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98

       

       

       

       묵직하게 차오르는 기압.

       공기가 뒤바뀌는 감각을 느끼며 눈알을 굴렸다.

       

       ‘됐다.’

       

       괴선의 투기에 털이 바짝 선다.

       그 섬뜩한 감각과 달리, 뇌는 빠르게 회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미친놈.]

       

       노야가 어이없다는 듯 내게 말한다.

       

       [이걸 진짜 하려고 하다니, 진짜 정신이 나간 게야.]

       ‘실컷 도와주셔 놓고 인제 와서 발 빼십니까?’

       [내가 뭘 도와줬다고 하는 게냐.]

       

       아주 많이 도와줬지.

       남궁명의 성격을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아, 정확히는.

       

       ‘남궁명으로 추정되는 것. 의 성격인가.’

       

       우혁과 이곳으로 도착하기 전.

       나는 뇌아를 어떻게 얻을까 심히 고민해야 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직전에 떠올려둔 방법은 죄다 갈아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개로 나눠 떠올려 놨던 방식들은, 무당괴선이 남궁가의 사람이라는 확정과 이를 남궁에서 모른 척하고 있다는 의심이 생기며 불가능하게 바뀌었다.

       

       생각해 놨던 일들을 사용하기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럼 뇌아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뇌아는 남궁비아에게 쥐여줘야 한다.’

       

       앞으로를 위해서. 

       또한, 남궁비아가 보다 높은 경지로 편하게 올라가게 하기 위해선 뇌아는 필수였다.

       

       ‘남궁명의 성질머리가 좀 거슬리긴 하는데.’

       

       누가 신 노야 친구 아니랄까 봐, 노인네 성질이 잠깐만 봐도 드럽기 짝이 없다.

       

       [뭐 인마?]

       

       제 욕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아는 노야가 발끈하는 게 들려왔으나.

       사실이 그랬다.

       

       아니지….

       

       ‘남궁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좀 문제인가.’

       

       문제가 있다면, 올 때 노야가 했던 말이 조금 거슬린다는 것.

       

       내가 괴선을 만나러 가기 위해 걸음을 내디디던 순간.

       노야는 내게 알 수 없는 말을 해왔다.

       

       -어쩌면, 그 녀석은 명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뭔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무슨 말이냐 물어보지만.

       노야는 아직 확신은 아니니 기억만 하고 있으라 하더라.

       

       ‘남궁명이 아니면 뭔데?’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노야가 그렇다니 그런 것이라 믿을 뿐이었다.

       인제 와서 노야를 믿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였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남궁명이든 남궁명이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저 뇌아 속에 든 노인네가 남궁명이 아니더라도.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뇌아를 내가 얻느냐 마느냐였으니까.

       

       그래서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뇌아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해봤을 때. 다행히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되레 많은 편이다. 전생에 이런 난잡한 일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고.

       아예 전문적으로 일을 해왔던 적이 있는 만큼, 내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하나같이 제대로 된 방식들이 아닌 게 문제다.

       

       […그것도 그것대로의 재능이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겠느냐?]

       ‘제가 칭찬으로 받으면 칭찬이지요.’

       

       이후 노야가 화병나 죽겠다며 으그극 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이미 죽은 양반이 왜 저러나 몰라.

        

       아무튼.

       

       여러 가지 못된 방식과 쓰기 싫은 방식 중에.

       나는 그나마 나은 걸 택하기로 했다.

       

       그 방법이라 하면.

       

       [시비 걸어서 빼앗기….]

       ‘아니 뭔 계획 이름을 그렇게 조잡하게 지으십니까?’

       [이게 그럼 달리 말할 게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추잡한 이름은 좀 그렇지.

       그 뜻이 맞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저를 혼내신다구요.”

       “우리 정신 나간 영감이 그걸 바라고 있구나. 나이를 잘못 드신 양반이니 네가 이해해라.”

       “친구 스승님한테 피떡이 되도록 맞게 생겼는데.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하하.”

       

       내 비아냥에 괴선이 웃는다.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이 산뜻한데?”

       “…”

       

       괴선의 말에 다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아무래도 뜻대로 된다 생각하니 살짝 풀어지려 했나 보다.

       

       ‘나도 많이 죽었네.’

       

       평화에 젖은 탓에 이런 잔 실수를 범하고는 했다.

       상기하자. 그럴 때가 아님을 계속해서 상기해야 한다.

       

       호흡을 고르며 표정을 굳히니.

       저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해할 수 없군.]

       

       남궁명의 목소리였다.

       

       [어째서 말리지 않는 거지. 신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는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혹시나 해 확인해본 것인데, 이 또한 맞았던 모양이다.

