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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0

        

       안개는 굉음을 내며 날갯짓했다.

       불법 개조를 한 오토바이가 내는 듯한 거대한 굉음과 닮은 그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눈을 번뜩였고, 가시 같은 털이 비쭉 솟아있는 다리를 끌고 날아올랐다. 그것의 끝에는 작지만 연약한 피륙을 뚫을 수 있는 창이 있었음이요, 살점을 뜯고 안에 파고들 날카로운 이빨을 품고 있었다.

         

       해충(害蟲).

         

       해충의 무리가 날아오른다.

         

       새까만 연기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해충이, 떼로 움직이며 이제순에게로 달려들고 있었다.

         

       감히 자신을 자극한 저 어리석은 작자를 벌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주인 된 자가 말했던 번영하고 번성하고 번창하라는 명을 지키기 위해서.

         

       이 벌레들은 신실하였으며, 동시에 본능에 가장 가까웠음이라.

         

       부아아앙-!

         

       “이건, 또, 뭐야-!”

         

       이제순은 검은 안개가 자신을 덮치려 하자 격렬하게 저항했다.

       허리를 있는 힘껏 뒤틀고,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부우웅-!

         

       그것으로도 모자라, 온 힘을 다해서 팔을 빙글빙글 돌리기까지 했다.

       저 안개를 어떻게든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밀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부아아앙-!

       

       하지만 그에게 다가오는 것은 일반적인 안개가 아니다.

       자그마한 물방울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후 불면 날아가는 연기도 아니다.

         

       저것은 해충.

       해충의 무리.

         

       한낱 선풍기 바람 따위로는 막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부우웅-!

         

       아니, 설령 선풍기 바람보다 거셌다고 한들 저것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리였으리라.

       저것은 한번 창궐하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황충(蝗蟲)의 무리보다도 더 밀집해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바람을 쏘아 보낸다고 한들 저 무리는 그 바람을 쉽사리 뚫어낼 수 있으리라.

         

       본능에 따라서, 혹은 진성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임을 바꾸고 모양을 바꾸어가며.

       그렇게 뚫었겠지.

         

       그렇기에 이제순은 얌전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악-!”

         

       검은 안개는 이제순의 필사적인 저항을 무시하고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채찍처럼 늘어난 그의 팔을 검게 물들였고, 옷을 입지 않은 모든 부위에 달라붙었다.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옷 안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부읍, 푸으읍!”

         

       하지만 그런데도 벌레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숫자 때문에 몸을 다 덮었음에도 남아 있었던 벌레들은, 어떻게든 이제순에게 달라붙기 위해 길을 찾았다.

         

       그 길이란 바로 구멍.

         

       사람이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는 곳들이었다.

         

       콧구멍.

       귓구멍.

       입.

         

       눈은 질끈 감고 있기에 쉬이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남은 곳들은 달랐다.

       코는 뻥 뚫려있으니 그냥 들어가면 그만이고, 귀 역시 뚫려있으니 그냥 들어가면 그만.

       입 역시 코가 막힌 지금 호흡을 위해서는 반드시 열어야만 했으니, 조금 틈새가 열릴 때마다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벌레들은 꾸역꾸역 이제순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했다.

       콧구멍과 목구멍을 통해서 내장으로 들어가 속을 갉아먹는다.

       귀로 들어가 고막을 찢고 안으로 파고든다.

       몸을 지켜주는 피부를 턱으로 뜯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려 애쓰고, 침을 연달아 꽂으며 피를 빨고 알을 낳는다.

         

       먹이.

         

       그래, 지금 이제순은 먹이가 되었다.

         

       이 수많은 해충에게 산채로 뜯어먹히고 있었다.

         

       하지만 산채로 뜯어먹히고 있음에도 이제순은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선조들이 이르기를, 요정이라는 것은 요악(妖惡)하고 괴이(怪異)한 것들이라, 그것과 가까이 접하면 홀리게 된다고 하였다.”

         

       비명을 지르기 위해서 입을 벌리는 순간, 수많은 벌레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올 게 뻔했으니까.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더기로 쏟아져서, 자기 내장을 뜯어먹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요정의 장난이라는 것은 당하는 이를 배려하지 아니한다. 장난을 치기 위해 물에 끌어들여 익사시키고, 갓 태어난 아기를 자신의 아기로 바꾸고, 그렇게 데려간 아기를 학대하며 키운다.”

         

       그렇기에 이제순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만드는 이 벌레들을 어떻게든 치워버리기 위해서.

       좋다고 자기 피부를 뜯고 안으로 파고들려는 이 끔찍한 벌레들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서!

         

       “아름다운 여인을 탐내는 사내를 꾀어 짐승의 굴로 인도하기도 하고, 돌멩이나 짐승의 똥 같은 것을 귀한 물건으로 둔갑시켜 상인에게 팔기도 한다. 사람의 다리를 반대로 돌려놓기도 하고, 목을 반대로 뒤집어 기괴한 형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쿠당탕탕!

         

       하지만 그런데도 벌레들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피부에 몸을 반쯤 박아넣기라도 한 것인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떻게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다시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서 다시 들러붙으면 그만이었으니, 몸을 아무리 뒤틀어도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순은 바닥에 뒹구는 것을 택했다.

