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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9

       

        

        

        

        

        

       “오퍼레이터 유진을 포함한 태스크포스 대거 전원이 현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휴머노이드를 생산하자는 안건에 반려 요청을 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뉴욕, 센트럴 파크 HQ.

        

        이제는 워싱턴의 백악관보다도 더 익숙한 맨해튼 한가운데의 집무실. 외벽이 보기 좋게 치장된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다닥 지어진 건물 외벽의 회백색 콘크리트를 아직 잊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그레이 하우스’라고 불리는 대통령 관저.

        

        어쩐지 안에 50가지의 그림자가 있을 것만 같다며 다들 키득거리는 관저 내부 집무실, 보좌관을 거쳐 전송된 전자서류를 확인한 헨리는 올 것이 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리 예산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돈이 없으니 설계도대로 찍어내자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직도 내 내각에 남아있다니.”

        

       “쫓아낸 사람들이 받았던 월급을 설계도 변경에 투자할 차례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자네치곤 꽤 괜찮은 조크였네.”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았지만…그는 차라리 입을 닫기로 결정했다.

        

        오늘도 커피를 달고 사는 헨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대거 팀의 유진이 진과 레인이라는 워킹-서버 클라우드에게 가서 클라우드 공유를 끄라고 덧붙이기만 하더라도 불쌍한 연구원 친구들이 비명을 질러댈 확률이 100%로 수렴할 터인데.

        

        해석 시스템과 그걸 갖춘 연구소를 세울 돈이 없어서 진과 레인에게 설계도 뿐만이 아니라 해석 데이터까지 매번 공유받는 와중에, 설계를 변경할 돈이 없으니 휴머노이드를 지금 당장 생산하자고? 그것도 물주랑 동일하게 생긴 기체를?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게 틀림없었다.

        

        대거 팀 소속 오퍼레이터들이 그 꼴을 참 잘도 가만히 보고 있겠다.

        

        

        하지만 이딴 개소리가 나오는 이유는…결국 돈이었다.

        

        미국 내부 상황이 점차적으로 안정을 찾아갈수록 그동안 뒷전으로 미뤄놨던 재무부 쪽의 보고사항들은 툭 치면 산사태라도 일어날 것처럼 높게 쌓여만 갔고, 종이 하나하나에 적혀있는 숫자는 미국의 경제가 신나게 비명을 지르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상환되기 시작한 배상금 덕분에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설계 변경은 얼마쯤 걸릴 것 같나?”

        

       “생각보다 진전 속도가 빠릅니다. 일주일이면 여러 시안을 확인해볼 수 있을 거고, 한 달이면 시제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헛짓거리를 하고 간 것치고는 아르테미스 친구들이 꽤나 많은 유산을 남겼군.”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휴머노이드라니, 무덤 하나 만들어준 뒤 훈장이라도 수여해야 하나.

        

        그런 발칙한 생각을 뒤로 한 채 헨리는 숨을 내뱉었다. 눈 앞에는 가장 먼저 달성해야만 하는 우선순위가 있었다 – 휴머노이드 생산 및 각종 산업 투입을 통한 인건비 절약. 현 시점의 미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바로 인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미국이 멀쩡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면 ‘거기 들어가는 희귀 금속 및 전력은 어디서 충당하시겠습니까, 각하?’라는 답변이 되돌아오겠지만….

        

        

        

       ‘하필이면 러시아와 중국…하지만 반대로 러시아와 중국이라 다행이로군.’

        

        

        

        두 가지 문제 중 하나인 전력. 이건 손쉬운 해결법이 있었다.

        

        이카루스 기어는…말 그대로 극초소형 핵융합로였다. 더군다나 해당 기어를 만들기 위해 먼저 개발되었던 핵융합 기술은 이 세계의 미국이 가지고 있는 요술램프 그 자체였기도 하고…애초부터 오퍼레이터의 손목 위에서 가동 중인 기어의 출력이 초당 4GW의 전력을 낼 수 있는 판에.

        

        그리하여 전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러시아와 중국 – 다르게 말하면 천연가스와 희토류의 나라. 이 둘은 미국에게 선빵을 쳤다가 말 그대로 처참하게 으깨져버린 상황이었고, 바로 그 이유로 배상금 대신 내밀 수 있는 자원의 양은 참으로 많았다.

        

        저들이 깽값으로 내민 막대한 양의 희귀 금속과 천연가스가 미국의 목발이 되리라.

        

        

        그리 생각하던 그는 우선순위를 이리저리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국무부와 에너지부를 비롯한 여러 부서를 떠돌며 여러 데이터가 추가된, 그리고 압축된 채 자신의 테이블 위에 올라온 보고서를 떠올린 다음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물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운을 떼기 위해서.

