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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7

    <497 – 도적길드 vs 혁명군(1)>

     

    슈 츄러스는 간부권한으로 즉시 비상경보를 발령했다.

    혁명가의 접근.

    재단의 암살메이드가 넘긴 정보의 진위유무는 어떻든 관계없다.

    거짓이라면 조직이 위기를 벗어났으니 기꺼운 마음으로 징계받으면 된다.

    진실이라면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그녀가 도적길드를 위한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충성심을 품고 있는 이상, 어느 쪽이든 경보는 내려져야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대응이 헛수고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은 현격히 커졌다.

     

    “지상방면 진입로에 축제 및 행사를 빌미로 모인 시민들이 확인되었으며 시청에 실제 행사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이들이 존재합니다.”

    “축제의 이면에서 도심에 불순한 무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빈민가의 아이들을 납치해 지하에 가두고 인육으로 조리하는 인육요리점이 있다는 괴담이 암암리에 퍼지고 이에 분개한 이들이 함께 시위와 폭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하수로에 카넬레 시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모험가들이 입장했습니다.”

    “마수토벌을 명분으로 내세운 모험가들이지만 목적지는 틀림없이 이쪽의 순찰로입니다. 또한 지상의 혁명군과 연계하여 시민들이 격분할 수 있도록 빈민가 아이들의 넝마주이, 혈흔, 인간의 뼈 등의 흔적을 남기는 공작조의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상부에서 수문 폐쇄에 대한 공문이 도달했습니다. 카넬레 시의 고위공직자마저 관여된 작전입니다.”

    “수로를 이용한 진입은 없을지라도 탈출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보입니다.”

     

    지상과 지하, 해상을 모두 노리는 모든 진입로에 대응하는 삼면동시공격.

    지금 길드는 틀림없는 위기에 처했다.

     

    “정보의 진위유무가 확인되었다면 이제 아가씨의 신병을 인계받겠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신의가 없군요.”

    “의지의 문제가 아니야. 능력의 문제거든.”

    “…?”

    “아카데미의 교수가 오크노디 그 아이에게 심득서를 전수하고 있어.”

    “…!”

    “VIP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습득할 수 없는 중요한 의식이라고 들었어. 습득이 완료될 때까지는 오크노디도 교수도 본부를 떠날 수 없어. 이들을 지켜야 하는 이상, 도적길드의 완전 철수 또한 성립될 수 없고.”

     

    비상경보가 울린 지금, 이미 상황실 너머에서는 급히 자료를 파기, 소각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또한 마법적인 수단에 의한 복구를 저지하기 위해 특별한 시약에 의한 현장훼손과 파괴, 교란작업을 이중으로 펼칠 예정이다.

    만일 사용된 마법의 정체가 모두 특정되어 역산 당하고 파기된 자료에 접근할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 이 노고가 무색하게 도적길드 본부의 모든 정보가 한순간에 혁명군의 수중에 넘어간다.

     

    ‘VIP의 숙적인 혁명군에 그분을 모시는 우리 도적길드가 정보를 흘리는 수치를 겪는다니, 절대로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의지를 다지는 슈 츄러스에게 찬물처럼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가 닿았다.

     

    “어리석군요. 조직의 사정 때문에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하다니.”

    “당신은 같은 상황이면 재단을 버릴 거야?”

    “버릴 겁니다, 재단이라면.”

    “재단이 아니면 지킬 거라는 말로 들리네.”

    “아가씨를 버리지 못할 뿐입니다.”

    “피차 똑같은 바보네. 도적길드도 VIP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디스트로이어의 용사행은 언제나 한발 늦었다.

    많은 피해자가 나왔고, 슬퍼하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그런 유가족들은 목도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용사파티라며 매도하는 시민들을.

    무수한 욕을 먹으면서도 묵묵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용사파티를.

     

    -미안했다. 조금 더 빨리 알아내지 못해서. 조금 더 일찍 도착하지 못해서.

     

    사과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자신들을 위해 사과하는 모습을.

    그들은 용서했다.

    한 명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디스트로이어라는 남자를.

    그리고 결심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그를 지킬 차례라고.

     

    “검사에게는 검신의 자리를 두고 도전하는 세 명의 검왕이, 마법사에게는 오색마탑의 다섯마탑주가 있다면 도적에게는 대륙십대도적이 있지.”

    “몇 명이 나설 겁니까?”

    “셋, 전부.”

     

    도적길드 최고전력들이 총출동했다.

     

     

    * * *

     

     

    카넬레 시 지상.

    중앙공원.

     

    “시민들을 더 모아라. 카넬레 시의 일일 유동인구는 백만이 넘는다. 못해도 최저 10만 명은 동원할 각오로 선동을 퍼뜨려라.”

     

    혁명군 선전부대 부대장 괴랭의 지시에 도시 내에 퍼지는 소문은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지하에서는 애들을 국에 삶아 죽이는 미친 요리사들이 있다.

