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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9

    <499 – 도적길드 vs 혁명군(3)>

     

    대륙십대도적 서열 5위 <거울도둑>.

    그녀는 적대조직의 후계자에게 홀딱 넘어간 <잠금도둑>을 비웃었다.

     

    세상에 불쌍한 사람은 많다.

    열심히 일해서 깡패들에게 자릿세를 뜯기는 시민들.

    깡패를 잡으면 상관에게 징계받는 경비병들.

    감찰에 나오면 의문의 습격을 받는 감찰관들.

    부패한 도시에서 무력한 시민과 정의로운 사람들은 누구든지 부패한 이들의 적이 되어 공격받는다.

     

    ‘너만 불쌍한 게 아니야.’

    ‘유난 떨지 마.’

    ‘알아도 어쩔 수 없으니까 놔두는 거야.’

     

    살면서 수도 없이 들어본 말이었다.

    릴리아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왜 우리만 당해야 하지?

    왜 나만 참아야 하지?

    참는 건 바보야.

    일방적으로 맞고 변변찮은 복수도 못 했잖아.

    타고난 반골 기질이 자아낸 보복심리.

    그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

     

    <반격>

     

    당한 만큼 갚아준다.

    남동생을 때린 어린 양아치들은 주먹으로 패줬다.

     

    <추적> – 연계발동 <따라가 때리기>

    <잠행> – 연계발동 <기습>

     

    필요하다면 쫓아가서라도 때리고, 하루를 꼬박 숨어서라도 때렸다.

    그러자 양아치들은 성인 깡패를 데려왔다.

    동생은 병신이 되었고 그녀는 깨달았다.

    내 힘이 부족했구나.

    복수는 당한 만큼 갚아주는 걸로는 부족했어.

    더 크게 갚아줘야 했던 거야.

     

    “길드의 일을 할게. 대신에 강해지는 방법을 알려줘.”

    “꼬맹이 하나가 어느 세월에 강해지는데? 집에 가서 옷이나 짜라. 애 가르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공짜로 알려달라는 거 아니야.”

     

    릴리아는 피 묻은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도적길드 관계자는 돈보다 피를 주목했다.

     

    “어디서 났냐?”

    “내 동생 병신 만들라고 사주한 양아치들 죽이고 챙겨왔어.”

    “햐. 넌 암살자길드를 가야지 기술 배울 곳을 잘못 고른 것 같다?”

     

    복수는 처음 한 번이면 충분하다.

    한 번에 상대를 죽이기만 한다면 상대보다 더한 힘은 기를 필요도 없다.

    암살자에게 필요한 집착이겠지.

    하지만 더 큰 보복이라는 것은 어느 시점 이후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른들은 상대를 패거나 병신으로 만드는 대신, 그냥 편리하게 죽이기를 선택했다.

    덕분에 그녀의 보복 또한 상대가 구사하는 것과 같은 수법, 같은 고통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술. 격투술. 궁술. 원소마법. 저주마법. 연금술.

     

    온갖 수단으로 사람을 죽인 이들의 정보를 받았고, 그들과 같은 수법으로 해치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몸소 구사하였다.

    그 덕분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레어기능 <반사>를 개방하게 되었다.

     

    상대와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같은 데미지를 주면 습득할 수 있는 기능.

    반사 기능은 반복할수록 상대의 공격을 기억하고 되돌려주는 노하우를 무의식중에 알려주었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심리적인 거부감.

    사람을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범죄자와 같은 방법으로 죽이는 일이다.

    보통 잔인하거나 처절한 흔적들이 아니다.

    자신이 당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당한 것과 같은 방법을 궁리하는 행위는 스스로의 의식을 범죄자의 의식과 일치시키는 행위이기도 했다.

     

    ‘이게 내가 바라던 보복인 걸까?’

