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9

       

       

       쾅!

       

       클레어 선생님이 칠판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큼직하게 쓰여 있는 글자가 순간 충격에 흔들렸다.

       

       학기 말 토너먼트.

       

       기말고사의 시작이었다.

       

       

       “이번 주 수요일, 학기 말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너희들의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이니 열심히 준비하도록!”

       

       [드디어 시작이네요!]

       

       

       학기 말 토너먼트라.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게 기말고사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보통 시험이라고 하면 변별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대부분의 아카데미 소설에서 이런 거로 등수 나누고 하던데, 그게 맞나 싶었거든.

       

       1등과 2등이 예선전에서 만났다가 만약 1등이 져버리면 그 사람은 꼴등이 되는 거잖아.

       

       그걸 작가님에게 물어봤더니 전개가 수정되었다. 오늘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지.

       

       

       “토너먼트는 패자부활전이 있을 예정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패, 패자부활전이요?”

       

       

       아, 마침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계시네.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이전부터 토너먼트가 변별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다. 패자부활전이 있을 예정이다.”

       

       “오, 오오···.”

       

       “그리고 하나 더.”

       

       

       안심하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클레어 선생님이 중요한 사실을 전했다.

       

       ···어찌 보면 이게 제일 중요하지.

       

       나도 이건 생각 못했으니까. 가끔은 작가님도 좋은 의견을 내더라고.

       

       

       “이번 토너먼트는 둘이서 한 팀이다.”

       

       “네, 네?!”

       

       “패자부활전까지 넣어버리면 시간도 모자라니까. 다들 동의한 내용이다. 근거가 타당했으니까.”

       

       

       으음, 이 당황하는 모습들.

       

       선배들에게 토너먼트의 내용을 들은 학생들이겠지.

       

       그런 놈들이 자기의 지식과 다른 내용이 나오자 당황하는 모습이 약간 기분 좋았다.

       

       내가 인형들의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 ···그런 거?

       

       내가 지배한 것도 아니고, 작가님이 고른 거긴 하지만.

       

       

       “타, 타당하다고요?”

       

       “그래. 너희들은 지금껏 타인과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나?”

       

       “···윽.”

       

       “없지? 다 안다.”

       

       “하, 하지만···!”

       

       

       무언가 반박하려던 학생이 클레어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 아마 죽어버린 옛 동료를 떠올리는 거겠지.

       

       그녀는 그런 설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타인과 합을 맞춰보는 건 영웅으로서 꼭 해봐야 하는 일이야.”

       

       “하, 하지만! 저희는 지금 합을 맞추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이제 와서 시험의 내용이···!”

       

       

       바뀌는 게 말이 되느냐.

       

       그렇게 말하려던 학생이, 클레어 선생님이 지그시 바라보는 걸 알아차리고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그래, 선생님들이 눈을 감아주고 있었던 것뿐이다.

       

       아카데미의 시험 내용은 유출 금지다. 게다가 시험 내용도 그 주 월요일에 공개.

       

       시험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걸 선생님들이 호의로 눈감아주고 있었던 것뿐.

       

       그 사실을, 학생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번 주 내로 해보라는 거다. ···너희들, 영웅이 되려는 거 아니었나?”

       

       “네,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영웅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아. 적어도 둘이서 한 팀. 그게 기본이지. 너희들이 생각하는 혼자 다니는 영웅은 소수중의 소수다.”

       

       

       클레어 선생님이 분필로 칠판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2인 1조.

       

       

       “최전방의 마수는 평범한 초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대부분 팀을 이루지. ···그런데, 너희들. 초인들은 누구랑 팀을 맺을까?”

       

       “친한 동료 아닙니까? 당연하잖아요.”

       

       “아니, 아니다. 동료가 아닌 사람과 합을 맞추는 경우가 절반 정도야. 너희들의 생각과는 달라.”

       

       “···네?”

       

       

       어, 진짜?

       

       그건 나도 몰랐는데.

       

       아마 작가님이 내게 말하지 않고 설정한 게 아닐까.

       

       작가님은 내게 설명할 필요 없는 건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들 알다시피, 초인들은 바쁘다. 최전방, 빌런 소탕,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순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

       

       

       어느새 수업 모드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클레어 선생님이 학생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말을 이어 나갔다.

       

       

       “초인들도 인간이다. 휴식이 필요하고, 다치기도 해. 동료와 스케줄이 어긋나는 건 일상이다. ···그렇다면, 동료가 다쳐 스케줄이 어긋나면 어떻게 할 거지?”

       

       “도, 동료를 간병한다던가?”

       

       “미쳤나? 안 그래도 부족한 초인이야. 팀원 한 명 다쳤다고 멀쩡한 사람 하나를 그대로 내버려 둬? 그랬다가는 지금보다 개척이 훨씬 느려졌을 거다.”

       

       “···.”

       

       

       아까부터 선생님의 말씀에 대답하던 학생이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견이 전부 반박당해버렸으니까, 그럴 만도 한가.

       

       

       “정답은 간단하다. 손이 비는, 처음 보는 초인. 혹은 얼굴만 아는 초인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

       

       “···하, 하지만! 그러면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기말고사가 그런 내용으로 정해진 거지. 이런 거로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는 게 낫지 않겠나?”

       

       [으음, 나쁘지 않은 설정이죠?]

