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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6

       

        

        

        

        

        

        

       ───후우웅!

        

        

        

        어둠이 내린 땅 위, 야음을 틈타 10명의 침투조가 산 사이에 난 길을 누빈다.

        

        그리고 감적수와 저격수로 이뤄진 저격팀 두 명이 교전 지역에서부터 1100m 가량 떨어진 산등성이에서 해당 광경을, 그리고 그 너머의 요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0월 초였지만 산 속이었기에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도 낮았고, 더군다나 바람마저 심하게 불었으나, 그런 악조건을 단 1도 신경쓰지 않은 채 저격조는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감적수는 어두운 하늘 위로 떠있는 드론을 계속해서 조정하며 UI 위에 적을 표시했다.

        

        숨을 내뱉고, 다시금 들이마시던 저격수 – 로건이 십자선 너머로 계곡 한가운데에 숨겨진 적의 기지를 지긋이 응시했다. 우측 하단에는 아군을 의미하는 녹색 표식이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잘 방비된 경계초소가 아군으로부터 대략 75m 떨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로건의 옆에 있는 감적수는 드론에 달린 캠을 조작해 해당 지역에 핑을 찍었고, 로건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 손목과 팔을 조금씩 조정해 조준을 조정했다.

        

        몇 번이고 이어지는 숨소리. 감적수는 스포팅 스코프를 해당 방면으로 옮겼고, 이내 1072m라는 결과가 UI 위에 팝업됐을 즈음, 로건은 스코프 사이트의 우측 상부에 보이는 풍속과 풍향 등을 확인하고는 mil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산등성이를 타고 좌상에서 우하 방향으로 쓸어내리듯 불고 있으니, 해당 변수까지 고려한다.

        

        로건이 조정을 끝낸 순간 옆에서 이어지는 말.

         

        

        

       “변수 없음.”

        

       “…사격하겠다.”

        

        

        

       ───피잉!

        

        

        

        굉음이 아니었다.

        

        마치 채찍으로 공중을 후려치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 한 발의 AP탄이 소음기를 장착한 TAC-50의 배럴을 통과하여 어둠을 내달렸다.

        

        탄환이 허공을 체공한 시간은 대략 3초 안팎. 그와 동시에 스코프 건너편에 있는 적군 – 제법 조잡하게 생긴 골격 정도만이 있는 로봇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부서진다. 로건은 탄환이 착탄한 순간 장전손잡이를 잡아당겨 탄피를 배출, 차탄을 장전했다.

        

        2인 1조로 이뤄진 경계초소. 풀썩 쓰러진 한 기와 대략 수 미터 떨어져 있던 또 다른 기체가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탄환을 맞고 침묵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감적수는 1km 밖의 기지 침투조에게 계속해서 웨이포인트를 제시했고, 로건은 인컴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언급하는 한편 정문 양쪽에 있는 감시탑을 눈으로 확인했다.

        

        감시탑 내부에 보이는 두 기. 그런 타워가 하나 더 있었으니, 깔끔한 처리를 원한다면 네 기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해야만 했고, 로건은 숨을 작게 내뱉으며 이어 덧붙였다.

        

        

        

       “차탄은 EXACTO를 사용하겠다.”

        

       “확인. 동일 절차를 밟겠다.”

        

        

        

        달칵.

        

        로건은 탄창을 분리했고, 개머리판 옆에 달려있는 아모 홀더에서부터 탄환 하나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재차 걸었다. 목표물은 좌측 감시탑이었고, 대략 수백 미터 떨어진 측면 산등성이에 있는 또 다른 저격팀의 타깃은 우측 감시탑이었다.

        

        요새 벽면을 따라 달려있는 서치라이트들. 이로 인해 생긴 짙은 그림자 속에서 10명의 침투조 인원들이 대기하는 사이, 감적수는 재차 거리조준기로 정확한 거리를 잰 뒤 스코프에 달린 컴퓨터에 해당 데이터를 입력했다.

        

        로건의 스코프에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었고, 계산이 다시 시작된다.

        

        계산이 완료되었을 즈음 다른 저격팀으로부터 사격 준비 사인이 떨어지고, 간단한 카운트다운이 이어진 뒤-

        

        

        

       ───피잉!

