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93

       

        

        

        

        

       

        

        

        

        

        

        

        

       “어우, 어….”

        

       “생각보다는 작네요. 근데 저러다가 저희를 물거나 하지는 않겠죠…?”

        

       “그렇게 말하니까 약간 B급 공포영화 시놉시스 같은데. 하와이 본토는 30km나 떨어져있고, 해상에 정박한 요트에 코브라보다도 더 독이 센 바다뱀이 기어오르는….”

        

       “아이씨, 불길한 소리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ㅅㅂ 상어에 이어서 이젠 바다뱀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방송켰길래 뭐하나 했더니 서커스중이네 ㅋㅋㅋㅋㅋ

       -팩트)저 뱀은 노란배바다뱀이고 세상에서 가장 독이 센 뱀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4위 안에 들어간다

       -미친유진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륵스륵. 몸 위를 기어가는 뱀 한 마리.

        

        팔 위를 기어다가 내 가슴 위로 올라타고, 이내 몸을 꺾어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등은 까맸지만 배는 노란 뱀 한 마리. 채팅창을 통해 노란배바다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맹독성 중에서도 맹독성 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로…얌전하기 그지없었다. 성격도 굉장히 온순한 편이라고 한다. 나를 둘러싸듯 앉아있는 6명의 인원들이 제각기 다른 반응을 토해내는 와중 후다닥 인터넷에 노란배바다뱀이라는 걸 검색하여 알아낸 정보였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 친구는 나한테 물이랑 음식만 조금 달라고 한 뒤에는 내 몸에 얌전히 착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다.

        

        언젠가 말했지만 나는 파충류랑 커뮤니케이션 – 아예 대화가 통하는 건 아니었지만 – 이 어느 정도 가능했고, 약간의 손짓발짓, 손이랑 발이 없는 비얌 종류라면 조그마한 움직임에 내포된 바디랭귀지의 뜻을 알아먹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된 경위는 실로 간단했다.

        

        아침을 먹고 간단히 휴식한 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휴식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난 요 친구가 내 배에 올라탔다.

        

        그리하여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음식과 물을 좀 줬으니, 여러분들이 얘를 집어던지거나 발로 밟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안 물 거예요. 그래도 부담스러우면 요 친구는 저랑만 놀면 되니 걱정하지 마시고.”

        

       “어, 음. 예. 저는 얌전히 구경만 하겠습니다.”

        

       “…저는 한 번 만져봐도 돼요?”

        

       “좋아요, 다이스 당첨.”

        

        

        

        그럼 그렇지.

        

        집에서 뱀을 키울 정도로 뱀을 좋아하는 다이스가 오늘의 첫 손님이었다 – 이번 하와이 여행 때문에 뱀은 잠시 다른 주인에게 맡겨뒀다나 뭐라나 – . 그리하여 잠시 바다뱀과 아이컨택을 시행했다. 요 작은 친구가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이 인간한테 그쪽이랑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같이 다녀서 그래. 아무튼 조금만 놀다가 내려와.

        

       -연어 몇 조각만 더 주면 얘 말고 다른 애도 해줄게.

        

       -콜.

        

        

        

        역시 사람이고 뱀이고 당근을 던져줘야 일을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힐끔힐끔 다이스를 쳐다보던 바다뱀은 슬그머니 그녀의 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요상한 신음소리가 짤막하게 울려퍼지기도 전 어깨까지 도달한 비얌은 머리카락을 타고 정수리에 도착했으며, 그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금 내려왔다.

        

        다량의 스릴감과 약간의 흥분이 혼재된 표정을 짓는 와중, 팔을 한 번 휘감고 손가락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민다. 그러더니 다시금 팔을 타고 올라가, 다이스의 얼굴에 머리를 한 번 콕 찍고는 그대로 내 팔로 되돌아왔다.

        

        당연하겠지만, 다이스는 흐에…하는 음색을 흘리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만족해요?”

        

       “저도 이런 애교 많은 뱀 한 마리 키우고 싶어요.”

        

       “이미 한 마리 있잖아요.”

        

       “유진 씨요?”

        

       “집에요, 집에.”

        

        

        

       -윾진년은 왜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또 플러팅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사위년 좋아죽으려는중wwww

       -마지막에 볼에 프렌치키스한거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얘한테서 왜 새끼비얌냄새가 나는거지?

       -응애비얌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소리를 무시한 뒤 은근슬쩍 다이스의 허리에 꼬리를 감았다.

        

        끼약 하는 소리를 내뱉나 싶더니 이내 내 꼬리를 조물조물 만지기 시작한다. 그 즈음 꼬리의 끄트머리로 정수리를 콩 때려주었다. 이제 교대할 타이밍이란 뜻이었다. 다이스도 그걸 알아들었는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고.

