혁은 이제 막 진행 과정에 있고, 사실상 열강들의 지원으로 지금 겉모습만 멀쩡한 상황입니다. 아나톨리아까지 진격한 것 역시 열강의 도움을 받은 덕이 큽니다. 카이저를 도왔다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프랑스도 카이저가 괘씸해서 돕고 있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영국은 폴란드를 움직여 공산당 견제를 위해 동프로이센은 지키도록 한 듯합니다만.”

       

       

       군부에서도 반대하는 것인가.

       

       그나마 영국이 잘하긴 했다.

       

       실제 역사와 달리 독일은 동프로이센도 잃어 버린 거나 다름이 없다.

       

       물론 정확히는 공산 독일이지만.

       

       이쯤이면 독일을 돕지 않기 위해 우리도 정당화를 해야 한다.

       

       

       “애초에 그들이 저희를 도운 것도 다 열강들 눈을 속이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프랑스에 죽창을 박기 위해서 말이다.

       

       다시 생각해도 난 빌헬름 2세란 인물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의미로 말이지.

       

       

       “이 나라는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있습니다. 일단 지원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피를 튀기면서 돕는 건 무리입니다. 공산 독일을 무너뜨리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지만 전쟁을 너무했어요. 내전의 피해도 다 복구하지 않은 마당에 새로운 전쟁은 힘듭니다. 튀르키예야 해볼 만 했지만. 독일을 상대로는 좀. 무엇보다 영국이 공산 독일을 인정했다는 것은 그치들도 힘들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맞다. 그게 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군대를 안 보낼 수도 없는 노릇.

       

       베르몬트 장군의 서러시아군이 있지 않던가. 동프로이센으로 보내 카이저가 동프로이센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공산 독일의 정통성을 계속 무너뜨리는 거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공산 독일에는 카이저의 동프로이센은 밟힌 레고나 압정 같은 존재니까.

       

       제아무리 공산주의가 되었다고 해도 카이저 충성파는 있을 거다.

       

       더군다나 자유군단 같은 놈들도 있으니.

       

       공산 독일은 나치독일보다 난이도가 훨씬 오를 터.

       

       문제는 프랑스나 영국이 우리한테 지랄하지 않을까가 문제인데. 일단 적당히 입좀 나불거려도 되겠지.

       

       

       “흠. 그래도 어느 정도 의리는 보일 필요가 있으니. 베르몬트 장군이 돕는 척 동프로이센 쪽으로 보내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동프로이센도 위험하면 볼가 강에 있는 독일인 지역에 러시아 내 독일 왕국 성립을 도와주겠다고 하죠.”

       

       

       볼가강에는 오래전부터 독일인이 이주해 살아왔다.

       

       1762년도에 예카테리나2세가 인구 밀도를 높이고 농업 생산량도 늘리기 위해 유럽으로부터 대규모로 이민을 받아들였다.

       

       이때 볼가강에 정착한 독일인들이 볼가 독일이다.

       

       소련 시대에는 볼가 독일인 자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히틀러의 독소전 때문에 스탈린은 볼가 독일인들을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이주시켜 버렸다.

       

       그러니까 적당히 말장난하자는 거지.

       

       마치 신라의 문무왕이 안승에게 백제땅이었던 금마저에 보덕국을 세우게 한 것처럼.

       

       영 안 되면 한쪽 짜리 땅에서 러시아의 일원인 나라의 형식적인 왕으로 있어라.

       

       이렇게 하면 후일 이쪽도 공산 독일 잡을 명분도 잡을 수 있고.

       

       만일 카이저가 본토를 탈환할 능력이 안 되어서 이쯤에서 굳어지면.

       

       공산 독일은 어쨌든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결코 이게 끝은 아닐 겁니다. 공산당은 그 특유의 빨갱이 습성이 있고, 독일 공산당에게는 우리가 마지막 혁명의 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러시아의 혁명을 죽이고 새로운 수정자본주의로 공산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니까.

       

       독일에는 가장 큰 적이 되겠지.

       

       

       “예. 우리가 이루는 개혁은 빨갱이들이 거품 물고 반대할 만한 일이니, 공산당들은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노리겠지요.”

       

       

       결국 전쟁은 터진다.

       

       백 러시아가 우뚝 서 있는 이상, 빨갱이놈들은 우리를 무너뜨려야 세계 혁명에 나설 수 있으니 말이야.

       

       

       “그때를 대비해서 군비는 적당선을 유지하면서 무기개발도 서두르고 폴란드 쪽에 방어선도 만들어 두는 게 좋겠습니다만.”

       

       

       내 말에 군부는 모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빨갱이가 아니겠지.

       

       그럼 다음은 슬슬 대공황 떡밥을 깔아야 하나.