        

        

        

        한 발의 죽음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으직 하는 소리와 함께 감시탑 정가운데에 있던 휴머노이드 한 기가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좌측 어깨를 관통한 뒤 몸통을 가로질러 오른쪽 팔에 탄환이 박힌 것이었다. 사람이었으면 어깨와 기관지, 식도 전반이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쉴 시간은 없었다. 로건은 즉각 장전손잡이를 잡아당긴 뒤 약실에 직접 EXACTO, 초소형 유도탄을 장전했고, 바깥을 바라보던 또 다른 인원을 오조준한 뒤 재차 격발했다 – 빗나가나 싶었던 탄환이 기이한 궤적을 그리더니 감시탑 안으로 이동하던 또 다른 한 기를 꿰뚫었다.

        

        정문의 청소가 끝났고, 그 즈음 광학미채를 활성화한 10명이 빠르게 정문 옆의 요새 벽면으로 접근. 나머지 인원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한 명이 벽면에 테르밋 스틱을 박아 등반을 시작했고, 이내 정문 감시탑에 도달하여 로프를 건 뒤 그대로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 순간 이어지는 말.

        

        

        

       “요새 좌측에서부터 차량 한 대가 접근한다. 15초 후 정문이 보이는 직선 도로로 진입할 예정.”

        

       “여기는 비질 2-1. 이곳에선 차량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당소 비질 1-1. 현 지점에선 보인다. 차량 앞유리를 통해 저격을 시도해보겠다.”

        

       “확인.”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건 블레미스, 현재 비질 1-1이라는 호출명을 쓰고 있는 그녀가 ‘해결해보겠다’고 한 이상 침투조는 그녀를 믿고 등강기를 통해 로프를 타고 오를 것이었으며, 실패한다면…작전을 말아먹은 이상 짐을 싸게 될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그 정도면 리스크 축에도 들지 못했다. 과거였으면 짐을 싸는 게 아니라 팀원이 죽어나가는 걸 직접 눈으로 봐야만 할지도 몰랐으니까.

        

        로건은 숨을 내뱉은 뒤 스코프 너머에서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차량을 조준했다.

        

        

        

       ‘이카루스 기어만 있었으면 별 문제도 아니었을 텐데….’

        

        

        

        속으로 그리 투덜댄 로건이 방아쇠를 당겼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반동이 어깨를 타고 상쇄된다. 좀 더 정교한 조준이 필요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고, 로건은 그리 하는 것보단 차라리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했다.

        

        이런 곳에서 직감을 꺼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나도 거대했지만, 로건은 그럼에도 시행했다.

        

        그녀의 직감은 스스로를 배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숨막힐 정도의 적막이 3초간 이어진 뒤, 로건은 이어 통보했다.

        

        

        

       “차량 무력화.”

        

       “훌륭하다. 이제 대회 나가서 상만 타오면 되겠군.”

        

       “하하, 농담도.”

        

        

        

        인컴 사이로 들려오는 익숙한 작전팀장 – 오웬스의 목소리.

        

        잠깐의 농담이 오고가는 사이 앞유리에 구멍이 뚫린 차량은 천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침투조 10명 전원은 큰 무리 없이 기지 내부로 돌입했고, 비질이라는 호출명을 부여받은 두 저격조는 총기를 회수한 뒤 2차 저격지점으로 향했다.

        

        그 사이 UI 위로 보이는 식별한 적군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간다. 기지 내부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벌집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 모의전의 목표는 기지 내부로 침투한 뒤 인텔을 회수, 이후 최대한 빠르게 퇴출하는 전통적인 미션이었고 – 전통적이라는 것은 곧 발생할 확률이 높단 뜻이기도 했다 – , 그만큼 모든 인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맡은 바를 전부 해내야만 했다.

        

        그리하여 수백 미터를 빠르게 주파한 이들은 재빠르게 두 번째 저격 지점에 도착했고, 기지와의 거리를 재측정하는 한편 드론의 위치를 조정하였다.

        

        크로스헤어 사이로 적군을 다시 담은 로건은 침투조와 긴밀하게 연계하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적들을 빠르게 선정했고, 이내 방아쇠를 당겨 하나둘씩 처리해나갔다 – 그녀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오웬스의 익숙한 목소리가 인컴을 타고 울렸다.

