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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2

    <492 – 서로를 아끼는 마음>

     

    로지니와 매스각키 황녀는 마그니 어르신의 말을 듣고 성녀가 없는 용사파티가 암흑마나에 대응할 수 없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정체를 숨긴 채 디스트로이어의 용사행을 감시하던 명호 스님은 생각이 달랐다.

     

    “성검에는 정화의 힘이 담겨있거늘, 어찌하여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가 선정한 진정한 용사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 정화의 힘을 빌리지 못했는가. 소승은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뒷이야기, 비사가 있었겠지. 우리가 남몰래 교장의 명령으로 디스트로이어를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엄밀히 따지자면 소승은 디스트로이어가 아닌 오크노디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오.”

    “이유야 어쨌건. 저거, 내버려 두어도 괜찮겠어?”

     

    싫다고 하지 말라며 몸부림치는 오크노디의 팔목을 세차게 움켜쥐고 휙 들어 올린 디스트로이어.

    작은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디스트로이어의 품에 딸려온 그녀를 도적답지 않게 상당한 팔근육으로 목을 제압했다.

    과연 저런 만행까지 두고볼 수는 없었다.

     

    “디스트로이어. 제자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쯤 하시지요.”

    “명호. 교장의 개는 짖어야할 때와 그러지 말야아 할 때를 분간하지 못하는가?”

     

    암흑마나를 일으킨 부작용인가.

    격전을 마친 직후라 그런가.

    아니면 제자가 걱정이 된 탓인가.

    디스트로이어는 직전까지 오르데 타코에게 발휘하던 영역을 명호스님에게도 전개했다.

    표정이 굳은 스님이 한 손으로 합장의 자세를 취하며 반대쪽 손의 손날을 세워 아래를 향해 내렸다.

    디스트로이어는 그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먼 옛날, 혜가라는 자가 달마대사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했지. 달마는 수행의 방해를 받지 않고자 절대로 실현될 리 없는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는 날에 그를 제자로 받아주겠노라 약속했고, 혜가는 자신의 팔을 잘라 피로 땅을 적셔 눈을 붉게 만들었고.”

    “부끄러운 과거를 잘 아시는구려.”

    “한 손으로 취하는 합장. 그것은 팔 하나를 잃을 각오를 했음을 나타내는 의미.”

     

    명호스님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시험해보시겠습니까?”

    “재고해라. 혜가는 팔을 잃었으되 뜻을 이루었다. 너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렇게 두지는 않아.”

     

    피이잉.

    매서울 정도의 예기와 함께 암반 위에서 활을 겨눈 채로 나타난 미네르바 교수.

    거추장스러운 수인 머리띠를 푸른 그녀의 눈매는 맹수보다 더한 폭력성이 감돌았다.

     

    “그 아이를 내려놔. 암흑마나의 중독이라면 명호스님이 치유할 수 있어.”

    “이것이 교장이 내게 보이는 신뢰인가?”

    “좋을 대로 생각해. 당신과 교장 사이의 언약 따위, 조금도 관심 없으니까. 내게 할당된 임무는 오크노디가 몸 성히 아카데미로 돌아오는 것.”

     

    미네르바 교수의 활에 세 줄기의 바람이 나선으로 밀집하였다.

    위력을 올리는 명백한 위력시위에 디스트로이어가 팔에 실은 힘을 풀었다.

    땅에 발이 닿은 오크노디가 숨을 돌렸다.

     

    “이쪽으로 와라, 오크노디.”

    “미네르바 교수의 말을 들으십시오, 오크노디.”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명호스님은 초조해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대신, 조곤조곤 그녀를 타일렀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도 당신을 걱정하여 행동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희 선에서 중재를 이룬다면 교장님께 올라갈 보고는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단, 이것은 오크노디 양이 저희에게 협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용사가 이 정도의 암흑마나를 숨겨왔다는 사실은 명호스님이 생각하기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니 실제로는 자신의 말처럼 일이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교장이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비밀을 알고 있었느냐, 모르고 있었느냐에 따라 그를 향한 처우가 완전히 달라지리라.