       

       나 혼자 안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까.

       

       이것을 미리 말해둘 생각이었다.

       

       미리 알고 맞는 게 모르고 맞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전에 우연히 미군 측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은 것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그 미군이 경제 쪽 전문가인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만간 미국에서 커다란 대규모 경제공황이 터진다 하더군요.”

       “미국은 경제 호황기 아닙니까?”

       

       

       반응한 것은 재무부장관 미하일 블라디미로비치 베르나츠키였다.

       

       최근 러시아의 경제정책을 맡고 있으니, 예민할 거다.

       

       학력도 좋고 나름의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나야 적당히 의견제시만 했을 뿐인데 열심히 경제 개혁을 맡아서 해주고 있다고 할까.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라 30년이 되기 전에는 터질 거라 봅니다. 여기에 대비책도 짜둬야겠죠.”

       “확실하지 않은 소문이긴 해도 음. 일단 경제 공황이라 하면 결국 노동력 문제가 크지 않겠습니까. 이번 내전의 피해가 큰데 저희가 과연 큰 타격을 받겠습니까?”

       

       

       그렇겠지. 러시아는 늘 경제가 망해 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그 정도라고? 지금의 러시아가?

       

       

       “그 정도입니까?”

       “내전에서 수백만의 군인과 민간인이 죽어 나갔고, 내전 이후, 러시아 전역의 빨갱이들도 대대적으로 숙청하였습니다. 이뿐일까요. 빨갱이들이 자기들을 돕지 않은 지역은 죄다 파괴하고 약탈행위를 벌이기도 했고, 내전의 피해가 유럽 러시아 일대에 들이닥쳐 애초에 피해를 입을 경제력도 저희에겐 없습니다. 러시아의 인구가 많다고 해도 향후 몇 년간은 공장에서 해고되어 땅바닥에 나앉을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만.”

       

       

       충격적인데.

       

       땅만 넓혔지 지금 처지가 궁색하다는 거 아닌가.

       

       피해가 그 정도로 크다는 거 아니야?

       

       러시아의 경제가 언제나 병신이었다는 드립을 현실로 듣는 기분인데.

       

       

       “열강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도움을 받은 것도 딱 내전기 뿐입니다. 그 이전부터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지요. 그 투자 덕에 지금 경제 위기를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현재 저희는 내전의 피해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차리나께서 계획하신 경제 정책의 5개년 계획 말입니다. 저희가 내전기라서 이렇지. 아마 대전쟁 이전이었다면. 다른 열강이 너희 공산주의 국가 아니냐고 했을 겁니다.”

       

       

       아니 뭔 농담도.

       

       농담하지 말라며 피식 웃었는데. 베르나츠키는 진지한지 눈초리가 내려갔다.

       

       

       “그 정도입니까?”

       “왜 사회주의자들이 지금 잠잠하신지 아셔야 합니다. 사회주의자들이 폐하를 붉은 여제라 칭송하기도 합니다.”

       

       

       오 시발. 하느님 맙소사.

       

       하긴. 신경제정책. 5개년 계획 전부 따와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역사의 소련도 스톨리핀의 개혁을 참고 했으니 뭐 나도 참고한 거라고 봐야 하겠지. 그런데 그 정도라는 건가.

       

       뭔가 정말 충격적인데 이거.

       

       

       “그럼 이대로 허리띠 조이면서 노오력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군요.”

       “예. 이번 내전으로 기존 꽉 막힌 귀족들도 다 죽어나갔고, 합중국 출범으로 관료제도 정비되었습니다. 일단 젬스트보를 재설치하고 안정을 유지하며 지금처럼만 하면서 후일 각 도시별로 지역개발을 하여 산업화로 서서히 전환하면 될 겁니다. 또 러시아 땅에는 자원이 많으니, 이것을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공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대공황이 터져도 그냥 지금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건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연 언제쯤 가능할까는 다른 문제잖아.

       

       실제 역사의 소련보다 더 개발이 되려나.

       

       

       “그럼 우리 러시아가 언제 쯤 제대로 회복하겠습니까?”

       “지금 개혁 중이긴 하나 나라가 온전히 회복되려면 최소한 30년대 중반까지는 봐야 합니다. 그래도 현시점에서 드넓은 러시아의 교통을 위해 철도를 깔아준 독일이 저 꼴이 났으니 그나마 독일 눈치를 볼일은 없습니다. 동프로이센의 카이저 정도야 적당히 사료만 던져 줘도 될 테니까요.”

       

       

       30년대 중반이라. 2차 세계대전이 코앞인데.

       

       공산 독일이 전쟁을 벌인다면 그전이라고 봐야 하나.