        

        

        

       “바깥 동태가 심상찮은데.”

        

       “기지를 그렇게나 들쑤셨는데 증원이 안 오고 배기겠습니까. 빨리 나오십쇼.”

        

       “데이터 복사 완료까지 30초. 금방 나가지.”

        

        

        

        후우.

        

        숨을 내뱉은 로건이 시선을 힐긋 돌리자 M107 LRSR 1정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침투를 위한 저격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화력지원이 필요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그 말대로, 스포팅 스코프를 잡고 있던 관측수가 해당 총기를 들었다.

        

        30초가 순식간에 흘러가는 동안 인텔이 있는 서버실 외부에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하나둘씩 배치되기 시작했고, 저격조는 이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여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적군이 이렇게나 많이 모인 이상 조용한 퇴출은 글렀으니까.

        

        

        

       ───피잉!

        

        

        

        요새와의 거리는 족히 1100m에 달했지만, 이들이 들고 있는 저격총이라는 문물은 거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화력지원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흙먼지가 튀어오르고 탄피가 주변을 굴러다닌다. 스코프 너머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이 끊긴 마리오네트 인형마냥 나동그라지는 모습이 연이어 포착되는 사이, 사전 퇴출 경로로 10명의 인원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확인된 순간 두 저격팀 역시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퇴출 경로는 정문의 반대편이었고, 나가기 위해서는 두 명이 반대편 감시탑으로 올라 집라인을 설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그것을 안정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은 저격팀밖에 없었다.

        

        

        전투가 격화됨에 따라 부상자가 하나둘씩 늘어난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총알 대신 레이저가 나가는 적성국 화기 모양의 모의 총기를 들고 있었고, 총구에서 나간 레이저가 오퍼레이터가 착용하고 있던 엑소 슈트에 닿는 순간 기동에 제한이 걸리는 시스템이었다.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필사적으로 엄폐물을 찾아 숨고 대응사격을 하는 인원, 한쪽 팔에 완전히 힘이 빠져 바리케이드에 총을 올리고는 한 손으로 사격하는 인원 등등이 십자선 너머로 보이는 사이, 인컴을 통해 집라인 설치가 완료됐단 말이 나온 순간 하나둘씩 퇴출을 시작했다.

        

        연이어 이어지는 제압사격, 수류탄 투척, 유탄 발사. 그런 와중 폴리우레탄-우블렉 켐 런쳐를 통해 일정 시간 동안 총알을 방어해낼 수 있는 엄폐물을 기동 루트에 구축하여, 퇴각하는 인원들이 레이저에 맞지 않게 하는 이들까지.

        

        실로 훌륭한 팀워크였다.

        

        

        후문 게이트 개폐장치에 테르밋을 까던진 후 마지막 인원까지 집라인을 타고 퇴출하는 사이, 마지막까지 엄호를 마친 후 별도의 퇴출 지점을 향해 뼈빠지게 뛰어가던 로건 일행의 귓전에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퇴각용 헬리콥터였다.

        

        

        

       ───부아아아아아!

        

        

        

        어둠 속이었기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미니건의 예광탄.

        

        기지 내부에 아직도 남아있는 잔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파편이 되어 널브러지는 사이, 그 꼬라지를 보던 로건은 큭큭 웃으며 UI를 확인했다. 10명의 침투조 중 3명이 경상, 1명은 중상. 모의전 난이도가 좀 심각하단 점을 고려하면 사상자가 없단 것만으로도 훌륭한 결과였다.

        

        대략 10분 가량을 징하게 달려 퇴출 지점으로 향하는 사이, 저 멀리에 있던 헬리콥터 한 대가 로건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온 몸에 질질 흐르는 땀, 찬바람이 쌩쌩 부는 산 속임에도 불구하고 김이 나올 것처럼 열기가 가득 찬 시점. 그러나 헬리콥터가 이들의 근방에 착륙하며 무지막지한 바람이 불어닥친 순간 한기가 몸을 통째로 식히기 시작했다.

        

        

        하부 램프가 열리고, 멀쩡한 기색의 오웬스가 로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입이 열렸다.

        

        

        

       “저격팀에 넣은 보람이 있군. 배려가 좀 와닿나?”

        

       “가서 앉기나 하세요, 정말.”

