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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0

       조용상은 황급히 군도가 보이는 곳으로 내달렸다. 수상비를 시전할 수 있는 무인들이 이미 해안가에 도착해 있었고 배의 꽁무니에서는 해안과 섬을 이을 수교가 내려지고 있었다.

         

       군도의 모든 무인을 해안으로 내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맹원들이 황급히 흑림군도의 전력을 확인했다.

         

       “혈괴가 족히 스무 마리는 되어 보이는군요.”

         

       “무인의 숫자만 해도 물경 삼백은 넘을 것 같습니다.”

         

       대장선의 선두에 서 있는 구모설까지 확인한 조용상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도무지 요행조차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압도적인 전력 차이였다.

         

       순식간에 해안가에 흑림군도의 전력이 진형을 갖추었다. 그 진형의 선두에 선 구모설이 숲을 바라보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혈교의 자산을 훔친 도적, 야수왕은 듣거라!]

         

       [또한 스스로 정파라 칭하며 후안무치한 암습으로 혈교를 무너트린 무림맹의 살수들 역시 들어라!]

         

       [혈교의 후인들은 핍박하고 그 재산을 갈취한다는 도적놈의 소문에 의기 있는 혈인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도적놈의 토벌을 청하며 이 흑림군도로 모여들었다!]

         

       [혈교와 진한 피로 이어진 나 구모설과 군도의 무인들은 그 의기를 외면할 수 없어 그들의 청을 받아들여 은거를 깨고 출사하였거늘. ]

         

       [비열한 수단으로 혈존을 쓰러트린 암살자들과 혈교의 보물인 영물을 훔친 야수왕이 한 패거리를 이루었으니 그야말로 천하의 정기가 바닥에 떨어졌음을 알겠다!]

         

       [땅에 떨어진 천하의 법도를 새로이 세우기 위해 우리 「혈림군맹」은 이 순간부로 출사를 천명하는바!]

         

       [도적 야수왕과 무림맹의 살수들은 순순히 그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구모설의 사자후가 끝나기 무섭게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는 혈림군맹. 수백의 고수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니 해안가와 제법 거리가 있는 숲에 숨어있는 맹원들에게도 찌릿한 기운이 전달되었다.

         

       맹원들이 안색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맹주.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명령을.”

         

       조용상은 담담하게 출전 준비를 하는 맹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대로 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 중 대부분이 죽고 다치게 될 일이었다.

         

       조용상의 발이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

         

       “맹주? 맹주!”

         

       “어디 가십니까!”

         

       맹원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조용상은 무시하고 경공을 전개했다.

         

       조용상이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호천안이 있는 장소였다.

         

       뒷짐을 진 채 해안에 상륙한 혈림군맹의 세력을 바라보는 호천안의 뒷모습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도와 주십시오. 어르신.”

         

       “이미 도와드리기로 하지 않았소.”

         

       조용상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이 절절한 어조로 외쳤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영물을 소중히 하시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그렇지만 그럼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뭐든지! 뭐든지 하겠습니다!”

         

       조용상의 돌발행동에 황급히 따라붙은 맹원들이 조용상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지만 조용상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대로는 혈림군맹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뿐일까요? 이곳에 있는 맹원들의 대다수가 죽거나 다칠 일입니다! 그러니 어르신! 한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영물을…영물을 부려 주십시오!”

         

       그런 절절함이 통했음일까.

         

       한 점 흔들림없이 해안선을 응시하던 호천안이 조용상을 바라보았다.

         

       “맹주. 맹주께서는 이미 포기를 하신 것이 아니셨소?”

         

       “….예?”

         

       호천안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그 시선을 쫓은 조용상은 서이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검을 뽑아든 서이령. 서이령의 허리춤에는 그 검과 짝을 이루어야 할 검집이 없었다.

         

       무인이 검집을 버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령 소저께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로 결심하셨소. 설령 그 결과가 계란에 바위치기와 같은 것일지라도. 혹은 스스로의 죽음일지라도 말이오.”

