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99

       비록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질서와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한 석탑과 달리 호천안의 숙소 인근에서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타다다닥!

         

       서공이 바삐 발을 놀리며 기둥 사이를 요리조리 달렸다.

         

       “저쪽으로 갔어요!”

         

       눈앞에서 시비들이 나타나 길을 막은 것을 확인한 서공은 망설임없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그 방향에는 나빈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땅을 파고 놀았구나?”

         

       찍찍!

         

       서공이 항의했다. 굴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판 것은 사실이었지만 절대 노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행 중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한 자리에 정착한 이상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보금자리를 유지보수하는 것은 서공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빈의 눈에는 그저 흙장난으로 보일 뿐이었다.

         

       “각오하렴.”

         

       비장하게 말하는 나빈의 손에는 큼지막한 참빗이 들려 있었다. 서공은 그 참빗을 바라보며 진저리를 쳤다.

         

       찍찍찍!

         

       또 저 빗으로 박박 빗겨진 다음에 더러워진답시고 땅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붙잡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서공이 도리질을 쳤다.

         

       이내 나빈의 빗을 피하기 위해 서공은 재빨리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퇴로에는 이미 빗을 든 라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붙잡아요!”

         

       서공이 주춤하는 사이에 두 사람과 시비들이 달려들었다.

         

       찌이익!

         

       서공의 외마디 비명을 들은 호천안은 보던 기록을 덮었다.

         

       “오늘도 소란스럽군…”

         

       포달랍궁에서 신세를 진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다. 포달랍궁의 수행자들과 영물들 사이의 유혈사태를 우려했던 호천안의 근심이 무색하게도 영물들은 포달랍궁에 잘 적응했다.

         

       ‘잘 적응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지만 말이야…’

         

       호천안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돌아보았다. 푹신한 융단에 드러누워서 시비들에게 털관리를 받고 있는 미호와 꿀단지를 핥아 먹고 있는 석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잡혀들어온 서공이 미호의 옆자리에 앉혀졌고 흙투성이 몸이 빗질에 깨끗하게 빗겨졌다.

         

       서공의 털을 빗어주며 웃고 떠드는 나빈을 바라보며 호천안은 책장을 덮었다.

         

       ‘길었군.’

         

       지난 석달간 호천안은 라노사라의 진단기록과 포달랍궁에서 절맥증 치료를 위해 모은 자료를 독파하고 해석했다.

         

       그리고 오늘.

         

       손에 들려 있었던 이 서책을 끝으로 포달랍궁에 남아 있던 모든 자료와 지식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자료와 진단기록을 토대로 어느 정도 치료법을 정립할 수 있었으니 한 시름 덜은 호천안은 오래간만에 해방감을 느끼며 바깥으로 나갔다.

         

       찍! 찍찍!

         

       호천안이 다가오자 빗질당하고 있던 서공이 구해달라는 양 울었다. 호천안 역시 영물의 말을 알아듣는 재주는 익히지 못했으나 그래도 서공이 무슨 불만을 품고 있는지는 짐작하고 있었기에 눈치껏 입을 열었다.

         

       “너무 서공을 잡고 있지는 말려무나. 영물들을 허투루 행동하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흙장난을 치고 있는 서공은 도통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불러도 잘 나오지도 않는걸요!”

         

       “음.”

         

       찍!

         

       마구 하소연을 하던 서공이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호천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재를 포기했다.

         

       “그래, 포달랍궁에서의 생활은 꽤 마음에 드느냐?”

         

       “네!”

         

       호천안은 활짝 웃는 나빈을 바라보며 사라와 라모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포달랍궁에 머무는 동안 호천안은 자료를 탐독하기에 바빴으니 나빈이 이 포달랍궁에서 이리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돌봐 준 이들은 사라와 라모라 할 수 있었다.

         

       “나빈이를 돌봐 주어서 고맙소.”

         

       “별말씀을요. 요 귀여운 사라를 보는 것이 요새 제 낙입니다! 그리고 영물들도 참 귀엽지 뭡니까. 요 작은 녀석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저기 저 덩치 산만한 석웅이 자그만 꿀단지를 뒤고 혀를 날름거리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그렇구려. 감사한 말이오.”

         

       석 달.

         

       석 달간 나빈은 그야말로 쑥쑥 성장했다. 여행을 떠난 이후 나빈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지만 포달랍궁에 정착한 이후로는 그런 나빈의 변화에 익숙해진 호천안조차도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

         

       또래에 비해 머리 하나는 작던 키는 석 달만에 거의 또래를 따라잡았고 앙상했던 몸에는 살과 근육이 붙었다. 기맥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 막힘이 없어지니 늘 힘을 못 쓰던 장기와 심장들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활력이 닿아 머리에는 윤기가 흐르고 피부는 보송보송해졌으며 뺨에는 불그스름한 혈색이 돌았다.