        

        

        

        14명 전원이 헬리콥터에 탑승하자 하부 램프가 닫힌다.

        

        자연스럽게 그 자신의 옆에 앉은 로건을 바라본 오웬스가 물었다.

        

        

        

       “막내가 연습 많이 하고 올 거라고 보나?”

        

       “걔도 총 안 쏘면 몸이 근질근질한 스타일이니, 당연하겠죠. 아마 지금도 총 쏘고 있을 걸요. 내기라도 하시겠습니까?”

        

       “하. 절대로 안 하지. 요즘 지갑이 좀 얇거든.”

        

        

        

        그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로건은 픽 웃었고, 그 사이 헬기는 이번 훈련을 주관하는 USASOC의 평가관들이 모여있는 캠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돈 잡아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더 유닛의 훈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일상이었다.

        

        

        

        

        

        

        

        

        

       ───타앙!

        

        

        

       “임팩트.”

        

       “확인…그나저나 로건은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뭐어, 여기에서 노는 것보단 훨씬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델타만큼 훈련에 돈 퍼부어대는 친구들도 드무니, 지금도 뭔가 깔짝대고 있을지도.”

        

       “하하.”

        

        

        

        당연하지만 이심전심이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의 폐해였다.

        

        

        

        

        

        

        

        

        

        

        

        

        

        

        

        

        

       “아, 다녀오셨…아으, 화약 냄새! 또 사격장 가셨죠!”

        

       “저격총 좀 쏘고 왔지요. 11월에 있을 컴페티션 준비하려면 이렇게라도 조금씩 연습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여러분들까지 끌고 가지는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아유, 증말.”

        

        

        

        오후 5시.

        

        로렌티나와 함께 하루종일 실컷 떠들고, 밥을 먹고, 총을 쏜 다음 호텔로 복귀했을 즈음, 우리를 맞이한 것은…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었다. 듣자 하니 나와 로렌티나가 하와이를 신나게 싸돌아다닐 동안 다들 신나게 쇼핑을 했다더라.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해줄 수많은 명품 옷과 가방, 지갑, 그 외에도 여러가지. 유명 브랜드라고는 시그 사우어나 HK,  콜트, 스미스 앤 웨슨밖에 모르는 내가 할 말은…농담이었다. 아무튼 들어보지도 못한 곳에서 사온 것들이 한무더기였다.

        

        그리고 놀랍다면 놀랍게도,

        

        

        

       “이거, 이거, 이거랑…요거랑 저거, 그리고 유진 씨 방에 있는 쇼핑백들은 유진 씨 거예요. 로렌티나 씨의 방에도 있구요.”

        

       “…네?”

        

       “사이즈를 잘 몰라서 옷 몇 개는 프리 사이즈로 샀어요. 그리고 유진 씨는 꼬리 있으셔서 바지는 안 샀구요.”

        

       “어…고마워요. 나중에 잘 쓸게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그런 건가…라고 하면 ‘유진 씨는 진짜 사람의 맘을 모르시네요.’하고 신나게 공격당하겠지.

        

        그리하여 얌전히 입을 닫고는 감사-자동재생기가 되어 이 두 명 뿐만이 아니라 호떡 일행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호떡 일행의 입장에서는 어쩌다가 끌려온 느낌일텐데, 좋게 넘어가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과는 별개로 로렌티나가 받은 선물의 양은 수하물 무게 제한에 걸리지 않았고, 무사히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상어가 하모니와 다이스의 머리를 신나게 쓰담쓰담하는 사이, 나는 휴대폰을 들어 27층에서 상시로 근무 중일 셰프들에게 연락했다.

        

        준비 시간이 2~3시간이면 조금 짧을 확률이 높았지만, 어차피 다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집어먹었을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고.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니 전원을 초대하기에도 그닥 무리는 없을 것이었다 – 그리하여 이들 전원에게 의례상 한 번씩 물어본 결과, 당연히 거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해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하여 앞으로 할 게 무엇이냐 하니 – 방송이었다.

        

        

        

       “어, 에? 아니, 이렇게 갑자기요?”

