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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밖에 사람 많아?”

        

       “월급 두 배로 줘도 모자랄 만큼 많아요.”

        

       “그 말 들으니 더 일하기 싫어지네.”

        

        

        

        사장님이 백호라는 말에 혹해서 지원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리 중얼거린 서빙 아르바이트생 한 명은 바깥에 길게 늘어선 줄을 죽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브레이크타임은 원래 쉬는 시간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었나?

        

        근데 왜 쉬는 시간에 청소하고, 물건 정리하고, 밀린 설거지 하고, 바닥 닦고, 식재료 정리하고….

        

        사실 그게 맞긴 한데.

        

        

        뭐어, 일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알바생에게도 상상 이상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 이유가 비슷했다. 음식을 먹으러 온 건지, 사장님 보러 온 김에 겸사겸사 식사를 하러 온 건지….

        

        

        따라서 이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장님이 어디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고 있거나, 그에 준하는 둘러대기 실력을 갖춰야만 했다.

        

        혹은 둘 다.

        

        일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자신도 입 터는 솜씨가 시시각각 늘어가고 있는 판이었다.

        

        

        

       “여긴 오픈 당시에도 이랬나요?”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잠깐. 아닌가?

        

        여기다가 오픈빨까지 받는다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지옥이 되지 않았을까.

        

        아마 식당에 난데없이 강림한 물류알바 비슷한 상황이 되었겠지.

        

        바로 그런 연유로, 오픈 후 3개월간 알바 갈아치운 편력이 여기만큼 화려한 곳이 없다는 말도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

        

        대우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힘들어서.

        

        그나저나.

        

        

        

       “오늘따라 밖이 좀 많이 시끄러운데….”

        

       “그러게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사장님이라도 오셨나? 손목시계를 힐끔 보았다.

        

        오후 네 시 하고도 28분, 곧 가게의 재오픈 시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은 바깥에서의 소란이 평소보다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저런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 있었더라?

        

        기억 상으로는 아까 짐작했던대로 바깥에서 일을 보고 온 사장님과 손님들이 마주쳤을 때나 저랬었는데.

        

        근데 오늘은 안에 계신단 말이지.

        

        

        

       “뭐, 문 열고 나면 알게 되겠지.”

        

        

        

        

        

        

        

        

        

        

        

        

        

        

        

        

        

        꽤나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는 모 애니메이션의 말이 있다.

        

        요즘엔 드라마 스토리가 너무 난장판이라 그런지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었지만….

        

        

        

       -…손님이 많은데, 그러면 나중에 다시 올게요.

        

       -아, 아니에요! 저쪽에 있는 예약석 자리 팻말 치워드릴게요.

        

        

        

        느닷없이, 예상치도 못한 또 다른 수인 한 명이 가게에 방문하는 건, 그야말로 현실의 개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힐끔힐끔.

        

        서빙 알바생 뿐만이 아닌 모두가 은연중에 눈동자를 신나게 굴리고 있었다.

        

        

        

       “…뭐지? 사장님 지인인가?”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허벅지만큼 두꺼우면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비주얼의 뱀꼬리.

        

        긴 생머리 옆으로 삐죽 튀어나온 뾰족한 귀와 짙은 청색의 눈동자.

        

        노골적이다 못해 물리력마저 담길 듯한 시선이 가게 내의 한 지점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정작 그 주인공은 별반 관심도 없는 듯했지만.

        

        

        

       “…여긴 팁은 따로 포함 안 하나요?”

        

       “네? 팁이요?”

        

       “아.”

        

        

        

        …조금 기묘한 구석도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인가? 어쩐지 – 물론, 상상은 자유라는 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법이었다.

        

        상념은 거기까지였다.

        

        손님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넋 놓고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는 건 동료에게도, 당사자에게도 민폐였다.

        

        

        기이하리만치 많은 목록이 새겨진 주문표를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는 다른 테이블로 향한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사람의 기억이란 본디 휘발성인 법이었고, 혼잡하기 이를 데 없는 가게 내 종업원들의 기억이란 더더욱 증발하기 쉬운 법이었다.

        

        한바탕 난리법석이 이어진 끝에, 주문 확인과 모든 테이블 세팅이 완료되었다.

