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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장로들은 공격 마법을 준비해 두시게.”

       “예. 수석 마법사들은 전부 날 따라와라!”

       

       마탑의 공성전은 일반적인 성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성은 화살과 기름, 그리고 수많은 병사가 필요하지만 마탑은 상주하는 마법사들로 충분하다.

       

       애초에 마법사가 농성에 유리한 직종일 뿐더러, 마탑 최상단에 위치한 거대 마력석이 마력을 끝없이 제공하므로 한 달이고 일 년이고 마법을 난사할 수 있었다.

       

       외딴 북부에 마탑을 지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괴수가 얼마나 쳐들어오든 간에, 마력석만 무사하다면 언제까지고 맞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수십 년, 변방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지켜온 탑을 탐욕스러운 드래곤에게 순순히 넘겨줄 순 없었다.

       

       백탑주는 결연한 얼굴로 글레이시아에게 다가갔다. 

       

       누가 저 거체를 보고 어린 드래곤이라고 생각할까.

       

       ‘그래도 일단 확인부터 한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정말로 다른 용무가 있어서 찾아왔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니.

       

       백탑주가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물었다.

       

       “위대한 존재시여. 무슨 연유로 저희 마탑에 찾아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비켜라.]

       

       백탑주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그 콧대 높은 로드들도 탑주를 대할 때는 최소한 듣는 척은 해준다.

       

       약한 인간이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껄끄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백탑주는 감정의 동요를 숨긴 채 다시 물었다.

       

       “저희 마탑은 위대한 존재께서 들어오시기에 너무 좁습니다. 부디…….”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비켜라.]

       

       도통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이쪽도 세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럴 수 없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여기서 말씀하십시오.”

       [당돌하구나.]

       

       글레이시아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래, 네놈이 원하는 대로 여기서 말해 주마.]

       

       백탑주가 긴장한 얼굴로 글레이시아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탑에 있는 인간들 중 셋을 내게 넘겨라.]

       

       셋이라니.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실례가 아니라면 세 명인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간단하다. 원래 먹을 때는 세 명부터가 진리……. 진……. 에?]

       “……?”

       

       글레이시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먹다뇨?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맞으니까 고개부터 돌려! 쟤 쳐다본다!’

       

       글레이시아는 일단 고개부터 돌렸다.

       

       ‘저희 드래곤들도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인간을 먹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누가 저를 드래곤으로 보겠습니까! 배곪은 짐승 새끼로 보지!’

       ‘뭐? 지금 당장 죽여달라고?’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들어 비늘이 떨어진 맨살을 세게 짓눌렀다. 드래곤으로서의 체면과 생존 본능이 머릿속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 나갔다.

       

       ‘못할 것 같으면 지금 말해. 듣자 하니 드래곤은 시체도 비싸다던데. 그럼 고기는 상인한테 팔아버리고, 뼈는 네크로맨서한테 넘겨야겠다. 못해도 백만 골드는 챙기겠네. 그치?’

       ‘…….’

       

       결국 승리한 건 본능이었다.

       

       [하나는 적고, 둘은 부족하니, 셋이 적당할 듯 싶었다.]

       “그러니까 무엇에 적당한지…….”

       

       글레이시아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먹을 때 양이 적당하다고.]

       “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금 뭐라고?”

       [마법사 셋만 넘겨달라 말했다.]

       “그 전에.”

       [먹을 때 양이 적당하다고…….]

       “기어코 선을 넘는구나!”

       

       분노한 백탑주가 글레이시아에게 일갈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 피할 수 있는 싸움이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기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도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먹는다고? 데려가는 것도 아니고 먹는다고?’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과 대화를 계속할 수는 없는 법.

       

       백탑주가 허공에서 스태프를 꺼내 바닥을 세게 내리찍었다. 찬란한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마탑 안으로 이동했다.

       

       “……협상은 포기한다. 당장 전투를 준비해라.”

       “드래곤이 도대체 뭘 요구했길래…….”

       “마법사 셋을 넘겨달라더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식량으로 말이네.”

       

       장로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런!”

       “당장 대가리를 따버리겠습니다!”

       

       층별로 장로급 마법사가 하나, 수석 마법사가 셋씩 배치되었다. 거기에 보조로 배치한 평마법사들까지 계산하면 어린 드래곤 하나 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백탑주가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현 시간부로 주 마력석의 용도를 공격으로 전환한다! 동시에 모든 마법사들의 마법 사용 제한을 해제한다!”

       

       푸른 마력석이 노란색으로 일변함과 동시에 마탑 내부의 마력 농도가 끝을 모르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허억!”

       “어, 어떻게 이런 힘이!”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평마법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초대형 결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마력이 쓰인다는 것만 알았지, 마탑을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와아아…….”

       “이 힘이면…….”

       

       감탄한 마법사들이 몸을 떨었다. 자신들도 이 정도로 강해졌는데, 수석 마법사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졌을까? 장로님들은? 

       

       ……탑주님은?

       

       난간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고 위쪽을 올려다보던 마법사들이 깜짝 놀라 몸을 숨겼다.

       

       “왜?”

       “아, 아라미스님이 보고 계셔.”

       

       아라미스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아래를 굽어보았다. 

       

       전투를 앞두고 한눈을 팔다니.

       

       놈들의 얼굴은 이미 기억해 두었다. 전투가 끝나면 어마어마한 양의 연구와 끝없는 과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층 준비되었습니다!”

       “2층도 준비 완료입니다!”

       “3층…….”

       

       각층의 장로들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친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라미스.”

       “예, 탑주님.”

       “이번 일은 네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배웠으면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백탑주가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네 사고방식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안다.”

       “…….”

