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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어떤 게임에도 쉽게 싫증을 내던 내가, 하면 할수록 빠져들기만 했던 게임, 나오나.

        

       만약 누군가가 나오나가 갓겜인 이유를 물어봐주기만 한다면, 정말 끝도 없이 설명할 수 있었다. 망겜이 되어버린 이유도 끝도 없어서 문제기는 하지만……그야, 나중 일이니까.

       

       나오나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고- 파고들 요소가 있으면서도 입문은 캐주얼했던 덕분에,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치곤 했다.

        

       출시 당시에만 해도, ‘이 중에 하나는 너도 마음에 들겠지’ 전략을 게임으로 실현한 느낌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으니.

       

       씹고 뜯고 맛보다 못해 그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기사끼리 공성 공격로에서 만났을 때는, 대전격투게임과도 같은 재미가 있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 공격을 예측하여 패링하고 치명타를 집어넣는 순간의 손맛과 짜릿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으니.

        

       광역 마법과 CC기에, 준수한 딜까지 갖춘 마법사를 할 때면, 전장의 흐름을 한 순간에 뒤바꾸는 전능감을 느낄 수 있었고.

        

       단일 대상을 상대로는 원거리에서조차 가장 큰 데미지를 주는, 소위 ‘저격’ 캐릭터인 궁수로 멀리서 적을 도륙내는 짜릿함도 여느 캐릭터에 뒤쳐지지 않았다. 상대가 거북이처럼 방패 뒤에 웅크린 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채팅으로 극찬만 퍼붓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면 즐거움은 두 배였고.

        

       실력이 부족하고 의지가 나약하며 인성도 그닥인 사람들을 위한 사제도 있고, 뭐 설계가 잘못된 캐릭도 있고 하지만……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심리전에 능하고, 전체적인 게임 파악 능력이 뛰어나며,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급소를 잘 찾아내고, 순간순간 변하는 전황에서 변수에 대응을 할 수 있고, 게임의 흐름 그 자체를 뼈대부터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의 판도를 뒤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주는 도적이, 나오나의 핵심이었으니.

        

       도적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세상에는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안타깝게도, 죄는 아니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파하지는 않았으면.

        

       “으음….”

        

       예를 들면, 지금 나오나 갤러리 베스트 글에 올라와 있는 이 헛소리처럼.

        

       [작성자: 야도좆]

       [제목: 도적이 쓰레기인 이유]

        

       [나오나 유저라면 당연히 도적이 쓰레기인 걸 알겠지만, 놀랍게도 아직도 저티어에서는 도적 충이 가끔 나온다.

        

       브실골들을 위해 도적이 쓰레기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줄 테니, 제발 다시는 도적을 하지 마라.

        

       우선, 도적은 기본 스탯부터가 하자다.

        

       성기사보다 공격력이 낮고,

       마법사보다 체력이 낮으며,

       광전사보다 방어력이 낮다.

        

       자, 쓰레기죠?

        

       그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서 그런가요?

        

       당연히 아니다.

        

       놀랍게도, 스탯이 쓰레기인 도적은 현존하는 모든 캐릭터 중 주무장(단검)의 공격사거리도 가장 짧다.

        

       단검을 던지면 되지 않냐고?

        

       이 새끼는 겨우 2개밖에 없는 단검을 던지면 다시 줍기 전까지 주무장이 없다.

        

       참고로 이 새낀 꼴에 도적이라고 부무장이 보물상자 따는 도구다.

        

       그래서 단검 2개 던지고 나면 그냥 무장이 없다. 주먹질해야 된다. 

        

       아, 유틸에서 단검보조 트리 타면 단검 3개까지 들 수 있다고?

        

       그 특성 찍으려면 공격 특성 절반은 포기해야 하는데, 반 불구가 돼서 단검이나 쳐 던지겠다고?

