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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1

       

        

        

        

        

        

        

        

        

       “이거,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은데….”

        

       “계획? 이번에 진이가 하는 그거 말하는 거죠?”

        

       “응, 그거. 두 메카 딸내미 관련해서 손대야 할 게 있을 것 같거든.”

        

        

        

        한편, 유진 일행이 오아후 섬 북쪽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즈음.

        

        와이키키 해변 바로 앞에 지어진 이카루스 레지던스의 최상층 집무실 내부, 편안한 복장을 입은 한 쌍의 남녀가 바깥이 선명하게 보이는 통유리창을 앞에 둔 채 모션베드 위에 누워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눈 앞에 띄워진 – 키보드로는 입력 불가능한 속도로 출력과 삭제를 반복하는 영어 문장, 그리하여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여러 문서들은 그 두 명이 결코 편안하게 쉬기 위해 관광을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화면 가득히 띄워진 진과 레인의 사진과 함께 입이 열렸다.

        

        

        

       “우리 딸이 데리고 온 그 두 아이들이 게임 내에서 인지도가 있냐고 하면 얼마든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다크 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모르는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만들려는 거군요.”

        

       “그렇지.”

        

        

        

        정면에 띄워진 커다란 화면, 그리고 하단에 띄워진 그래프.

        

        전 세계인들이 즐긴다는 사실로 인해 동접자수가 기본 3천만, 주말에는 그 두 배 가량으로 뛰어오르는 명실상부한 가상현실 게임 1위. 해당 사실이 간략하게 명기된 홀로그램 하단에는 해당 유저들이 어떤 모드를 즐기는지를 이용자수 순서대로 나열해둔 그래프가 있었다.

        

        나이브하게 말해서, 다크 존의 모드는 PVE와 PVP로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거의 70% 이상의 유저들은 어느 하나만을 죽어라 파기보단 여력이 있을 때마다 두 개를 자유롭게 즐겼고, 반대로 말해 나머지 30% 가량은 PVP 혹은 PVE만을 즐겼다.

        

        정면의 그래프는 해당 사실을 그림으로 표기 중이었다.

        

        

        이현진, 유진의 아버지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래프가 변형되기 시작했다.

        

        

        

       “진이가 발자취를 여러 장소에 남겨놓은 덕분에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어. 시청자 수만 200만 명이 넘고…최소한 다크 존을 플레이하는 15명 중 1명 가량은 진과 레인이라는 존재에 친숙하겠지.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6.7% 가량인가.”

        

       “유효한 성과를 거두려면 20%까진 끌어올려야 해요.”

        

       “PVE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자고.”

        

        

        

        유진을 지지하는, 혹은 적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의 플레이스타일을 묶은 뒤 그래프로 한 번에 나타낸다.

        

        

        첫 번째, 미확인구역 탈출.

        

        속칭 EU 모드라고 불리는 PVE-PVP 복합 모드. 동시접속자는 유진이 플레이하기 전까지는 대략 40만 명 가량이었으나, 한 번 입소문을 타고, 더 나아가 진과 레인이 등장한 순간 말 그대로 동접자수가 5배 넘게 폭증했다. 그리하여 현 시점에선 유저수 220만 명 정도.

        

        두 번째, 에이펙스 프레데터.

        

        과거 유진의 주요 대회 종목이기도 했던 해당 모드의 플레이어 수는 최소 3배 가까이 늘었고 – 2035년 8월부터 12월까지를 집계했을 때 – , 유진이 파이널 챔피언십 1등을 거머쥠에 따라 인지도는 더더욱 늘었다. 간접 인원까지 집계했을 때 대략 500~600만 명 가량.

        

        세 번째, PVE 메인 시나리오.

        

        오퍼레이션 블루필드, 채리엇, 라스트 라이트와 같은 수많은 인커젼 미션도 그렇거니와, 이전까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던 메인 미션의 오메가 랭크 획득 방법까지. PVE 미션에서 유진이 쌓은 성과는 방금 소개했던 것들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들 전원이 진과 레인에 관심이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EU 모드의 유저들은 가장 찬성 비율이 높을 것이었다. 타 모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사이드 스토리와 모드를 연계하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존재했고, 그 덕분에라도 메카 유진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을 몰랐다.

        

        가장 최근의 연계 대상이 EU 모드였으니, 메카 유진에 대한 인기는 쉬이 식지 않으리라.

