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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2

       *** ***

       

       흑림군도에서 일어난 일들은 천하로 퍼져나갔다.

         

       무림은 곧 강자가 지배하는 곳이라는 무도한 자들에게 결코 자신이 무림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야수왕.

         

       천둥과 번개를 부리며 구모설과 흑림군도의 무뢰한들을 일소했다는 소문에 호천안의 별호는 야수왕에서 뇌명존자로 변모했다.

         

       세인들은 혈괴와 영물을 믿고 온갖 포악을 떠는 혈교의 잔당을 일소해 줄 절대적인 고수의 존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니까.

         

       많은 이들이 뇌명존자가 이 무림에 평화를 가져오기를 바랬지만 천하 모든 이들이 뇌명존자에게 기대만 거는 것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뇌명존자가 곧 제2의 혈존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수의 영물을 다루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혈괴를 일소하고 현경의 고수까지 쓰러트렸으니 천하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들 누가 막을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러나.

         

       이후 뇌명존자의 행보는 수많은 비관론자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산동에 이어 하북 그리고 요녕까지. 뇌명존자는 묵묵히 혈교의 잔당들을 청소하며 나아갈 뿐 천하를 지배하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뇌명존자라는 이름은 무림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 ***

         

       천하의 어느 산길.

         

       호천안은 어슬렁거리는 영물들을 타고 산서로 나아가고 있었다.

         

       말보다 빠르게 내달리다가 산책과 같은 느린 여정이 퍽 지루했는지 미호는 연신 하품을 하며 걷고 있었고 서공은 아예 호천안의 품속에서 잠들어버렸다.

         

       호천안은 자신의 품에서 색색거리며 잠들어 있는 서공의 등을 쓰다듬으며 지난 여행을 회상했다.

         

       서이령과 조용상. 그리고 남궁빈과 헤어진 뒤 호천안은 그대로 북상했고 산동. 하북. 그리고 천진을 거치며 잔당들이 지닌 영물들을 회수하고 혈괴들에게는 영면을 주었다.

         

       회수한 영물은 셋.

         

       산동에서 회수한 박쥐 영물은 호천안과 여정을 함께하는 대신 독립을 선택했다. 아무리 영물이라고 한들 낮에 계속해서 빛을 견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여정에 합류한 영물은 두 마리였다.

         

       뀌익.

         

       화저라 이름 붙인 멧돼지 영물과.

         

       삐이이이-

         

       천응이라 이름 붙인 매 영물이었다.

         

       호천안은 고개를 들어 천응이 잘 날아다니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노곤함에 우러나오는 하품을 흘렸다.

         

       새로이 합류한 화저의 탑승감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작아진 서공이나 땅을 파고 다니는 황단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석웅은 움직일 때 등이 전후좌우로 움직여서 불편했다. 미호는 보행 자체는 안정적이었지만 호천안만 태우면 신이 나서 여우 특유의 폴짝임을 멈추지 않았으니 논외.

         

       묵금 역시 탑승감은 나쁘지 않았으나 무성한 나무를 연상케 하는 뿔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았다.

         

       반면 화저는 덩치도 있어서 보이는 경치도 나쁘지 않았고 그 덩치에 비해 움직임도 매끄러웠으니 등에 타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졌다.

         

       느긋한 여정에 일정한 움직임. 호천안은 노곤함을 이기기 위해 머릿속으로 여행길을 점검했다.

         

       천하를 떠돌아다니는 혈괴는 몰라도 본거지를 지닌 혈교의 잔당을 정리하는 여정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섬서의 석산혈교. 그리고 진짜 혈교의 본거지였던 서안의 모산혈교.

         

       ‘이 두 곳만 정리한다면 남은 혈괴는 무림맹이 해결할 수 있겠지.’

         

       호천안은 서이령과 조용상을 떠올렸다. 조용상은 이제 현경이 되었고 서이령도 묵금의 뿔에 나타나 있던 이치만 온전히 이해한다면 현경에 오를 수 있을 터. 그 두 사람이라면 천하에 남은 혈교의 잔당들 정도는 잘 처리할 것이다.

         

       찍찍?

         

       호천안이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공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호천안은 그런 서공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중얼거렸다.

         

       “그래. 손님이 온 모양이구나.”

         

       내공을 담은 음성이 풀숲에 숨어 있던 이들의 귓전에까지 울렸다. 이내 수풀에서 세 사람이 튀어나와 넙죽 엎드렸다.

         

       “뇌,뇌명존자님을 뵙습니다!”

         

       “가 가시던 길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허허, 괜찮소.”

         

       호천안은 평안하게 말했지만 풀숲에 숨어 있던 사람들은 도무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그 입을 쩍 벌러 한번 깨물면 상체가 사라질 것 같은 여우. 인간 따위는 발톱 하나로 두동강을 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곰. 성질이 나면 마을 하나는 밀어버릴 것 같은 멧돼지가 눈 앞에 있는데 누가 긴장을 놓을 수 있을까.