       바닥에 뒹굴어서 벌레들을 눌러 죽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뿐이냐? 가축을 이유 없이 죽이기도 하고, 맹수를 끌고 온 뒤 가축으로 둔갑시킨 뒤 주인이 잡아먹히게 하기도 하지. 사람의 다리를 염소의 것으로 바꿔놓기도 하고, 사람의 목에서 염소나 양의 소리만 나오도록 하기도 한다. 신실한 자를 모독하기 위해 악마를 흉내를 내기도 하고, 멀쩡한 집을 자신의 놀이터로 삼기 위해 들어오는 이들을 겁먹게 해서 쫓아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요정, 요정들의 패악이니라.”

         

       콰직.

       콰드득.

         

       가뜩이나 수가 많고 컸던 까닭일까?

       이제순이 바닥을 뒹굴 때마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났다.

       마치 비닐봉지를 발로 밟는 것 같기도 했고, 에어캡을 터트릴 때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스낵을 바닥에 쏟아부은 후 그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었을 때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이 요정의 패악이란 사람을 홀리는 것에서 시작이 되었으니. 요정은 사람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사람은 요정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이는 신을 믿지 않으며, 악한 것에 기울어진 것들을 경계함이니 마음에 새겨들어야 하느니라.”

         

       콰지직.

       콰드드득.

         

       이제순은 바닥에 뒹굴고 또 뒹굴었다.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털었고, 팔이 너무 길어졌기에 손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팔뚝으로 얼굴 부분을 연신 쓸어내리며 어떻게든 벌레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과 동시에 팔다리를 경련하듯 떨었고, 팔다리를 땅바닥에 부딪쳐서 부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털고, 내리치고, 부딪쳤다.

         

       콰득!

       콰직!

         

       저 부서지는 소리는 벌레의 몸통이 터지는 소리인가?

       아니면 몸에 달라붙은 벌레를 털어내기 위해 발악하는 과정에서 뼈가 분질러지는 소리인가?

         

       모른다.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알아차리기엔 이제순은 너무나 기괴하게 변해 있었으니까.

       팔이 길어지고 허리가 뒤틀려 있는 저 모습은,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라고 보기에 힘든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는 요정을 흉내 내는 것을 부리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니라. 모방했다고 한들 그것은 본질과 닮아있음이니. 이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본질은 아니되 본질을 비추는 것처럼, 요정을 흉내 내는 것 역시 요정은 아니되 요정을 비춘 것이니 그것은 한없이 닮은 것이니라.”

         

       그렇기에 무엇이 부서졌는지는 이제순만이 알 수 있으리라.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야말로 그것을 나타내는 지표일 테니까.

         

       하지만 그 지표는 너무나 어두워서.

       새까만 벌레에 뒤덮여 있으며, 몸의 바깥쪽과 안쪽에서 일어나는 통증이 너무나 괴로워서.

         

       그래서 이제순은, 도무지 무엇이 부서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수면 위에 달이 비치는 것은 허상이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비친 것이니 이는 허상이되 실존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며, 진짜의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이며, 존재하지 않는 것임에도 존재를 증명하는 역설이 되리니. 요정 모방체 역시 참으로 그와 같음이라. 다만 그것은 앞서 말하였듯 본질처럼 보여도 본질이 아니고, 진짜같이 보여도 진짜가 아님이니. 손을 휘저으면 사라질 허상이요 위치가 바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한때의 꿈이라.”

         

       콰직!

       콰지직!

       브즈즈즈-

         

       이제순의 귓가에 수많은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을 뒹굴면서 귀로 파고들었던 벌레가 밖으로 빠져나온 덕분일까?

       그것도 아니면, 과한 고통 때문에 들리는 환청이라도 되는 것일까?

         

       모른다.

       알 수가 없다.

       이제순은.

       이제순의 탈을 쓰고 있는 그것은,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얼마 전 주먹을 좀 쓴다고 자부하던 무인을 맨손으로 패 죽인 자신이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스미클링(Smickling). 경험의 감염, 신발의 미신.”

         

       알 수가 없었다.

       왜.

       왜….

         

       왜?

         

       “정신의 허상. 뇌의 이상. 망가진 정신 사이에 스며든 꿈. 너는 그것을 알고 있느냐? 스미클링(Smickling)이 경험의 감염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전염이 된다는 뜻 역시 품고 있음을 너는 알고 있느냐?”

         

       “…하.”

         

       이제순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기괴한 가면을 쓴 저 작자에게 걸쭉한 욕을 쏟아냈다.

         

       마치 한껏 들이켰던 술을 게워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잠재우기 위해서 구토를 하는 것처럼.

         

       “몰라, 이 늙은이(Geezer)야.”

         

       그리고 그것을 들은 진성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 젊은이. 그럼 이제라도 알아두게.”

         

       그리고 벌레 사체로 범벅이 되어 있는 이제순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자네는 전염되었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제설…힘내세요…
    쓸어도 쓸어도 쌓이는 눈…아아, 저 눈…눈이…!

    저 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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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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