        

        반대로 아래로 갈수록, 다시 말해 메카 유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상 반응은 조금씩 미묘해질 확률이 높았으나, 상기 열거했던 유저들은 ‘유진에게 호의가 있다’는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었고, 몇 가지 이벤트 추가를 통해 호의적인 반응을 유발 가능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로-

        

        

        

       “PVE 쪽은…새로운 인커젼, 그리고 레이드를 한두 가지 정도 출시해서 대거 팀이랑 진과 레인을 끼워넣으면 되겠어. 마침 저쪽에서도 아직 멋대로 돌아가고 있는 아르테미스 무인기 공장이 좀 있고.”

        

       “또 대거 팀을 끼우냐고 진이가 펄펄 날뛸 텐데요.”

        

       “그 때문에라도 대거 팀, 그리고 두 친구는 서포트 오퍼레이터로만 참전이 가능하단 확약을 받아내야 할 필요가 있지.”

        

        

        

        현실 동기화를 통해 인커젼을 출시하고, 저쪽 세계관에 그림자를 보낸다.

        

        진과 레인을 포함한 대거 팀이 참전한다 – 하지만 직접적으로 공장 안에 들어가 전투를 벌이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전자전 혹은 내부 관측 정도만을 도와주는 역할로서, 설령 공장에서 킬로톤급 폭발이 벌어져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서 대기한다.

        

        그리 한다면, 대거 팀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해당 인커젼 혹은 레이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진과 레인에 대한 우호도를 쌓게 되겠지.

        

        거기에 쐐기를 박을 요소도 생각해놓았다.

        

        

        

       “미확인구역 레이드를 깬 유저들을 위한 특수 대사도 몇 줄 추가해주면 호의적인 반응을 더 쉽게 유도할 수 있겠어.”

        

       “…당신, 저 몰래 게임이라도 하는 거 아니지요?”

        

       “굉장한 칭찬인걸.”

        

        

        

        현재도 메카 유진 보이스 및 SD 오퍼레이터가 동봉된 팩이 인기 순위 3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마당이었으니 – 물론 다른 번들에 비해 가격이 낮긴 했다 – , 다시금 진과 레인이 등장한다면 상당한 반향이 있겠지.

        

        얼개가 대강 잡히기 시작했다.

        

        진과 레인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아무리 기간을 당기더라도 – 심지어는 해당 개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 최소한 반 년, 평범하게는 1년 이상을 보아야만 하는 장기 프로젝트.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려줬지만, 당장 배고픈 사람에게 기다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사람의 인내심은 휘발성이 상당히 강했고, 최소한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입에 떡 한두 개라도 물려주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로운 인커젼 출시는 추후 진과 레인을 현실로 끌어오기에 충분한 포석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저쪽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오면 되니 작업량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아무리 짧게 잡아도 1~2개월은 걸릴 거고…그 즈음엔 아시아 예선전이랑 파이널 챔피언십이 겹치겠어.”

        

       “일본 지사가 보내온 처참한 데이터를 감안하면, 이번 아시아 예선전도 한국이 큰 무리 없이 5개의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겠지요. 최대한 앞당겨 출시하는 게 나을 거예요.”

        

       “일정 맞추려고 야근할 친구들에게 초과근무수당을 두둑히 뿌려야겠구만.”

        

        

        

        당연하겠지만, 자본주의의 시대에선 사원들의 낮과 밤조차 돈으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돈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찝찝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 그 둘을 마스코트로 삼게 되면 우리 딸내미가 좋아할지를 모르겠네.”

        

       “이미 스트리밍도 하는 마당이잖아요. 대놓고 대외적인 부분에 쓰지만 않으면 되겠지요.”

        

        

        

        작게 숨을 내뱉은 유진의 어머니가 덧붙였다.

        

        

        

       “그리고 진이도 그 두 명을 엄청 귀여워하는 것 같든데, 무슨 일 있겠어요.”

        

       “…그건 그렇긴 하더라고.”

        

        

        

        진과 레인은 딸내미에게 마치 찹쌀떡처럼 착 붙어있었고, 유진은 그런 둘의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미소짓기를 반복했다.

        

        직접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그 광경을 보자마자 그 두 명이 유진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귀여운 아이들이란 것을 직감했다.

        

        나지막히 말이 이어졌다.

        

        

        

       “딸만 세 명 있는 집안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야.”

        

       “당신이야 좋겠죠. 듬직한 아들 사라져서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요.”