       

       

       작가님의 말에 집중이 전부 깨져버렸다.

       

       결국 설정 놀음이구나. 무심코 선생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들은 내가 멍청이였지.

       

       학생들 주위를 한 바퀴 돈 클레어 선생님이 다시 칠판에 돌아간 이후, 분필로 빈 공간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

       

       

       “이번 기말고사의 평가 기준은 간단하다. 협동심, 그리고 돌발 상황의 대처 능력. ···순위가 모든 것의 기준이던 예전과는 다르다, 이 말이다.”

       

       

       칠판에 크게 적힌 협동심이라는 글자.

       

       그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는 학생들을 향해, 클레어 선생님이 선언했다.

       

       

       “이번 토너먼트의 동료는 제비뽑기로 뽑는다.”

       

       

       헤, 그렇구나. 그럼 나는 누구랑 해?

       

       슬쩍 유시우와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은 둘이서 할 거 아냐.

       

       ···나는 모르는 사람이랑 팀을 짜야 하는 건가.

       

       그러나 학생들이 모두 제비를 뽑고 난 후, 결과를 본 나는 당황했다.

       

       내 옆에 아멜리아가 있었으니까.

       

       

       “아르테, 잘 부탁해.”

       

       “네, 네. 잘 부탁드려요.”

       

       

       뭐지.

       

       당연히 아멜리아와 유시우가 같은 팀인 게 아니었나?

       

       왜 여기로 왔지?

       

       

       [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요. 히로인을 만들어 놨는데 사용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뭐? 히로인?

       

       황급히 유시우의 옆을 쳐다보았다.

       

       ···여자다.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히로인이겠지.

       

       그런데 지금? 갑자기?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챈 걸까. 작가님이 당당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게, 설정만 해뒀던 히로인이 생각보다 접촉이 적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비중을 늘려볼까 해서요.]

       

       

       독자님에게도 히로인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렇게 말한 작가님의 말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히로인? 이야기했었다고? 언제?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더니, 나의 시선을 눈치챈 듯 소심해 보이는 히로인이 화들짝 놀라 벌벌 떨기에 고개를 돌렸다.

       

       

       “아르테, 저 아이한테 무슨 볼일 있어?”

       

       “아뇨,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아멜리아 양은 알고 계시나요?”

       

       “글쎄. 같은 반이긴 해도, 나는 첫날에 대련한 거 말고는 별로 만난 적이 없어서.”

       

       “아.”

       

       

       그거다.

       

       아멜리아의 말에 깨달았다.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첫 대련에 아멜리아에게 탈탈 털리던 그 여학생.

       

       그녀였구나.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그런 이야기를 흘린 적이 있었다.

       

       대련할 때 둘 다 히로인 후보라고 했었지.

       

       그때 이후로 만난 적이 없어서 작가님이 탈락시켰다고 생각하고 까먹고 있었는데.

       

       사용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서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히로인이 조금 적긴 했어.

       

       지금껏 나온 히로인 후보는 세 명뿐이다.

       

       라이라, 아멜리아, 그리고 저 아이.

       

       ···부장님은 딱히 히로인은 아니었으니까. 끽해봐야 조연이고.

       

       라이라는 빌런으로 소모되었고, 저 아이는 이제서야 소설에 등장.

       

       아카데미 소설답지 않게, 히로인이 한 명뿐인 독주 체재였다. 대부분의 아카데미 소설이 하렘 혹은 히로인 여럿 중에서 한 명 선택하는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금 특이하긴 했지.

       

       슬슬 다른 히로인들도 등장시키며 달리게 할 생각인가?

       

       

       “···아, 아르테.”

       

       “네?”

       

       “너무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

       

       

       아멜리아가 헛소리를 내뱉었다.

       

       뭐야, 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나를 뜬금없이 위로하는 거지?

       

       뭔가 안타까운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에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

       

       

       

       소녀, 도로시는 크게 당황했다.

       

       

       “잘 부탁해, 도로시.”

       

       “아, 네. ···제 이름을 알고 있네요?”

       

       “같은 반 친구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시우가 나와 같은 조가 된 것도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친하지 않아도 반 친구의 이름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언제나 있었으니까.

       

       하지만 도로시는 아르테의 시선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우가 나를 걱정해서 가까이 올수록 아르테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히, 히이. 무서워.

       

       학생들 사이에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라는 평가가 있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나와는 달리 예쁘고 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확실히 이해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시선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데, 얼굴은 웃고 있어···!

       

       

       “어디 아픈 것 같은데···. 보건실, 안 가봐도 괜찮겠어?”

       

       “다, 다가오지 마세요! 제발!”

       

       “···으, 응. 미안해.”

       

       

       내게 거절당한 시우가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등 뒤의 시선이 점점 따가워져서 버티기 힘들었으니까.

       

       

       “저기, 선생님. 혹시 제비를 바꾸는 건···.”

       

       “아까 설명했잖나. 처음 보는 사람과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는가를 보는 시험이다. 바꾸는 순간 둘 다 최하점을 줄 테니 꿈도 꾸지 말도록.”

       

       “···네.”

       

       

       도로시는 울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르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원망스러워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새로운 히로인(6화에 나옴)

    ***

    수시5관 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르테가 언제쯤 그렇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득하니 우려내야 맛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