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

       그럼 오늘은 왜 미친 듯이 도박장을 털고 있느냐.

         

       나는 더 이상 물불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여일예가 깨달음을 소화하면 이제 그녀는 초절정고수가 된다. 초절정이 어느 정도 고수인가 하면 내가 낭인객잔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더라도 여일예가 검을 뽑아들고 낭인객잔에 난입하면 나를 죽이고 도망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경지다.

         

       낭인객잔이라는 둥지를 믿고 그 안에 웅크려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니까.

         

       “죽어.”

         

       직감이 발동하지 않았기에 죽는다.

         

       [[도박기술:직감]이 발동했습니다.]

         

       짝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짝에 금 1냥.”

         

       [직감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직감의 숙련도 상승 조건은 간단하다. 직감의 인도에 따라 돈을 따면된다.

         

       이 간단해 보이는 기술을 왜 지금까지 대성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답변도 역시 간단하다.

         

       “죽었어.”

         

       [직감의 숙련도가 소폭 감소합니다.]

         

       직감이 오지 않았을 때 돈을 잃으면 숙련도가 감소한다.

         

       오직 직감만을 사용해서 돈을 따야만 이 직감의 숙련도는 상승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 판을 크게 벌였다.

         

       일부러 도박사들을 물고 늘어져서 돈을 잃게 만들었다. 더 도박을 잘하는 도박사를 불러 오게 만들기 위해서. 이 하룻밤 사이에 나에게 더 많은 경험치를 제공할 제물을 부르기 위해서.

         

       루주가 부른 해결사일까. 직감의 수련수치가 팍팍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키야 패가 짝짝 붙는구만.”

         

       겉으로는 도박에 전혀 관심없는 모습에 틈만 나면 몸이나 긁어대는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끔 매력적인 시비가 지나가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직감의 숙련도 97.84%]

         

       지금 나는 목숨이 걸린 상황이다.

         

       이 모든 행동은 눈앞의 도박사를 도발해 이성을 잃게 만들기 위한 작전.

         

       ‘너 같은 놈에게 정면승부를 피하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겠다!’는 마음이 위기의식을 잡아 먹을 정도로 타오르게 하기 위한 혼신의 부채질이었다.

         

       저 도박사가 내 직감이 울릴 때마다 7냥을 따라오지 않으면 오늘 밤을 새더라도 직감의 대성은 어려웠다.

         

       [도박기술:심리파악]이 내 눈앞의 상대가 내가 이런 성의 없는 모습을 보여 주면 더욱더 달려들 것이라고 속삭였다.

         

       [도박기술:손재주]가 내 눈앞의 상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할 만한 동작을 연출했다.

         

       [도박기술:철면]으로 지금 여일예가 깨달음을 다 소화시키고 나를 죽이기 위해 사천의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초조함을 감춘다.

         

       [[도박기술:직감]이 발동했습니다.]

         

       “금 1냥. 짝.”

         

       “일곱 냥! 열어!”

         

       [직감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직감의 숙련도 98.14%]

         

       “빌어먹을! 제기랄!”

         

       “흐힛, 힛힛힛.”

         

       나는 상대방의 심리를 쥐고 흔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지금 이 판의 흐름은 서서히 내가 가져오고 있다. 사실 흐름이라기보다는 정말 운이 잠시 내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면 된다. 직감은 애초에 발동 확률이 매우 낮은 스킬이다.

         

       그야 발동확률이 곧 그만큼의 승률상승으로 이어지는 사기 스킬이니까.

         

       오늘은 행운의 여신이 내 편을 들어 주는 것인지 그 낮은 확률이 연달아 당첨되고 있는 상황.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대운이 연속해서 찾아오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사람이라도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도박사도 순식간에 금자 21냥을 잃자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온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나.’

         

       숙련도가 한번 타격을 입더라도 돈을 내 주자. 한번은 저 도박사에게 흐름을 내 주어야지 안 그러면 저 도박사도 나가 떨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홀에 금 1냥!”

         

       “짝에 금 1냥.”

         

       처음으로 저 도박사가 한 배팅을 따라가니 도박사의 눈이 매서워 졌다. 나름대로 승부처라고 생각한 것일까. 도박사가 과감하게 금 2냥을 던졌다. 나 역시 잃어줄 생각이었기에 그대로 따라붙었다.

         

       “…열어!”

         

       그런데 홀이었다.

         

       시발?

         

       너 이 새끼 눈 알고 배팅하는거 아니였냐.

         

       *** ***

         

       여일예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는 커다란 장원이 펼쳐져 있었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에는 오색잎이 장원을 찬란하게 메웠었지.

         

       장원은 크고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여일예는 예쁨 받으며 살아가는 나날이었다.