         

       “도, 도와주십시오! 어르신!”

         

       “이 인근 마을 혈교의 무리가 머물고 있습니다요!”

         

       세 사람은 마른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호천안의 반응을 살폈다.

         

       뇌명존자가 혈교의 무리를 소탕한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천하를 오시하는 고수이자 수많은 영물을 부리는 뇌명존자가 고작해야 촌구석의 어느 마을에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러나 세 사람의 긴장이 무색하게도 호천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물을 지닌 혈교가 없는 지역에는 으레 혈괴를 지닌 잔당들이 판을 치기 마련이었으나 호천안으로서는 별 도리가 없었다.

         

       정말 우연히 이동하는 길에 혈괴의 기척을 느끼면 몰라도 작정하고 잠복한 혈교의 잔당을 파악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천응이 여행에 따라붙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천응을 목격한 이들이 소문의 뇌명존자가 근처를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고 도움을 청하러 오기 시작했으니까.

         

       호천안이 여행의 속도를 늦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말이 달리던 속도보다도 더 빠른 기존의 속도를 유지했다가는 범인은 고사하고 어지간한 무인들조차 호천안을 쫓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갑시다.”

         

       *** ***

         

       호천안을 찾아왔던 세 사람은 마른침을 삼켰다.

         

       호천안이 마을을 점거한 채 포악을 떨던 혈교의 잔당을 처리하는데는 정말 짧은 시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수십의 무인과 목책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리고 검과 도를 간식처럼 씹어먹었던 혈괴가 조용히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포함한 시간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어르신!”

         

       “혹여 근처에 남아있는 혈교의 잔당이 있소?”

         

       “이곳에 있는 놈들이 전부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마치 신처럼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에 부담감을 느낀 호천안이 흑립을 눌러 쓰며 말했다.

         

       “그럼 본인은 이만 떠날까 하오만. 혹시 다른 문제가 있겠소?”

         

       “예? 허나…식사라도 한 끼 하고 가시지요. 저희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올리겠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소. 갈 길이 머니 문제가 없다면 떠나고 싶구려.”

         

       마을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보면서 말을 하지 않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 때였다.

         

       “저, 저기…혹시 반월도나 고래검이라는 별호를 아십니까?”

         

       마을 사람의 물음에 호천안의 발이 우뚝 멈추었다.

         

       “…지금 뭐라 하셨소?”

         

       호천안의 격렬한 반응에 말을 꺼낸 청년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죄, 죄송합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뇌명존자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 하여…! 별호를 말하면 분명 알 것이라 말하기에…시, 실언을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소?”

         

       “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겁먹은 청년의 뒤를 따라 걷는 호천안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호천안은 사천정파와 운남사파의 충돌을 막지 못했고 사천성으로 쳐들어온 사파 세력들은 사도련이 내건 명분의 근간인 사천낭인들은 우선적으로 확보하려 들었다.

         

       그렇게 사천낭인들은 사도련의 사파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흑립조차도 내던지고 진정 어둠으로 숨어들었으니 호천안 역시 그들의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살아 있었나…!’

         

       청년은 하나의 담벼락으로 묶인 두 개의 집으로 호천안을 안내했고 호천안은 깜짝 놀라는 이들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분 처음 보는 이들이었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정삼과 여진상의 얼굴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르신들은 어디에 계시나?”

         

       “마, 마당에서 해를 쬐고 계십니다.”

         

       그 말에 호천안은 집주인들의 안내를 기다리지 못하고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놓인 흔들의자에 몸을 맡긴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호천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아, 있었군.”

         

       “이놈아, 그럼 우리가 죽을 줄 알았느냐?”

         

       “아직 죽으려면 백 년은 이르다. 자식아!”

         

       반월도 정삼.

         

       고래검 여진상.

         

       호호백발의 두 사람이 웃으며 호천안을 맞이했다.

         

       *** ***

         

       “보게. 아들딸들이랑 손자 손녀들이야!”

         

       “저놈보단 내가 자식농사는 잘 지었지!”

         

       호천안은 순식간에 흘러간 세월을 절감했다. 이미 정삼과 여진상의 아들딸들이 장성하여 아이들을 기르고 있었으니까. 호천안은 그 새를 못 참고 뛰어다니는 아이부터 시작해 부모의 다리 뒤에 숨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저기 방문 뒤에 숨어 이쪽을 바라보는 아이도 정삼과 여진상의 손주 중 한 명이겠지.

         

       “다 자네들을 쏙 빼닮았군.”

         

       “허허허! 그렇지? 날 닮아서 다들 미남미녀야!”