        

       사거리는 4배고 탄환도 무제한인 궁수 대신 도적으로 단검 투척질이나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

        

       이쯤 되면 도적은 그냥 중세 판타지 게임이니 도적도 하나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만들긴 만들었는데, 플레이는 하지 말아달라고 써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문제가, 이 좆 같은 게임은 굳이, 굳~이 도적한테 ‘그 패시브’를 줬다.

        

       지하공격로에서 나오는 보물상자를 사실상 도적만 열 수 있다고.

        

       그래, 보물상자 열면 확정으로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나오고, 가끔 신화템 떠서 도적으로 캐리하면 뽕맛 쩐다는 거 나도 안다.

        

       근데 도적으로 보물상자 딸 시간에 광전사는 몬스터 쓸어 담아서 레벨업하면서 윗라인들 갱킹하고 있다.

        

       도적충들이 ‘10분만 버티셈 상자따고 캐리함’ 이지랄하고 지 혼자 RPG 게임 하고 있을 때, 팀원들은 6:5로 게임 쳐 발리고 gg치고 있다고.

        

       심지어 도적충 새끼들은 지하에서 광전사나 성기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궁수를 마주쳐도 바로 은신쓰고 튀거나 뒤지다보니, 막상 보물상자 제대로 따지도 못해.

        

       그러면 뭐다?

        

       그냥 패시브도 없고, 부무장도 없는 쓰레기다.

        

       이걸 하는 새끼들도 뭔가가 없는게 틀림 없다.

        

       제발 패러데이 게임스는 도적을 삭제해서 8천만 나오나 유저들을 성불시켜주기 바란다.]

       –     ㅇㄱㄹㅇ

       –     베스트 게시글로

       –     도적하는 새끼들은 다 머리를 깨야된다 진짜로

       –     우리 팀에 도적 픽 되면 호흡장애 올 거 같음 리얼로

       –     브알방에서 도적하는 거 보면 다 잼민이임 진짜

       –     법사랑 궁수도 상자 딸 수 있지 않나?

       –     시간도 한참 더 걸리고, 상자 부서질 확률도 있어서 가치 없음

       –     그 동안 상대 법사랑 궁수는 뭘 하고 있는지를 좀 생각해라

       –     애초에 좆적이 상자 따러 다니는 이유 = 위에 올라가봤자 0.5인분이어서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헛소리다.

        

       반박을 하려고 생각하면, 대체 어디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그래도, 방치할 순 없겠지. 회귀자 아닌 회귀자로서, 이런 헛소리에 휘둘리는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계몽할 의무가 있을지도 모르니. 

        

       손가락을 휙휙 움직이며, 읽는 것만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느낌의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글을 다시 훑었다.

        

       그래.

        

       도적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선각자로서, 자라나는 새싹 도적들을 위해서라도 이건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

        

       [작성자: 따아먹]

       [제목: 지하에서 도적이 광전사한테 어케 짐?]

       [키보드에서 H키 뽑고 하나?(진짜 모름)]

       –     H키?

       –     저번에 도댓 키마로 1승하기 미션하는거 봤는데 H가 보조스킬일걸? 도적은 은신임

       –     키보드로 게임하는 새끼가 어딨음

       –     ㅋㅋㅋㅋㅋㅋ진짜 별 병신 다 있네

             ㄴ 나오나충 평균입니다만?

       –     은신? 그 시전하면 2초간 그 자리에 서있어야 하는 병신 스킬이요?

       –     팩트) 은신 상태로 광전사 뒤 잡아서 단검 몇 번 꽂아봐야 피 25%도 못 까고 대가리 너덜너덜해진다.

       –     대체 어떤 도적이 지하에서 광전사랑 맞다이를 뜨냐 ㅋㅋㅋㅋㅋㅋ 진짜 댓글 옆에 티어 뜨게 해야 된다.

        

       –     따아먹: 도적이 지하에서 광전사 성기사 궁수 따위랑 안 싸우는 건 모가지 딸 시간에 보물상자 따는게 이득이어서임. 지하에서 제대로 싸우면 도적이 절대 안 짐.