     

    서서히 회의감을 느끼며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병신이 된 동생을 치료할 포션을 살 돈을 도적길드의 의뢰를 수행하면 벌 수 있으니까.

     

    ‘아.’

     

    그런 동생이 죽었다.

    자살이었다.

    유서는 세상 모든 것을 원망했다.

    동생을 위해 싸운 누나는 남동생에게는 자신을 병신으로 만든 원흉일 뿐이었다.

    아마도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이 어둠을 담아내기에 거리낌이 없어졌던 날은.

    그녀는 더 이상 선함에 집착하지 않았다.

    어둠에 물들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잔인한 수법도 기꺼이 저질렀다.

    복수심에 미쳐서 동생을 병신으로 만들고 끝내 자살하게 만든 주범은 그래야 마땅했으니까.

     

    <반격>이 <반사>가 되기까지는 1년이 걸렸고.

    포션을 살 정도의 돈을 모으기에는 2년이 걸렸지만.

    영역을 깨우치기까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너. 그러다간 죽을 거다.”

    “내가?”

    “네 몸으로 구사할 수 없는 적의 기술까지 억지로 구현하고 있지. 감당할 수 없는 재현은 자신을 죽이는 독이 될 뿐이다. 너 정도 되는 영역구사자라면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상관없어. 오히려 바라던 바야.”

     

    복수심에 죽은 동생의 뒤를 따라, 보복의 부작용으로 생을 마감한다.

    동생을 죽게 만든 계기인 복수심으로 제 목숨마저 잃으려는 그녀 나름의 속죄의 표현이었다.

     

    “그런가. 너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군.”

    “…”

    “따라와라. 죽지 못해 사는 인간이라면 모르는 남자에게 시간을 내주어도 상관없겠지?”

     

    디스트로이어는 용사파티의 용사행을 도울 백업요원으로 그녀를 발탁했다.

    그리고 릴리아는 목격했다.

    자신만큼이나 가혹한 실패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용사파티의 모험을.

    언제나 유쾌하게, 그리고 의뭉스럽게 넘기는 니알라토텝과 주먹의 굳은살을 나이테처럼 늘려가는 알파와 달리, 모든 실패에 매번 괴로워하는 디스트로이어를.

     

    “보다시피 용사란 뒤처지는 사람이다. 용사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은 언제나 은밀하게 진행되고, 용사가 도착하거든 모든 일이 늦어버리지.”

    “힘들지 않아?”

    “당연히 힘들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어. 세상엔 죽여 마땅한 놈들이 너무 많거든. 내가 죽으면 기뻐할 범죄자들을 떠올리면 도저히 눈이 감기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 오기로라도 몸이 움직여. 그렇게 몇 번을 간신히 살아남았지.”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찾아라. 죽어서는 안 될 이유를. 네가 죽으면 기뻐할 적들을. 도적이 죽어도 되는 건 원수가 모두 쓰러진 다음이어야 한다.”

     

    폐인처럼 죽지 못해 살아가던 릴리아의 마음이 어둠의 너머로 끄집어내졌다.

    그날, 디스트로이어가 건넨 조언은 릴리아가 살아갈원동력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반사에 집착하지 않았다.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대신 거울이 되었다.

    상대의 수법을 자신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모방하는 수법을 연구하고 개발, 터득했다.

    만 가지가 넘는 기능을 숙달하고 이해했다.

    분리하고 해체하여 재조합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깨달았다.

    이제 세상에 자신이 모방하지 못할 기술이 없음을.

     

    “그간 고마웠어. 살아남거든 다시 보고, 죽는다면 묘비에 꽃이나 하나 심어줘.”

     

    그녀가 죽을 수 없는 이유.

    동네양아치들이 데려온 깡패들의 정점에 있던 사내.

    대륙십대도적 전대 서열 5위 <자비도둑>.

    이해와 동정심을 비웃는 도적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잔인한 수를 다루는 자.

