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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5

       *** ***

       

       나빈은 여행을 떠나며 굳은 각오를 했다.

         

       나빈이 경험한 여행길이란 고단한 것이었다. 발을 움직이다보면 이내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다리가 아파왔으니까.

         

       그러나 화저를 타고 다니니 힘들기는커녕 상쾌한 바람과 경치를 즐길 여유가 있었다.

         

       편하게 경치를 구경하던 나빈은 다시 의지를 다잡았다.

         

       슬슬 배가 고파왔기 때문이었다.

         

       나빈이 경험한 여행길이란 배고픈 것이었다. 맛없는 건량. 삶은 구황작물등에 의지해야 하고 그나마도 언제 식량을 보충할 수 있는지 알길이 없었기에 굶주림과 싸우며 아껴 먹어야 했다.

         

       그런 나빈은 호천안이 해주는 닭육수의 면요리를 배가 가득 차도록 먹었다.

         

       기름기 있되 전혀 느끼하지 않은 진한 닭 육수. 그리고 금강불괴의 몸으로 치대 탄성이 넘치는 쫀득쫀득한 면발의 조화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흡입해버린 것이다.

         

       어렵지 않게 먹었던 면 요리였음에도 어찌나 그리 맛이 있던지 도무지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뒤 화저의 등에 늘어져서 식곤증에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보자. 녀석들의 처자들이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잔뜩 챙겨주었으니 오늘 저녁은 탕초리척(탕수육)으로 하자꾸나.”

         

       새콤달달한 양념이 끼얹어졌음에도 조금도 눅눅해지 않는 튀김옷과 육즙이 톡 터지는 탕수육을 잔뜩 집어먹고 홍초를 탄 물로 야무지게 입가심까지 한 나빈은 어느새 어두워진 경치를 보고는 도리질을 치며 정신을 다잡았다.

         

       나빈이 경험한 여행길의 밤이란 춥고 위험한 것이었으니까.

         

       “잘 자려무나.”

         

       찍찍!

         

       캥!

         

       나빈의 품에는 서공이 자리잡았고 몸으로는 벽을 쳐주듯이 자리잡은 미호의 꼬리가 나빈의 몸을 이불처럼 덮었다.

         

       따뜻해! 푹신푹신해!

         

       나빈은 사방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온기에 취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부터 예민한 청각과 기척을 괴롭힐 야생동물들의 기척이 느껴질 테니까.

         

       그러나.

         

       사방은 지극히 고요했다.

         

       영물이 떼를 지어 뭉쳐있는데 어떤 야생동물이 다가오겠는가. 굳이 사람을 맹수가 아니더라도 노숙 중에 인간 주변을 거침없이 드나드는 야생동물들에 기척에 깜짝 놀라 잠을 깨던 나빈의 청각과 감각에 걸려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느껴지지 않은 기척에 나빈의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흐려지는 의식 사이로 나빈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내 각오…필요 없었을지도?

         

       그렇게 호천안과 나빈의 여행 첫날이 저물었고.

         

       나빈이 자신이 생각했던 여행과 호천안이나 영물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전혀 다른 것임을 깨닫기까지는 며칠이면 충분했다.

         

       *** ***

         

       “잘 먹었습니다!”

         

       나빈은 기운차게 외치며 생각했다.

         

       오늘도 호천안이 해 준 밥은 맛있었다고.

         

       호천안이 해준 볶음밥을 깨끗하게 비운 나빈이 식기와 그릇을 들고 일어났다.

         

       보따리에 설거지거리를 잔뜩 쟁인 나빈이 요리도구와 냄비를 닦기 위해 물가로 향했다. 낑낑대는 나빈의 보따리를 꼬리도 받쳐 주며 서공과 미호가 뒤를 따랐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괜찮아요! 어쩐지 기운이 넘치는걸요!”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겠지.

         

       강한 음기의 기운을 이겨내고 몸속의 균형을 맞추어 줄 약초들을 식사에 섞어 넣었으니 기운이 넘치는 것이 정상이었다.

         

       밥을 많이 잘 먹고 근심걱정 하나 없이 영물들과 뛰어노는 나빈의 얼굴은 반질거렸고 볼에도 살집이 생겼다.

         

       표정이 밝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식기를 깨끗하게 씻어온 나빈이 호천안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할아버지! 미호랑 놀다 와도 돼요?”

         

       “서공을 데리고 다닌다면 말이다.”

         

       “네!”

         

       캥!

         

       미호가 나빈을 태웠고 서공도 당연하다는 듯이 올라탔다.

         

       “가자! 오늘은 새콤달콤한 열매를 마구 따는거야!”

         

       캥!