        

       “하하.”

        

        

        

        타닥타닥.

        

        그런 자그마한 핀잔을 뒤로 한 채, 키보드 위로 손가락 놀리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방금까지 했던 논의가 압축된 일종의 보고서 비슷한 데이터를 유진에게 전송하며, 그 두 명은 와이키키 해변의 수평선 아래로 조금씩 떨어져가는 태양을 목도했다.

        

        유진 일행이 하와이에 머물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슬슬 딸이랑 식사 약속을 잡아야겠네.”

        

        

        

        대답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두 명은 이미 서로의 표정을 알고 있었다.

        

        

        

        

        

        

        

        

        

        

       “….”

        

       “무슨 일 있어요?”

        

       “아뇨, 그다지.”

        

        

        

         한편, 한 번 일을 손대자마자 물밀듯이 밀려드는 후속 일정.

        

        이때다 싶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싱크탱크 관련 메일을 훑어보던 유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쉴 수 없었다.

        

        

        

        

       

         

       

         

        

        

        

        

        

        

        

        

        

        

        

        

        

        

       “…네, 로건 상사님. 유진입니다.”

        

       “참나, 되도 않는 격식 차리지 말고. 잘 있나 연락한 거야.” 

        

       “그럼 문자를 남기셨어야죠. 지금 이 위성통신도 이카루스 기어로 수신받은 거라구요.”

        

       “당연히 그렇겠지. 네 개인 코드로 연락한 건데.”

        

        

        

        …이 양반이.

        

        마지막으로 쓴 지 년 단위가 넘어가는 이카루스 위성통신망으로 연락이 왔길래, 놀라서 호다닥 사람이 없는 위층으로 뛰어올라왔건만. 더군다나 여기로 연락한다는 건 프라이빗이 아닌 포멀한 용무로의 연락이었기에 나 역시 저 양반의 공식 계급을 꼬박꼬박 붙여야 했다.

        

        지금은 그럴 때까지는 아닌 모양이었지만, 역시 습관이란 게 무섭긴 하구나.

        

        그래도 오랜만의 연락이기도 하거니와, 아예 용건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아서 차분히 경청하기로 했다. 마침 선상 위에서의 저녁식사도 다 끝난 오후 8시였으…니….

        

        

        잠깐만.

        

        

        

       “아니, 미국은 지금 오전 2시 아니예요?”

        

       “맞아. 그리고 우리 우수한 막내라면 SOF 친구들이 그런 일반적인 타임 테이블에 얽매이지도 않는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련하시겠어요. 훈련이라도 잡혀있었겠죠.”

        

       “정확하게는 사후강평 끝나고, 목욕 마친 다음 방으로 돌아왔지.”

        

        

        

        흐음.

        

        그럼 아마 지금쯤 저 양반은 침대에 누워있을 거고. 나도 요트에 있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으니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무슨 용건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든 간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정도로 급한 건 아닐 테고, 예상대로 로건은 나와 로렌티나를 포함한 일행들이 하와이에서 신나게 총알 낭비를 시행했던 일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실시간 블러 처리가 가미되지 않았더라면 30분도 못 가서 방송 송출이 중단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유야무야 잘 넘어갔다.

        

        

        

       “됐고, 나중에 그 두 명 체력이나 좀 키워서 미군에 납품 좀 해라. 내가 곱게 포장해서 가져갈 테니까.”

        

       “이미 로렌티나 선임도 그렇게 말하든데요.”

        

       “걔는 녹냥이나 던져줘. 나는 그…대충 알지?”

        

       “다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요.”

        

        

        

         이 양반은…옛날 다이스가 쏘아올린 작은 저거넛에 한 번 압사당한 뒤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

        

        지난 번에 내가 없었을 때 개인적으로 했던 하모니-다이스 KSM 후기 방송에서도 ‘그때 로건 씨를 잡지 말았어야 하는데….’하고 한탄하는 걸 보면…뭐,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다이스는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에 로건이 안 나오는 것만으로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할 판이니.

        

        아무튼 그런 실없는 이야기로 대략 10분 가량을 떠들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로건은 마치 구렁이 담 넘듯 새로운 이야기를, 혹은 본제를 시작했다.

        

        

        

       “11월에 10일 정도 시간을 비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가능 여부만 간단히 생각하고 답장해줘. 지금 대답 안 해도 상관없어.”

