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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6

    아이들을 맡겨두었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왔다.

    “어때, 어린이집은 재미있었어?”

    다이튼이 묻자, 디아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벌써 친해진 애들도 있어! 그리고 다들 메루루를 좋아한대. 그리고-.”

    “어, 그거 잘됐네. 할 얘기가 많았겠는걸? 파이리스, 너는?”

    두껍게 껴입은 겨울옷을 한꺼풀씩 벗겨주며 듣는데도 끊김이 없는 디아나의 대답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파이리스에게 묻자, 파이리스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대답했다.

    “응, 재밌었어.”

    무언가를 자꾸 이야기하고싶어하는 디아나와 달리 짧은 단답형 대답을 내뱉은 파이리스.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듯한 반응인데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궁금증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뭐가 재밌었는데?”

    그러자 파이리스는 또다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작은 애들이 되게 많았어. 밥도 많이 줬고.”

    “으이그, 또 밥이냐.”

    파이리스의 대답을 들은 다이튼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사실 놀 때는 아이들과 정말 재밌게 놀기는 했지만, 얼마나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었다.

    사실 정령어로 대답하라면 반나절을 넘게 떠들 수 있겠지만 인간의 언어로는 1대1로 대응하는 말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파이리스가 아는 단어도 많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파이리스도 나름대로 능숙하게 사람답게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평소 사용하는 어휘에 한해서였다.

    또, 아직은 ‘과거’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뭐, 아무튼 좋았었나보네. 다행이구만.”

    그나저나, 여기로 이사를 와서 거의 처음으로 보내본 어린이집이었기에 미리 시설을 확인해 봤어도 역시 조금은 불안한 느낌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이들에게도 괜찮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그에 예르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다음에도 여기로 보내야겠다.”

    “뭐, 루크의 상태가 계속 저러면 말이지…….”

    그동안에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던 루크 덕분에 집에서 놀게 해도 별 걱정이 안 되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건지…….

    그 순간이었다.

    “킁, 킁. 그런데, 이 냄새는 뭐야?”

    식탁에 놓여진 꼬치구이의 냄새를 맡은 것인지, 파이리스가 돌연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마약이라도 찾아낸 마약탐지견 같았다.

    다이튼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 이 녀석. 들어오자마자 먹을 걸 찾는 거냐? 어린이집에서 밥 먹고 왔다며?”

    그러자 파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밥은 밥이고, 간식은 간식이랬어.”

    “누가 그래?”

    “내가 그랬는데.”

    “허.”

    이제는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한 파이리스의 태도.

    그 모습에 예르나는 피식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까 사온 꼬치야. 먹을래?”

    “응, 먹을래!”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즉답하는 파이리스.

    반면, 디아나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다이튼이 물었다.

    “디아나, 너는 왜?”

    “그게, 난 밥 먹어서 배부르거든…… 그래도 역시 먹을래.”

    덕분에 집에 잔반이 남을 걱정은 안 하지만… 식사 그 자체가 문제다.

    뭐, 그래도 다른 집은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는다고 고민하는 걸 보면 또 이게 괜찮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애들이 꼬치를 집어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까부터 계속 계단쪽을 바라보던 예르나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루크가 걱정이네.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

    그에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한 다이튼은 이내,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 잠깐 루크한테 갔다 올게.”

    “맛있다!”

    “언니 안 먹으면 그냥 우리가 다 먹어버리면 안돼?”

    “그럼 못써. 맛있는 거니까 언니도 먹어야지.”

    “치, 그치만 난 이거 다 먹고 싶은데!”

    “나도 더 먹고 싶은데, 배불러…….”

    문 너머로 흐릿하게 들려오는 화목한 가정의 이야기 소리.

    제대로 된 가족은 아니지만, 정말로 완벽한 가정이었다.

    “…….”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온전한 가정.

    반면, 자신은 어떤가?

    자신은 정말로 이런 분위기 속에 끼어들 수 있을 정도로 어울리는가?

    단순히 ‘이만큼은 받았으니, 이 정도로 갚아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같이 있기에는, 모든 것에 너무나도 회의감이 든다.