    -피와 살은 사람이 먹고 뼈는 악마소환의 제물로 바친다더라.

    -근시일 내의 진상규명에 실패하면 카넬레 시 전체의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이 가장 분개한 대목은 집값 대폭락이었다.

     

    “모험가길드에서 몇 년을 피땀 흘려서 번 돈 털어서 구매한 집인데 그게 떨어져!”

    “10년을 행상인으로 구르며 일하다가 겨우 도시에 자리 잡았는데 여기 망하면 어떡해? 이 나이에 행상부터 다시 시작하기는 싫어!”

    “가문 대대로 전해지는 삼대가 살아온 터전을 악마숭배자들에게 빼앗길쏘냐!”

     

    흐름을 탄다는 말이 있다.

    대중이 움직이기까지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불씨를 던지지 않아도 스스로 땔감을 만들고 불타기 시작한다.

    이런 흐름에 탄 민중은 가볍게 등만 떠밀고 옷깃만 잡아도 원하는 방향으로 날뛰게 만들 수 있다.

     

    “도적길드 본부도 이걸로 끝이군.”

     

    디스트로이어는 영향력을 잃고 숙적의 몰락으로 혁명가의 행보는 한층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여기까지 불이 붙었다면 카넬레 시에 피워올린 불씨는 누구도 꺼트릴 수 없어.”

     

    한번 대중의 힘을 맛본 이들은 추후 도래할 혁명의 날에도 기꺼이 혁명군을 위해 결집할 수 있다.

     

    “그런가. 그거 참 경사스러운 일이군. 오늘을 기념일로 삼아서 축제를 열어도 되겠어.”

    “그렇… 잠깐, 너 누구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며 말을 건네는 사내의 존재에 뒤늦게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미 선동부장의 몸은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파직파직 일어나는 스파크에 남자의 몸을 뒤덮은 호신용 마도구가 얼굴에 쓴 안경부터 반지까지 연이어서 펑펑 터졌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즐길 생각만 하자고, 친구. 귀찮은 일은 전부 다 나한테 맡기고 꿈에서 축제라도 즐기는 거야.”

    “악, 아가각.”

    “옳지. 그래, 눈 감고. 의식의 주도권도 내어놓고. 그래야 <신체도둑>이 진가를 발휘하지 않겠어?”

     

    선동부장을 쓰러뜨린 사내는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한층 더 힘을 발휘했다.

    풀썩.

    먼저 쓰러진 선동부장의 위에 포개지듯이 쓰러진 거구의 트렌치코트의 남성.

    그 몸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밀쳐내며 선동부장이 일어났다.

    거구의 사내가 초라하게 밀려나고 작은 체구의 선동부장이 유난히 거인처럼 크게 보이는 변화를 대중들은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지금 대중을 내려다보는 중앙공원 인근 상권의 호텔 객실에 있었으니까.

     

    똑똑.

     

    “선동 진행 상황을 보고하러 왔습니다.”

    “옳지.”

     

    선동부장이 쓰러진 사내의 머리를 덮은 중절모를 들어 자기 머리에 썼다.

    달라진 두상 탓에 삐딱하게 기울어진 모자 아래로 남자의 한쪽 눈에 샛노란 전류가 작게 일어났다.

     

    “개판 한번 만들어보자고.”

     

     

    * * *

     

     

    모험가길드의 모험가로 위장하고 지하수로의 침투로에 진입했던 공작부장은 예정된 시간이 되어도 내려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 혁명군에 짜증을 드러냈다.

     

    “너희 둘. 올라가서 동태를 확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긴 원인을 알아내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하지 마.”

     

    공작부원들은 전원 혁명군 내에서도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혁명전사들이다.

    일개 도시의 모험가나 경비들 따위에게 당할 정도로 녹록한 이들이 아니니 믿고 보낼 수 있었다.

    실제로도 몇 분이 지나자 위에서부터 사람이 한 명 돌아오기도 했고 말이다.

     

    “파보와 브키가 보내서 왔습니다. 위에서는 잠시 도적길드의 역공작으로 작전진행에 차질이 있었지만 조만간 정리될 추세입니다.”

    “그런가. 그때까지 공작부대는 대기하면 되겠나?”

    “조금만 부탁드립니다. 카넬레 시 경비대나 모험가길드, 도적길드에서 공작부대가 벌인 공작을 깨끗하게 치워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수고했고 잘 가게.”

     

    등을 돌려 돌아서는 연락책의 목덜미에 공작부장의 암기가 날아들었다.

    연락책의 몸이 액체처럼 허물어지며 바닥에 스며들었다.

    놀란 공작대원들이 급히 경계를 갖추는 사이, 근처 바닥에서 연락책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알았지?”