         

       그 평화로움과 안온함은 고작해야 하룻밤 사이에 스러졌다.

         

       인근에 도적이 날뛴다는 소식에 낭인을 고용한 부친은 그 낭인의 칼에 맞아 죽었다. 모친은 그런 낭인들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살해당했다.

         

       시선을 내리니 지하실의 비밀 금고에서 웅크린 어린 여일예가 보였다.

         

       어린 날 금고에서 웅크리고 있었기에 보일 리 없었던, 저택이 불타는 광경이 눈 앞에 그려진다.

         

       “쇠는 식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떨쳐낼 수 있을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인데. 이 겁화를 벗어나 정말로 냉정해질 수 있는 것인가. 이 화마를 꺼트릴 수 있는가.

         

       드넓은 장원을 태우던 불꽃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화재 현장의 불꽃이라기보다는 숫제 불기둥에 가까웠다. 그 도를 넘어서는 모습에 여일예는 깨달았다. 이것이 지금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을 그저 목적 없이 타오르고 있는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여일예가 지인의 손을 거쳐 점창파에 들어가고 혹독한 수련을 마치고 정식제자가 되었을 때, 이미 그 낭인들을 추적할 수단은 모두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무분별한 분노였는가.’

         

       낭인은 쓰레기다.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여일예는 그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때로는 산적으로 때로는 도적으로 돌변하는 것이 낭인이라는 자들이었다.

         

       사천에서는 어떠한가. 자진해서 오욕과 피를 뒤집어 쓰며 금전을 챙기는 작자들이 아니었던가.

         

       낭인이라는 족속들을 단죄한 것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유일하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상대라면 오직 단 하나.

         

       담담한 목소리로 무학의 이치를 전하던 그 정체불명의 낭인뿐이었다.

         

       그 낭인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누명을 씌워 죽이려 했으니까.

         

       그래도 낭인은 쓰레기였다.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시궁쥐들. 무공을 익힌 자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마음가짐조차 결여된 자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아니 어쩌면 옛날부터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진짜 낭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집을 태우던 겁화가 여일예를 휘감았다. 여일예는 차라리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연단하자. 쇠는 뜨거워져야 형태를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아예 불태워 새로이 형태를 잡자.

         

       그저 열기에 녹아 뭉그러진 무언가를 바로 세운다. 끔찍하게 녹아 뭉그러진 덩어리는 새로이 조형된다. 그에 따라 여일예의 내면도 휙휙 변해간다. 여일예의 불타버린 집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위에 새로운 것들이 쌓여간다.

       저택과는 전혀 다른 조형이 그녀의 심상에 차곡차곡 들어선다.

         

       불길은 점차 쇠한다. 영원불멸한 것은 없는 법. 형태를 바로잡는 것에 소진된 겁화는 서서히 힘이 약해진다. 물극필반. 흥하면 쇠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그동안 무절제한 광기로 유지되던 겁화는 이치에 따라 스러진다.

         

       그제야 여일예는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분노와 증오라는 이름의 겁화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단죄라는 미명 하에 낭인들의 팔다리를 비틀었지만 사실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행동에 불과했다는 것을.

         

       어린 여일예가 있던 지하실 역시 조금씩 사라진다.

         

       여일예는 어린 자신과 눈이 마주하는 것을 느꼈다. 지하 한켠의 좁은 공간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자신의 시선. 그 안에 담긴 것은 열망인가 원한인가 증오인가.

         

       혹은 실망인가.

         

       그러나 여일예는 담담히 그런 어린 자신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작별이다. 어린 나여.”

         

       세상 모든 것은 흥하고 쇠하며 형태를 바꾸니.

         

       그도 이제 어린 여일예에서 다른 여일예로 변해야 할 시기였다.

         

       눈을 뜨니 다시 사천의 골목이었다.

         

       “물극필반 화련냉조(物極必反 火煉冷鍛).”

         

       이름 모를 낭인을 떠올렸다. 그는 누구인가? 진짜 비룡십이검을 구사하는 자일까? 낭야검과는 어떤 관계일까. 어쩌면 낭야검 본인일지도 모른다.

         

       초절정에 들었다.

         

       여일예는 그 사실을 명백하게 깨달았다. 세상은 비할 바 없이 선명해졌다. 내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눈덩이가 구르는 것을 멈추는 순간 어제의 여일예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강대한 힘이 이 손에 쥐어지겠지. 여일예는 손에 쥔 검을 내려다보았다.

         

       “하…”

         

       그토록 넘고 싶었던 옥룡신협 혁기린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여일예는 아무래도 좋았다. 혁기린을 뛰어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사사건건 검을 휘두는 것을 방해하던 그녀를 제치고 그저 비틀린 살의를 풀어내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래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여일예에게는 다른 목표가 생겼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