    아까 전, 예르나의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도 진심어린 축하나 응원의 말이 아닌, ‘전력이 되어줄 수 없겠구나’였으니까.

    애초에 이런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자격은 있는 걸까?

    자신은 이미 이 가족에 너무나 많은 폐를 끼쳤고, 앞으로도 끼칠 것이 분명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은 이 가족에서 불순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가족은 이미 자신이 없어도 이토록 화목한 분위기를 내는 가정이 아닌가?

    마법적으로는 가장 순수한 것으로 이뤄진 몸이지만, 그 속은 순수는커녕 예르나의 손을 쳐내서 다치게 한 것에 간단한 변명 하나 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이 많은 더러운 키메라다.

    그러니까, 이건 미뤄두었던 일을 하는 셈이었다.

    바로, 떠날 준비.

    앞으로 예르나에게서 태어날 아이는 보다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라는 게 낫겠지.

    자신이 없는 가정에서 말이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지는것 보다는 이럴 때 미리 떠나는 쪽이 그들에게도 좋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루크가 다시금 깃펜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똑똑똑.

    “루크, 애들이 꼬치 맛있대. 내려와서 좀 먹어봐.”

    문 너머로 다이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마침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올라온 모양이었다.

    참, 덩치에 맞지 않게 은밀한 발걸음이라니까.

    “야, 자냐?”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

    -똑똑똑.

    “대답 좀 해봐. 안 그럼 그냥 열고 들어간다?”

    그럴 것 같았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뭐, 열고 들어가는 수밖에.

    -찰칵.

    문고리를 돌려보니, 잠금은 걸려있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잠가지지 않는 상태’였다고 해야하나?

    평소의 루크의 방 문에서 느껴지던 복잡한 마법적인 느낌이 전혀 느껴지고있지 않았으니까.

    문이 대체 왜 이런 상태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루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에게 방에 들어오라고 한 적이 없는데.”

    루크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미건조했다.

    그에 다이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아까는 내가 미안했다. 그러니까 내려와서 꼬치 좀 먹어봐.”

    다이튼이 사과하며 제안했지만, 루크는 마찬가지로 무감정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는 괜찮네. 아이들에게 내 몫을 더 주게나.”

    -사각, 사각.

    오직 깃펜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겨울의 고요함 속에 커다랗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이튼이 물었다.

    “뭐, 지금 중요한 공부라도 하는 거냐? 잠깐 내려오기도 힘들어?”

    “아닐세.”

    다이튼은 루크의 방을 스윽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불 꺼진 방의 분위기는 잔뜩 꺼내어진 가방들로 인해 상당히 어수선했다.

    “아니면 뭔데, 작별편지라도 쓰는 중?”

    -뚝.

    그러자 무언가를 작성하던 루크의 손길이 멈추고 귀가 움찔거렸다.

    미심쩍은 반응.

    하지만, 루크는 이내 다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깃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닐세.”

    그에 다이튼은 곧장 되물었다.

    “그럼 이 짐들은 다 뭔데? 이 시간에 그 차림으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려고 하는 건 아닐테고.”

    그의 말에 루크는 또 다시 정곡을 찔렸다는 듯 손길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생각이었다만.”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루크의 대답에 다이튼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아. 그래, 그게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진심도 아니잖아?”

    “…….”

    루크는 조용했다.

    그 모습에 다이튼은 팔짱을 끼고 문틀에 기대며 말했다.

    “사실 네가 어딜 가는지는 딱히 중요한게 아니지. 중요한 건, 네가 ‘왜’ 집을 나가려고 하는가야. 왜 그러는 건데?”

    “…….”

    “말해주기 싫어?”

    “…….”

    마치 석상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아니, 아까부터 계속 손은 움직이고 있으니 자동수기 인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사람이랑 대화하는 느낌은 안 든다.

    그러나 다이튼이라는 사람은 고작 그 침묵의 머쓱함만으로 방에서 내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 얘기하지 말고 내 얘기 듣기만 해. 지금 니가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 같으니까.”

    “…….”

    여전한 침묵속에서, 다이튼은 그렇게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 얘기를 한 적 없었지?”

    다이튼은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였다.

    물론, 처음부터 고아인 사람은 없을것이다.

    자신 또한 그랬고.