         

       호천안이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을 따라간 조용상은 서공과 미호 앞에서 손을 모은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빈을 볼 수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남궁빈 소협께서는 서공과 미호에게 이번 일에 도움을 달라고 청하고 있었소. 나 역시 서공이나 미호가 스스로의 의지로 무림맹의 편에 선다면 말리지 않을 참이었으니 썩 괜찮은 방법이 아니었나 싶군.”

         

       “아…”

         

       “마음을 굳힌 이령 소저는 그 길을 관철하기 위해 무공 수련에 매진했고, 남궁빈 소협은 서공이나 미호와 어울리며 친분을 쌓기 위해 애썼소. 두 사람 다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셈이지.”

         

       호천안의 시선이 다시 조용상에게로 향했다.

         

       “헌데 맹주. 맹주께서는 지금 무릎을 꿇을 정도로 본인과 영물의 도움을 바라면서도 여행 내내 무엇을 하셨소? 본인이 맹주의 청을 거절한 것은 사실이나. 그러나 본인의 의지를 꺾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맹주 본인이 아니셨소?”

         

       조용상은 말문이 막혔다. 호천안은 그런 조용상을 보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맹주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으신 거요?”

         

       조용상의 고개가 떨어졌다.

         

       ‘나는…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노름빚을 진 아버지 탓에 천하를 유랑하며 살아온 조용상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어느 노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안휘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인의 길을 걷게 된 조용상은 자신과 가족을 구해준 스승과 같이 타인을 돕는 협객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크고 작은 협행을 이룩하며 조용상은 점찬 무인으로서 성숙해지고 한 사람의 협객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천하의 혼란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황국과 무림의 대립. 이어지는 혈교의 재림까지.

         

       협객 한 사람의 힘으로 바로잡기에는 세상의 혼란은 너무나 거대했다. 그 거대한 혼란에 맞서기 위해 조용상은 무림맹으로 향했고 종국에는 맹주가 되었다.

         

       그러나 연천백에 이어 새로운 무림맹주가 되었을 때 무림맹의 세는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무림맹은 물론이고 무림맹의 구성문파들까지 황국의 오랜 탄압을 견디며 그 힘이 약화된 상태에서 혈교가 천하를 집어삼키는 것을 막기 위해 혈존 암살작전에 모든 것을 털어넣었기 때문이었다.

         

       혈존은 죽었으나 혈교의 세력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무림맹에 남은 것이라고는 이제부터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한 줌의 협객뿐이었다.

         

       조용상은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늘 힘이 부족했다.

         

       혈교의 정통성을 잇겠다며 맹의 본거지를 급습한 혈교의 잔당들을 상대로 맹의 본거지를 내주고는 암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고.

         

       혈괴를 차근차근 끊어내며 혈교의 세력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도적떼나 다름없는 사파 무리들을 퇴치하였으나 그 와중에 스러진 무인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무림맹은 조금씩 쇠락했고 쇠락한 만큼 할 수 있는 일들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천하의…혼란을 잠재우고 싶었습니다. 협의 기치 아래 모인 동지들과 함께 말입니다. 해 나갈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 나간다면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여기면서 말입니다.”

       

       조용상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조용상이 최선을 다한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혈괴를 퇴치하고 사파의 무인을 쓰러트린들 천하라는 바다에서 물 한 동이를 퍼내는 결과에 그치지 않았지만 무림맹은 계속해서 깎여나가고 쇠락해갔으니까.

         

       “그렇게 계속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조용상은 늘 최선을 다했다.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했는가?

         

       서이령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를 때. 남궁빈이 긁히고 깔려가며 영물들과 어울릴 때.

         

       조용상은 뒷짐을 지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조용상은 호천안의 물음에 직면하고 나서야 자신이 포기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혼란스러워지기만하는 천하. 쇠락해지는 맹의 상황에 어느새 마음속에서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지워졌고 노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잊었다.

