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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9

       백우진이 검에 찔려 쓰러지고, 천마가 제단을 부수고 홀연히 떠난 뒤.

         

       화산파는 곧장 정사연합의 본단으로 제자들을 보내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보고했다.

         

       백우진이 천마에게 패하여 중태에 빠졌고, 그녀가 오악의 하늘 위에 존재하는 제단을 노리고 천하를 주유하고 있다는 것까지.

         

       이를 들은 연합의 수뇌부는 곧장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당연히 막아야지요.”

       “저도 동의합니다. 천마가 직접 나섰다는 건 그 사안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이대로 두면 분명 중원에 큰 혼란이 찾아올 것입니다.”

       “무량수불….”

         

       그녀가 무엇을 그리는지는 몰라도 일단 막고 봐야 한다는 이들이 반.

         

       “무턱대고 나가 싸우는 게 맞는지 모르겠소이다.”

       “일단 천마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만.”

       “중요한 사안이라면 천마 혼자서 움직였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어쩌면 천마는 미끼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다.

         

       그녀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녀를 미끼로 삼아 다른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니 다방면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이들이 반.

         

       의견이 정확하게 반반으로 갈리는 순간 논쟁은 피할 수 없는 바.

         

       “당장 화산에 있는 제단이 부서졌다지 않소!”

       “그 제단이 전부 부서졌을 때 중원에 재앙이 찾아오면 어쩌려고!”

       “옳소!”

         

       과감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과격파의 주장에 온건파 또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대항했다.

         

       “무언가 부수는 소리만 들었을 뿐 아니오!”

       “하늘 위의 제단이라니,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거요?”

       “하물며 천광검신이 쓰러졌소, 천광검신이!”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 쓰러질 연합원들의 피는 어찌 갚으려는 거요!”

         

       화산파에서 전한 이야기가 일부 과장되었다는 식의 발언.

         

       그리고 무림 최고수 중 하나인 천광검신의 무참한 패배 소식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열렬하게 싸우는 두 사람.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정파와 사파로 나뉜 게 아니라, 그들 모두가 뒤섞여 의견 차이만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는 점일까.

         

       “아, 글쎄 일단 천마를 막아서고 봐야 한다니까! 혹시 겁먹어서 그러는 거라면 말하시오! 그 사람들은 빼고 가면 그만이니!”

       “겁이 아니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거 아니오!”

       “신중함이 과하게 깊어지면 그게 겁이지!”

       “어찌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가장 상석에 앉아 이들의 논쟁을 지켜보고 있던 무림맹주 현학과 사흑련주 도굉.

         

       그들은 단숨에 파악했다.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두 파벌은 사실 같은 이유로 싸우고 있음을.

         

       “전부 겁에 질렸군.”

       “…그럴 수밖에. 상대가 천하제일 아니오.”

       “크흠.”

         

       그래.

         

       당장 천마의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과격파도.

         

       일단 목표를 명확하게 아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온건파도.

         

       모두가 겁에 질려 있다.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 의견의 차이로 두드러졌을 뿐.

         

       “어느 쪽이 타당하다고 보시오.”

       “양쪽 다 일리는 있소.”

         

       양쪽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때를 놓쳐 후회하기 전에 나서야 하는 것도 맞고, 상대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 또한 맞다.

         

       그러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위가 제단의 파괴를 막기 위해 천마에게 대항했소.”

         

       그 말인즉, 천마와 검을 맞대는 걸 피할 수 없을 만큼 제단이 중요하다는 뜻.

         

       “일단 막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소만.”

       “일리가 있구려.”

         

       그러나 선뜻 출진하여 천마와 맞서자는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정파와 사파의 무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하곤 한다.

         

       오랜 평화가 끝나고 벌어진 마교와의 전쟁에서 죽이고, 죽는 모습을.

         

       현학과 도굉은 거기에 한층 더해 천마와 검을 맞대는 상황을 그리게 된다.

         

       하나 수십, 수백 번이나 그린 상상에 이런 상황은 없었다.

         

       이토록 갑작스럽고, 빠르게 천마와 맞선 때는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솔직히 두렵소.”

       “나라고 안 그렇겠소.”

         

       그들 또한 두려움을 느낀다.

         

       천마.

         

       힘의 한계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공포.

         

       그들에게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게 부정당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러나 해야만 하겠지.”

       “그렇소.”

         

       그들은 무인(武人)이기에.

         

       전신에 엄습하는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맞섬으로써 벽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외골수들.

         

       그들은 마침내 천마와 맞설 결심을 품었다.

         

         

       * * *

         

         

       꿈을 꾸었다.

         

       아니, 정확히는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을 보았다.