         

       누가 나빈을 절맥증을 앓고 있는 환자로 볼까.

         

       “너무너무 좋아요!”

         

       “아이구! 우리 나빈이 말도 이쁘게 하지!”

         

       “꺄악! 언니!”

         

       언제나처럼 뒤엉켜 노는 나빈과 라모를 보며 호천안은 나빈이 말을 곱씹었다. 그만큼 포달랍궁의 생활이 마음에 든 것일까.

         

       ‘떠날 시기이긴 하지만…’

         

       객은 언젠가 떠나야 한다.

         

       혈교의 위협을 걷어냈다고는 하나 여전히 천하를 안정시켜야 할 여정은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환하게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빈의 행복을 끝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나빈은 포달랍궁을 떠나자 한다면 분명 슬퍼하겠지. 그리고 호천안은 그런 나빈의 얼굴을 상상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든 마을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나빈이다. 그런 나빈에게 새로이 정을 붙인 포달랍궁을 떠나자고 말하자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할아버지?”

         

       나빈은 자신을 빤히 바라본 채 고민에 빠진 호천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호천안은 허허 웃으며 결론을 내렸다.

         

       조금은 더 포달랍궁에 머물자고.

         

       천하도 중요하지만 나빈의 행복 역시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호천안은 나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라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일 궁주님을 모시고 다과나 함께 하고자 하오만. 괜찮겠소?”

         

       “음…? 네. 어머님께 한번 여쭈어 보지요.”

         

       나빈이 호천안을 향해 기대 어린 눈빛을 쏘아냈다.

         

       “혹시, 뭐라도 만들어 주시나요?”

         

       나빈은 호천안의 대답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포달랍궁에서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것이었으나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호천안이 요리를 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포달랍궁의 요리사들이 만들어주는 요리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역시 호천안에 비하자면 손색이 있었으니까.

         

       “허허. 그래.”

         

       “와아!”

         

       기뻐하는 나빈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라모. 호천안은 그런 라모를 보며 허허 웃었다.

         

       “내일 와보시면 알게 될 것이오.”

         

       *** ***

         

       “호천안 대협께서 다과회를 준비하셨다라.”

         

       “그렇다는군요. 나빈이는 엄청나게 기대하는 눈치던데 어르신께서는 요리를 제법 하십니까?”

         

       “흐음. 금시초문이다만…재주가 많으신 분이니.”

         

       어제 사라는 호천안이 모든 자료를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렇기에 오늘의 다과회는 모든 자료를 확인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한 자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뭐 자리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기는 하지요.”

         

       라모는 호천안이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에 들떠 종알거리던 나빈을 떠올리면서도 사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과회란 결국 친분도모가 목적이다. 좋은 차나 음식을 먹으면 분위기가 더 좋아지기야 하겠지만 딱히 불편한 자리도 아니니 음식 맛이 어떠하건 담화를 즐기다 오면 그만일 것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빈을 끌어안고 호천안을 기다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래 기다리셨소.”

         

       그러나 그 생각은 호천안이 들고 온 쟁반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맡자마자 싹 가셨다.

         

       “어르신 이것은?”

         

       라모는 자신의 후각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연갈색의 동그란 것들을 응시했다. 하나같이 푹신하게 부풀어 있으며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빵이라고 하는 요리요. 밀가루와 젖을 이용해 만든 요리지.”

         

       “그렇습니까…참으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내음이로군요.”

         

       “식기 전에 하나씩 드셔 보시게.”

         

       세 사람은 손으로 빵을 집으며 생각했다. 마치 구름을 집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음식이라기보다는 솜에 가까운 감촉에 감탄한 세 사람은 입으로 빵을 가져갔다.

         

       빵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에 세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밀가루라 하여 여태동안 먹은 곡물 반죽의 맛을 예상했거늘 놀랍도록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었다.

         

       “이게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라니, 놀랍군요.”

         

       “엄청 푹신푹신해요!”

         

       “나빈의 칭찬이 과언이 아니었나 봅니다.”

         

       “허허.”

         

       호천안은 세 사람의 칭찬을 가볍게 웃음으로 흘렸다. 진짜 맛있는 것들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까.

         

       호천안은 작은 칼을 들어 빵들을 잘라냈다. 세 사람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먹기 좋게 빵을 자를 수야 있겠지만 왜 옆구리에서부터 칼을 넣어 두 조각을 내는 것일까.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호천안이 빵과 함께 내놓은 용기의 뚜껑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용기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나빈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와! 구름 같아요.”