         

       조용상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오직 맹주로서의 의무감뿐이었고 조용상의 행동은 그 의무감을 지키기 위한 시늉뿐이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맹원들을 마주하며 막연히 가슴을 울렸던 사실이 호천안의 물음 앞에서 뚜렷한 형체를 갖추었다.

         

       “그걸 이제야…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조용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렸다.

         

       후회의 눈물이었다.

         

       지금의 이 절망적인 상황을 바꿀 수 있었던 기회를 그저 스스로를 속인 채 흘려보냈던 자신에 대한 후회.

         

       맹이 지금에 이르기 전에 있었던 일들에 최선을 다했더라면.

         

       맹에서 뒷짐을 지고 있었던 대신 이령과 함께 호천안을 만나러 갔더라면.

         

       호천안을 만난 뒤에 모든 것을 걸고 부딪혀가며 호천안을 설득했더라면.

         

       어쩌면 결과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

         

       “저는 그런 어리석은 자입니다. 최선을 다해야 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주제에 뒤늦게 후회하고. 다급하게 움직이며 추태를 부리는 한심한 자입니다. 어르신이 보기에는 그저 억지를 부리는 머저리에 불과하겠지요.”

         

       조용상의 이마가 땅에 닿았다.

         

       “그럼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맹을…아니 저를…도와주십시오.”

         

       “고개를 드시게.”

         

       호천안이 조용히 말했으나 조용상의 이마는 떨어지지 않았다.

         

       “고개를 드시게.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터이니.”

       

       호천안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에 조용상은 천천히 이마를 떼고 호천안을 올려다보았다. 희망. 희망을 품은 조용상이 떨리는 눈으로 호천안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놀랍게도.

         

       흑립으로 채 가려지지 않은 하관은 웃고 있었다.

         

       “우선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네. 나는 자네를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으며 한심하거나 머저리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지.”

         

       호천안은 생각했다.

         

       분면히 조용상의 마음은 꺾였다. 또 마음이 꺾여 기회를 날려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조용상은 동시에 악재에 악재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버둥치다 쓰러진 자이기도 했다.

         

       그리 쓰러졌음에도 무림맹주로서의 의무를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는 자이기도 했다.

         

       절망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무림맹주였고 후회 속에서도 무림맹주였으니.

         

       호천안 역시 그를 무림맹주로 대하기로 정했다.

         

       난세가 극에 이른 끝에 존재하는 무림 아포칼립스를 막는 최후의 방벽. 무림맹주 조용상.

         

       난세에 치이고 또 치이며 세상에 의해 굴려지기만 하는 조용상이 난세라는 굴레를 벗어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점이 호천안은 늘 궁금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되었으니 호천안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어디, 평화를 되찾은 무림의 무림맹주가 되어보시게나.’

         

       호천안의 입이 열렸다.

         

       “비여위산(譬如爲山) 미성일궤(未成一簣) 지(止) 오지야(吾止也).”

         

       호천안의 말에 조용상의 눈이 흔들렸다.

         

       호천안이 읊는 문구가 마치 자신의 영혼에 뿌리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산을 쌓은 것에 비유하건데 산의 완성까지 흙 한 궤짝만이 부족함에도 멈추는 것은 나 스스로 그친 일이니. 중도에 그치면 이전의 공까지도 모두 버리는 것이 된다.

         

       “천하지리(天下之理) 종이부시(終而復始) 소이항이불궁(所以恒而不窮).”

         

       허나. 천하의 이치는 끝마치면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기에 항상 있는 것이며 끝남이 없는 법이다.

         

       구결이 조용상에게 속삭였다.

         

       설령 중도에 포기했을지언정 천하의 모든 일에 끝은 없으니.

         

       그러니 다시 일어나는 것이 어떠한가.

         

       관천일로(貫天一路)!

       

       하늘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길이 열렸다.