    아빠에게 질린 어머니가 먼저 집을 나가고 시간이 좀 지난 후, 어느날 갑자기 아빠도 자신들을 버렸다.

    “어릴 때는 그렇게 말없이 사라진 아빠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 항상 먼저 집을 나가신 어머니한테는 나쁜년, 나쁜년 그렇게 욕을 했으면서. 결국 자신도 우릴 버릴 거였으면서 말이지.”

    “뭐, 이해는 가. 힘드셨겠지. 몸은 불편하고, 돈은 안 벌리고, 애는 둘인데. 그래도, 역시 아빠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잖아.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있잖아.”

    “사실, 우리 아빠는 나랑 디아나를 버린 게 아니었어.”

    이제와 꺼내기엔 낯뜨거운 이야기였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연이 있더란다.

    다이튼은 속에 가라앉은 무언가를 끄집어내듯 그렇게 말했다.

    “시한부였다더라고. 그래서, 아빠는 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셨던거야.”

    뒤늦게 자신의 이름으로 상속된 보험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깨달은 사실.

    아빠에게 병원에 갈 돈이 있었을 리 없다.

    다만, 어떻게 보험 정도는 들 수 있었던 모양이다.

    “미리 보험금을 받아버리면 아직 어리다고 얼굴도 모르는 친척들이 꼬일 걸 염려했다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아예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게 했던거래.”

    그 덕분에 자신도 아빠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지만.

    “뭔가 허무하더라. 그러면 그동안 아빠를 원망하던 내가 나쁜놈이 된 것 같잖아.”

    다이튼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맘은 살짝 알 것 같더라고. 가족들한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하씨,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했더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처음에 무슨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잊어버린 다이튼이 자신의 머리를 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뭔가 예시를 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얘기하다보니 너무 어두운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 같잖아.

    “아무튼! 가족들한테는 뭐든 똑바로 말하는 게 좋다고. 나중에 무조건 후회한다니까. 남겨진 사람들도  분명히 슬퍼할 테고. 나도 그랬으니까.”

    “…….”

    하지만 루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일관된 무반응에 답답해진 다이튼이 언성을 살짝 높였다.

    “저기. 지금 내 얘기 듣기는 했냐?”

    그러자 조그맣게 대답이 들려왔다.

    “….뭐, 일단 안타까운 이야기로군.”

    그렇게 꺼내진 루크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얘기한 지금도 루크는 여전히 이쪽을 향해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상태였고.

    나름대로 공감대를 형성해보려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말주변이 부족한 나머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하긴, 어릴 때부터 줄곧 운동만 해서 성인이 되자마자 숲지기에 들어왔는데 뭘 제대로 배웠어야 말이지.

    “그냥 안타까운 얘기가 아니라 내 말은! 하아…. 안되겠다. 우리 얼굴 좀 보고 말해.”

    결국 다이튼은 루크에게 다가가 깃펜을 쓰고있던 손을 잡아당겼다.

    -팟!

    “?!”

    갑작스레 손목을 잡힌 루크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이튼은 ‘싫으면 자기가 알아서 쳐내겠거니’하고 생각하며 더욱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루크가 앉아있던 의자가 돌며 몸이 다이튼을 바라보게 됐다.

    그때, 다이튼은 루크가 작성중이던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루크가 계속 손으로 작성하고 있던 문서는 ‘자신이 없을 때에 저택의 마법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리할 수 있는 매뉴얼’이었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저택의 마법들은 유지보수를 해 줘야 할 테니까.

    그래 확실히, ‘작별 편지’는 아니었네.

    결국 또 말장난이었다.

    “이건 뭔데, 너 정말 떠나려고 했던거야?”

    “…….”

    “뭐라고 말좀 해!”

    다이튼이 다그치자, 루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에게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

    “뭐? 무슨 뜻이야?”

    그 중얼거림을 들은 다이튼이 되묻자 루크는 말실수를 했다는 듯 순간 눈동자를 크게 떴다가, 다시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난 이런 화목한 가정과 어울리지 않아. 나같은 사람은 항상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되니까……”

    “그러니까!”

