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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7

        

         

       기자들의 발악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말 그대로, 시간 단위로 거의 발광에 가깝게 변해간 것이다.

       장작을 머금은 불꽃이 점점 더 거센 불길로 변해가듯이, 이들의 광기 역시 점차 강렬해졌다.

         

       말 그대로…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정도로 말이다.

         

       “막아-!”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금,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성전이었다.

         

       병원에 무슨 공성전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진짜로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쿵-!

       쿵-!

         

       병원의 한 층에는 방화벽이 내려와 있었다.

       방화벽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그리 크게 두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범용으로는 나름 쓸만해 보이는 두께의 방화벽은 모습을 숨기고 있던 평상시와 다르게 굳건하게 입구를 막아 세우고 있었다.

       방화벽 한쪽에 자리한 문은 야광 도료가 칠해져서 한밤중에도 빛을 뿜어내며 이곳이 비상문이라고 광고하고 있었고, 그 비상문은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듯 연신 흔들리면서 열리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흔들리는 문 사이로 두 부류가 대치하고 있었다.

         

       쿵-!

       쿠웅-!

         

       “막아-!”

         

       “기대! 그냥 막으려고 하지 말고, 체중을 그쪽으로 실어서 막으라고!”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방화벽의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서 문이 열리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체격 좋은 의사와 간호사, 보안요원들이 체중을 실어서 문이 열리지 않게 막고 있었다.

         

       쿵-!

       쿠웅-!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달라붙고 있음에도 문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마치 코끼리가 몸통 박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문을 몸으로 막고 있는 사람들이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온 힘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덜컹거리면서 금방이라도 문이 열릴 것 같이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우리 힘이 점점 딸려! 빨리, 빨리! 빨리 좀 어떻게 해보라고!”

         

       “연금술사, 무인, 마법사…능력자 아무나 좀 데리고 오라고! 분명 한두 명은 있었잖아!”

         

       “하다못해 용접기라도 좀 가져오던가! 저 빌어먹을 문을 좀 어떻게 좀! 용접이라도 해서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할 거 아냐!”

         

       “이 미친 새끼가! 야, 닥쳐! 아니, 용접기 찾으려고 애쓰지 마! 특수 코팅된 방화벽이라서 용접하기도 힘들고, 해도 금방 뚫릴 테니까 의미가 없어! 그리고 이렇게 덜컹거리는데 용접은 어떻게 할건데?! 능력자 데리고 와! 문을 강제로 우그러뜨리든, 새로운 벽을 만들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라고!”

         

       “우리도 데리고 오고 싶다고! 그런데 능력자들은 다른 층에 있는데 어떻게 해-!”

         

       “경찰 불렀으니까 기다리세요! 금방 올 거예요! 버텨요! 버티세요!”

         

       금방이라도 문이 뚫릴 것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

       문을 막고 있는 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문이 덜컹 열리고, 문 너머에 있는 이들이 흉포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기에 문을 막고 있는 이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빨리 문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자를 데리고 오라고.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해서 자신을 돕도록 설득하라고!

         

       그들은 그렇게 간절하게, 공포에 젖은 채 소리쳤다.

         

       그리고 이들이 공포에 젖은 만큼, 방화벽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광기에 젖어 있었다.

         

       “뚫어!”

         

       “뚫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있는 사람들.

       눈동자는 번들거리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흉하게 헝클어져 있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땀을 어찌나 많이 흘린 것인지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옷이 푹 젖어 있고, 목에서는 다 쉬어버려서 듣기 싫은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위협적인 무기로 쓸 수 있는 것들이 그들의 주변에 널려 있었다.

         

       망치.

       소화기.

       벽돌.

       공구….

         

       사용하기에 따라 흉기가 될 수 있는 것들.

         

       하지만 이들은 그것들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이상한 덩어리를 여럿이 들고 있을 뿐.

         

       “자! 하나, 둘, 셋!”

         

       쿵!

         

       “자, 다시 한번! 하나, 둘, 셋!”

         

       쿠웅-!