        

        바다뱀 친구가 다이스에게 꽤 서비스를 거하게 해준 탓에 다들 뒤늦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실로 알기 쉬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은 1호 제자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순서는 그쪽이 먼저일 수밖에 없었다.

        

        

        비얌이 다음 차례인 하모니와 놀고 있는 사이 호다닥 배 안의바Bar로 향했고, 그곳에서 포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차가운 연어 큐브 몇 개를 가지고 왔다.

        

        다행히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일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로렌티나 역시도 대기 중이었으니 혹여나 모를 불상사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도 하고.

        

        

        그리하여 비얌-먹방쇼가 시작되었다.

        

       나 말고.

        

        

        

       “진짜 잘 먹는다.”

        

       “되게…맛있게 먹네요. 큰 뱀들은 막 사냥할 때마다 온몸비틀기를 하든데, 얘는 안 그러네.”

        

       “얘넨 바다뱀이니까요.”

        

       “유진 씨도 식사할 땐 되게 얌전하게 잘 드시던…으앙, 미안해요!”

        

       “확 그냥.”

        

        

        

        테이블 위에 일정 간격으로 차례대로 나열된 연어 조각.

        

        바다뱀은 그 위에서 잠시 흐느적대는가 싶더니 앙 하고 물어삼켰고, 대략 10개 가량의 큐브를 먹은 뒤에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다시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그 와중 간만에 민아가 한 대 맞고 싶다며 광고를 해댔기에 소원대로 해주었다.

        

        요트 안에서 생각보다 할 게 없었기에 간단히 토크나 하면 되려나 싶었는데 때마침 실로 잘 되었다. 채팅창과 요트 전부가 바다뱀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개중에는 진짜로 해외의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까지 간간이 도네이션을 통해 이런저런 추가 정보를 보태주었다.

        

        그러던 와중 뜬금없는 생각 하나도 머리를 스쳐지나갔고.

        

        

        

       ‘나중에 동물원에 호떡을 데려가게 되면, 호랑이를 사육하는 케이지 앞에 갔을 때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려나.’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뒤로 한 채, 이 놀라운 광경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드론캠에 몇 마디를 더 덧붙였다.

        

        

        

       “아쉽다면 아쉽겠지만, 이 친구는 모두가 한 번씩 만져본 다음 다시 바다로 보내줄 예정입니다. 요 친구가 가지고 있는 독이 코브라보다 20배나 더 세기 때문에 이곳에 오래 놔두기도 그렇고, 바다뱀이니만큼 다시 돌려보내줘야지요.”

        

        

        

       -엣 우소

       -??? : 키워준다며!!!! 키운다면서!!!!!!!!!!!!!!

       -뭘 키워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럽게 정보왜곡중wwwww

       -아 출연료는 연어로 줬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다뱀이 눈치주는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과 함께 힐끔 바다뱀과 아이컨택.

        

        뭔가 진짜로 불만스러운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대강 이유는 짐작이 갔다. 여기서 얌전히 안 깝치고 연어나 받아먹는 날먹-라이프를 즐기고 싶다 이거지.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사람이든 뱀이든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법이고, 사람과 뱀 양쪽에 전부 속하는 나조차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여기서 퍼질러져야 쓰겠나.

        

        그렇게 바다뱀의 앙탈을 간단히 제압한 뒤, 이어 말했다.

        

        

        

       “아직 이 작은 친구랑 교류 안 해본 사람?”

        

       “저요!”

        

       “저도 놀래요!”

        

        

        

        비얌의 인기가 이렇게나 넘치는 세상이 도래하게 될 줄이야, 실로 인상적이다.

        

        아무튼 하모니와 다이스, 로렌티나를 제외한 이들이 바다뱀과 어색한 커뮤니케이션을 실컷 나누는 사이,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로렌티나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변했다.

        

        

        

       “이 다음은 뭘 할 건가요?”

        

       “낮잠을 잘 친구들은 낮잠을 자고, 간식 먹을 친구들은 간식도 먹고. 안쪽에 작은 피트니스 클럽도 있든데, 거기서 운동할 친구들도 있겠죠. 딱히 다 같이 할 만한 건 없어요. 하나 빼면.”

        

       “바로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물어본 거였지요.”

        

       “아.”

        

        

        

        실로 기가 막힌 직감.

        

        나는 거기에 구태여 반응하지 않았고, 휴대폰을 켜 가족이란 이름이 쓰여있는 단체 채팅방 하나를 보여주었다.

        

        하와이 기준 오후 7시, 부모님을 실은 헬리콥터 한 대가 요트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내일부터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하니, 그 전에 부모님 얼굴이라도 한 번 뵈어야죠. 그래서 오늘 식사도 한 끼 하기로 했고.”