        

        이제부터는 주방이 바빠질 시간이었다.

        

        그리고.

        

        

        

       “메뉴 확인해드리겠습니다. 갈릭 카르보나라 파스타 하나, 고르곤졸라 피자 하나, 그릴드 치킨 앤 머쉬룸 리조또 하나, 허브 립아이 스테이크 하나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남은 음식은 포장 가능하시니 배부르시면 따로 말씀해주세요.”

        

        

        

        끄덕.

        

        두 명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듯한 양의 음식이 한 명만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올라간다.

        

        이제서야 조금 식어가나 싶었던 눈빛이 해당 지점을 향해 재차 몰리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그녀의 시선은 음식에 쏠려있었다.

        

        슬그머니 수저와 포크가 올라간다.

        

        흡입이 시작되었다.

        

        갓 만들어져 모든 음식이 따끈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김을 펄펄 뿜어내고 있었음에도.

        

        

        

        

        

        사람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고정관념과는 상반되는 것, 또는 그저 신기한 것을 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간다고 한다.

        

        옛 성현들은 그러한 행동을 고상스럽게 포장하여 ‘탐구’라는 단어로 일컬었고, 이를 인간의 본성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칭하였다.

        

        자신과는 다른 것에 대해 품는 궁금증의 해결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연료이자 이유였으므로.

        

        그렇기에….

        

        

        

       “…와….”

        

        

        

        저 매끈매끈한 꼬리를 느릿하게 꿈틀거리면서, 5인분이 넘을 것 같은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는 서펜티아에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보내는 건 어쩌면 합법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몰래 사진이라도 찍었다가 나중에 출석요구서가 등기 우편, 또는 문자로 날아와 영 좋지 못한 곳에서 보게 될 줄 누가 알겠는가.

        

        발현자 관련 법률은 그런 곳에선 참으로 빡빡한 법이었다.

        

        

        

        여하간, 그녀의 등장은 가게 내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궁금증을 품게 만들었다.

        

        본디 발현자들이란, 그리고 그 중 신체적 특징이 이토록 뚜렷한 이들은 사회에 정말 극도로 드물게 나타나는 법이었고,

        

        이들은 아득히 먼 과거, 애니미즘 신앙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부터 숭배받아온 이들이었기에.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숭배는 사라졌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시선과 인기로 변하여 지금 이 순간으로 이어진다.

        

        요컨대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연예인이 직접 요리하는 음식점에 스리슬쩍 들어온 또다른 연예인에 가까웠다.

        

        물론….

        

        

        

       “음….”

        

        

        

        그녀는 식사에 여념이 없었다.

        

        먹는 속도는 크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여느 식사가 그렇듯 차분하고도 정갈한 동작에 의해 음식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 하나를 더 꼽아보자면,

        

        

        

       ───슥슥.

        

        

        

        그녀는 왼손으로 스테이크를 고정한 채 꼬리로 나이프를 감아쥐고, 스테이크를 슥슥 썰면서 오른손으로는 피자를 입에 넣고 있었다.

        

        어쩌면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만 가능할지도 모르는 기행.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하면 올라오는 떡밥 중 하나인, ‘꼬리가 크고 길면 팔처럼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해답이 느닷없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당사자만 빼고 신경이 쓰여 견딜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을까.

        

        

        

       “입에는 좀 맞으신가요?”

        

        

        

        복슬복슬한 백색의 꼬리.

        

        위로 쫑끗 솟아오른 귀.

        

        백색과 흑색이 줄무늬처럼 이어지는 머리카락.

        

        소식을 전해들은 가게의 주인이 나타났다.

        

        

        

        

        

        

        

        

        

       *

        

        

        

        

        

        

        

        

        

        

       “아후.”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침이랑 점심을 몽땅 걸렀더니 배가 고파서 죽는 줄 알았네.

        

        장점밖에 없을 것만 같은 이 몸의 가장 큰, 그리고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연비였다.

        

        하루 최저 소모 칼로리가 5000kcal을 넘어가는 이 신체는 그야말로 음식 먹는 하마였는데, 이 때문에 옛날엔 다들 군장에 여분의 칼로리바를 항상 챙겨놓고 다녔다. 물론 그땐 나 말고도 다른 변이자 분들이 분대에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부스럭.

