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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3

    <493 –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

     

    미네르바 교수는 매스각키의 동행 요청을 탐탁잖게 여겼지만 명호스님은 의외로 요청을 수락했다.

     

    “매스각키 황녀는 오크노디의 암흑마나를 동경하고 고순도의 암흑마나를 체내에 받아들였습니다. 폭주의 위험이 존재하는 한, 정밀검사를 한 번 받아서 나쁠 건 없겠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장래가 유망한 줄 알았던 1학년이 둘이나 장래가 위험한 폭탄이었다니.”

     

    미네르바는 고개를 젓고는 로지니를 데리고 떠났다.

    디스트로이어는 도적길드 길드원의 안내를 받아 길드전용 전송마법진에 올라탔다.

     

    “길드본부로 전송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외인을 셋이나 데려간다면…”

    “상관없다. 한 번 들렀다고 곧바로 좌표가 노출되지는 않을 거다. <절대감각>을 지닌 미네르바라면 위험했겠지만 동행자가 <명경지수>의 명호스님이니 이 정도 리스크는 감내해야지.”

     

    명호스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길잡이의 재능으로는 세계제일에 달하는 미네르바에 비하면 자신의 재주는 실제로도 미천했다.

    마음의 소양을 쌓는 자.

    원시천존과 석가의 공덕을 기리는 자.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영역구사자 중에서도 <가장 불리한 특화영역>을 지니고 있다.

    교장이 목숨을 건 중임을 맡기는 이유도, 그가 이를 수락한 까닭도, 디스트로이어가 명호스님의 감시를 허락하는 이유도 모두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사정을 알고도 응한 이는 오크노디 역시 마찬가지. 저 아이는 대체 왜 디스트로이어 교수를 동정하는가. 소승으로서는 도무지 가늠되지 않습니다.’

     

    재단은 용사의 적이다.

    삼대거악과 용사는 공존할 수 없다.

    재단의 후계자인 오크노디가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은 배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가 재단의 후계자 오크노디를 가르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저 모든 것이 이사장의 속임수라면, 유망한 제자들을 가르치도록 만들어 아카데미를 배신하게 만들어왔던 재단의 이사장의 술수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언젠가 틀림없이 디스트로이어는 오크노디에 의해 죽을 것이다.

     

    슈슈슉.

     

    그러나 전송진을 타고 도착한 도적길드본부에서 그는 생각을 달리했다.

    디스트로이어라고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룰 준비를.

    이 시설의 설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암흑마나 억제실험실>

    <마나연공실>

    <마수격리실>

    <인공장기배양소>

    <인공마석추출소>

     

    디스트로이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용사행의 한계횟수를 늘리고자 막대한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서너 번에 그칠 여정을 적어도 열 번으로는 늘릴 수 있도록.

    그런 시설 사이에서도 디스트로이어가 오크노디와 매스각키 황녀를 이끈 곳은 따로 있었다.

     

    “이곳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암흑마나의 총량과 이를 억제하는데 필요한 마나의 총량을 계산, 억제한계시간과 출력한계지점 등을 계산하는 장소다.”

     

    <한계측정실>

     

    복잡한 기계장치와 마법장치가 혼재된 시설은 마법과 공학이 혼재된 마도공학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제국에서는 금기시된 기술이다.

    도적길드도 디스트로이어 교수도 여기까지 와서 그 사실을 덮으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개발을 끝내고 충분한 신뢰도를 올렸군요. 오크노디를 계측하면서 자신의 남은 시간도 계측하면 언제든지 시설을 폐쇄해도 상관없는 겁니까.’

     

    디스트로이어는 장치를 개방했다.

     

    “들어가라. 암흑마나친화력. 수용가능한 한계마나총량. 변이억제에 필요한 마나총량.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오크노디는 겁도 없이 기기에 들어갔다.

    매스각키 황녀는 주저주저하다가 오크노디의 겁 없는 모습에 흥 하고 코웃음 치더니 따라 들어갔다.

     

    지이이이잉.

     

    기기가 계측을 벌이는 사이,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계기판을 바라보며 명호스님에게는 등을 드러냈다.

    물론 명호스님은 감히 그 등에 암습을 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시점에서 그의 목숨은 디스트로이어 교수에게 달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위계별 마나보유량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1위계 한계량 = 100mp

    2위계 한계량 = 1,000mp

    3위계 한계량 = 10,000mp

    4위계 한계량 = 100,000mp

    5위계 한계량 = 1,000,000mp

    6위계 한계량 = 10,000,000mp

    7위계 한계량 = 100,000,000mp

     

    10의 배수로 늘어나는 마나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물론 이것은 한계까지 꽉 채워 늘린 마나에 한정된 이야기.

    누군가는 조급함 때문에, 누군가는 많은 마나를 다룰 연공법이 없어서, 누군가는 순간적으로 신체장기에 가해지는 압박으로부터 몸을 지키고자 앞당겨서 위계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위계가 오를수록 마법사들이 보유한 마나총량은 위계한계보유량에 비해 명백히 저조했다.

     

    ━━━

    [오크노디 분석결과]

    위계고리 : 4개, 융합형(심장, 단전)

    암흑마나 친화력 : 99% 초과. 추가계측 요망.