        

       “어…못할 건 아니죠? 아시아 예선전이 있긴 한데. 일단 무슨 일인지는 들어봐야 할 것 같네요.”

        

       “흠.”

        

        

        

        짤막한 정적.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두 가지를 말해주지. 네가 이번에 하와이에서 했던 저격 영상을 꽤 인상깊게 본 사람들이 많고, 2036 인터내셔널 스나이퍼 컴페티션이 한 달 앞으로 훌쩍 다가왔어.”

        

       “…설마.”

        

       “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너의 현재 직위는 서전트 퍼스트 클래스, 한국말로 하면 중사지. 그것도 MWTR 소속이지. 국방부 장관을 대리해서 나카소네가 네 직위를 복권…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새로 만들어준 거나 다를 바 없겠네.”

        

       “그렇죠. 대충…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네요.”

        

        

        

        구태여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아도 대강 알 것 같았다.

        

        미 국방부는 내가 2036 인터내셔널 스나이퍼 컴페티션,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에 출전하길 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로건이 이어 말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네가 만약 출전한다면 너랑 내가 페어를 맞춰 나가게 될 거고, 정식 참가팀보단 일종의…번외로서 나가게 되겠지.”

        

       “그건 그렇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거기서 뭘 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거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줄 수 있는 일종의 암시가 있었다. 거기다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군 쪽에서부터 아무런 컨택 요청이 없었으나, 지금 와서 이러는 걸 보면 이는…차라리 특정한 목적성이 있어보인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되려나 싶어 고민하고 있던 와중 이어지는 말.

        

        

        

       “어차피 선택은 너한테 달렸어. 대가리에 회백색 덩어리 대신 대신 음모만 차있는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네가 손길을 끊으면 아쉬운 건 미국이지. 그 민주당 너구리한테 살짝만 언질을 넣어도 이딴 제안은 다신 안 들어올 걸.”

        

       “하.”

        

       “위쪽에서 나한테 애걸복걸한 탓에 너한테 연락한 것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런 건 아무짝에도 관심없어. 나갈 마음이 있다면 함께 활동하자는 말 한 마디 하려고 전화한 거니까.”

        

       “….”

        

       “계급장만 무거운 퀘퀘한 아저씨들 부탁 받아서 나가는 것보단 ‘선임이랑 돌아다니는 게 더 낫다’는 명목이 너한테는 더 어필 가능한 장점이겠지. 그러니까 편하게 이야기하는 거야.”

        

       “선임도 40살 다 되가는 아…가씨잖아요.”

        

       “죽는다?”

        

        

        

        농담 아닌 농담에 절반 정도는 진심인 살해 협박을 돌려주다니, 무서워라.

        

        아무튼 그 말이 맞긴 했다. 로건은 내 염려를 실로 간단하게 일축한 후 정답을 핀포인트로 던졌고, 내가 ‘출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면 저 핑계가 확실히 내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간만에 꽤 즐거울 것 같기도 했고.

        

        

        그렇다면 내가 해줄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좋아요, 시간 조정이 가능하면 한 번 해볼게요. 대신 이번 일을 뭔가 특정한…일에 써먹으려는 친구들이 있다면, 괜히 설레발치지 말라고 한 마디만 전해주세요.”

        

       “선임을 부려먹다니. 나중에 미국 오면 이 대가는 비싸게 받을 거야.”

        

       “얼마든지 비싸게 받으시길.”

        

        

        

        통화가 끊어졌고, 침대에 그대로 드러누운 채 11월의 스케줄을 살폈다.

        

        작년과의 차별화를 위해 아시아 예선전은 1달 가량 늦춰졌고, 그리하여 11월 3주 즈음에 시작. 아마 KSM에서 선발된 친구들은 1주 가량 먼저 러시아로 출발하게 될 테니…굳이 아시아 예선전에 따라가지 않는다면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아시아 예선전은 작년보다 2배 가량 긴 4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니…잘만 한다면 끝나자마자 바로 러시아로 출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스나이퍼 컴페티션이 언제 시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에 불가능할 확률이 높았지만.

        

        아마 로건은 전화를 끊자마자 자러 갔을 확률이 높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오자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졌다.

        

        아래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말소리를 뒤로 한 채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이렇게 바쁘지.”

        

        

        

        휴가 중인데 휴가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세상은 실로 기묘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들에게 이쯤에서 재차 알려드리는 놀라운 사실

    이거 외전입니다

    즐거운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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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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