       내게 저쪽의 대화는 들리지만.

       

       나와 노야의 대화는 들려주지 않고자 하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과연?’

       

       물론 확신은 아니다.

       저들 또한 가리고자 한다면 가려질지 모를 일이다.

       

       다만, 구태여 그렇게 했을지에 대해서 따지자면, 아닐 거라고 생각했을 뿐.

       얕은 의심은 놓지 않으면서도. 행동의 방향은 정했다.

       

       의심을 두고 이도 저도 아니게 행하는 것보단.

       이게 나았다.

       

       남궁명의 말에 신 노야가 한숨을 섞으며 말했다.

       

       [이놈이 말린다고 들어먹을 것 같더냐?]

       [하. 후인이라 칭하면서 그 정도도 못 다룬다는 건가.]

       [그건 명이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고…더불어.]

       

       천천히 몸의 기운을 풀어 육체에 내보냈다.

       

       [이놈이 딱히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뭐라?]

       

       신 노야의 말에 남궁명의 목소리에 냉기가 가득 해진다.

       

       [아이의 말이 거칠었다고 하나, 틀린 말이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이….]

       [흠. 시간이 많이 변하긴 했구나. 명이 네가 이토록 혀가 길어지다니.]

       

       나보고는 너무 자극하는 거 아니냐고 꼽이란 꼽은 다 주더니만.

       이제 보니 이 노인네도 한 혓바닥 하는 게 보였다.

       

       역사에 남은 검수라더니, 혀도 날카롭기 그지없네.

       

       […욕하는 거 다 들리니 좀 닥치고 있거라.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죄송….’

       

       귀신이 귀도 밝았다.

       

       남궁명의 노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가운데 참던 괴선까지 말을 덧붙인다.

       

       “하아…. 영감. 좀 추해 보이니 가만히 계시오.”

       [네놈까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초치지 말고 그냥 계시오. 그리고.”

       

       괴선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자의는 아니었다 한들, 직전의 행동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

       “다만, 너의 언변은 선을 넘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구나.”

       

       알고 있었다. 조금 과하게 걸었음을 말이다.

       이는 내가 괴선, 혹은 남궁명에게 명분을 쥐여준 것이기도 했다.

       

       나와 싸워도 별 탈이 없도록, 그리고 그걸.

       

       “이 쪽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더욱이 말이야.”

       ‘이런.’

       

       괴선 또한 눈치챈 모양이었다.

       

       “궁금하구나. 너 같은 아이가 무얼 바라고 이러는지 말이야. 나는 거렁뱅이로 사는 터라 돈 같은 건 없는데….”

       “딱히 저도 괴선께 돈을 뜯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쪽도 이제 부자라서 말이야.

       돈이 딱히 필요하진 않거든.

       

       내 대답을 들은 괴선이 살짝 웃으며 물어온다.

       

       “그럼, 무얼 바라여 이렇게 나오는 거지?”

       

       여기서 대뜸 뇌아를 바란다고 하면 이해해줄까? 

       괴선의 느낌을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쎄요. 그건….”

       

       그러기엔 좀 아쉬웠다. 이유인즉슨.

       

       “혼내시는 게 다 끝난 다음에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습잖게도 입맛이 돌았기 때문이다.

       괴선과 싸우고 싶어서. 몸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허…. 예전엔 싸우기 귀찮아 저 멀리 돌아가던 놈이. 해가 서쪽에서 뜰 지경이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육체가 변해서일까? 아니면 경지를 수복하며 쓸데없는 투쟁심이 생겨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그저 강해진 경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인가.

       

       무슨 이유가 되었든 상관없었다.

       우두득.

       

       몸을 풀었고. 내기를 끌어 올린다.

       

       지금은 상대에게 집중해야 할 때였다.

       

       “스으으….”

       

       열기를 몸에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을 때.

       

       “…일단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괴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요?”

       “…그…. 아까부터 묻고 싶던 말이긴 한데….”

       

       괴선은 묻기가 껄끄러운지 좀 망설이는 추세가 보였다.

       갑자기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지?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얼굴은 왜 그 모양이냐?”

       “…”

       

       아.

       

       괴선의 말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내 얼굴은 패존에게 두들겨 맞아 떡이 된 상태였다는 걸 말이다.

       

       

       

       

       

       ******************

       

       

       

       

       고요한 공간 속에서 공기가 순식간에 뒤바뀐다.

       괴선이 내뿜던 기압만으로도 버거워하던 것인데.

       

       후우우욱-!

       

       구양천의 육신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배출되기 시작하니 그 위압감은 배가 되고 있었다.