    “파보와 브키는 동행자도 없이 연락책만 보낼 머저리들이 아니다. 사람을 보낼 거라면 사전 조사로 보고 절차를 알아내고 심리 조작과 일시적 최면, 강력한 세뇌 능력 정도는 구사해서 대원 둘도 함께 데려와야 했지.”

    “친절하기도 하군. 덕분에 교훈이 되었어. 다음 도적행에 참고하지.”

    “다음? 그런 건 없다. 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공작부장의 발치에서부터 잿빛 영역이 피어올랐다.

    5위계 이상의 실력자들이나 구사하는 영역.

    체내의 지배력을 온전히 구축하고 이를 넘어서 자신과 이어진 세계에도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실력자.

    부장급 직책을 맡으려면 그 정도의 재주는 지닐 줄 알아야 한다.

     

    “영역구사자는 자신이 가장 잘 구사하는 능력을 주변 공간에도 행사할 수 있지. 그리고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 마나의 순도를 올림으로써 영역의 위력을 더욱 끌어올린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참고로 내 주 능력은 <잡기>. 맹세의 내용은 <비밀을 두지 않는 것>이다.”

    “비밀조직에서 일하기엔 힘들 능력이군.”

    “상관없다. 비밀을 들은 적은 전부 쓰러뜨릴 실력을 갖추면 그만이니까.”

     

    손처럼 사방팔방 뻗어나간 기운이 지면에 은은히 실린 기운을 억지로 붙잡아 들어 올렸다.

     

    “자신감을 높이 보아 이쪽도 조언 하나 해주지. 그런 오만한 맹세는 자신을 지킬 힘을 지닌 뒤에나 하는 것이지, 5위계에 겨우 올라선 풋내기가 흉내 내어도 좋을 게 아니다.”

    “…!”

     

    붙잡았다.

    하지만 놓쳤다.

    무투기술을 익힌 무투가도, 잠행기술을 익힌 암살자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영역인데.

    잡아도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생전 처음 겪는 현상에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위기감이 솟구쳤다.

    영역을 밀집해서 잡아도, 더 은밀하게 뻗어도, 훨씬 큰 덩어리를 붙잡아도 모두 소용없다.

    손안에 잡힌 물처럼 제멋대로 흘러내리며 사라지는 상대의 기운.

    허둥대는 그의 뒷덜미에 깃털이 꽂혔다.

     

    “내 특화기능은 <비행>. 너와 같은 <솔직함>을 맹세한 도적이다. 겨우 몇 년 반짝한 애송이와 달리 무려 20년간 자리를 지닌 대륙십대도적의 서열 8위지.”

    “기는 못 잡아도 신체는 다르다! 감히 겁도 없이 내 앞에서 본 모습을 드러내다니, 찢어 죽여주마!”

     

    사지를 다른 방향으로 붙잡아 찢어버릴 작정으로 휘두른 기운이 끊어졌다.

     

    “어…?”

     

    역으로 자신의 사지가 잘린 것처럼 멍한 얼굴로 허전한 기를 조작하려 헛된 손짓을 반복하는 공작부장.

     

    “경지에 달한 비행은 물질과 비물질을 넘나들며 차원의 경계를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다면, 남의 것도 끌어들일 수 있다. 네 잡기가 지닌 미래의 가능성이 그렇듯이.”

     

    기의 다음은 진짜 사지였다.

    퍽. 퍽퍽.

    공작부장의 신체만이 아니었다.

    다른 공작부대원들도 등 돌려 달아나기 무섭게 몸이 펑펑 터져 죽었다.

    삽시간에 시체투성이가 된 수로에서 까마귀 날개를 지닌 수인이 새의 발을 닮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차원의 경계 저편에서 잡고, 끌어당긴 다음, 경계의 중간에서 내던진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그것만으로 벌어지는 결과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도적들 따위가 이딴, 이딴 말도 안 되는 힘을 펼칠 수 있단 말이냐!!”

     

    공포에 부르짖는 공작부장의 머리를 주워 들며 까마귀수인이 코웃음 쳤다.

     

    “이딴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디스트로이어와 다른 대륙십대도적은 이거의 백 배는 더 강해.”

     

    목을 잃고 버둥거리는 신체의 주저앉음에 눈길조차도 주지 않으며 그의 모습이 다시 지면 아래로 유유히 스며들었다.

    수로는 넓고 그가 제거해야 할 혁명군 공작부대는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러나 부담은 조금도 없다.

     

    “애초에 11살 꼬맹이도 못 잡는 수준에 당하는 너희가 약한 거라고.”

     

    그것들을 전부 합쳐도 지켜야 할 대상인 오크노디 하나보다 약하니까.

    그는 이미 본부에 눌러앉은 오크노디가 궁금해서 찾아갔고, 그녀의 진가를 일부나마 확인했다.

    생각이 닿으니 그때의 기억이 슬그머니 의식의 표면 위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억로딩 완료까지 남은 시간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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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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