        

        

        

       “유럽 상황은 어떤가?”

        

       “끔찍할 겁니다. 2년 전의 보고에 의하면 4억 명 가량이 바이러스로 죽었고, 최근 들어온 데이터에 의하면 저 넓은 땅덩어리에 3억 가량의 인구가 드문드문 흩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아주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고통받고 있겠군. PPS – 이동식 발전설비 – 를 실은 배가 대서양을 무사히 건너면 좋겠는데. 배가 고파 돌아버릴 것 같은 친구들에게 전기라는 빵을 물려준 뒤…좀 더 알차게 가산을 뺏어와보자고.”

        

       “더 많은 차관…알겠습니다.”

        

        

        

        척하면 척 알아듣는 보좌관은 이래서 편했다.

        

        핵융합 기술이라는 당근을 잘게잘게 썰어 유럽의 입에 조금씩 물려주면서 차관을 야금야금 가져와, 말라 비틀어져가는 미국이란 이름의 식물에 뿌려주면 얼마나 모양새가 좋겠는가. 물론 대서양 건너에 있는 친구들도 다 죽어가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외교가 원래 그런 것을.

        

        하나씩 생각하다보니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당장 미국 휴스턴, 샌안토니오, 샌디에이고와 티후아나 등에서 신나게 깝치다가 하인즈 케찹이 되어버린 카르텔을 빌미로 멕시코에게도 깽값을 뜯어내야만 했으니까.

        

        결국 그 모든 것들을 전부 해내려면…역시나 이 망할 놈의 휴머노이드를 한 50만 기 정도 뽑아내야만 하지 않겠는가.

        

        

        

       “작고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가지고 다녀라’고 했었지. 이런 난세에는 실로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몽둥이를 아시아랑 유럽, 중남미에 붕붕 휘둘러대도 행정부의 도덕성을 규탄한답시고 언론플레이를 해댈 공화당 친구들이 전부 워싱턴에 묻혀있으니, 반대할 사람들은 없겠군요.”

        

       “하, 이런 식으로 총통 자리에 오르게 될 줄은 몰랐구만. 지금이라도 콧수염을 길러야겠어.”

        

        

        

        안 그래도 요즘 센트럴 파크 북부의 뉴욕 박물관을 개조해 만든 임시 하원, 상원을 통과하는 안건이 꽤 심상찮다.

        

        듣자 하니 수정헌법 제22조 – 3회 이상 중임을 제한하는 헌법 – 이 개정되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3회 이상의 중임이 허용된다는 형태로 갈 것 같지만…정치인들의 생리를 생각해보았을 때 이는 헨리를 도와주기 위해 개정되는 것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있는 너구리들의 생각이란 뻔하지.

        

        

        

       ‘재선에 성공한 제49대 대통령의 임기도 고작해야 2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헨리는 WW2 당시 FDR이 걸어간 길보다도 수십 배는 더 험한 위기에 빠져 좌초될 뻔했던 미국을 간신히 고쳐냈다는 말도 안 되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지.’

        

       ‘미국은 이제 막 정상적인 궤도로 되돌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는 와중이다. 지금 와서 선거를 시행해 대통령을 갈더라도 잘해봐야 <대통령이 쌓아올린 대계에 숟가락 올려놓은 꼴>, 만약 잘못하여 외교 위기라도 났다간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터.’

        

       ‘독이 든 성배를 삼킬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헨리가 6년간 이어진 끔찍한 업무강도에서 살아남은 것도 전부 이카루스 기어에서 파생된 의학기술 덕분이지. 사람을 천천히 말려죽이는 저 그레이 하우스에 지금 와서 다른 사람을 앉힐 필요는 없다.’

        

        

        

        요약하자면, 지금껏 잘해왔으니 내려갈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줄 거고, 그 위에 앉아있는 이상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으니 괜히 다른 사람한테 일거리 맡기지 말라는 뜻.

        

        그리고 헨리 역시 자신이 맡은 소임을 전부 끝내고, 다시 미국이 부흥하는 꼴을 보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 설령 4선을 하더라도 말이다. 더군다나 과거 FDR은 건강 문제로 당선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뇌출혈로 사망했지만 적어도 그 자신은 그럴 걱정이 없었으니.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된 중국 및 러시아 본토 타격 작전인 오퍼레이션 픽스킬에 대한 작전 입안 정도지만….

        

        

        

       “…그렇게 우악스러운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무시하게나.”

        

        

        

        반드시 군사력만으로 적성국을 밀어버릴 필요는 없는 법이지.