       –     ???

       –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님 좃적으로 광전사 피 몇 까고 죽음?

       –     시발ㅋㅋㅋㅋㅋ 그래 모가지 따이는거보다는 상자 따는게 이득이겠지

       –     하 ㅅㅂ 진짜 나오나에 밴 언제 생기냐? 도적 밴율 95% 예상한다

       –     아 우리 팀에 이런 새끼 잡힌다고 생각하니까 숨이 안 쉬어지네 진짜

        

       열화와 같은 호응에 이어서, 눈길이 가는 댓글이 달렸다.

        

       –     쟤 맨날 어그로 끄는 병신 도적충인데 뉴비들 뭘 쳐 낚이고 있냐 ㅋㅋㅋㅋ

       –     ㅇㄱㄹㅇ

       –     오히려 이런 새끼들이 지는 도적 안 함 ㅋㅋㅋㅋ

       –     ㄹㅇ ㅋㅋㅋㅋㅋ 돚거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닷지할 새끼임

       –     장담하는데 이 새끼 도적 1판도 안 해봤다. 도적 제일 잘 치는 도댓도 지하에서 광전사 만나면 바로 튀라 하는데;

       –     이 새끼가 광전사 상대로 상자 2개만 까도 내가 알몸 도게자하고 인증한다.

       –     1개도 못 깔 텐데 무슨ㅋㅋㅋㅋㅋㅋ

        

       아.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못 참겠는데.

        

       도댓이 도적을 제일 잘 친다고 하는 건 좋다. 도댓 방송은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도적을 안 한다는 음해도 뭐……나도 가끔 바람은 피웠으니까. 

        

       광전사가 지하에서 도적을 이긴다는 헛소리는……나오나 실력이 부족한 게 아직 죄는 아니라고 하니까.

        

       하지만,

        

       알몸 도게자 공약은 못 참지.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켰다.

        

       [작성자: 따아먹]

       [제목: 아까 알몸 도게자* 한다는 애 와봐]

       [커스텀 dam12/dam12 기다릴게

        

       지면…알지?]

       –     오

       –     이 새끼 맨날 아가리털다 잠수타던데 또 튀겠지 뭐

       –     얘 아따먹 아님?

       –     그게 누군데 씹덕아;

       –     아크 방송에서 맨날 저격하는 병신 도적충 있음

       –     걔 나름 다이아 상위권 아닌가?

       –     마스터 왔다갔다 할걸

       –     실딱이 하나 잡아다 죽이고 아가리나 털려는 수작 딱 보이죠? 역겹죠?

       –     리얼ㅋㅋㅋ 마스터 도적이 실버 광전사 이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갤러리에 글이나 댓글을 그렇게 자주 쓰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씌워진 누명은 조금은 억울한 것이. 갤러리에서는 잠시 노는 거지, 누가 승패판정 해줄 때까지 갤러리에 상주하며 토론을 하겠나.

        

       아크가 시청자 참여 기회를 줘서 게임을 하러 가야 했을 때도 있고, 도댓이 방송을 켜서 급하게 접속했던 때도 있고……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분명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텐데.

        

       잠수를 탔다는 음해에 대해서는 해명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글 하나 써야지.

        

       여하튼- 본의는 아니었으되, 부여받은 작은 유명세 덕분일까. 만들어 둔 커스텀 방에는 순식간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안타깝게도 죄다 관전자로 내려가는 것을 보아하니, 도게자 희망자는 아직 안 오는 듯했지만.

        

       -흐아아암.

        

       이 몸에는 맥주 3캔도 약간 과했던 걸까. 하품이 나오며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도적부흥운동 마무리하고 자고 싶은데.

       

       그리하여 슬슬 갤에 다시 도발을 남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광질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광질: 엄한 실딱이 패지 말고 나랑 뜨지?]

        

       ……오.

        

       예상 외의 월척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도게자(土下座): 땅 위에 바짝 엎드려서 절하며 사죄하는 행동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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