     

    “교수님은 나쁘지 않아요! 절 도와주려고 하셨을 뿐이에요.”

    “널 억지로 붙잡고 제압했어. 암흑마나를 과하게 일으켜서 제정신이 아닐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요.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은 멀쩡해요! 건강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정신은요!”

     

    미네르바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졌다.

    명호스님은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인지했다.

    벌써부터 그녀의 <분신>이 각기 다른 방위에서 활을 쥐는 것이 느껴졌다.

     

    “물러서.”

    “싫어요!”

     

    이대로는 교전을 피할 수 없다.

    일촉즉발의 위기.

     

    “외인의 간섭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지만 적색마탑의 터전에서 감정다툼을 하니, 더는 모르는 체 할 수는 없겠구려.”

     

    마그니 어르신이 커다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탑은 적노의 수제자 로지니와 그녀의 친구 오크노디, 오크노디의 스승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도움을 받아 흉계를 면하였소. 저들 사제를 핍박하고 억지로 떼어내려 하거든 우리는 이를 불의로 간주, 기꺼이 맞설 것이오.”

    “칫. 앞뒤 분간도 할 줄 모르는 늙은이가 판을 어지럽히기는.”

     

    미네르바 교수의 분신들이 사방에서 자신을 겨냥하는 마탑의 마법사들을 인지하고 동작을 멈추었다.

    그 뒤로는 도적길드의 길드원들 또한 마법사들의 호위를 맡았다.

    대치가 풀렸다.

    이제 누구도 디스트로이어 교수를 막을 수 없다.

    이를 느낀 디스트로이어가 입을 열었다.

     

    “등을 내어라. 오르데 타코를 해치우고 취했던 암흑마나를 추출해가겠다.”

    “싫어요! 교수님이야말로 암흑친화력도 낮은 허접약골이면서 폼 잡지 마세요!”

    “…”

     

    디스트로이어를 말리던 두 교수와 마그니 어르신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아무리 그를 막을 작정이었던 그들이라도 감히 디스트로이어에게 폭언을 가할 용기는 없었다.

    그는 세계를 구한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의 동료.

    능히 용사와 동격의 활약을 펼쳐 용사의 동료가 아닌 용사 그 자체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런 거물에게 감히 허접약골을 운운할 수 있는 사람은 오크노디밖에 없을 것이다.

     

    “굉장해♡”

     

    …그녀를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매스각키 2황녀를 제외한다면 오크노디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크노디라고 디스트로이어를 향한 존경심이 없어서 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수님이 말했었잖아요. 니알라토텝은 다른 교단의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며 24신격과 교단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역대 용사들보다 미움을 샀다고요.”

     

    그것은 강의를 들은 오크노디와 강의를 했던 디스트로이어만이 기억하는 대화였다.

     

    -사회는 암흑마나를 지닌 자를 의심한다. 사회적 신분이 미약한 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러니 너 또한 역대 용사파티의 동료들이 그랬듯이 암흑마나순응기관을 감추는 기 차단술을 배워야 한다.

    -저 질문이 있는데요!

    -…걱정 마라. 나도 같은 길을 걸었던 몸이다. 널 사악한 존재라고 단정 짓고 차별하지는 않으니.

    -그런 게 아니라요. 용사파티에 꼭 사제나 신관, 성녀 같은 신성계열 클래스가 있는 이유가 그 암흑마나 때문에 사회적으로 안전한 사람인지 검증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건가요?

     

    사제가 필요한 이유.

     

    -맞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 용사를 선출하는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는 그 강대한 권능으로 권위를 인정받지만 12선신과 12악신이 고른 용사는 사실상 신의 예비사도라고 불리며 용사와는 다른 입장에 처해있지.

    -격 떨어지는 모조품!

