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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7

       부상에서 겨우 회복한 주운과 간신히 죄의 굴레에서 벗어난 탁일우.

         

       그들의 뒤로 모인 화산파 제자들은 두 사람의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모두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천마는 중원 무림을 위협하는 명실상부 최강, 최악의 적.

         

       하여 그들은 다소 큰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이 자리에서 천마를 죽이리라 다짐했더랬다.

         

       그래.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콰아아앙-!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뿐인가?

         

       천마의 심상은 수백 장을 뒤덮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신으로 군림했다.

         

       그들은 비로소 이해했다.

         

       마교도들이 어찌하여 살아 있는 인간을 신이라고 칭하며 따르는지.

         

       “가히 신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경지로다…!”

         

       주운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적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절대자가 눈앞에 있지 않나.

         

       그러나 그들은 오직 천마 한 사람에게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백 공자의 무위도 실로 대단하군요.”

       “그렇구나.”

         

       수백 장을 뒤덮은 천마의 심상 속에서 악전고투 중인 백우진.

         

       그는 실로 무인의 귀감이었다.

         

       강자의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끝까지 대항하는 강인한 정신력.

         

       천마가 신이라면 백우진은 위를 바라보는 인간이었다.

         

       신의 자리를, 위엄을 넘어서기 위해 고난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찬탈자이자, 구도자.

         

       그렇기에 도리어 그에게 더 많은 눈길이 쏟아졌다.

         

       한 차례 검이 맞닿을 때마다 사정없이 깎여 나가면서도 전의를 잃지 않는 모습에.

         

       그러면서도 전투 이전의 생각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참담하구나.”

       “소제 또한 마찬가집니다.”

         

       신의 영역에 다다른 이와 과감하게도 그 문을 두드리는 이의 싸움.

         

       그 격전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어 나가는 것밖에 없을 듯하기에.

         

       구파일방 중 하나로서 체면치레조차 못 함에 안타까워하는 사이.

         

       전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백 자루의 검을 등에 업은 신과 동료들에게 의지하여 대항하는 인간.

         

       전투는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부딪치고.

         

       콰앙!

         

       깨진다.

         

       챙!

         

       서로의 등을 맞댄 채 둥글게 모인 다섯 사람의 앞에 놓인 건 수백 자루의 검이었다.

         

       하나하나가 천마의 심상 속에서 뽑혀 나온 심검(心劍).

         

       일부나마 그녀의 힘이 담긴 검이 천마신공의 초식 일부를 그리며 짓쳐 들어온다.

         

       “생각보다 그리 대단치 않은 것들이다. 차분하게 보고 막거라.”

       “네…!”

         

       몇 자루나 되는 검들을 수월히 막아내는 조원들을 보며 백우진은 새삼 감탄했다.

         

       ‘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지?’

         

       그녀들의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도리어 자신은 그녀들을 얕보고 있었다.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화경에 올라 자신만의 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현경까지는 아직 길이 멀기는 하나, 등을 맡기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실제로 그녀들이 도와준 덕분에 부담이 크게 줄어든 상태.

         

       그러나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천마의 검에 맞서는 여인들의 체력이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인다.

         

       스걱!

         

       “앗…!”

         

       초기에만 해도 수월히 막아내던 검격이 그녀들의 몸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체력이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아 고작 생채기에 그쳤으나, 이대로 시간이 더 끌리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한 상황.

         

       ‘그 전에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 결국 천마를 베어야만 했다.

         

       백우진은 차분하게 스스로를 점검해 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이다.

         

       자신에게 천마를 벨 수 있을 만한 검이 있는가.

         

       ‘있다.’

         

       딱 한 가지.

         

       다행히 시도해 볼 만한 것이 존재했다.

         

       혈수마녀가 일러준 백유성의 은신처에서 찾아낸 안배.

         

       그것이라면 천마 또한 능히 벨 수 있으리라.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백우진이 아직까지 그것을 통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할 수 있을까?’

         

       평범한 무공이었다면 이리 고민하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백유성이 남겨두고 간 것은 평범한 무공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생소했다.

         

       지금까지 숱한 검술을 익힌 백우진조차도 그 원리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

         

       ‘성공률은 단 일 푼.’

         

       백 번을 시도하면 단 한 번 성공할까 말까인 수준.

         

       심지어 성공했을 때조차 백유성이 말한 것과는 위력적인 차이가 제법 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안배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위력으로도 성공만 한다면 그녀를 베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인데.

         

       ‘과연 이 길이 맞는 걸까.’

         

       고작 일 푼에 불과한 성공률에 자신을 포함한 여인들의 목숨 전부를 거는 게 맞는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어떤 희망을 품어 볼 새도 없이 전멸이다.

         

       그렇다면 고작 일 푼이라도 희망이 존재하는 곳에 걸어보는 게 맞을 테지.

         

       생각을 정리한 그가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 시간이 필요해.”

         

       이에 혈수마녀가 물었다.

         

       “얼마나 벌어주면 되겠느냐.”

       “일각이면 됩니다.”

       “…한 번 해보마.”

         

       다른 여인들과 손발 맞춰 행동하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냈다.

         

       떠오르는 핏빛 달.

