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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1

    <491 – 괜찮은데 안 죽겠는데>

     

    오르데 타코는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강자.

    암흑마나의 우위에서도 밀리는 전직용사.

    괴물 같은 강함을 지닌 이가 아끼는 아이가 나타났다.

    저거다.

    저 아이를 인질로 붙잡아야만 한다.

     

    <흡력>

    <압착>

     

    내지른 손이 오크노디를 끌어당기기 무섭게 고도로 집중된 디스트로이어의 영역이 오르데 타코의 손을 쥐어짜내 터뜨렸다.

     

    펑!

     

    파괴된 신체 말단부위로부터 두족류의 촉수가 길게 뻗어 나왔다.

     

    ‘인간이기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한때 괴수토벌을 업으로 삼았던 가문의 후계자이지만 복수를 위해 토벌했던 괴수들의 세포를 신체에 이식하여 언제든 힘으로 삼도록 보험을 심어두었다.

    마왕군 사천왕의 충고를 당시에는 기우라고 여기면서도 그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마지못해 괴수 세포를 이식했었지만….

    처지가 이렇게 되니 사천왕의 넓은 혜안에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스승이 걱정되거든 네 몸으로 설득하게 도와주마. 자, 붙잡혀라. 인질이 되는 거다!”

    “에에엥, 싫어요!”

     

    머리띠가 귀여운 아이는 질색하며 완드를 꺼내 좌에서 우로 크게 휘둘렀다.

     

    <폭탄창>

     

    생성계의 1위계 기초마법.

    애로우계의 2위계 공격마법.

    스피어계의 3위계 저격마법.

    굳이 따지자면 폭탄창은 희귀한 속성을 다룰 줄 아는 3위계의 깜짝응용마법으로 분류된다.

     

    ‘아카데미 학생의 저항쯤이야.’

     

    솔직히 우스웠다.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흡착에 딸려 온 폭발창이 촉수 손 앞에서 폭발을 일으켰을 때, 오르데 타코는 대경실색했다.

     

    <폭발>

    <이중술식 개방>

    <호른의 광상곡>

     

    영역을 침식하는 불꽃쇼의 고수, 신비의 연주가가 구사하던 영역이 손아귀 안에서 기습적으로 터졌다.

     

    <마나방패>

    <역장>

    <촉수의 항마력>

     

    3단 방어를 모조리 파고들며 비집고 들어온 영역.

    그 영역이 제 안에 감싸고 있던 작고 미세한,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마법이 방패 안에서 터졌다.

     

    <삼중술식 개방>

    <보이스메모리>

     

    그것은 기록한 소리를 재생하는 마법이었다.

    남몰래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나 사용되는 마법.

    이따금 마탑의 어린 제자들이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스승에게 고발할 때나 사용되는 마법이다.

    유효기간도 짧고, 성능도 뛰어나지 못하다.

    녹음기의 대체제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장난감 수준에 불과한 쓸모없는 마법.

    그런 하찮은 마법에서 난 소리는 오르데 타코의 움직임을 일순간 멎게 했다.

     

    -무오오오오옹!!

     

    두족류의 촉수가 강제로 팔 안으로 오므라들며 행동을 멈췄다.

    소리를 듣자마자 그는 깨달았다.

    이건 <크라켄>의 울음소리였다.

    그것도 무려 <성체 크라켄>의, 자식이 위기에 처해 격노한 부모의 울부짖음.

    모든 생물체를 두려움에 얼어붙게 만드는 광역 상태이상 유발기 <크라켄 피어>가 담긴 외침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작 11살 남짓한 어린애다.

    키도 133cm에 불과한 어린애다.

    그런 어린애가 어떻게 성체크라켄의 피어를 마법으로 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함정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챘던 능욕이다.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자가 달리 있을 리 없다.

    눈앞의 남자.

    불꽃쇼의 우승자.

    크라켄 피어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의 심장을 단숨에 파고든 저 인간뿐이다.