       

       아니면 실제 역사와 비슷한 시기에?

       

       

       “이번에 독일 공산당을 피해 러시아로 넘어온 기술자들을 지원하도록 하죠. 그리고 러시아 내에 있는 독일 의용군들의 처우도 문제겠네요.”

       “빨갱이들과 싸웠으니 독일 본국으로 돌아가 공산 국가의 일원이 될 수는 없을 테니. 동프로이센으로 가든가. 우리에게 남든가 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한 독일인 친구가 재미있는 능력을 가졌더군요.”

       

       

       최근 기갑부대 설립을 맡아 검은 남작과 함께 러시아군을 개편하던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몇 장의 그림을 올렸다.

       

       겉으로 보면 그냥 건물 그림 같은데.

       

       이거 예전에 인터넷에서 몇 번 본 누군가의  그림과 비슷한 거 같다.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겁니까?”

       “아돌프 히틀러란 독일군 상병입니다. 1급 철십자 훈방 수훈까지 한 몸이지요.”

       

       

       오. 하느님 맙소사.

       

       아돌프 씨가 여기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그 인간 지금 붕 떴지.

       

       빨갱이 맛으로 물든 독일로 갈 수도 없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자니 찢어져서 위대하지 않은 곳으로 가기 싫을 테고.

       

       무능한 카이저가 있는 동프로이센으로 가는 것도 싫을 거다.

       

       

       “자국이 빨갱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건지. 그림을 그리더군요. 화가라고 하기에는 미묘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거 그림 하나는 대단한데. 산업디자인이나 건축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좋은 생각이 났다.

       

       빨갱이들도 지랄 맞는데 히틀러까지 난리를 치면 곤란하지.

       

       모스크바로 가는 즉시 한번 불러 보자.

       

       

       * * *

       

       

       이 무렵. 러시아 내에 독일 의용군들은 붕 떴다.

       

       프랑스 의용군은 카이저가 또 프랑스를 공격하려 했다는 계획에 독일군을 욕하면서 일찌감치 철군 준비를 위해 크림반도까지 내려갔다.

       

       영국 의용군들도 독일 혁명을 경계해 폴란드로 이동했고, 남은 건 러시아군과 뭔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남아 있는 미군과 자신들 뿐이었다.

       

       그런데 독일 의용군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

       

       공산국가가 되어 버린 조국.

       

       그러니까 지금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빨갱이들을 이곳에서 때려잡은 경력도 있어서 카이저에 진절머리난 독일병사들이라도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카이저가 있는 동프로이센.

       

       솔직히 여기도 언제 망할지 모르고 카이저의 고기 방패가 될 것을 생각하면 굳이 돌아가야 할까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선택지 중 하나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군에 남아 내전으로 갈아 엎어진 러시아 군부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거나.

       

       그러나 본토에 가족들이나 지인들도 있고, 대다수는 선택하지 못하고 있으니,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상황이었다.

       

       그중 특히 아돌프 히틀러.

       

       빨갱이 거물을 잡은 것으로 독일군 내에서도 유명해져 러시아 백군에서 훈장까지 서훈한 인물로 지금은 한없이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여기에 러시아 측에서 먹고 자게 해주는 것으로 시간만 축낼 뿐.

       

       정말하는 것이라곤 없었다.

       

       뭐 굳이 있다고 한다면, 러시아 백군 신병들의 군사 고문을 맡는 정도일까.

       

       그나마 러시아군에 독일군의 강력함을 인식한다는 것에 아돌프 히틀러는 나름의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보게 히틀러. 자넨 어쩔 건가? 그림 그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잖나.”

       

       

       이제는 이곳에서 빨갱이들을 잡고 함께 놀고먹으며 토실토실 살을 찌운 전우가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축내는 히틀러에게 물었다.

       

       그 말에 히틀러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공산주의가 장악한 독일은 독일이 아니야. 돌아갈 생각은 없네.”

       

       

       물론 아직 우익 세력도 있고, 동프로이센도 있다지만, 열강의 눈치나 보고 앞잡이 노릇이나 하다가 혁명까지 맞이한 독일은 독일이 아니다.

       

       

       “나는 동프로이센으로 갈 생각인데. 같이 갈 텐가?”

       “모르겠군.”

       

       

       차라리 오스트리아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비록 여러 민족이 섞였을지언정 그래도 열강이라 볼 수 있던 오스트리아도 지금은 저런 꼴이다.

       

       게르만족의 나라가 모두 무너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옷… 옆동네에서 무수히 많은 악수의 요청이!

    일단 뭐. 주말에 외주 예약 잡아뒀습니다.

    자금 한 20이 빠질 거 같지만… 한 70까지는 플러스든 옆동네든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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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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