        

        언제나 그렇듯 이래저래 많이 준비를 해놓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자들에 비해 선택지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편이었다.

        

        

        

       “오렌 키트니 CIA 국장을 호출하게.”

        

       “알겠습니다.”

        

        

        

        사이버전, 흑색 선전, 첩보전, 프로파간다, 선동, 민사작전.

        

        그림은 벌써부터 예상이 간다. 아시아 역시도 바이러스에 의해 억 단위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테지만…그 와중 무슨 국력이 있다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미국에 상륙작전을 했는지는 몰라도, 군 단위의 공세가 처참하게 실패했는데 러시아와 중국 국내 여론은 어떻겠는가.

        

        아마 단두대가 있었다면 군부와 정치인들의 목을 죄다 잘라버렸을 테지.

        

        물론 그게 없어도 사람 목은 쉽게 자를 수 있긴 하겠지만.

        

        

        좌우지간, 구태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WW1이 끝나고 난 당시의 독일이 어떤 꼬라지였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했다. 파탄 직전인 경제와 뒤숭숭하다 못해 암울 그 자체일 사회 분위기까지.

        

        더군다나 해군이 싼샤 댐을 박살냈으니 이창, 우한, 난징에 더불어 장강 하류를 따라 존재하는 군부대도 싹 쓸려나갔을 터.

        

        금방이라도 국가 멸망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시대야말로 장난치기 좋은 시점이다.

        

        

        

       “과거 중국엔 춘추전국시대라는 시대가 있었지. 흑색선전에 능한 친구들 몇 명을 보내서 그걸 다시 재현한 다음, 다시 아시아를 우리 입맛대로 재조립하면 재밌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무시무시한 생각이로군요.”

        

       “농담일세.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보다는 슬라브 친구들을 조각내버리는 게 더 급하겠군.”

        

        

        

        이미 빈사 상태인 중국과는 다르게 러시아는 조금 더…많은 작업이 필요하겠지.

        

        그 와중 딩동 하는 소리. 1 : 1 화상 회의가 곧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국가안보보좌관이 동석한 상태에서, 헨리는 집무실 한 켠에 비치는 오렌 키트니 CIA 국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키트니 국장.”

        

       “예, 각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뒤엎을 방법을 짜보게.”

        

       “맡겨두십시오. CIA만큼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기관이 없다에 저희 집 강아지가 먹는 개껌을 걸겠습니다.”

        

       “하하, 그럼 한 번 해보시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으, 죽겠다.”

        

        

        

        한편, 그런 심상찮은 소리가 그레이 하우스에서 들려오고 있을 와중.

        

        유진은 때늦은 숙취에 고통받고 있었다.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머리가 핑 돈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일을 처리하는 건 이래저래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대거 팀은 마치…뒤가 없는 것마냥 몸에 알콜을 때려박았다. 어차피 나중에 이카루스 기어로 해독할 수 있다 이거지. 나 역시도 그러고 있었고.

        

        하지만 이게 막…숙취를 순식간에 해독시켜주는 무안단물 같은 건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며칠간 띵가띵가 논 대가로 수많은 일도 쌓여있었고. 그 중에서도 이번에 새로 출시될 예정인 인커젼과 관련된 데이터의 최신화가 가장 급했다.

        

        날이 지날수록 구체적으로 변하는 데이터들 중 특기할만한 점을 몇 가지 뽑자면,

        

        

        

       ‘…본격적인 레이드 전에 몇 가지 사이드 미션 같은 게 있을 확률이 높겠지.’

        

        

        

        생각보다 아르테미스 무인기가 활동하는 범위가 넓다.

        

        무려 몇 개월 단위로 방치해뒀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이에 대해 알게 된 경위가 조금 독특한데, 조지아 주의 사바나, 찰스턴, 어거스타 등을 비롯하여 이름조차 잘 안 들어오는 메터, 비달리어, 하인즈빌, 다리앵 같은 주변 위성도시들이…좀 휑했다.

        

        물리적으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말 그대로 작게는 자동차나 철제 간판부터 많게는 공장 설비 같은 걸 죄다 무인기들이 뜯어갔다는 소리였다. 당연하겠지만 이 세상에 자동차 안 다니는 길이 어디 있겠나. 그렇게 아르테미스는 무지막지한 양의 고철을 얻어갔다.

        

        그게 다 어디로 갔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1도 없으리라.

        

        

        

       “아주 알차게도 썼구만, 썼어.”

        

        

        

        무슨 자기만의 왕국도 아니고 주변에 전초기지까지 세워놨다. 진짜 대단하셔, 증말.

