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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5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거대한 충격이 주변을 휩쓴다.

         

       그 충격에 떨어져 흩날리는 매화꽃 사이를 노니는 남녀.

         

       한바탕 춤을 추는 듯했다.

         

       상대의 몸에 한 번만 닿으면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갈 사혈만을 노리는 살기 어린 검격.

         

       그런데도 그들이 노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왜일까.

         

       꽈아아앙-!

         

       또 한 차례 격돌음이 화산파를 뒤흔든 뒤.

         

       화산파 장문인 주운은 경탄했다.

         

       “이, 이것이 인간의 싸움이 맞단 말인가….”

         

       오랜 세월 무림에서 살아온 만큼 수없이 많은 싸움을 하였고, 또 보았다.

         

       그중에는 삼존과 일황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끼리 검을 겨누는 싸움은 그야말로 천지를 뒤흔든다는 말이 조금도 과장되게 들리지 않을 만큼 웅장했다.

         

       그때 그는 확신했다.

         

       이 이상 가는 싸움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절대 볼 수 없을 거라고.

         

       그런데 그 확신이 오늘 무참히 깨져버렸다.

         

       꽈앙-!

         

       “크윽…!”

         

       저 멀리서 흘러나온 충격을 받아내는 것만으로 온몸이 떨린다.

         

       아니, 영혼 자체가 뒤틀리는 것만 같다.

         

       그들의 싸움에는 무언가가 있다.

         

       삼존과 일황.

         

       현 무림의 최강자들에게 없는 무언가가 그들에게는 존재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보게, 사제.”

       “예, 사형.”

       “우리가 저들의 싸움에 난입할 수 있겠나?”

         

       자신 없는 물음에 화산파의 일 장로, 탁일우가 대답했다.

         

       “난입이야 얼마든 가능하겠지요. 다만…, 그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의 말대로다.

         

       저들의 싸움에 난입하는 일이야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이 백우진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처럼 확신하기 힘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한 가지는 알겠다.

         

       “…오늘 본파의 명운이 결정되겠구나.”

         

       저들의 싸움에 끼어드는 순간, 수없이 많은 화산파 제자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그들은 문파의 근간이자, 뿌리.

         

       이번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끝이 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모두가 숨죽인 채 지켜보는 사이.

         

       “사용하는 검술 자체는 많이 바뀌었는데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구나.”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안다.

         

       10년이 넘도록 서로를 지켜봐 왔다.

         

       아파할 때도, 슬퍼할 때도, 기뻐할 때도.

         

       그중에서 가장 많이 지켜본 때는 검을 휘두를 때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대련 상대였다.

         

       그들이 벌인 대련 횟수는 어림잡아 3천 회 이상.

         

       틈만 나면 한바탕 검격을 나누었기에 서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안다.

         

       그걸 이용해 공격하고, 또 그것을 막아내고 반격하는 방법까지.

         

       콰앙!

         

       채앵!

         

       캉!

         

       각자의 앞 수를 내다보고 던진 공격을 막고, 방어하고, 반격하고.

         

       순식간에 십여 합을 겨룬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를 칭찬했다.

         

       “강해졌구나. 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그래야 너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흥…, 그래서 이제 막을 수 있겠다 싶어 나선 것이냐.”

       “아, 그건 아니야.”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되묻는 그녀를 향해 손사래를 치는 백우진.

         

       여전히 부족했다.

         

       이를 싸우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고, 검을 맞댄 이후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한 수…는 너무 양심 없고.’

         

       서로 전력을 다하지 않아 완벽하지는 않으나 최소 두 수에서, 많게는 다섯 수 이상.

         

       이 자리에서 그녀를 이긴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느낄 만큼 차이가 났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감지덕지다.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져 있던 실력을 여기까지 좁힌 것만 보아도 알지 않나.

         

       그렇기에 아쉬웠다.

         

       ‘일 년…, 아니, 딱 반년만 더 있었더라면.’

         

       그때는 그녀를 상대로 승리하는 게 기적이라고 여기지는 않게 되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검을 맞대고 있는 사이.

         

       그녀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슬슬 제대로 붙어 봐야지.”

       “…….”

         

       백우진의 검을 밀어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그녀의 발밑이 까맣게 물든다.

         

       검게 물든 땅, 말라비틀어진 초목, 산산이 부서진 건물과 잔해.

         

       까만 밤하늘 위로 떠오른 붉은 달.

         

       이를 본 백우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이건….”

         

       그 모습에 즐겁다는 듯이 미소 짓는 천마.

         

       “지금의 내 심상은 네게도 익숙한 광경일 테지.”

         

       매화꽃 나무로 가득한 원래의 세계를 어둠으로 물들인 그녀의 심상은 이세계였다.

         

       백우진과 천마.

         

       성녀를 비롯한 동료들과 구석구석 떠돌았던.

         

       악전고투한 끝에 마침내 위기로부터 구해냈던.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버리고 떠난 바로 그 세계.

         

       물론 위협이 제거된 아름다움만 가득한 그때 세계가 아니었다.

         

       마왕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멸절된 세계.

         

       그것이 현재 그녀의 심상이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절망적이지?”

         

       한층 들뜬 음성으로 묻는 천마.

         

       실로 그러했다.