         

       이놈들은 여전하군. 그렇게 생각하며 호천안은 허허 웃었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것이 무어라고 이리 기꺼운지 계속 웃음이 나왔다.

         

       사람을 물리고 세 사람은 잔을 채웠다.

         

       “키아. 그래 정철을 쓰러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끊어졌더니 어디 뭐 천하제일 고수가 되기 위한 폐관이라도 했느냐?”

         

       “뭐, 네놈 하는 짓이 뻔하긴 하다만.”

         

       호천안은 두 사람의 타박에 쓴웃음을 지었다.

         

       “내 근황이야 잘 알테고. 자네들이야말로 어떻게 지낸 건가.”

         

       “뻔한 이야기일세. 그냥 난리통이 되기 전 사천성을 빠져나와 흑립을 벗고 그냥 낭인이 되었지. 그런데 뭐 사천이 워낙 살벌했나? 도무지 떠돌이 무인들이 밥 벌어먹자고 기웃거릴 수가 없어서 섬서로 향했네.”

         

       “그런데 돌연 섬서를 기점으로 혈교가 세를 떨치지 뭔가? 웬 사람을 잡아다가 괴물로 만든다는 소문도 들리고 집채만한 영물들이 무림문파들을 들쑤시고 다닌다는데 도망쳐야겠다 싶더군. 그래서 산서까지 꽁무니를 빼고는 이런 산골에 처박혔다네.”

         

       “…그렇군.”

         

       간단한 요약이었지만 호천안은 두 사람의 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도련의 추적을 피해서 사천을 벗어나는 과정도, 정체를 숨기고 섬서에 자리잡느 과정도, 그리고 혈교를 피해 애써 자리잡은 섬서의 터전을 버리고 이곳에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곡절이 있었을 테니까.

         

       심란함이 그대로 담긴 호천안의 눈을 바라본 정삼과 여진상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놈아 뭘 그렇게 보느냐? 여기서 네가 제일 못난 인생이야 자식아!”

         

       “뭐?”

         

       “쯧쯧. 저 궁상떠는 꼬라지 보아하니 자식은커녕 혼인도 못 했겠지. 전 무림에 협명을 떨치면 뭐하나? 노총각으로 노인네가 되었는데!”

         

       빠직.

         

       사실적시 공격에 호천안의 이마에서 굵은 힘줄이 튀어올랐다.

         

       “…이 썩을 놈들이? 오늘내일이면 늙어죽을 자식들이 아직도 절정 초입인 주제에 뭔 입을 털어?”

         

       “그래봐야 그 나이에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늙은 낭인 아니냐! 좀! 창피한 줄 알고 살아!”

         

       “내가 임마! 어? 뇌명존자야!”

         

       “대. 뇌. 명. 존. 자.”

         

       “와. 존. 나. 무. 섭. 다!”

         

       “이 새끼들…!”

       

       찍찍.

         

       오가는 고성에 호천안의 발치에 엎드려 있던 서공이 고개를 들어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핏줄이 올라오고 얼굴이 붉어져 있었지만. 어째 서공에게는 호천안이 기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냥 즐기시게 냅둬야지.

         

       서공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 ***

         

       호천안은 두 사람의 집에 며칠 묵어가기로 정했다.

         

       “어이 장씨! 뇌명존자랑 친구라고 했을 때 뭐라고 했어?”

         

       “죄, 죄송합니다! 어르신!”

         

       “우리가 마! 뇌명존자랑 밥도 마시고! 술도 먹고! 의뢰도 하고 마! 다 했어 마!”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두 사람이 마을 구경을 시켜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던 마을 주민들에게 꼽을 주며 돌아다녔기 때문이었다.

         

       정말 언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동기들의 모습에 호천안은 더욱더 흑립을 눌러썼다.

         

       “으하하하! 아주 속이 시원하구만 그래!”

         

       “자네도 봤어야 해! 혈교 대책 회의 때 자네랑 친분이 있어서 절대 이 마을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더니 저놈들이 그냥 우릴 미친놈처럼 바라봤다니까?”

         

       “….하아.”

         

       호천안은 그냥 고개만 저었다. 그 모습에 킬킬거리던 두 사람은 이내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에 호천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경지는 낮았지만 강건한 무인이었던 두 사람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동네 산책만으로 지쳐 버리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와아아아!!

         

       찍찍!

         

       두다다다!

         

       그리 세 사람이 숨을 고르고 있자니 아이들과 서공이 한데 뒤엉켜 마당으로 뛰어왔다. 서공의 꼬리를 잡기 위해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었고 서공은 이리저리 꼬리를 움직이고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며 아이들을 농락했다.

         

       “씨잉! 잡아!”

         

       “악! 너무 빨라!”