        

        당연하겠지만 UAV가 전달하는 데이터가 나날이 쌓일수록 그저 무인기 공장의 폭주 혹은 자동생산 정도로만 알게 되었던 이번 일들에 대해 관심이 조금씩 커졌는데, 그럴 만도 했다. 길거리에 널려있는 것들을 죄다 뜯어와 무인기로 직종 변환을 시키다니, 이 무슨 가성비인가.

        

        만약 저 기술을, 그리고 아르테미스 공장을 온존해서 다시 잘 재활용한다면 – 물론 이딴 일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총탄이란 이름의 민주주의를 주입해줘야겠지만 – 이 얼마나 달달하겠는가. 안 그래도 뉴욕 근교에는 아직도 수십만 대의 폐자동차들이 널려있는 판에.

        

        물론 전초기지 재료로 훌륭하게 직종 변환을 한 저 요새에 기껏 만들기 시작한 무인기나 인간을 들이박아 뚫는 건 헨리의 지지율을 나락으로 처박을 가능성이 높은 한 수였으므로 – 기껏해야 화력지원이나 좀 해주겠지 싶다 – , 이 또한 그림자가 할 예정.

        

        바로 그게 사이드미션의 정체가 될 확률이 높았다.

        

       

        

       “이것도 그림자가 할 거고, 이거랑, 이거는…직접 가봐야할 게 하나는 있긴 한데….”

        

        

        

        언뜻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추가적인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뭔가 놓친 것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이 정도면 아예…아르테미스의 데이터 백업 시설 비스무리한 것까지 있을 확률이 높겠지. 물론 이번의 대거 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들어갈 확률이 높았고, 만약 정 들어간다고 치면 원격조종 기체 비스무리한 걸 운용하지 않을까.

        

        진과 레인은 지난 번에 있었던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와 다르게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실시간으로 지성이 백업되는 터라, 예비 기체가 없단 점을 제외하면 맘껏 죽어도 상관은 없을 거고.

        

        이번에는 또 뭐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잡고 있는 것만큼 빠르게 답장해줘야만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양반 이름은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

        

        

        

        태스크포스 레이저 소속, EM급 발현자 – 모티브 수리부엉이.

        

        올리비아 닉스 로렐라이(Olivia Nyx Lorelei).

        

        아예 살까지 부대끼며 지냈던 로건이나 로렌티나와는 다르게 부대가 갈린 후 만날 때마다 간간이 대화만 하고 지냈던 사람이었고, 태스크포스 레이저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보통 보고서 같은 걸로만 간략하게 봐가지고….

        

        꽤 오랫동안 까먹고 있던 이름인데 뭘 하고 있으려나 싶어 메일을 보았다.

        

        이리저리 검색해본 결과 미 정부기관 – 좀 찾아보니 국가정보국이었다 – 에서 일하다가 퇴사하고는…무슨 120만 구독자를 자랑하고 있는 패션 인플루언서인지 뭐시긴지를 하고 있다는데.

        

        그럼 뭐 광고 요청이려나 싶어 스크롤을 내렸고-

        

        

        

       -[유진에게…

        

        아주 그냥 요즘 인터넷이 네 이야기로 가득하더라. 이렇게 늦게 연락한 건 사실 별 건 없고, 기억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됐거든. 세상에나, 난 내가 로렌티나랑 로건마냥 총을 잡고 있을 줄 알았더니, 왠 패션 인플루언서라니. 환장할 노릇이야….

        

       

        

       (중략)

        

       .

        

        

        아무튼 이번에 연락한 건 별 건 아니고…왜 맨날 대거 팀만 멋있게 나오니? 우리도 미국이랑 캐나다를 쏘다니면서 아주 별의별 걸 다 했는데 말이야. 소속 정해질 때 그 곰탱이랑 상어의 틈바구니에서 널 꺼내서 내 부사수로 박아놨어야만 하는데.

        

        아무튼 다크 존인지 뭔지 모르는 이 기괴망측한 게임은 누가 봐도 너랑 로렌티나, 로건이랑 무진장 얽혀있는 것 같더라. 물어보려 했더니 아쉽게도 뒤의 두 명은 아무리 검색해도 연락처가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과거 인맥을 좀 빌려서 이리저리 물어봤는데, 둘 다 델타랑 데브에 가있더라.

        

        그럴 것 같았어.

        

        아무튼 우리 레이저도 열심히 했단 걸 알아줘! 나중에 시간 있으면 답신해주고!

        

        

        안녕!]

        

        

        

       

        

        

       “…이건 뭐야?”

        

        

        

        오랜만에 본 올리비아는…진짜 단 하나도 안 변했다.

        

        하여간 발현자들은 다들 왜 이런지 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참 전에 짤막하게 언급만 했던 캐릭터입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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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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