    릴리아는 그를 찾아가 서열쟁탈전에 도전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이제 대륙십대도적 서열 5위의 칭호는 <거울도둑>이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적색마탑의 마법사는 도전하고 있다.

     

    “시민들이 죽는 꼴을 보기 싫다면 당장 본체를 드러내세요. 1초 늦을 때마다 1명씩 죽는다고요?”

     

    시민을 불태운다.

    집을 불태운다.

    거리를 불태운다.

     

    동시에 거리에는 소문이 퍼진다.

    인육객잔을 비롯해 시체장사를 하는 흑마법사들의 암흑조직이 도시를 불태워 증거를 인멸하고 시민들의 시체로 제물공양을 벌여 힘을 얻고 달아나려 한다.

    패닉이 된 시민들을 마음껏 불태워도 이는 혁명군의 소행이나 적색마탑의 소행이 아니게 되었다.

     

    우스운 짓이었다.

    거울도둑은 웃었다.

    소리 내어서 웃었다.

     

    가로등의 거울.

    불타는 저택의 창문.

    상점가의 진열장.

    모든 반사면에서 릴리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적색마법사들의 얼굴에 공포심이 어렸다.

     

    “미끼는 던졌다. 본체를 끄집어내 주지. 그러면 불태워 죽여주마. 정말 단순해. 세상이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하게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참 독하시네요. 시민들이 죽어도 상관없다 이거죠? 그럼 그 잘난 도적길드 본부가 불타도 웃을 수 있나 두고 보죠. 숨도 못 쉬도록 불태워줄 테니!”

    “그거 알아? 대륙십대도적의 전대 서열 5위는 자비도둑이었어. 무자비한 살육으로 복종을 강요하는 인물이었지. 나중엔 시체까지 일으키더라. 잃을 게 없는 사람한테 잃을 걸 만들어야 한다고 익혔대. 그 남자는 정말 또라이였어.”

     

    밑에서 시간을 벌어야 할 <잠금도둑>은 어느새 지하에 침투한 혁명군 최정예부대의 공작에 의해 대마법방어진의 해체를 허용했다.

    오염수에 불이 붙고 산소가 증발하며 유독가스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작렬>

     

    지하에서 연쇄다발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지하에 있을 동료들의 피해도 개의치 않는 마법사의 폭거였다.

    릴리아의 이야기는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남자는 내 손에 패배했어. 그 남자가 일으킨 시체를 내가 시체폭발로 폭발시켰거든. 그리고 거울을 열었어. 그 남자가 죽여왔던 시체들을 모조리 투입했어. 막으면 폭발시키고, 멀어지면 시체를 더 넣었어.”

     

    건드려서는 안 될 곳마저 건드린 지하에서 지금까지와는 규모 자체가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거리의 맨홀뚜껑이 연달아 튀어 오르며 불기둥이 솟구쳤다.

     

    “그거 알아? 언데드는 원한이 강할수록 더 끈질기고 강해져. 사령술의 조예는 내가 훨씬 약했는데도 티가 안 나더라니깐? 실은 나, 사령술의 천재가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로.”

    “미친년. 지하수로가 불탔어요. 당신 길드가 다 날아갈 때까지 재잘거릴 작정인가요?”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뭘 기다리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으면 교훈을 얻어야지. 시체잖아.”

    “하?”

    “시체라고.”

     

    웨스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거울도둑은 그냥 싸워도 강한데 굳이 뜸을 들여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 손에 불타 죽은 카넬레 시의 시민들. 도적길드 길드원의 영혼, 그거 전부 다 일으켰어.”

     

    깨진 가로등의 파편에서.

    떨어져 나간 저택의 창문에서.

    금이 간 진열장에서.

     

    “동전의 양면. 거울의 양면. 난 그런 게 참 좋더라. 인계의 뒤에는 명계가 있고, 세상엔 원한을 품은 망령들이 정말 많거든.”

     

    언데드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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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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