    -…재단이 참 좋은 것도 가르쳤군. 그 모조품 소리를 듣지 않고자 24신들은 용사파티의 암흑마나를 검출하거나 정화, 그들이 사악한 타락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유해한 인물이 아님을 공증하는 역할도 맡고 있지.

     

    24신을 모시는 사제에게 주어진 역할.

     

    -근데 교수님의 용사파티에는 사제가 한 명도 없었잖아요!

    -그랬었지. 니알라토텝은 다른 교단의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며 신과 교단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가뜩이나 유일신을 주장하며 다른 신들의 눈총을 받는 소페미아의 용사인 상황에서 역대 용사들보다 더욱 미움을 사버렸으니까.

     

    니알라토텝의 용사파티는 그런 사제를 파티에 두지 못했던 이유.

    암흑마나에 노출된 자가 배워야 할 1단계 기술 <고통차단>과 2단계 기술 <암흑차단>을 가르치고자 했던 이유를 오크노디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교육일지라도.

     

    “암흑마나를 정화할 수 없으면서도 억지로 용사행을 거듭하고, 한계를 직감해서 그만뒀잖아요. 그런데도 도적길드를 품에서 놓아주지 않은 까닭은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고요.”

    “너, 설마… 처음부터 전부 다…”

    “당연히 알고 있었죠! 하비 하비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그러니 제가 도와주겠다는 거잖아요. 암흑마나 친화력이 높은 저라면 교수님보다 훨씬 많은 암흑마나를 견딜 수 있다고요!”

    “그딴 짓은 네가 하지 않아도 충분해! 이슈타르가 있다. 당대용사가 있는데 용사도 아닌 네가 암흑마나를 거둔다고 그 누가 고마워할 것 같으냐!”

    “교수님이 고마워해야죠!”

     

    사제지간에 오가는 거친 언성에도 모두가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들이 나설 자리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이 이상 민감한 대화를 이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암흑마나를 거두지 않겠다면 적어도 스승으로서 네 안전을 확인해야겠다. 네가 그렇게 자신하는 암흑마나 친화력을 측정할 전문시설에 간다. 동행해라. 검사에 응하는 것이 암흑마나를 추출하지 않고 허용하는 유일한 조건이다.”

    “아카데미는요?”

    “너희가 교장에게 전해라. 오크노디가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를.”

     

    미네르바가 쌍심지를 켰지만 명호스님이 거칠게 나서려던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저었다.

     

    “감찰은 제가 맡겠습니다. 당신은 교장에게 보고를 올려주십시오.”

    “괜찮겠나? 혼자만 가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한 몸 건사할 수단 정도는 있으니. 미네르바. 당신은 숲의 레인저입니다. 숲이 아닌 곳에서 목숨을 걸지 마십시오. 삼대금림이 존재하는 한, 소승과 달리 당신은 만에 하나 일이 그릇되더라도 결코 죽어선 안 될 사람입니다.”

     

    로지니가 멍하니 눈치를 보다가 물었다.

     

    “오크노디 어디 가요?”

    “명호스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

    “저희도 같이 돌아갈래요.”

    “그래선 곤란해질 텐데?”

    “…교수님과 싸워서 이기지 않으면 함께 돌아갈 수 없다는 건가요?”

     

    미네르바가 헛웃음을 지었다.

     

    “감히 나와 싸울 생각을 했다는 것도 기가 차지만 현실적인 문제부터 알려주지. 너희는 외출로 나왔다. 그리고 무단으로 외출을 연장하고 있지.”

    “어어…?”

    “무단외출연장의 벌금은 하루 단위로 배가 된다. 감당할 자신 있나?”

     

    로지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매, 매스각키… 우리 벌금 낸대.”

    “괜찮아♡ 난 돈으로 포인트 사면 돼♡”

    “…”

     

    그런 이유로 매스각키는 당돌하게 말했다.

     

    “벌금 내고 오크노디 따라갈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료컨텐츠 : 벌금 내고 외출 무단으로 연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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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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