         

       봐선 안 될 소설을 보았던 그날.

         

       빛 한 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칠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그때.

         

       기나긴 그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지나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 걷는다.

         

       그리고 돌아보면 있어야 할 추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 어둠만이 남는다.

         

       “…….”

         

       그것이 못내 아쉬워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등을 돌린다.

         

       걸음을 하나 옮길 때마다 숱하게 죽어 가는 사람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새삼 깨닫게 된다.

         

       자신이 오롯이 서기 위해 필요한 시간 동안 이리도 많은 사람이 죽어 갔구나.

         

       그렇기에 그녀가 더 각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목숨을 딛고 함께 살아남음과 동시에 싹틔운 사랑이니, 어찌 애절하지 않으랴.

         

       “…자기 배를 거침없이 쑤셨는데도 여전히 사랑하는 건 어떤가 싶다만.”

         

       뭐 어떤가.

         

       똑같이 되갚아 준 다음에 사랑하면 그만이지.

         

       그녀에게 당한 순간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앞서 쓰러진 여인들이 떠오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쓰러졌던 혈수마녀, 신예화, 유화연, 송희연.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추락하는 자신을 끌어안은 설수연까지.

         

       ‘괜찮을 거야.’

         

       마지막까지 설수연이 살아 있었으니 괜찮을 거다.

         

       그녀가 있다면 네 명의 여인이 천마에게 입은 상처는 금세 치료되었으리라.

         

       분명 머리로는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보고 싶다.’

         

       직접 그녀들이 무사한 걸 보고 안도하고 싶다.

         

       그 따뜻한 몸을 끌어안은 채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등을 토닥이고, 토닥여지고 싶다.

         

       그러려면 이 영겁과도 같은 찰나에서 깨어나야만 하는데.

         

       ‘…깨어나고 싶지 않아.’

         

       모순적이게도 이 어둠 속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평온하고, 편안하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게 언제였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이라도 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그녀들을 두 눈에 담고 싶다는 마음과 비등하게 겨룰 만큼 그 마음이 컸다.

         

       “후우.”

         

       가볍게 숨을 토해내는 백우진.

         

       벌러덩 드러누워 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캄캄한 어둠을 들여다본다.

         

       멍하니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 어디론가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깨어날 것 같은 기분.

         

       “……?”

         

       그 순간, 강렬한 기시감이 백우진의 머릿속을 덮쳐온다.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다.

         

       제 육신, 영혼.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전부 빨려 들어가 한데 뒤엉켰다가 따로따로 떨어져 다시 재구성되는 느낌.

         

       이 강렬한 흡인력은 분명 그 빌어먹을 삼류 작가의 농간에 걸려 차원을 넘나들 때 느꼈던 그 감각이 분명하다.

         

       “…어라.”

         

       천천히 몸을 일으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기감을 넓혀 주변 영역 전부를 훑는다.

         

       “그래, 이런 느낌이었지.”

         

       이곳은 분명 제 심상의 일부.

         

       그런 장소에 왜 이 감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자신보다 앞서 이 땅에 도착한 빙의자, 백유성.

         

       단편적으로나마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그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안배를 익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이 감각을 선명하게 그리는 것이었기에.

         

       “…좋은데?”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리는 백우진.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 핑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머릿속으로 검 한 자루를 떠올린다.

         

       이세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하는 중인 용사의 상징.

         

       “성검(聖劍).”

         

       스팟!

         

       번뜩이는 감각이 손아귀에 깃든다.

         

       어느덧 손에 들린 날카로운 검 한 자루.

         

       어쩐 일에서인지 이 세계로 떨어지며 자아를 잃어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모든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이 검의 단단함과 예리함은 그 어떤 검과 견주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하고, 동시에 제 손에 가장 잘 맞았기에.

         

       “빠르게 해치워 보자.”

         

       이번에 천마를 상대하며 여실히 깨달았다.

         

       그녀를 상대하기엔

         

       어차피 이대로 깨어나 봤자 천마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아슬하게나마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언정 확실하게 닿을 만한 초식이 없다.

         

       이를 확보하기 전까지 그녀와 맞서 봤자 돌아오는 건 죽음뿐.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금세 익혀서 돌아갈 테니까.”

         

       이것은 쓰러진 자신을 보며 걱정하고 있을 그녀들에게.

         

       그리고 자신이 없는 사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있을 천마에게 전하는 한마디.

         

       이곳에서 그녀를 벨 초식을 완성하여 돌아갈 것이다.

         

       “절(絶).”

         

       

       아마 제 인생 최후의 한 수가 될 초식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좀 늦었네요.

    일요일에는 집에서 작업하다 보니 뭔가 집중하는 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군요.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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