         

       기운차게 달려나가는 미호를 바라보며 호천안 역시 화저의 등에 올라 여행길에 올랐다.

         

       나빈의 합류로 영물들의 일상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서공은 슬슬 발이 풀려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나빈을 챙기기 바빴고 미호는 활기찬 동료가 생기자 퍽 기쁜 모양인지 나빈과 함께 뛰어노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묵금은 나빈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용히 지켜보았고 석웅이나 화저 그리고 땅속에서만 돌아다니는 황단이나 하늘만 나는 천응조차도 나빈을 주시하며 챙겨 주었다.

         

       공동 육아를 진행하는 느낌이랄까.

         

       지하, 대지, 공중. 지대공 모든 영역에서 챙기고 있는 나빈의 안전은 걱정하는 것이 무색할 지경.

         

       그 덕분에 호천안은 이렇게 나빈을 자유로이 뛰놀게 둘 수 있었다.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영물들이 나빈을 챙겨 그 뒤를 쫓아왔으니까.

         

       또한 혈교의 잔당들을 퇴치해 달라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몰려오면 나빈을 영물들에게 맡겨놓고 혈괴를 처리하러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호천안은 저 앞에서 미호와 서공에게 무슨 열매를 먹여주고 있는 나빈을 눈으로 쫓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영물이 있고 호천안이 있다고 한들 어린아이에게 여행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여행에 잘 적응하고 해맑게 뛰노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때로는 앞서가고 때로는 뒤처지며 들판을 누비는 나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갈 지경이었다.

         

       어느새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호천안이 화구를 만들자 미호와 나빈 서공이 눈치껏 귀환했다.

         

       “할아버지! 오늘 저녁은 뭐에요?”

         

       “오늘은 이것저것 할까 한단다.”

         

       나빈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호천안은 보통 간단하게 한 가지 요리만을 하는데 오늘 저녁은 이런저런 요리를 다 한다니!

         

       석웅의 등 뒤에 실려 있던 요리도구들이 모두 내려지고 세 개의 화구 위에 여러 종류의 냄비가 얹어졌다.

         

       첫 번째 냄비에서 쌀이 익어 밥이 되는 고소한 냄새 퍼지고 두 번째 냄비에서는 고기와 함께 갖은 향신료의 냄새가 났으며 세 번째 냄비 위에서는 맑은 국물과 버섯 그리고 얇게 저며진 고기들이 자작한 국물과 함께 끓고 있었다.

         

       코와 눈을 자극하는 요리의 향연에 침을 꼴딱꼴딱 삼키던 나빈은 후다닥 움직였다. 한시라도 빨리 밥을 먹고 싶었으니 호천안이 요리를 하는 동안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밥이 다 된 냄비를 열어본 나빈의 표정에 의아함이 서렸다.

         

       밥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까지 감안해도 몇 끼는 더 먹을 수 있는 분량.

         

       이내 나빈의 시선이 여러 요리가 조리되고 있는 냄비들로 향했다. 평소 한 가지 요리로 한 끼를 때우던 호천안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렇게 다수의 요리를 한 번에 진행한다는 것은…

         

       혹시 자리를 비운다는 신호가 아닐까.

         

       요리에 몰두하던 호천안은 갑자기 의문에 빠진 나빈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답지 않게 너무 눈치가 빠른 것은 어린 나이에 그만큼 고생을 했기 때문일까.

         

       호천안은 고슬고슬한 쌀밥이 가득 올려진 나빈의 밥그릇 위에 불고기를 듬뿍 올려주면서 입을 열었다.

         

       “나빈아.”

         

       “…네.”

         

       “할아버지가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구나.”

         

       흰 쌀밥 위에 푸짐한 불고기와 자작하게 졸여진 국물. 그야말로 침샘을 자극하는 모습이었으나 나빈의 그런 밥그릇을 받아든 나빈은 그릇에 코를 박는 대신 호천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그런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금방 다녀올 것이니 이곳에서 영물들과 기다려 줄 수 있겠느냐?”

         

       나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빈 역시 호천안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렇지만 잠시나마 혼자가 된다는 불안함을 달랠 길이 없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호천안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음식까지 잔뜩 쟁여 놓았다는 것은 이번에는 제법 길게 자리를 비운다는 뜻이리라.

         

       호천안은 애써 불안감을 감추려 노력하는 나빈을 보며 미안함을 느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혈교의 본거지이자 혈존이 타고 다녔다는 검은 뱀 영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혈교의 마지막 거점.

         

       모산을 정리해야만 했으니까.

         

       술법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모산파가 긴 세월 둥지를 틀어온 모산이다.