     

    “넌… 대체 뭐냐…”

    “은퇴한 전직용사 디스트로이어. 너희가 심기를 거스른 남자의 이름이다.”

    “컥, 커헉… 전직용사……. 과연, 납득했다… 너 정도의, 사내라면…….”

     

    저런 끔찍한 울음소리를 ‘기억’했다가 ‘흉내내기’로 다시 토해내는 일 따위, 고작 어린아이가 저지를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반면에 전직용사라면 그 울음소리를 기억하고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울음소리를 추출, 제 수하 내지 제자의 술식을 보강하여 울음소리들 담은 기억마법을 숨겨둘 수 있다.

    그래, 이 모든 건 전직용사 디스트로이어의 함정.

    용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전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가라, 박스캣. 사천왕님께 보고해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용사 디스트로이어가 우리에게 칼날을 겨누었다는 소식을 전해라!

     

    박스캣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동료애가 희박한 매정한 녀석이지만 그 비정함이 오히려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되었다.

    박스캣은 삽시간에 도적길드 길드원들과 골렘들의 방어진을 돌파했다.

     

    <매직박스 – 섬광>

    <매직박스 – 착시>

    <매직박스 – 감각교란>

     

    육안으로는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마법상자.

    그녀의 발이 도약할 때마다, 손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마법상자들.

    그 속에 숨겨둔 마법이 펑펑 터지며 추적을 교란하고 저지했다.

     

    “적색마탑의 힘을 보여줘라!”

    “외부인들의 도움에만 기댈 작정인가? 어서 도망자를 잡아라!”

     

    적색마탑의 원로 마그니가 외쳤다.

    적색마법들이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수놓으며 박스캣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쉽사리 고위력마법을 펼칠 수는 없었다.

     

    <불타는 대기>

    <솟구치는 불기둥>

    <지옥의 맹염>

     

    고위력 마법을 발현하기 무섭게 이에 반응하여 상자 사이에 숨어있는 맹독 연기가 퍼졌다.

     

    “큭, 이건… 마법출력을 일정수준 이상 올리면 터지는 트랩입니다!”

    “무시하고 죽여!”

    “그럼 우리에게 도움을 준 로지니나 아카데미 학생들을 죽게 만들자는 거냐?!”

     

    과욕을 부리는 마법사에게 마그니가 두 눈을 부릅뜨며 으름장을 놓았다.

     

    “마법을 중지해라!”

    “이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어린 제자들인 견습마법사들도 있다. 도적길드의 길드원들도 있어. 저들이 전부 죽게 둘 수는 없다. 우리만 희생하여 만든 기회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수 있겠지만 이 자리는 우리가 아닌 저들의 도움으로 찾아온 자리란 말이다.”

     

    길드원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마법발현의 위력을 낮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법사들은 감히 위력적인 공세를 퍼부을 수 없었다.

    마그니의 말도 옳았다.

    애초에 로지니의 불꽃쇼나 용사 디스트로이어의 깜짝등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우세는 점할 수도 없었다.

    결국 박스캣은 달아났다.

    적색마탑의 마법사들은 추적을 이어나가는 대신, 쓰러진 길드원이나 어린 제자들, 아카데미 학생들의 치료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크노디, 어디 있느냐! 맹독을 치료해줄 터이니 어서 이리로 오거라!”

     

    마그니는 로지니의 치료를 마치자마자 친히 오크노디의 치료를 맡고자 독연 속을 헤맸다.

    바람을 이용해 연기를 거두려고 시도하기 무섭게 바닥에 깔린 마법상자들이 진동을 하는 탓에 함부로 연기를 거둘 수도 없었다.

     

    ‘어린 것이 이런 지독한 독연 속에서 무사할까?’

     

    경력이 쌓일대로 쌓인 중견마법사들도 안색이 좋지 않고 입가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마법상자가 발동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신체강화로 기동하여 제자들을 독연 밖으로 빼내고, 상자가 감응하지 않는 낮은 위계의 치유마법을 세심하게 발동하는 탓에 제 몸도 돌보지 못한 탓이었다.

