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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4

        

       “화아…와아…”

         

       나빈은 정신없이 탄성을 내지르며 영물들을 살폈다.

         

       여태동안 나빈이 태어나서 본 가장 큰 동물은 바로 말이었다. 미호는 말과 비슷한 크기였던지라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진짜 영물들을 본 나빈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석웅과 화저를 바라본 나빈은 감상을 토해냈다.

         

       “우리 집만해…!”

         

       나빈은 석웅의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모두 비춘다는 사실에 감탄사를 흘리며 미호의 등에서 내려 석웅에게 다가갔다.

         

       조금씩 다가오는 나빈을 바라보던 석웅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호천안과 함께 마을에 들어갔던 서공이 나타나서 인간 하나와 놀아줘야 된다는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미호를 데려가더니 정말 인간 하나를 데려왔다.

         

       갑자기 생긴 귀찮은 일에 한숨을 푹 내쉰 것이다.

         

       쉬이이익!

         

       석웅의 콧바람을 정면에서 맞은 나빈의 옷이 펄럭이고 머리가 흩날려 순식간에 산발이 되었다. 잠시 머리를 붙잡으며 멍한 표정을 짓던 나빈은 이내 깔깔거리며 웃었다.

         

       “대단해! 멋있어!”

         

       나빈이 석웅의 콧잔등에 매달렸다. 석웅은 나빈이 몹시 귀찮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꾸어엉.

         

       호천안이 시켰다는데 귀찮아도 해 줄 건 해 줘야지.

         

       석웅이 고개를 조금씩 흔들어 주었고 나빈은 그에 맞추어 들썩거리는 몸에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영물 놀이기구!

         

       석웅은 코에 매달린 나빈에게 중력과 관성의 힘을 만끽하게 해 준 뒤 바닥에 내려주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환하게 웃던 나빈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석웅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더 기대하는 눈빛.

         

       석웅은 ‘해줘!’의 시선을 보내는 나빈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뒤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 뒤.

         

       데굴데굴.

         

       공처럼 구르기 시작했다. 그냥 단순히 앞으로 구르는 것 뿐만이 아닌, 방향을 가리지 않고 굴러다니는 모습에 나빈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캥.

         

       미호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주둥이를 하늘로 치켜올렸다.

         

       화르륵!

         

       뿜어지는 붉은 불길이 고리를 만들며 하늘 위로 치솟았다. 미호가 보여주는 불꽃놀이에 나빈의 입이 쩍 벌어졌다.

         

       찍!

         

       이내 서공까지 재주를 부렸다. 미호가 만든 불의 고리를 폴짝거리며 뛰어 넘기 시작한 것이다.

         

       미호는 서공이 자신이 만들어 낸 고리를 뛰어 넘자 신이 나서 사방으로 고리를 뿜어냈고 서공 역시 현란한 움직임을 뽐내며 고리를 통과했다.

         

       영물 공연!

         

       나빈은 이내 영물들이 보여주는 볼거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 ***

         

       나빈은 주변을 살폈다.

         

       아이들은 다른 놀이에 열중하고 있고 어른들을 각자 일을 하느냐 바쁘다.

         

       나빈은 마지막으로 호천안과 정삼 그리고 여진상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장기에 열중하고 있는 세 사람을 확인한 나빈은 서공을 손짓으로 불러내며 집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영물과 함께 놀기 위해 공터로 향하는 것이다.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구만.”

         

       여진상의 말에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빈이야 본인이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디 무림고수의 이목을 속일 수 있을까.

         

       다 알면서 모른 척 해주는 것이었다.

         

       호천안은 장기를 몇 판 두다가 몸을 일으켰다.

         

       영물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만은 그래도 어떻게 놀아주고 있는지는 한번 확인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분위기가 괜찮다 싶으면 관계개선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호천안은 영물들이 쉬고 있던 공터로 향했다.

         

       자신의 기척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는 영물들에게 황급히 손짓한 호천안은 나무 뒤에 숨어 나빈을 바라보았다.