    전례없이 답답한 루크의 반응에 다이튼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루크의 양 팔을 잡아서 자신과 정면을 바라보게 한 후에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건데? 우리가 너를 뭐 행운의 부적쯤으로 생각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 줄 알아? 예쁜 짓 좀 하고 돈 좀 벌어다 달라고 가족이 된 건 줄 아냐고? 천만에! 가족이라는 건 그런 게 전부가 아니거든? 그런 단순한 거래관계가 아니라고, 가족은! 단순히 말하면, 예르나한테 아기가 생겼다고 피가 이어지지 않은 네가 가짜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난…”

    “한번 평소처럼 논리적으로 말해봐, 넌 정말로 우리 가족을 떠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단순히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거야?”

    “……그건.”

    다이튼의 다그침에 루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눈시울이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뚝…. 뚝….

    “어? 야, 내 얘기가 그렇게까지 감동이었냐…?”

    루크의 반응에 당황한 다이튼이 더듬거리며 묻자, 루크는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 이건…. 몰라. 나도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린세이아에 마력을 봉인당한 상태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영향인가?

    뭔가 터져나오는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그 순간.

    “다이튼! 꼬치 먹으라고 부른다더니, 올라가서 왜 애를 혼내고 있어?”

    계단을 올라온 예르나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다이튼은 쩔쩔매며 답했다.

    “아니, 이건 그, 혼낸 게 아니라…… 그, 알잖아?”

    “알아. 다 들렸으니까.”

    위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숲지기 엘프인 자신이 듣지 못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루크, 그래서. 속은 좀 후련해졌니?”

    “…약간요.”

    “그럼 됐어.”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예르나가 문득 루크의 소매에 묻은 잉크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어머, 얘. 소매에 잉크가 다 묻었잖니.”

    “네? 잉크요?”

    루크는 뒤늦게 자신의 소매를 확인했다.

    아마도 아까 전에 다이튼이 팔을 잡아당길 때, 깃펜에 있던 잉크가 묻어버린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만.

    “안되겠네. 잉크가 마르기 전에 얼른 벗어서 빨아야겠다. 손에는 안 묻었지?”

    “아, 예르나. 잠깐만…!”

    빠르게 자신의 소매를 향해 다가오는 예르나의 손길에, 루크는 다시 팔을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한발 늦었다.

    -스윽.

    루크의 스웨터 소매가 걷힌 바로 그 순간, 예르나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그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된 루크는 뒤늦게 말을 더듬으며 해명하려했다.

    “아니, 저. 예르나. 이건, 그게…….”

    그 순간, 예르나의 불호령이 다이튼에게 떨어졌다.

    “어머나, 다이튼! 이것 좀 봐! 애 손목을 대체 얼마나 세게 쥐었길래 이런 멍자국이 남아?”

    예르나가 가리킨 루크의 손목을 바라본 다이튼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르나의 손가락이 향한 루크의 손목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까.

    다이튼은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 그건……! 그, 솔직히 내가 세게 잡은 건 맞지만! 그, 루크가 안뿌리치길래 괜찮은 줄 알고…!”

    다이튼의 변명같지않은 변명에 예르나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너같으면 자기를 그렇게 혼내는데 손을 뿌리칠 수 있었겠니? 으이그, 내가 못살아 정말! 여자앤데 이거 흉지면 어쩔거야?”

    예르나가 흉이 질까봐 걱정하는 말에 루크가 급히 끼어들어서 말했다.

    “아, 아니 난 정말로 괜찮으니 걱정 말게! 그리고 어차피 나는 회복력도 좋으니까 금방 나을거고……”

    그렇게 루크가 예르나를 말리려들자, 예르나는 루크를 지나치게 상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착한 루크, 아빠 편 들어주지 마렴. 자꾸 그러면 버릇 나빠지니까.”

    “……네.”

    그래서 결국 루크는 그냥 입을 닫고 말았다.

    미안, 다이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오늘 분명 더 많은 삽화가 있었는데…….(골방 뒷모습 루크, 다이튼 혼내는 예르나와 그걸 말리려는 루크)
    제가 레이어 실수를 한 채로 저장해서 날려버렸습니다….

    제가 멘탈을 추스리면 나중에 추가가 될수 있을까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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