     

    스스스.

     

    우연히 불어닥친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었다면 시체 몇 구를 보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천운이 따랐구나!’

     

    마그니는 가슴 깊이 안도하며 오크노디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가슴이 꿰뚫리고 머리가 터진 오르데 타코의 시체를.

    시체 앞에 선 디스트로이어와 오크노디를.

     

    짜악!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가 오크노디의 뺨을 때리는 당혹스러운 광경을.

     

    “용사?!”

    “사제지간의 일이니 외인은 끼어들지 마시오.”

     

    디스트로이어는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오크노디의 어깨를 붙잡았다.

     

    “네가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는 하냐?”

    “교수님의 수명을 지켜준 거잖아요!”

    “반대로 네 수명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어째서 하지 못하는 것이냐!”

     

    치료를 받은 로지니가 창백해졌던 얼굴에 조금이나마 혈색이 돌아온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마그니어르신. 오크노디가 어째서 꾸중을 받고 있는 건가요…? 수명 얘기는 또 무슨 얘기죠?”

     

    경험 많은 지혜로운 노인 마그니는 저들이 다투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적노의 제자에게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말해도 될지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말하지 않거든 도적길드 길드원들에게 찾아가서라도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굳은 신념이 담긴 눈!

     

    ‘차라리 내 입으로 알려주는 것이 낫겠구나.’

     

    마그니는 착잡한 심정을 담아 입을 열었다.

     

    “암흑마나는 인간의 신체장기를 변질시키고 오염시킨단다. 암흑마나를 지닌 존재를 해치움으로 인해 토벌자의 신체에 쌓이는 암흑마나도 예외는 없지.”

    “용사님은 마인보다 더 많은 암흑마나를 멀쩡히 다루고 있었잖아요!”

    “멀쩡히? 세상에 조건 없이 힘만 늘려주는 기운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속성저항력을 갖추지 못한 속성력은 그 사람을 해치기 마련이지. 불의 마나를 과하게 쌓으면 어찌 되는지 기억하느냐.”

    “체온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고열을 앓다가 죽어요. 억지로 마나를 방출하여 잔존마나를 낮추어도 자주 방출하는 부위는 화상을 입고요. 그래서 속성력의 수련에는 속성친화나 속성저항훈련을 반드시 해야…”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 나가던 로지니의 입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래, 불속성조차도 그랬지.

    그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속성이라고 알려진 암흑마나는 어떨까.

     

    “디스트로이어. 전직용사께서는 자신이 쌓아온 마나로 암흑마나가 신체를 변이시키지 못하도록 저지하는데 막대한 힘을 소모하고 계시다. 경지에 달한 마나제어술이 없다면 감히 꿈도 못 꿀 묘기이지. 하지만 이런 편법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한단다.”

    “암흑마나를 감싸 신체를 보호할 마나가 부족할 정도의 장기전을 벌이거나, 암흑마나의 총량이 일반마나의 총량을 뛰어넘어 조금씩이라도 계속해서 암흑마나 앞에 신체가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경우…”

     

    마그니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노디는 스승이 감수하려던 위험을 깨닫고 대신 막타를 쳐서 위험한 기를 제 몸에 받아들였고, 제자가 위험을 감수한 것에 화가 난 디스트로이어가 저리 분노하고 있는 것이지.”

     

    서로를 아끼기에 갈등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맹독에 중독된 몸으로 암흑마나마저 받아들였는데 그 상대가 마인이니, 체내에 쌓은 마나량을 암흑마나가 가볍게 웃돌 것이야. 친화력도 없는 아이가 이를 어찌 견뎌내겠느냐. 지금 당장 조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라.”

     

    응?

    로지니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오크노디는 맹독사탕도 잘만 먹고 다니고 학기 초부터 암흑마나도 잘만 쓰고 다니지 않았나?

    심지어 암흑마나 친화력이 역대급이라는 소문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마그니 어르신이 우려하는 모든 이유가 오크노디에게는 ‘해당사항 없음’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괜찮아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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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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