       

       호천안은 깨달음 상태에 돌입하는 조용상을 보며 생각했다. 깨달음을 주어 다른 이들을 내 마음대로 부리고자 하는 계획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길 잃은 자들에게 천기를 누설하여 유일한 길을 알려 주었거늘 그들이 나아갈 길을 어찌 제 의도대로 구부릴 수 있었을까.

         

       그러니 처음부터 호천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들이 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맹주!”

         

       “맹주가…! 깨달음을 얻으셨다!”

         

       “호법….호법을!”

         

       호천안이 물러섰고 맹원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조용상을 둘러쌌다. 맹주가 깨달음을 얻은 것은 당연히 경사였지만 혈림군맹과의 충돌이 목전이 지금 상황에서 언제 깨어날지 모를 상태가 되다니?

         

       동시에 맹원들은 호천안을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조용상에게 의도적으로 깨달음을 전수해 준 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기사를 일으킨 이.

         

       대체 이 자를 어떻게 대해야 한단 말인가?

       

       이 혼란한 상황을 수습해야 할 조용상은 정작 깨달음에 들었으니 이 다급한 상황 속에서 기이한 능력을 보여준 호천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듯이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맹주를 지키고 있으시오.”

         

       그 말만을 남기고 호천안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홀로 혈림군맹를 상대하겠다는 듯한 홀연한 태도에 서이령이 그 앞을 막아섰다.

         

       “어르신! 무슨 생각이십니까…!”

         

       “허허, 저놈들이 나를 찾지 않소. 그러니 다녀와야지.”

         

       “어르신!”

         

       격한 음성을 토해내는 서이령의 손을 무언가가 붙잡았다. 서이령이 깜짝 놀라 바라보니 서공의 꼬리였다.

         

       찍찍!

         

       서이령과 시선이 마주친 서공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잡은 꼬리로 서이령의 손을 당겼다.

         

       더이상 호천안의 길을 막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서공의 행동에 서이령은 자신도 모르게 호천안에게 길을 터 주고 말았다.

         

       우엉!

         

       캐앵!!

         

       “얘들아…?”

         

       서이령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영물들을 바라보았다. 영물들이 호천안을 얼마나 따르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서이령에게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현경 고수. 수백의 무인. 그리고 이십여 마리의 혈괴.

         

       도무지 한 사람이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전력이었으니 호천안을 지키기 위해 응당 영물들이 뒤를 따를 것이라 여겼거늘.

         

       영물들은 제자리에서 울음을 토할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호천안을 응원하거나 배웅하는 듯한 태도였다.

         

       ‘….설마.’

         

       서이령의 마음속에 하나의 가정이 피어올랐다.

         

       그 무공 수위를 가늠할 수 없었던 호천안. 호천안이 사지를 향해 나아감에도 느긋하기 짝이 없는 영물들.

         

       아무렇지도 않게 귀한 영초를 영물들 간식으로 내어 주던 모습이 떠올랐고 아주 먼 거리에 있던 조용상의 기척을 단번에 잡아내던 모습이 떠올랐으며 방금 전, 조용상에게 깨달음을 주던 장면까지 떠올랐다.

         

       어쩌면.

         

       호천안은 엄청난 고수가 아닐까? 저 거대한 혈림군맹의 세력을 홀로 상대하기 위해 나섬에도 영물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고수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일.

         

       그저 망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할 수밖에 없는 헛된 기대였으나 천천히 나아가는 호천안의 뒷모습을 바라본 서이령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으며 그 머릿속은 어쩌면이나 혹시 같은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서이령은 서공의 꼬리를 꽉 쥐며 간절히 바랬다.

         

       부디 그 망상과 같은 일이 현실이기를.

         

       서이령의 간절한 소망을 등에 업은 호천안.

         

       그런 호천안의 발이 혈림군도 수장, 암경퇴 구모설의 앞에서 멈추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상할 정도로 팝콘각을 잘 재는 영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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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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