         

       나빈은 묵금의 뿔에 꽃을 달아주고 있었다.

         

       ‘음…’

         

       뿔에 꽃이 주렁주렁 달린, 문자 그대로 꽃사슴이 되어버린 묵금. 옆을 살펴보니 서공의 꼬리에도 꽃이 매달려 있었고 미호의 발에도 꽃발찌가 달려 있었다.

         

       미호는 꽃이 달린 발을 들어올린채 ‘이런 걸 왜 차고 있어야 하지?’라는 의문 어린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런 거추장스러운 걸 왜 달아주는 걸까. 먹을 수도 없는데.

         

       미호는 그냥 뜯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벌렸다.

         

       그 때였다.

         

       발찌를 물어뜯어버리려던 미호는 필사적으로 손짓을 반복하고 있는 호천안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둥이를 닫고 발을 내려놓았다.

         

       간신히 동심을 수호하는데 성공한 호천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나빈은 묵금의 꽃단장을 끝마쳤는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쁘다 이뻐!”

         

       숫사슴인 묵금이 과연 꽃단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까.

         

       호천안은 묵금도 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묵금은 어른스러웠다. 말없이 나빈의 뺨을 한 번 핧아주는 모습을본 호천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이내 나빈의 시선이 석웅과 화저에게 닿았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둘도 꾸며 주고는 싶지만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표정이었다.

         

       나빈이 망설이다가 화저의 어금니 끝에 꽃 한 송이를 매달았다.

         

       “힝.”

         

       본인이 봐도 아니었는지 나빈은 실망감을 표현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허허, 잘 어울리는구나.”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호천안의 목소리에 나빈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돌변하는 나빈을 보며 호천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영물들을 꾸며 주어서 고맙구나.”

         

       나빈은 말없이 묵금의 뒤에 숨었다. 호천안은 무리하게 나빈에게 다가가는 대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스스스스!!

         

       호천안은 주저앉았으나 대신 수많은 꽃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공섭물로 꽃을 골라낸 호천안은 그 꽃들을 자신의 앞에 쌓고는 화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꽃의 가지를 엮을 뿐인 일이었으니 극에 달한 손재주를 지닌 호천안에게는 손쉬운 일이었고 순식간에 커다란 화관이 두 개 만들어졌다.

         

       호천안은 그 화관 두 개를 나빈에게 내밀었다.

         

       “어떠냐? 화저의 뿔에 걸어두면 제법 근사할 것 같지 않느냐.”

         

       호천안이 손놀림을 정신없이 구경하던 나빈이 마른침을 삼키며 화관을 바라보았다. 화저를 꾸며 주고 싶은 욕망과 호천안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빈은 결국 화관을 받아들었다.

         

       이윽고 화저의 양 어금니에 화관이 하나씩 걸렸다. 꽃향기 때문인지 눈을 감고 있던 화저가 눈을 떠서 울음을 토했다.

         

       뀌익.

         

       집채만한 몸뚱이에 사람 몸통만한 뿔. 그 뿔에 걸려 있는 화관 두 개는 호천안의 감성으로는 과언 어떨까 싶은 조합이었지만 나빈에게는 퍽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는지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호천안이 슬그머니 제안했다.

         

       “석웅에게 줄 화환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 내 방법을 가르쳐 주마.”

         

       나빈은 호천안과 석웅을 번갈아보며 고민했으나 석웅이 시의적절하게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나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주변의 꽃이 호천안의 손짓에 모여들고 호천안은 간단하게 화환을 만드는 법을 손수 보여주었다.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인 만큼 아이가 따라하기에는 제법 매듭과 고리가 복잡한 모양새였지만 나빈은 한두 번의 시범만으로도 곧잘 따라했다.

         

       호천안과 나빈은 말없이 한참이나 손을 꼼지락거리며 화환을 엮었다. 이내 석웅의 머리에는 꽃 모양 고리가 얹어졌다.

         

       그 모습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빈이 호천안을 돌아보았다.