        

       “다들 지금은 방송에 나오면 안 될 것 같다-하는 분은 있으신가요? 특별히 방 안으로 도망칠 수 있는 30초의 시간을 드리죠.”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막내는 참 악질이네요.”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무려 30초나 시간을 줬는데 악질이라니, 음해도 이런 음해가 없다.

        

        아무튼 다들 큰 문제는 없다고 온 몸으로 대답했으니, 허공으로 가볍게 띄워올린 드론캠이 본격적으로 스트리밍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마치 무너진 댐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들어오는 가운데, 나를 포함한 7명의 인원들은 가볍게 손인사를 건넸다. 마땅히 할 컨텐츠가 없었던 만큼 방송의 컨텐츠는 간단한 토크로 진행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사실상의 보너스 방송이었고, 방송이 불규칙하게 켜질 확률이 높다고 사전에 언급했던 만큼 시청자들이 땡깡을 부려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유진입니다. 저희는 현재 하와이를 떠나기 하루 전날의 상황이고…오늘 방송을 좀 늦게 킨 것에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늘만큼은 다들 편하게 즐기라는 마음으로 개별 활동을 조금 했습니다.”

        

       “후후, 반가워요. 오늘이 지난 후부터 한동안 막내의 방송에 나오기는 힘들 예정인 상어랍니다. 마음껏 오늘을 즐기시길.”

        

        

        

       -와캬퍄헉샤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진짜 천생 방송인이 아닐까?

       -이눈나는 언제봐도 예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상어눈나날가져요!

       -1회용 방탄복 비스무리한 걸로는 가져갈 수 있겠네 ㅋㅋㅋ

       -너왜납쁜말해!!!!!!

        

        

        

        역시, 상어와 북극곰은 나오기만 해도 방송을 한껏 달구는 블루칩이 아닐 수 없었다.

        

        좌우지간 시청자들은 여전히 난리였고, 나는 차분히 채팅창을 확인하며 무언가 답해줄 수 있는 게 있는지 확인 중이었다 – 당연하게도 이 땡깡쟁이들은 그냥 하와이에서 평생 살면서 놀아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그 사이에서도 꽤나 의미있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가령 하와이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뭘 할 거냐-와 같은 것들.

        

        

        그리고 그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일단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그닥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11월 초에 미국에 대략 2주 정도 다녀와야 할 거라는 점 정도가 있겠네요. 아쉽겠지만 그 사이에는 방송을…굉장히 드물게 켤 겁니다. 꽤 민감한 스케줄이 포함되어 있어서요.”

        

        

        

       -민????감???????????

       -어어 이새기들 각도기 못재고 깝추려그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택티컬 민감 = 일반인들이 알려고 들면 콩밥을 먹을 수도 있는 것들

       -시1부1랄 얘들아 폭탄이랑 수류탄도 민감한 물체라는 맥락이랑 똑같은거야!!!!!!!!

       -저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ㅋㅋㅋ

        

        

        

        한바탕 난리법석인 친구들.

        

        당연하겠지만 방송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호떡 일행과 다이스, 하모니는 내 말을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알려줬으니까 그럴 만했지만.

        

        하지만 이건 어떠려나.

        

        

        

       “…그러니까,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할 예정일 우리 국가대표 분들을 아주 열-심히 가르쳐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은 민아랑 다이스가 온몸비틀기를 하는 과정을 즐겁게 보면 될 거구요.”

        

       “아니, 잠깐만요? 선생님?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이게 왜 저희한테 불똥이 튀어요!”

        

       “그치만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아시아 예선전이잖아요.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고, 하하.”

        

        

        

        구와악 갸아아악. 그런 소리를 내며 두 명이 뒹굴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이 두 명이 끼야아악 소리를 내면서 땡깡을 부릴 거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꼬리를 당근으로 내밀어야 하나. 하지만 그냥 놔둬도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절로 알게 될 건데, 그냥 미리 예방접종을 했다고 치면 되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뒤에서 김스톤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와이 여행 종료 기념 저녁식사가 아니라 최후의 만찬일 줄은 몰랐네.”

        

        

        

        당연하겠지만, 그 말에 다이스와 하모니는…아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이 두 명을 위한 꼬리-포상을 일찍 가불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내게도 절제의 덕목이 필요한 듯했다.

        

        

        하와이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막내가 여행할동안 빡세게 수련중인 로건

    하와이 여행도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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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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