         

       희망이라곤 단 한 구석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고, 좌절만이 넘실거린다.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게 될 만큼.

         

       그런 세상이.

         

       “지금 내가 그렇다.”

         

       어느덧 싸늘해진 그녀의 시선이 비수가 되어 백우진의 가슴을 찌른다.

         

       “네가 떠난 걸 알게 되었을 때, 내 세상은 무너졌다. 너와 내가, 그리고 동료들이 목숨 바쳐 마왕으로부터 구해낸 세상이…, 적어도 내 시선에서만은 빛을 잃었다.”

         

       원래 그녀의 심상은 더없이 밝고, 희망찼다.

         

       그 속에 있으면 어떤 어둠이든 꿰뚫고, 먹구름이 잔뜩 낀 미래에 찬란한 태양을 드리울 수 있으리라고 믿게 될 만큼 찬란했는데.

         

       “너는 정말로 그것이 정답이었다고 생각하느냐?”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녀에게 멸시 어린 시선에 상처받고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돌아가는 것 정도로는 그곳에서 쌓은 공을 모두 청산할 수 없다며, 여신은 가기 전에 원하는 소원 하나를 빌라고 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한 여인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그녀에게 무릎 꿇고 빌었던 순간.

         

       백우진은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용서할 수 있느냐고.

         

       그리 물었을 때, 그녀는 더없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자신이 빼앗은 몸의 원래 주인을, 제 소꿉친구였던 그를 되살려내라고.

         

       그 순간이 떠오른 그는 결심했다.

         

       이 소원은 그녀를 위해 쓰자고.

         

       하여 빌었다.

         

       “정녕…, 그를 살리면 내 삶이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았냔 말이다.”

         

       자신이 떠나간 뒤, 빈 껍데기가 되어버릴 이 몸에 원래 주인의 영혼을 되돌려 달라고.

         

       난색을 표하던 여신은 고민 끝에 약속했다.

         

       제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그때는 그리하면 될 줄 알았다.

         

       제 소꿉친구와 다시 살아가게 된 그녀는 결국 다시 행복해질 거라고.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탓하는 그녀를 향해 쏘아붙였다.

         

       “네가 원하던 일이었어.”

       “아니, 틀렸다.”

         

       백우진이 떠난 뒤, 또 다른 사람이 돌아왔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백우진에게 몸을 내어주었던 소꿉친구.

         

       그가 돌아와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으로 된 줄 알았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금세 서로를 위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와 있을수록 네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와 함께할수록 떠나간 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자꾸만 소꿉친구와 그를 비교하게 된다.

         

       함께 식사를 나눌 때도, 대련할 때도, 나들이를 갈 때도.

         

       ‘그였다면….’

         

       하고 사뭇 다른 두 사람의 행동거지를 비교하고, 이제는 더없이 익숙해져버린 그를 더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뒤, 그녀는 제 소꿉친구와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아니, 세상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기로 했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너는 내 삶 곳곳에 스며들었다. 무엇을 해도 네가 떠오를 만큼 구석구석 스며 너를 그리게 했어.”

         

       그를 떠올리며 더 짙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어 갈 즈음.

         

       그가 찾아왔다.

         

       백우진이 있는 세계로 보내줄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던지며.

         

       “끊임없이 생각했다. 너와 나…,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그리고 그녀는 나름의 답을 찾았다.

         

       “감정이 격해진 그 순간,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지 못한 거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을 되살려내라며 절규하던 그녀의 진정한 속마음을.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무릎 꿇고 애원하던 그의 애잔한 마음을.

         

       그는 그녀를 알지 못했고, 그녀는 그를 알지 못했다.

         

       하물며 어설프게 서로를 생각하다, 두 사람은 제 속마음조차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

         

       죽어서도 영원불멸할 명예와 권력을 뒤로한 채.

         

       “너를 보기 위해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도저히 풀 수 없을 만큼 엉켜버린 실타래를…, 잘라내기 위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으니 어쩌겠나.

         

       통째로 도려내는 수밖에.

         

       “그리고 다시 쌓기 위해.”

         

       너무 늦었다.

         

       마냥 사랑하기엔 그를 향한 증오심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그 또한 마찬가지일 터다.

         

       자신을 다시 사랑하기엔 너무나도 오랜 세월 슬픔을 삭이며 감정을 쏟아냈다.

         

       어찌 다시 시작한들, 절대로 예전처럼 될 수 없을 것이기에.

         

       “너를 죽일 것이다.”

         

       그의 심장을 찌르고, 제 속에 있던 증오를 그곳에 모두 담아낼 것이다.

         

       그러니.

         

       “칼을 들어라.”

         

       부디 끝까지 발버둥 쳐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꾸만 연재가 들쭉날쭉하여 송구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에 걸렸습니다.

    기침 조금에 컨디션 살짝 떨어진 걸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군요…

    그 상태로 약 한 알 먹고 두꺼운 겨울 이불 꺼내서 땀 뻘뻘 흘리면서 자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지금까지 글 썼네요…

    슬슬 소설이 막바지라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써 내려가는 와중에 컨디션까지 안 좋아져서 조금 힘든 순간을 겪고 있읍니다.

    조금 더 힘을 낼 테니,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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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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