        

       “하이구.”

        

        

        

        로렌티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바다뱀을 즐기고 있는 호떡 일행을 살그머니 곁눈질하더니, 이내 쿡쿡 웃으며 덧붙였다.

        

        

        

       “그럼 그렇죠. 막내 하면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

        

        

        

        당연하겠지만, 단 1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멋쩍게 허허 웃었고, 신나게 바다뱀과 놀고 있는 친구들은 내가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몰라 불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5시간도 채 남지 않은 와중, 내 머릿속은 부모님이 이따 단체-저녁식사에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실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이따 방송을 켜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슬슬 출발하면 되겠어. 헬기는 오랜만에 타보는데….”

        

       “진이 보기 전에 하와이 앞바다에 전부 쏟아낼 생각일랑 말고 미리 멀미약이나 먹어놔요.”

        

        

        

        한편, 하와이 오아후 섬.

        

        두 핵폭탄이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유진 씨, 그 소식 들었어요? 이번에 새로운 레이드가 나온다는데.”

        

       “얼추 들었죠. 조지아 주에 있는 사바나에서 뭔가 뒤숭숭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나. 아르테미스가 아직도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뭐어, 이카루스도 계속해서 새로운 컨텐츠를 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 마치 태양을 녹여 만든 것처럼 빛나는 붉은 바닷물, 그 후 찾아드는 완연한 어둠.

        

        어느덧 메가 요트에서의 이틀차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는 아무런 것도 없었고,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오아후 섬의 불빛만이 태평양 위에 보이는 전부였다.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해상이었기에 하늘 위에는 무척이나 많은 별들이 떠있었다. 사실 별도 아니었다. 별의 무리였다. 암청색 하늘 위에 박힌 보석이 총총히 빛났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 즈음만 되면 다들 하던 일을 그만두고는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와 다이스,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앉은 일행들까지.

        

        다들 태닝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베드는 햇빛 쨍쨍한 점심과 오후 즈음이 아니라 해가 완전히 졌을 때 조금씩 북적거렸다. 다들 바닷바람 맞으면서 선선한 공기를 즐기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심심했는지, 어제와는 달리 다들 한 마디씩 덧붙이고 있었다.

        

        토픽이 뜬금없이 신규 레이드로 향한 건 의외긴 했는데.

        

        

        

       “이번 게 끝나면 또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하네요. 막 유럽전선도 열리고, 러시아 전선도 새로 열리려나. 없으면 뭔가 만들어낼 것 같긴 한데.”

        

       “…없으면 만든다라. 게임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게 맞긴 하겠네요. 그건 그렇고 PVE도 관심이 있으셨는지?”

        

       “뭐야. 아직 이카루스가 공개한 스틸샷 안 봤어요? 원래 PVE를 찾아서 할 정도까지는 아니긴 했는데, 이번 건 무조건 해야죠.”

        

        

        

        뭐야, 뭔데.

        

        사실 어젯밤부터 처리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기에 요 몇 시간 사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몰랐다. 11월 일정을 조절하느라 부모님이 보내주셨던 제안서인지 뭔지도 제대로 못 봤고.

        

        내가 현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적다는 사실이 슬금슬금 요트 내부로 퍼지자, 다들 이쪽으로 고개를 슬쩍슬쩍 돌린다. 다이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쪽으로 다가오기까지 했고.

        

        그리하여 그녀는 화면 가득히 띄워진 스틸컷을 보여주었고-

        

        

        

       “…잠깐. 이 컬러링은….”

        

       “그쵸? 유진 씨라면 바로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이랑 레인이잖아요?”

        

        

        

        …얘네는 왜 또 여기에 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이스의 휴대폰을 넘겨받은 뒤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신규 레이드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이 보였고, 거기에는 이번 교전에 대한 대략적인 시놉시스가 있었다 – 내가 알고 있는 거랑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사실 얼굴도 아니었다. 청록색과 푸른색 빛이 사람의 형태를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저런 실루엣을 만들 수 있는 존재 중 내가 아는 건…단 두 명밖에 없었다.

        

        진과 레인.

        

        그리고 그 둘이 참전하게 된다면, 당연하게도 보호자 – 대거 팀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고, 이들 역시도 또다시 전투에 참전할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하지만 그건 의외로 내 착각이었다.

        

        

        

       “…이번에는 대거 팀이 본격적인 교전에 참여하지는 않나보네요.”

        

       “진짜 안 봤나보네요. 어제오늘 꽤 바빠보이더니.”

        

       “그렇죠…아무튼 무조건 참가한다고 말한 거 보니, 민아도 무조건 낑겨들겠네요. 메카 유진이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러는지….”

        

       “갈! 자고로 메카 유진에 대한 신앙을 잃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으아아앙!”