        

        팔과 꼬리에 매달린 수많은 포장 음식으로부터 각기 다른 향기가 풍겨나온다.

        

        일단 아까 식사까지 합쳐서 하루 최저 소모 칼로리까지는 어떻게든 채웠으니, 지금 사온 것들은 이따가 간식이나 야식으로 먹으면 되겠다.

        

        …이렇게 보니 완전 돼지네. 칼로리도 돈도 무더기로 퍼먹는. 아직 온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내가 번 돈이 없다.

        

        지금은 과거의 내가 모아둔 돈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과거의 나야, 미안해.’

        

        

        

        아무튼 돈은 잘 쓸게. 옛날의 네가 뭘 하고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돈을 쓰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거기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시가전 전문 컨설턴트나 전술 고문 같은 걸로 활동하면서 큰 금전적 문제 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뭐어, 돌아왔으니 됐다. 이젠 여기서 어떻게 돈을 벌지나 한시바삐 생각해보자.

        

        이카루스 디바이스랑 여기 미 정부 규격이랑 호환만 되면 그동안 안 썼던 월급도 바로 인출 가능한데, 아쉽네.

        

        돌아가자마자 시도해봐야겠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다시 아파트 단지 앞이다.

        

        사람이 사는 집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나쁘지 않다 싶은 괜찮은 곳이었다.

        

        내가 원래 여기에 살고 있었나 하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리송하지만….

        

        그런 느낌으로 걷다 보니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바스락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명함이었다.

        

        사실 지금도 굉장히 얼떨떨하다. 파인 다이닝도 아니고 식사하고 있던 와중 그런 걸 물으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

        

        그보다 파인 다이닝도 보통 안 그렇지 않나?

        

        

        아무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간단했다.

        

        식사 와중 가게 간판의 주인장이 나타나서 몇 가지 물어보고 – 가게 이름과는 다르게, 조리 과정에의 직접 참여는 3개월 전부터 어느 정도 그만뒀다고 한다 – , 그 후 계산하면서 명함을 받았다.

        

        명함 뒤쪽에는 대충 방문 기념 사인이랑 사진 괜찮냐는 말 정도가 적혀있었다. 전화번호야 거기 적혀있었고.

        

        가게가 너무 혼잡했기에 나중에 논의하기로 했다.

        

        

        

       “…이렇게 활기찬 도시를 얼마만에 다시 보는 거더라.”

        

        

        

        16시 반 정도에 가게가 오픈했고, 대략 40분 정도 기다린 후 그만큼의 시간을 식사하는 데 썼기에 현재 시간은 18시 즈음.

        

        여름의 한복판이라 그런지 저녁임에도 바깥은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허공에 옅게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일몰과 함께 하루가 저물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햇빛이 사그라든 틈을 타 산책 혹은 약속을 위해 밖으로 나와 돌아다녔다.

        

        여기를 활기찬 도시라고 칭하긴 뭐했지만, 맨해튼은…완전 쫄딱 망해버렸으니까.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없는 사람들을 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그럼 더 이상 할 건 없을 것 같고….”

        

        

        

        오늘 하루동안 머릿속으로 생각해두었던 여러가지 해야할 일 목록들이 하나둘씩 지워진다.

        

        플레이트 캐리어와 택티컬 베스트, 총기 등은 안전한 곳으로 무사히 옮겨놓았으니 목록에서 지워졌다.

        

        내가 살고 있던 동네의 대략적인 구조도 오늘의 정찰을 통해 머릿속에 넣어놓을 수 있었기에 마찬가지로 지워졌다. 

        

        어디 보자, 그 다음에는….

        

        

        

       ───지이잉!

        

        

        

       “어으, 깜짝이야.”

        

        

        

        그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진동과 홀로그램을 뿜어내는 이카루스 디바이스.

        

        제멋대로 흩어진 글자의 파편들이 순식간에 정렬되었고, 그 내용을 대충 요약해보면───

        

        

        

       -님 체력단련은 어따 팔아먹으신?

        

        

        

       “아.”

        

        

        

        근처 피트니스 클럽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운동은 어쩔 수 없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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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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