       

       아라미스의 성격은 빛의 마법사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는 타인에게 한없이 차가웠고,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라고 함들 끊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냉정하게 빛보다는 얼음에 어울리는 사내였다.

       

       그런데도 아라미스가 백탑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고아였던 그를 거둬준 곳이 백탑이기 때문이다.

       

       “난 너를 차기 백탑주로 생각하고 있다.”

       “……제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럼 어울리게 만들어야지.”

       

       백탑주가 아라미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19층 준비 완료입니다!”

       

       모든 층이 준비를 마쳤다. 백탑주는 웃음기를 지우고 결연한 얼굴로 외쳤다.

       

       “탑주로서 명한다! 저 방자한 드래곤에게 백마법의 저력을 보여 줘라!”

       

       마법진이 펼쳐지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화악!

       

       시작은 무수한 빛의 광선이었다. 장정의 허리보다 두꺼운 광선들이 단숨에 글레이시아에게 쏘아졌다.

       

       콰과과과과광-!

       

       보호막과 충돌한 광선들이 폭발하며 끔찍한 소음을 냈다. 글레이시아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한 번 먹어보고 싶으니 몇 명만 넘겨달라니.

       

       도대체 어느 마법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수락하겠는가? 심지어 상대는 동료를 아끼기로 유명한 백 마법사들이다. 

       

       “죽어라!”

       “오만 방자한 도마뱀 놈아!”

       “이게 인간의 저력이다!”

       

       억울했다.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그녀는 올리비아가 시킨대로 했을 뿐이다.

       

       평소에 인간을 벌레처럼 대했다지만, 영역에 침입하지 않는 이상 굳이 나서서 겁박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인간을 먹고 싶다’ 발언은 그동안의 이미지를 박살내기 충분했다.

       

       ‘내가 어쩌다가…….’

       

       도마뱀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도 화가 나지 않는 지경이다. 솔직히 아무나 붙잡고 이 억울한 상황을 하소연하고 싶었다.

       

       ‘다 이놈 때문이야. 이 빌어 처먹을 놈 때문에.’

       

       글레이시아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맘 같아서는 몸을 뒤집어 깔아뭉갠 다음, 온 힘을 다해 잘근잘근 짓밟고 싶었다.

       

       하지만 몸을 뒤집기도 전에 반으로 잘려 죽는다는 걸 알기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글레이시아.”

       

       괜히 찔렸던 글레이시아가 말을 절었다.

       

       [마, 말씀하십쇼.]

       “정문에다가 브레스 한 번만 쏴봐. 안에 애들 죽어 버리면 안 되니까 힘 조절 잘하고.”

       [……예.]

       

       그대로 날아오른 글레이시아가 큰 숨을 들이켰다.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배가 다음 순간 수축하면서 끔찍한 냉기를 뿜어냈다. 

       

       콰아아아아-!

       

       무지막지한 기세로 쏘아진 브레스는 마탑에 가까워질 수록 그 기세가 옅어지다가,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어라?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한 글레이시아는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약간 진심을 담아서…….

       

       그 순간.

       

       투콰아아아앙-!

       

       숨을 들이키는 그 찰나의 순간을 정확하게 노리고 빛의 창이 쏘아졌다. 직전의 마법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위, 위험……!’

       

       다음 순간 눈꽃 모양의 방패가 나타났다.

       

       글레이시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올려다봤다.

       

       그녀가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날개가 꿰뚫렸으리라.

       

       “집중 안하냐?”

       [죄, 죄송합니다!]

       

       올리비아는 짜증난 얼굴로 백색 마탑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글레이시아의 브레스와 닿은 순간, 하얗게 빛나던 마법진이.

       

       ‘흡수진.’

       

       마법 피해를 흡수하여 그대로 돌려보내는 차세대 방어 마법.

       

       최고위 마법이라면 모를까 약해빠진 빙닭의 브레스를 튕겨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저걸 까먹고 있었네.

       

       올리비아의 마법이면 저깟 흡수진 따위 단숨에 부숴버릴 수 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마탑도 같이 부숴버리겠지.’

       

       그럼 답은 하나다. 

       

       물리 공격.

       

       “그대로 갖다 박아.”

       [……네?]

       “정문에 대가리 꼴아 박으라고.”

       [그, 그게 무슨…….]

       “방금 내가 한 번 살려 줬는데 이런 거 하나 못해?”

       

       글레이시아가 머뭇거리자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꺼내 그녀의 등을 쿡쿡 찔렀다.

       

       “싫으면 내가 떨어뜨리고.”

       

       파지지지직-!

       

       글레이시아의 눈동자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는 스태프와, 누가 봐도 딱딱해 보이는 마탑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뭐가 됐든 마탑과 부딪힌다는 결과가 바뀌진 않았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호, 혼자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귀신같이 전류가 사그라들었다.

       

       ‘미, 미친년! 잠시나마 고마워했던 내가 병신이지!’

       

       글레이시아는 날갯짓을 박찼다. 순식간에 구름까지 솟구쳐 오른 그녀는 그대로 몸을 틀어 무지막지한 속도로 낙하했다.

       

       ‘시이이이바아아알!’

       

       부딪히면 존나게 아프겠지?

       

       어쩌면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투콰아아아앙-!

       

       글레이시아는 마탑의 정문을 박살낸걸로 모자라 기둥 수십 개를 더 무너뜨리고 나서 겨우 멈췄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글레이시아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버렸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정말 뭘 잘못 먹은건가?”

       

       갑작스런 상황에 마법사들이 웅성거렸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마라!”

       

       9장로가 일갈했다. 그의 호통에 마법사들이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벅-.

       

       발소리가 적막을 뚫고 울려퍼졌다.

       

       누군가 먼지 너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7.20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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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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