         

       놀랍게도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이불과 환자복을 이용해서 만든 공성추였다.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커다란 충격에도 부서지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단단한 덩어리를 긴 형태로 감싸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한다면 원시적인 형태의 공성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나, 둘, 셋!”

         

       쿠웅-!

         

       이들은 어설픈 솜씨로 만든 공성추로 연신 문을 때리고 있었다.

         

       운동과는 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서 강철로 된 문을 두들긴다. 당연하게도 후려칠 때마다 손이 찌르르 울릴 정도의 충격이 공성추를 타고 흐르고,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뛸 때는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가빠진다. 어디 피부가 뜯어져서 피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땀이 줄줄 흐르고, 땀 때문에 공성추를 잡은 손이 미끄러워져서 과할 정도로 힘을 주게 된다.

       손아귀는 이제는 힘이 들다 못해 아플 지경이고, 온몸에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하나, 둘!”

         

       “셋!”

         

       쿠웅-!

         

       “거의 다 됐어! 저 새끼들 힘 빠졌어!”

         

       “씨발 사람 한 명만 취재하겠다는데 지랄이야!”

         

       “뚫어-!”

         

       저 빌어먹을 문을 뚫어버리기 위해서!

         

         

         

        * * *

         

         

         

       오밤중에 벌어지고 있는 병원에서의 공성전.

       병원 직원이 수성하고, 기자들이 공성하는…전무후무한 사건.

         

       놀랍게도 이 사건의 발단은 별것 아닌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별 것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 이봐요들, 첩보 작전 좀 해봅시다. 』

         

       『 첩보 작전? 』

         

       『 아 우리가 잘하는 거 있잖아요. 몰래 들어가는 거. 잠입 취재 다들 해봤잖아요. 』

         

       범죄에 속하는 것이었으니까.

         

       이제순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기자들은 결국 병원에 몰래 침입하는 것을 택했다.

         

       방법은 다양했다.

         

       클라이밍을 해서 외벽을 타고 올라간 뒤 창문이 열린 곳까지 이동하거나.

       병원 밖을 돌아다니는 환자에게 협조 요청을 한 뒤 환자복을 입고 몰래 잠입하거나.

       병원 지하에 있는 푸드 코트를 이용하는 보호자인 척하면서 들어간 뒤 진짜로 환자를 면회하러 온 보호자에게 돈을 주고 협조를 요청하거나….

         

       그렇게 기자들은 하나둘씩 병원 안으로 들어왔고, 이제순에게 접근하는 데 거의 성공했다.

       시간이 아깝다고 계단을 뛰어다니는 간호사를 조심하며 계단을 오르고, 느릿느릿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밖에서 안으로 침투하고….

       그렇게 기자들이 이제순에게 접근하기 바로 직전.

         

       『 어이, 거기! 여긴 어떻게 올라온 겁니까?! 지금 불법으로 병원에 침입한 거예요?! 』

         

       『 아, 젠장. 걸렸네. 』

         

       강화된 병원의 보안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이제순이 입원한 병실이 있는 층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간호사와 보안요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평소에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검사 같은 것도 철저하게 행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잠입했던 기자들은 목표를 이루기 바로 직전 그들에게 걸려버렸고, 보안요원에게 끌려 나가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아까 병원 입구에서 기자들이 보안요원들에게 끌려 나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 씨발 어? 이거 놔!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너희 지금 국민의 알 권리를 지금 방해하는 거라고! 』

         

       『 취재 한 번 하겠다고! 그냥 취재만 하면 그냥 얌전히 돌아가겠다는데 왜들 지랄이야!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지? 뭐 숨기고 있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지?! 』

         

       『 뭔데?! 뭐 그 새끼 품에서 이상한 거라도 나왔어?! 대단한 거라도 나왔냐고! 병원 이름을 어? 전국적으로 각인시킬 무언가라도 발견을 했나 보지? 』

         

       『 무슨 너희가 FBI야? 일급비밀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 하나 보자고! 문제가 없으면 그냥 한 번 보게 해주면 되잖아! 우리가 뭐 그놈을 죽이겠대? 그냥 얘기 좀 나눠보겠다고! 사진 좀 찍고, 인터뷰 좀 하고 그러면 끝인데 왜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해?! 너희 뭐 숨기고 있는 거 맞지?! 어?! 』

         

       아까와 다른 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제순에게 약점을 잡힌 기자들이 조바심을 내게 되었다는 것.