         

       그 아래 솟아오른 봉우리 위에서 울부짖는 늑대와 여우.

         

       아우우우-!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쇄도한 늑대들이 눈앞의 검을 물어뜯는다.

         

       그녀의 심상 세계에 의해 제 빈자리가 어설프게나마 채워지는 것을 확인한 그가 곧장 준비에 들어갔다.

         

       눈을 감은 채 백유성에게 전해 받은 안배를 떠올리는 백우진.

         

       ‘중요한 것은 감각.’

         

       평범한 감각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 오직 백우진만이 느꼈던 유일무이한 감각.

         

       그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야만 백유성이 남긴 초식을 펼칠 수 있다.

         

       둘러싼 여인들 속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백우진을 본 천마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무언가 준비하는 모양이군.’

         

       열세를 뒤집을 만한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는 것일 테지.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몸에서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기운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

         

       잠시 고민했다.

         

       힘의 차이는 명확하다.

         

       제아무리 비장의 한 수라고 해도 그녀는 그것을 파훼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자꾸만 직감이 경종을 울려댄다.

         

       당장 막아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그것이 참으로 의아했다.

         

       “죽음이라….”

         

       직감이 이토록 명확하게 죽음을 입에 담은 적이 대체 언제였던가.

         

       그만큼 백우진이 무언가 터무니없는 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일 터.

         

       ‘하는 수 없지.’

         

       목숨은 아깝지 않다.

         

       다만, 지금 죽을 수는 없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백우진을 죽이기 전까지, 자신은 절대 죽어선 안 된다.

         

       하나라도 실패하는 순간 자신은 돌아가게 된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어.’

         

       가장 절망스럽고, 원망스럽던 순간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하여 그녀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백우진과 무려 십 년을 넘도록 함께 여행한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를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료.’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가는 그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백우진을 중심으로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여인들.

         

       그들이야말로 백우진의 심장이었다.

         

       백우진의 몸에서 점점 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지는 걸 확인한 그녀가 몸을 날린다.

         

       “이런…!”

         

       황급히 천마의 앞을 막아서는 혈수마녀.

         

       “제법이군.”

         

       속도를 따라잡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 뒤가 문제였다.

         

       천마의 세계 속에서 제 심상을 드리우느라 내공을 거의 다 소모한 상태.

         

       그런 상황에서 내질러지는 검을 막아 설 만한 힘은 없었기에.

         

       푸욱!

         

       천마가 마음먹고 내지른 검이 혈수마녀의 복부를 관통했다.

         

       “커흑…!”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입가를 타고 흐르는 핏줄기.

         

       이를 본 여인들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어, 언니!”

       “선배님!”

         

       그러나 천마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혈수마녀의 배에 꽂아둔 검을 그대로 놓아둔 뒤, 새로운 심검을 쥔 그녀가 내달린다.

         

       그다음 당도한 곳은 신예화의 앞.

         

       “아…!”

         

       놀란 그녀가 반사적으로 월도를 휘둘러 보았지만.

         

       늦었다.

         

       스걱!

         

       가볍게 휘두른 천마의 검격에 가슴과 배를 가로짓는 기다란 자상이 새겨졌다.

         

       푸슛!

         

       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바닥을 나뒹구는 신예화.

         

       “신 소저!”

         

       이제는 친구나 다름없는 그녀가 당하는 모습에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유화연.

         

       기세 좋게 달려든 그녀는 단 한 차례도 마음껏 초식을 펼칠 수 없었다.

         

       그녀의 검술은 변화에 중점을 둔 환검(幻劍).

         

       과한 분노에 의해 뻣뻣하게 굳은 몸뚱어리로는 펼칠 수 없는 종류의 검이었기에.

         

       “이잇…!”

         

       분노에 몸을 맡긴 채 꼴사납게 검을 휘두르던 그녀 또한 신예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결한 걸음으로 그녀의 곁으로 파고든 천마가 검을 내지른다.

         

       푹!

         

       “아윽…!”

         

       복부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그대로 고꾸라지는 유화연.

         

       이대로 쓰러져선 안 된다.

         

       백우진이 눈을 뜰 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찰나.

         

       한 번이라도 더 검을 휘두르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 하건만.

         

       “히, 힘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복부에 꽂혀 있는 검이 내공의 운용 자체를 막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발버둥 치는 사이.

         

       “……!”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검에 찔린 송희연이 이를 악문 채 주저앉는다.

         

       남은 사람은 백우진과 설수연뿐.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설수연의 앞에 선 그녀가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대도 참 대단해. 남자 하나를 위해 모든 걸 저버릴 줄이야.”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런가.”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천마.

         

       그 모습에 설수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용사님과 당신의 이별은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그런데 왜…!”

         

       그녀의 물음에 천마가 답해주었다.

         

       “그래서 그러는 거다.”

       “뭐라고요…?”

         

       의아한 표정의 설수연을 향해 말을 잇는다.

         

       “그와 나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게 무슨…!”

       “그대는 몰라도 되는 일이다.”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설수연에게 쏘아붙였다.

         

       “어차피 그대가 있을 자리 따위는 없을 테니.”

         

       그 말을 끝으로 검을 내지르려던 순간.

         

       “거기까지만 해.”

         

       백우진의 음성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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