        

        

        

        녹냥이는 또 어디서 이런 헛소리를 배워온 거야.

        

        바로 옆 선베드에 누워있던 민아의 허리를 꼬리로 휘감아 홱 들어올린 다음 납치. 1초만에 내가 누워있는 선베드로 위치가 이동당한 녹냥이가 엣 하고 외마디 비명을 터뜨린 순간 즉각 볼따구 꼬집 후 주물주물.

        

        참교육을 끝낸 뒤 다이스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고, 선베드에서 일어나 자세한 데이터를 확인. 마찬가지로 엄마와 아빠가 보내준 종합 데이터도 체크했고, 그제서야 나는 이번 레이드와 관련되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새로 출시되는 레이드, 그리고 진과 레인이 거기에 참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추후 두 명을 휴머노이드로서 현실에 불러내기 위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어차피 두 명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려면 최소 6개월, 적당히 잡아도 1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으니, 미리 김을 좀 빼놓는 한편 빌드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부모님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리저리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을까,

        

        

        

       “저녁 준비가 다 됐습니다. 대형 테이블로 내려오시죠.”

        

        

        

        타이밍이 좋게도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현재 시각은 오후 6시 50분. 밤하늘의 관찰을 위해 꺼놓았던 메가 요트의 불이 일제히 켜졌고, 일곱 명의 인원들은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래층으로 우르르 내려갔다.

        

        작은 연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에는 최대 1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존재했고, 그 위에는 아홉 명 분량의 식기와 와인잔, 물잔, 플레이트 등등이 일정 간격으로 나열된 상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짙은 음식 냄새들이 코를 간지럽히는 가운데, 테이블 위에 각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좌석 배정을 알리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즈음에서 일곱 명이 앉고도 두 자리가 남는다는 사실에 궁금증을 표하지 않는 이들은 없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하모니와 다이스, 로렌티나와 나를 제외한 이들이 의문을 표했다.

        

        

        

       “유진 씨, 여기 자리가 뭔가…두 개가 더 남은 것 같은데요.”

        

       “설마 아까 보내준 바다뱀에 상어까지 한 마리 더 끌고 와서 저녁식사 하는 거 아냐?”

        

       “제발 정신나간 소리 좀 하지 마, 미친 놈들아….”

        

        

        

        그 즈음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고민했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어차피 하모니와 다이스, 로렌티나는 이번 저녁식사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꽤나 늦게 말을 꺼내게 됐지만, 이번 저녁식사에는…오늘 이 자리에 세 분이 올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두 분이 오십니다. 하와이 왕복 비행기 티켓부터 이카루스 레지던스의 스위트 룸 예약, 이번 요트 투어링까지.”

        

       “아…아하. 저흰 유진 씨가 다 내준 줄 알았네요.”

        

       “혹시 여러분들이 며칠 가량 타고 다닌 자동차, 이카루스 레지던스, 그리고 요트 투어링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키워드를 아실까요?”

        

       “…이카루스?”

        

       “정답입니다.”

        

        

        

        그 순간 호떡 일행의 표정이 기묘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가장 와일드한 가능성조차 본질을 전부 담아낼 수 없었다. 기껏해야 작년에 내가 파이널 챔피언십 1등을 했으니 그 덕분에 뭔가 싸게 이것저것 빌렸다 – 정도를 생각하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미리 두 개의 명함을 호떡, 김스톤, 그리고 리밋에게 돌렸다.

        

        친절하게도 한국어로 번역된 직위가 이들의 동공을 가득히 메운 순간, 밖에서부터 공기를 휘젓는 듯한 프로펠러 소리가 미묘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부사장에 경영지원팀장님…?”

        

       “이…이 분들이 이번 여행에 도움을 주셨다고요?”

        

       “유진 씨는 이런 분들을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되셨길래, 어음.”

        

       “다 방법이 있죠.”

        

        

        

        힐끔 고개를 돌렸다.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로렌티나는 얼굴이 시뻘개진 채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입을 열었다.

        

        

        

       “제 부모님이거든요.”

        

       “…에?”

        

        

        

        그 말을 들은 순간 얼이 나가버린 세 명이었지만, 누구도 그 얼빠진 단말마를 듣지 못했다.

        

        헬기 착륙을 위한 유도등이 켜지고, 작은 소음에 가까웠던 프로펠러 굉음이 요트의 안쪽에서도 들릴 정도로 커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하다가 재차 입을 열었다.

        

        

        

       “느닷없이 가족식사에 초대하게 되서 미안해요.”

        

        

        

        대답은 없었다.

        

        추후 나는 이 세 명에게 아주 자세하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만 할 것이었다.

        

        식사 후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뒤늦은 추석 가족식사(아님)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