         

       “산양유로 만든 것이란다.”

         

       용기에 담긴 것은 바로 생크림이었다. 그 구름 같은 자태의 생크림에 나빈의 기대감은 증폭되었지만 산양유로 만들었다는 소리에 라모와 사라의 눈에서는 기대감이 빠져나갔다.

         

       이렇게 절묘하게 고체와 액체 사이의 몽실몽실한 생크림의 자태는 사라와 라모 역시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치즈나 젖을 자주 접한 두 사람은 충분히 맛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이 생크림을 잔뜩 발라 건네 준 빵을 입 안으로 집어넣는 두 사람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혀를 스치고 지나가며 사르르 녹는 생크림 속에서 느껴지는 진한 단맛! 그야말로 혀에서부터 뇌까지 직접 전해지는 듯한 폭력적이고 깔끔한 단맛에 두 사람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이게 정말 산양유로 만들어진 음식입니까? 이리 달고 부드럽다니?”

         

       “어쩜 이렇게 깔끔한 맛이…”

         

       두 사람은 감탄사를 토하며 연신 생크림빵을 해치웠다. 나빈은 말할 시간도 아까운지 정신없이 크림빵을 먹어치웠다.

         

       “마히허여!”

         

       설탕이 듬뿍 들어간 생크림빵을 입 안 가득 머금은 나빈이 손발을 열심히 파닥거리며 감동을 표현했다. 호천안은 그 모습을 보며 두 번째 용기를 열었다.

         

       두 번째 용기에 들어 있는 것은 팥 앙금이었다.

         

       “이것도 드셔 보시게나.”

         

       허겁지겁 생크림 빵을 위장으로 밀어 넣은 세 사람이 단팥빵을 덥석 깨물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묵직한 단팥의 맛에 세 사람은 감탄사를 토해냈다.

         

       분명 같은 단맛이었지만 솜털과 같이 가벼운 생크림빵의 식감과는 전혀 다른 묵직한 단맛이었다.

         

       단팥빵을 다 먹은 세 사람은 입맛을 다시며 빵을 집어들었다. 나빈은 빵 위에 욕심껏 생크림을 올렸고 사라는 앙금을 꼼꼼히 발랐으며 라모는 잠시 고민하다가 앙금과 생크림을 동시에 올렸다.

         

       각자 원하는 비율. 원하는 내용물을 채운 세 사람은 빵을 깨물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빵을 부스러기만 남긴 채 깨끗하게 비운 세 사람은 몸을 의자에 늘어뜨렸다.

         

       “후우…무심코 과식해버리고 말았군요.”

         

       “이렇게 맛있는 간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점심 조금만 먹을 걸 그랬어요.”

         

       “허허.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빵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다과회의 본래의 목적인 담화가 시작되었다.

         

       나빈은 서공이 굴을 파면서 흙투성이가 된 일을 종알종알 떠들었고 라모는 틈틈이 나빈의 설명을 거들었다. 사라와 호천안은 나빈의 이야기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나빈은 신이 나서 떠들며 생각했다. 간식을 먹어서 그런 것일까? 오늘은 유독 신이 나서 입에서 잔뜩 말이 쏟아졌다.

         

       영물들과 놀던 이야기를 한참이나 쏟아내던 나빈은 어째서 자신이 이토록 신이 났는지를 깨달았다.

         

       항상 자신과 놀아두던 라모. 종종 나빈에게 놀러오던 사라. 그리고 연구에 심취해 있던 호천안까지.

         

       나빈이 좋아하는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뭉쳐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르신, 성과는 있으셨는지요?”

         

       “어느 정도 가닥은 잡았다고 생각하오.”

         

       “후후, 제 구음절맥을 치료하신 분 치고는 겸손이 과하십니다.”

         

       “허허, 그것은…”

         

       나빈은 어느새 두런두런 대화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이 포달랍궁에서 이렇게 세 사람과 놀며 평생 있고 싶다고.

         

       “할아버지! 내일은 영물들이랑 같이 놀아요! 사라 이모도요!”

         

       호천안과 라노사라는 나빈의 얼굴에 서린 기대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리 반짝이는 눈빛으로 조르는데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꼭이에요! 꼭!”

         

       “허허. 물론이지.”

         

       그러나 네 사람의 약속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형태로 깨졌다.

         

       “궁주님! 큰일입니다! 지금 라사를 향해 참호당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운남에서 쫒겨나 이 서장에 자리잡은 이래 호시탐탐 라사를 노려왔던 세력. 참호당.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