         

       “할아버지가 저에게 잘 해 주는 것은 제가 할아버지의 제자가 되길 바래서인가요?”

         

       이런저런 감언이설을 준비하던 호천안은 담담히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려 하는 나빈의 모습에 머리속을 싹 비웠다.

         

       “치료를 위해서란다. 네 체질은 보통 방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들거든. 정삼과 여진상도 너를 아끼지만 네가 오래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에 너를 떠나 보내려는 것이지.”

         

       “…치료.”

         

       나빈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실 본인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은 나빈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밥을 꼭꼭 씹어 먹어도 또래에 비해 키가 작고 체력이 약했다. 그리고 그 격차가 점차 확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도.

         

       또한 그런 자신을 집안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빈은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나빈에게 호천안은 완전히 별세계의 사람이었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은 것만으로도 꽁꽁 숨겼던 비밀을 알아내고 손도 안 대고 물건을 움직이고 이런 영물들을 우르르 끌고 다니는 사람.

         

       나빈에게 있어 호천안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신선에 가까웠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치료해 준다고 한다.

         

       나빈 역시 지금의 상황이 기회임을 알았다. 어쩌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

         

       다만 두려웠다.

         

       자신을 예뻐해 주고 귀여워해 주는 마을을 벗어나 그저 혹독한 기억만이 있었던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이.

         

       그러나 지금도 그럴까.

         

       찍찍.

         

       나빈은 자신의 발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서공을 바라보았다. 서공을 따라 몇 발자국 마을을 벗어났을 뿐인데 숲에는 신비한 영물들이 가득했다.

         

       나빈은 그러한 영물들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어제와 오늘은 정말로 즐거웠고. 어쩌면 영물들과 함께라면 마을 바깥으로 나가서도 즐거울지 모른다고.

         

       “할게요. 제자.”

         

       나빈은 마음을 정했다.

         

       *** ***

       

       정삼과 여진상의 집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빈을 끌어안고 우는 여자들. 뭐 하나라도 챙겨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내놈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작별을 준비했다.

         

       “크흥, 내가 부족해서 미안하다.”

         

       “으헝헝. 이 작은 몸으로 어찌 여행길을 견딜꼬.”

         

       호천안은 나빈과 질질 짜는 정삼과 여진상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들이 데려가라 해 놓고는 눈물 콧물 다 쏟아내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동시에 웃기니 정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

         

       “이놈들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번 돌아올 테니 그만 좀 질질 짜거라. 얼굴 다 헐겠다. 내 잘 돌볼 터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크헝헝! 저 냉혈한 놈이 어찌 아이를 돌볼꼬…!”

         

       “장가도 못 간 홀애비가 아이에 대해서 뭘 안다고…크흑흑..!”

         

       호천안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어차피 헤어지는 판인데 딱밤 한 대씩은 놓을까? 진심으로 한 대씩 쥐어박을까 고민하던 호천안은 나빈을 바라보며 간신히 화를 삭혔다.

         

       “괜찮아요. 할아버지들. 건강해지면 꼭 돌아올게요!”

         

       헤어짐의 당사자인 나빈조차도 의젓하게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크헝헝허헝!”

         

       “으헝헝헝!!”

         

       “자식들아 좀! 적당히 하라고!”

         

       결국 호천안은 나빈의 옷깃을 잡고 놔 주지 않는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놈아! 빨리 돌아와야 된다!”

         

       “그냥 내일 돌아와!”

         

       마을 입구에서 고래고래 소리르 지르는 두 사람을 보며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호천안과 그런 호천안을 보며 슬쩍 미소 지은 나빈.

         

       호천안은 나빈을 안아올려 화저의 등 위에 자리잡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정말로 떠나자꾸나.”

         

       “네.”

         

       뀌익!

         

       며칠동안 공터에서 푹 쉬며 기력이 가득 차오른 화저가 힘찬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꺄아악!”

         

       그 속도감에 즐거운 환호성을 터트리는 나빈과 함께.

         

       뇌명존자 호천안의 여정이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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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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