         

       아이들이 몸까지 날려가며 서공의 꼬리를 붙잡아보려 했지만 서공을 결코 자신의 꼬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아이들이 마당에 자빠졌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공은 하늘을 향해 얼굴을 치켜올리며 승리를 표한 뒤 다시 도망쳤다.

         

       약이 잔뜩 오른 아이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며 정삼이 웃었다.

         

       “거 쬐그만 놈이 아주 야물딱지구만.”

         

       “저리 작아도 자네들 정도는 쉽게 이길 테지.”

         

       “잘났다. 이놈아.”

         

       실없는 대화를 하던 호천안은 벽 뒤에 숨어 서공을 쫓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런 호천안의 시선을 눈치챘음일까. 벽 뒤에 숨어 있던 아이는 후다닥 몸을 숨겼다.

         

       “저 여아는?”

         

       “아아…잠시 우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아이일세.”

         

       “신세?”

         

       “뭐 이런 세상 아닌가.”

         

       사연 있는 아이인가. 호천안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천하가 이리 혼란스러웠으니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고 사는구나.”

         

       “네가 보기엔 우습겠지만 절정 고수 정도만 되도 떵떵거리고 살만해! 그냥 여유가 있으니 돕는 게지.”

         

       호천안은 겸연쩍어하는 두 사람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을 모두 따돌린 서공이 고개를 치켜들고 귀환했다. 호천안은 자신의 곁에 자리잡은 서공을 보며 피식 웃고는 머리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그때였다.

         

       아까 몸을 숨긴 아이가 머리를 쑥 내밀었다.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 든 서공을 물그러미 바라보던 아이는 간신히 용기를 냈는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호천안은 눈치를 보며 다가오는 아이가 서공을 만지기 쉽도록 뒤로 물러섰다.

         

       그런 호천안의 행동에 힘입었는지 아이는 서공에게 다가가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은 서공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딱 멈추었다.

         

       “꼬, 꼬리…만지고 싶어.”

         

       찍!

         

       이제야 예의를 아는 인간이 나타났군!

         

       서공이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꼬리를 아이의 손에 얹어주었다. 꼬리가 손에 들어오자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허허, 결국 나빈이가 우리 집안에서 가장 먼저 영물을 만지는데 성공했구나.”

         

       “그래.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느냐?”

         

       쏟아지는 칭찬에 나빈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 그냥…영리해 보이길래 부탁하면 들어줄 것 같아서..”

         

       “장하구나.”

         

       호천안 역시 웃으며 나빈을 칭찬해 준 뒤 그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연신 꼬리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이대로 두었다가는 하루 종일 꼬리만 주물럭거릴 태세였기 때문이었다.

         

       “와아!”

         

       부드러운 털에 손이 닿자 나빈의 얼굴이 행복감으로 물들었다.

         

       “앗! 나빈이가 영물을 만지고 있다!”

         

       “나도! 나도 만질래!”

         

       “그, 그렇게 막 하면 안돼! 부탁해야지!”

         

       나빈의 말에 멈칫한 아이들이 이내 하나하나 서공에게 부탁했고 서공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만지는 것은 허락해 주었다.

         

       수많은 아이들의 둘러쌓여 찹쌀떡이 되어버린 서공과 그런 서공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정삼과 여진상. 그리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웃음을 터트렸으나.

         

       흑립 속에 가려진 호천안의 얼굴은 굳은 채 나빈을 바라볼 뿐이었다.

         

       *** ***

         

       점심식사가 끝난 뒤 술 대신 곡차를 마시던 정삼이 호천안을 타박했다.

         

       “야 이놈아, 밥먹다가 똥이라도 씹었느냐? 아까부터 표정이 영 말이 아니구나.”

         

       “뭣 때문에 그러냐? 말좀 해봐!”

         

       눈치 빠른 두 사람의 타박에 호천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 나빈이라는 아이 말일세.”

         

       “뭐.”

         

       “잠시 손을 잡아보았을 뿐이나 절맥이 아닐까 싶더군.”

         

       정삼과 여진상.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아까 사연 있는 아이라 하였지? 사실 나빈은 어머니와 함께 떠돌아다니던 처지였네. 그러다가 우연히 이 마을에 닿았고 나빈의 어미는 쇠약해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네.”

         

       “그런…”

         

       “그 뒤로 우리 집에 거두어 키우고는 있었으나 충분히 잘 먹이고 있음에도 영 허약하더군. 그저 집안 내력인 줄 알았거늘. 그래…나빈이가 절맥증이라도 놀랍지는 않아.”

         

       아예 부모를 잃은 아이었는가. 호천안이 나빈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쉴 때였다.

         

       “혹시 자네 그 아이를 거둘 생각이 있는가?”

         

       “뭐?”

         

       “자네도 이제 제자 정도는 들여야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 들어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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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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