       눈앞에 있음에도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해 그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들의 절박함이 집착으로 변하고, 누군가가 그들에게 행한 ‘어떠한 것’으로 과할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그들의 생각이 제한되고, 하나의 사안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집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 뭐 이딴 곳이 다 있어?! 어, 당신들 뭐 숨기고 있는 거 맞지? 뭐 의료사고라도 낸 거지?! 우리가 찍어야겠어! 찍어야겠다고! 』

         

       『 그래! 옳소! 구린 게 있으니 숨기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리가 그걸 취재해야겠어!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확인해야겠다고! 』

         

       『 뚫어! 뚫어! 저 새끼들 다 뚫자고! 』

         

       『 와아아아아-! 저 새끼들 다 눕혀! 감히 우리 앞을 가로막는 저 새끼들 다 눕혀-! 』

         

       이러한 과한 집착과 흥분 상태가 이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얌전히 밖으로 쫓기는 것 대신에 격렬한 저항을 택했고, 소화기든 화분이든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을 들고 보안요원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싸우기를 택했다.

         

       『 비상! 비상! 』

         

       『 병원에 폭동이 일어났다! 』

         

       『 해당 층 봉쇄하고 경찰에 연락해! 』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당황한 병원은 방화벽을 내려서 해당 층을 격리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이제순이 있는 곳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길목마다 방화벽으로 차단했고, 기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은 물론 힘 좀 쓴다는 의사나 간호사까지 그쪽으로 보냈다.

         

       어떻게든 그들을 제압해서 병원과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보안요원과 건장한 남성들이 달려드는데도 쉽게 제압되지 않았다.

       도리어 능숙하게 뭉쳐서 그들의 공격을 방어했고, 쓰러진 사람을 끌어와서 묶은 뒤 차곡차곡 쌓아두기까지 했다.

       마치 인질극이라도 벌이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병원 측에서는 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단순히 흥분한 정도를 넘어서, 이들이 정말로 집단 린치나 살인 같은 것을 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저놈들을 이제순 환자에게 보내면 안 돼! 이제순 환자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

         

       『 경찰 올 때까지만 버텨! 조금만 버티면 돼! 』

         

       그렇게 아닌 밤중에 병원에서 공성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막아야 해! 환자의 안전은 물론, 우리의 밥줄도 달려있어!’

         

       ‘미친놈들한테 뚫려서 환자를 죽이는 병원이라니! 제기랄! 그런 걸로 뉴스를 타고 싶지 않다고!’

         

       ‘그런 걸로 뉴스 타면 병원 망하는 건 물론이고, 내 커리어도 망한다! 막는다! 막아야 한다!’

         

       ‘이런 미친놈들이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경찰이 올 때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시간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병원 측.

         

       ‘약점만 찾으면 돼!’

         

       ‘후폭풍? 이 지랄이 뉴스를 타도 내가 망할 가능성은 확률이지만, 약점이 퍼져나가면 나는 100% 망한다고! 100%보다는 당연히 살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맞지!’

         

       ‘뚫는다! 뚫는다! 그 새끼 몸 어딘가에 있어! USB든 SD카드든 무조건 있다고! 그놈 스마트폰이라도 가져가야 해!’

         

       ‘씨발 뭐 비닐로 감싼 다음 위장에 보관하고 있거나, 살 째서 그 안에다가 넣어놓은 건 아니겠지? 아니…. 그래도 찾는다. 반드시 찾는다!’

         

       경찰이 오기 전에 저놈들을 뚫고 이제순에게 접근해서 약점이 될만한 것을 인멸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기자들.

         

       그렇게 짧고도 긴 밤이 깊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타로 카드의 점괘가 말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빨리 마무리하라고…

    낮에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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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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