    마나순도(압축률) : 250

    현재운용암흑마나 : 1,503,800mp

    현재운용순수마나 : 14,500mp

    현재운용마나총량 : 1,518,300mp

    한계보유마나총량 : 100,000,000mp

    1차 제어선 : 14,500 mp/s(변동가능)

    1차 제어 유지한계 : 2800초

    2차 임계선 : 478,500 mp/s(변동가능)

    2차 제어 유지한계 : 115초

    3차 붕괴선 : 14,355,000 mp/s(변동가능)

    3차 제어 유지한계 : 1.7초

    ━━━

     

    그것이 오크노디에 한해서는 사정이 달랐다.

     

    “제대로 된 분석이 맞습니까?”

    “틀림없다.”

    “고작 11살의 나이에 4위계라니…!”

     

    이건 이미 3학년을 노리고도 남을 수준이 아닌가.

     

    “주목해야 할 건 그 부분이 아니다.”

    “4위계에 151만 8300mp를 지닌 것부터 이미 경이로운 일이거늘 무엇을 더 보란 말입…”

     

    명호스님의 낯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치 챘군.”

    “151만…? 4위계의 이론상 최대한계 마나보유량은

    10만 mp에 불과했을 텐데… 5위계의 최대한계 마나보유량인 100만조차도 넘어선 150만이라니, 무언가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까?”

    “잘못된 건 이 아이의 몸이다. 그간 예상만 해왔지만 이렇게 수치로 보니 확실해지는군.”

     

    디스트로이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마나한계량은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세워진 것. 인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한계수치를 넘어설 수 있지. 그러니 이건 평범한 인간의 몸이 아니다.”

    “그럼 대체 오크노디의 몸은 어떤 상태입니까…?”

    “동방의 차원학을 배우다보면 귀문도곡鬼門道谷이라는 말이 있지. 귀신이 드나드는 골짜기. 유난히 영체몬스터들이 상습 출현하는 몬스터필드.”

    “알고 있습니다. 퇴마행을 다니면서 여러 장소에서 폐문하기도 하였지요.”

    “그런 차원의 틈새는 방치하면 커지고, 사람이 오래 접하면 귀신이 영체에 달라붙기도 한다. 오크노디는 그런 사례의 극에 달한 경험을 했다고 추정된다.”

    “속성친화를 위해 극한의 환경에서 수행하는 고행자의 방식을 논하시는 것이오?”

     

    디스트로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속성친화력은 타고난 재능이지만 인위적으로 그 재능을 올릴 수도 있다. 불을 가까이하는 요리사들이 열내성이 오르듯, 귀문도 그리 쓰일 수 있지.”

    “반대로 함부로 화기에 접하면 화상을 입고 신체가 상하듯이 영령이 위태로워지는 것이 귀문이거늘 어찌 자아의 경계도 굳건하지 않은 아이에게 함부로 귀문을 접한단 말이오!”

    “그럼에도 재단은 저질렀다. 암흑마나의 저항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

    “귀문의 영향을 받다 못해 귀기가 충만한 몸. 이 아이의 영혼은 귀문을 품었다. 그러니 이 아이의 어둠이란 곧 암흑 그 자체다.”

     

    불꽃쇼의 인도를 받았더라도 하비의 영혼을 오크노디의 그림자가 흉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디스트로이어는 이것으로 이해했다.

    그 주장의 설득력이 너무나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명호스님은 애써 외면했다.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인간 아기의 여린 영육 따윈 손쉽게 비틀리고 변이할 겁니다.”

    “오크노디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니진 않았지. 죽음을 천히 여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입버릇처럼 입에 담는 <괜찮아 안 죽어>라는 태도.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나?”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일어났다.”

     

    제아무리 희박한 확률을 논한들, 이미 벌어진 결과물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천운이 따른다면 타고나기를 저항력이 높은 영혼을 찾아낼 수 있다. 이사장은 도박을 벌였고, 그 도박에 승리했을 뿐이다.”

    “말도 안 되오! 그게 어느 정도의 확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백이나 천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만 단위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생명이 갈려 나가야 겨우 논할 가능성입니다!”

    “재단은 그걸 저질렀다.”

    “대륙의 산모를 모두 모아야 논할 수 있는 단위의 수입니다!”

    “인간의 몸을 산모의 배를 빌려 만들어낸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자네는 알고 있지 않은가? 아카데미에도 이미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는 그 기술을.”

     

    감히 입에 담기도 두려운 금기 중의 금기.

     

    “호문쿨루스.”

     

    호문쿨루스Homunculus.

    작은 인간이라는 뜻을 지닌 이 개념은 인체실험과 인공배양, 복제기술이라는 신성모독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연금술의 금기였다.

    대륙의 모든 금기를 모독하는 아카데미는 교장의 “재밌겠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가공스러운 기술을 실현시켰고, 그 결과물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아는 명호스님은 더욱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재단에서 그 기술을…?”

    “시간은 충분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장학생이 아카데미의 문턱을 넘나들었지.”

    “맙소사. 그럼 오크노디의 정체는…”

    “금기를 통해 탄생한 무수한 가능성 중에 재단의 이사장이 원했던 최상의 결과물. 암흑마나의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그릇…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교장은 틀림없이 오크노디를 죽일 것이다. 그에게 호문쿨루스란 실험실 속에서만 존속할 수 있는 존재. 예외는 없겠지.”

     

    자신만의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은 드래곤교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네 차례다.”

    “……!”

    “이 사실을 알고도 네가 오크노디를 해하지 않고 비밀을 지킬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넌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출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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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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