       

       ‘뜨겁군.’

       

       뺨을 스치는 열기가 사뭇 남다르다.

       예상보다 훨씬 짙고 묵직한 기운에 괴선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참아야 했다.

       

       ‘대단해.’

       

       저곳에 역사가 서 있다.

       괴선은 그렇게 확신했다.

       

       자신은 분명 역사에 기록되어 길게 남을 한 획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구양천을 보며 괴선은 그리 생각해야 했다.

       

       벌써 저러면 나중에는 어디까지 치솟을까. 

       하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솟아오를 기둥의 시초.

       

       그 시발점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참 달고 쓴 모순이 느껴졌다.

       

       재능의 부러움을 느끼는가?

       아니다. 

       

       괴선은 애당초 그런 질투를 느낄 성격도 아니었지만.

       

       ‘수준이 다르면 그런 것도 느껴지질 않지.’

       

       질투는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 때나 느끼는 것이다.

       애당초 저 멀리 있는 무언가에겐 질투가 아닌 경외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바로 저 구양천이 그랬다.

       

       탐내고 말고 할 수치의 재능이 아니다.

       저건 하늘의 선택이다.

       

       그렇지 않고선 말이 되질 않았다.

       그럼 지금 괴선이 느끼는 아쉬움은 무엇인가.

       

       ‘제자 놈이 불쌍하구만.’

       

       바로 우혁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저런 괴물을 옆에서 지켜보는 우혁이 걱정돼서. 그게 괴선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 내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될 줄이야.’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제자가 다른 또래에게 밀려 주눅이 들 걱정을 하게 될 줄이야.

       정작 제자도 이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괴선은 멀찍이 있는 우혁의 얼굴을 살폈다.

       

       ‘…저놈 왜 신나 보이지?’

       

       우혁은 보기 드물게 초롱초롱한 얼굴로 여길 쳐다보고 있었는데.

       스승이 제 친구와 싸우기 직전이건만, 오히려 빨리 안 싸우냐며 흥미진진 해하는 얼굴이었다.

       

       돌겠군.

       

       ‘…내가 제자 복이 없나?’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생각했는데. 친구를 잘못 사귀었는지 우혁이 다소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놈이 문제인가.

       

       괴선은 구양천을 바라봤다.

       

       거슬린다. 

       저 눈빛이 상당히 거슬렸다.

       

       타의로 혼을 내겠다 한 것을 넘어, 싸움에 앞서 두려워하기는 커녕 눈에 즐거움이 엿보인다.

       

       이 말인즉슨, 자신과의 싸움을 지금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허 참.’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괴선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싸움을 반기는 저의가 무엇인가.

       저 아이가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고 있음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괴선은 감이 좋았으니 말이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구양천 또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괴선 스스로가 구양천과의 싸움을 은근 바라고 있다는 점이었다.

       감각이 치솟는다.

       

       투쟁심이 제멋대로 고개를 들더니, 이내 의지를 벗어나 으르렁거리기에 이르렀다.

       

       괴선의 성질을 떠나, 무인으로서 지닌 본능이기 때문일까.

       마땅한 상대를 만난 투기는 상대를 짓누르고자 이를 드러냈다.

       

       남궁명이 명을 써가며 혼을 내라 했던 일을 떠올린다.

       그때 자신의 마음은 어땠는가.

       

       겉으로는 이걸 시키는 남궁명을 욕했으나.

       

       ‘핑계다.’

       

       속으로는 솔직히 좋은 구실이라 생각하지 않았던가. 괴선은 자신의 모순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싸우고 싶었다.

       

       너무나 높은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일까.

       저 찬란한 빛이 얼마나 밝은지.

       

       또한.

       

       ‘어디까지 밝아질지.’

       

       그걸 몸소 체감하고 싶었다.

       

       스르릉.

       

       검을 뽑았다.

       

       그 순간.

       

       후우우욱–!

       

       괴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압이 사방을 잠식해간다.

       

       우우웅-!

       

       무거운 기압과 달리 괴선의 검에서 나오는 검명(劍鳴)은 청량하기 짝이 없다.

       괴선이 이룩한 경지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야….”

       

       그걸 못내 지켜보던 우혁이 감탄사를 내비쳤다.

       저걸 보자니 자신의 스승이 제대로 할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괜찮으려나?’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걱정이 된다.

       괴이한 행동으로 주변에 원성을 사는 스승이지만, 그의 검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장로들과 장문인이 이르길, 저 성정만 아니었다면 차기 장문인 자리도 떼 놓은 당상이라 했었으니 말이다.