         

       술법과 진법의 기오막측함은 호천안도 함부로 예상할 수 없으니 영물들이 나빈을 보호해 준다 한들 위험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

         

       그러니 호천안은 이곳에 나빈과 영물을 남겨두고 홀로 모산을 정리하고 돌아오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흰 쌀밥과 불고기를 왕성하게 먹어치웠다. 평상시와 같은 먹성. 그리고 평상시와 같은 뒷정리와 잠자리까지.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나빈이 잠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었다.

         

       호천안은 조용히 일어나 잠든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영물들을 한 번 살피고는 서쪽을 향해 경공을 전개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벗 삼아 한참을 달린 호천안은 그 벗들이 해의 등장과 함께 퇴근할 때 즈음 모산을 앞에 둘 수 있었다.

         

       모산의 초입에 도달한 호천안은 모산 전체를 휘감은 진법의 존재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침입자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노골적인 진법의 기운.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이들의 기척.

         

       호천안은 모산에 있는 잔당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호천안은 망설임없이 산문에 발을 디뎠다.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으니까.

         

       호천안이 산문을 넘는 순간 그야말로 모산이 쏟아져 내리는 것과 같은 진법의 기운이 호천안에게 몰려들었다.

         

       금강불괴의 경지에 도달한 호천안조차도 온 몸에서 통증을 호소할 정도의 엄청난 기운.

         

       파스스스…!!

         

       호천안은 천잠사로 짜여진 소매의 끝자락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바스라지는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완전히 작정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보통 진법이라는 것이 자연의 이치를 따를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 법이니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 정석. 그러니 산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리 기운이 쏟아지는 것은 모산의 모든 기운을 뒤트는 한이 있더라도 호천안을 격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호천안은 모산에서 쏟아지는 압력을 견디며 손을 들어올렸다.

         

       진법을 힘으로 깨부수는 일은 미련한 짓이었다. 바위를 두 쪽 내고 싶으면 주먹으로 바위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정과 망치를 들고 정을 한땀 한땀 박는 것이 해결책인 것과 같았다.

         

       진법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진세를 살피고 그 흐름에 끼어들어 맥을 막고 방해하며 그 힘을 약화시키고 종국에는 무의미하게 흩어버리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모산파의 진법을 힘으로 부수기로 정했다.

         

       꽈르르르르릉!!

         

       뇌성벅력과 함께 호천안의 전신에서 잠자고 있던 내공이 일제히 깨어나 모산의 압력을 밀어낸다.

         

       진법의 흐름을 조율하던 모산파의 도사들은 호천안의 몸에서 분출되는 내공에 입을 떡 벌렸다.

         

       “어, 어찌..한 사람의 몸에 산의 정기를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깃들어 있단 말인가…!”

         

       “이럴 때가 아닐세! 어서 힘을 집중하게!”

         

       황급히 모산파의 도사들이 각문검과 주언을 외우며 진법을 조율해 호천안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더했지만.

         

       그렇다 한들 바뀌는 것은 없었다.

         

       우르르릉! 콰르르릉!! 꽈아아앙!!

         

       아무리 힘을 더한들 호천안의 몸에서 뇌성벽력이 터져 나올 때마다 진법의 흐름에는 금이 갔다.

         

       끼긱!!

         

       산문과 이어진 길. 그 길에 빼곡이 박혀 있던 각문주가 부르르 떨렸다. 몇몇 각문주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혈인들은 마른침을 삼켰고 모산파의 도사들은 식은땀은 물론이고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까지 필사적으로 호천안의 힘을 짓누르려 했으나.

         

       꽈아아아아앙!!

         

       모두 역부족이었다.

         

       파바바바바박!!

         

       “쿠웨엑!”

         

       “커어억!”

         

       산문을 둘러싼 수많은 각문들이 일제히 폭발했고 진법의 흐름을 조율하던 술사들이 일제히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마, 말도 안돼…!”

         

       “지, 진법의 힘을 홀로 깨트렸던 말인가!”

         

       혈인들과 모산파 술사들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호천안은 그런 혈인들과 술사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모산의 정상을 응시했다.

         

       호천안의 기감에는 자신의 앞을 막을 수많은 진법과 술법의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첫 걸음인가.’

         

       호천안의 머릿속에서는 슬슬 잠에서 깨어날 나빈의 모습이 그려졌다. 미호의 도움을 받아 불을 피우고는 홀로 밥을 먹고 있겠지.

         

       서두른다면 저녁은 함께 먹을 수 있을까.

         

       힘으로 밀고 올라간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다리거라.’

         

       뇌룡지를 발출해 순식간에 혈인들과 도사들을 제압한 호천안.

         

       그런 호천안의 신형이 나빈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모산의 정상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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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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