       

       물론…성정이 달라질 것 같지 않으니.

       현 장문인인 무당검선께서 장문인 자리를 주시진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스승님도 별로 그 자리를 달갑게 보지도 않으니 상관없으려나.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우혁은 구양천을 살폈다.

       

       꼿꼿하게 펴진 등.

       며칠 사이 어딘가 달라진 것 같은 분위기.

       

       사납고 정신없어 보이는 성격임에도 고요한 침묵이 섞인 이질감.

       

       자신보다 한 뼘은 작은 키임에도 작다 느껴지지 않는 존재감까지.

       

       어디서 두들겨 맞고 온 건지 얼굴 꼴은 말이 아니었으나.

       얼굴이 아니라도 우혁은 구양천이 무언가 달라졌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알고 싶었다.

       

       구양천이 말을 안 하기에 모른척 하고 있으나.

       저 격렬한 변화가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그럼에도 묻지 않는 이유는, 결국 위에 설명한 구양천의 의지 탓이었다.

       구양천이 말하길 원치 않기에.

       

       우혁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우우웅–!!

       

       점차 격렬해지는 검명, 동시에 열기 또한 짙어진다.

       

       우혁이 손을 뻗었다. 

       허공을 휘젓는 손끝에 무언가 스친다.

       

       기막이었다.

       

       저 중심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남궁비아와 우혁에게 닿지 않도록.

       티 나지 않게 기막이 쳐져 있다.

       

       모른척 펼친 것이지만, 귀가 너무나 좋은 우혁은, 이를 구양천이 펼쳤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느끼며 구양천을 쳐다봤다.

       

       ‘질 거야.’

       

       만약 두 사람이 싸운다면, 구양천이 패배한다.

       구양천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스승님은 이기지 못하리라.

       

       이걸 과연 구양천이 모를까?

       아니, 저놈은 알면서도 붙는 것이다.

       

       왜일까.

       

       우혁으로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구양천은 모든 걸 쉽게 내뱉는 것 같으면서 정작 중요한 얘기는 홀로 삼키는 놈이었다.

       

       거기까지 떠올린 우혁은 못내 한숨을 쉬며 제 옆을 바라봤다.

       

       두 사람, 그것도 유독 괴선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남궁비아.

       

       “…그쪽은 괜찮소?”

       “…”

       

       말 거는 소리에 관심도 없다는 듯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 차가운 무시에 우혁은 픽 웃었다.

       

       “제수씨.”

       “응?”

       “허 참.”

       

       가볍게 내뱉은 호칭에 남궁비아가 고개를 돌린다.

       저 단순하면서 단호한 태도에 우혁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수씨께서는 괜찮으시오?”

       “…뭐가…?”

       “저 불같은 놈이 저러고 있는데. 괜찮냐는 물음이오.”

       

       자신의 스승님과 붙기 직전이다.

       애당초 구양천이 얼굴이 저 꼴이 되어 왔을 때, 우혁은 그걸 지켜보던 남궁비아의 눈을 잊을 수 없었다.

       

       ‘…죄다 썰어버릴 것 같은 눈매였어.’

       

       검 손잡이를 잡고 아주 미세하게 떨리던 손끝을 어찌 잊을까.

       그대로 만약 남궁비아와 우혁이 붙었으면, 무조건 패배했을 것이다.

       

       그만큼 남궁비아의 투기는 아찔했다.

       

       한데, 지금 스승님에게 맞게 생겼으니.

       과연 남궁비아의 심정은 괜찮을까.

       

       그런 의도에서 물은 말이건만.

       

       “괜찮아.”

       “음?”

       

       의외로 남궁비아는 덤덤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어째서?”

       

       그 대답에 우혁이 되레 당황하려던 찰나.

       남궁비아가 말을 이어간다.

       

       “저러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

       

       말에서 확고한 믿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틈에서.

       

       “다만…. 그게 나를…우리를 위해서는 아니었으면 해.”

       

       아릿한 슬픔이 섞여 있어 우혁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건 좀 부럽네.’

       

       깊은 곳에서 살짝의 부러움이 끌려온다.

       구양천에게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말도 안 되는 재능이 아니라, 값비싼 여복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문득 스쳤다.

       

       우혁이 고개를 돌렸다. 크지 않은 주먹을 폈다 쥐고 있는 구양천이 보인다

       이미 열기가 끝까지 오른 시점인지라, 곧 있으면 일이 터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집중한 순간.

       

       팟-!

       

       거짓말처럼 괴선과 구양천의 신영이 사라지고.

       

       콰아아아아-!

       

       갑작스럽게 굉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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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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