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

       ‘지옥의 이수아 팀이라…’

       

        살짝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었다.

        물론 그걸 다시 물어볼 틈은 없었다.

        당장 던전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직 저 사람들이랑 친한 것도 아니고. 차차 알아가보지 뭐.’

        ‘오늘 처음 만났는데 묻기도 뭐하고…’

        ‘게다가 직접 경험해보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

       

        사실 나에게 당장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내 머리 속에는 채수현과 랭크 포인트에 대한 내용으로만 가득 차 있었으니까.

       

        ‘하. 정신없이 바쁘네. 당장 길드활동도 열심히 해야하고.’

        ‘포인트 분배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정보도 조사해야하고.’

       

        채수현때문에 나의 삶의 기반이 모조리 무너진 것 같았지만, 동시에 새롭게 제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애초에 불안불안하기는 했어.’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내가 단지 목표에 너무 매몰되어 있던 바람에 실패를 했다.’

       

        굳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이 곳, 블루길드에서 제대로 쌓아 올라가보기로 했다.

       

        ‘이젠 내 삶을 위해서 살 것이야.’

        ‘지금까지처럼 남 퍼주기를 하다가 다시 망할 수는 없지.’

       

        내 머리 속에는 방금 전에 봤던 채수현의 기자회견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냥 자기가 열심히 해서 잘 된 척.

        아주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야비하게…’

        ‘에휴. 상관없어. 일단 열심히 내 할 일이나 하자고.’

       

        “자자. 오늘은 용산 전쟁기념관 던전이에요. 뭐 다들 자주 오셨던 곳이니까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죠?”

       

        아마 이수아 팀에서 나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나서서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용산구는 대한민국에 있는 던전 중에 꽤 유명한 곳들이 있는 지역이다.

        물론 블루 길드의 영역이기도 하고.

       

        “에이. 뭐 우리가 애도 아니고. 여기 한두번 오는게 아닌데. 대충 쉬엄쉬엄 하고 끝내죠.”

       

        등 뒤로 별것 아니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키득키득 거리는 목소리도 좀 들렸다.

       

        ‘다행히 별 어려운 곳은 아닌가 보네.’

       

        나름 까다롭다고 알려진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 체급이 꽤 되는 길드이다보니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오늘 새롭게 저희 팀에 합류하신 분도 있습니다. 다들 신경은 써주시길 바래요.”

       

        이수아가 뒤이어 나서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주목에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차츰 모두와 알아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S급 헌터 이수아는 슬쩍 나를 바라보고는 던전을 향했다.

        뭔가 짜증과 고통이 느껴지는 표정이었지만, 분명 나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역시 S급 헌터들은 뭔가 알 수 없는 고통을 달고 사는 것 같다.’

       

        ***

       

        “아휴. 내가 여기 몇 번째 인줄 알아? 벌써 한 40번은 넘은 것 같은데.”

        “형님. 그럼 그 얘기를 듣는 저는 몇 번째인줄 아세요? 그만 좀. 아이고. 형님한테 쉬운 던전이라는 거 알겠으니까.”

        “껄껄. 그래?”

       

        아주 여유로운 분위기로 수다를 떨며 진격하는 중이었다.

       

        “근데 오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뒤 따라오던 어떤 헌터가 살짝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겁이 많아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나름 C급 헌터는 되는 것처럼 보였다.

       

        “뭐가 이상해? 날씨도 좋구만. 던전 내부도 평소랑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너는 말야. 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뭐 맨날 이상하대.”

        “어휴 쟤는 나중에 A급으로 승급해도 저럴 애죠.”

       

        다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태도였다.

       

        텅.

       

        별안간 모두의 눈 앞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응? 이게 뭐야…?”

        “뭐지? 여기에서 웬 갑자기 퀘스트?”

       

        모두들 웅성이는 분위기였다.

        이런 일은 처음 본다는 듯한 모습.

       

        ‘뭐지? 이 갑작스러운 분위기.’

       

        당연히 이 길드에 오늘 처음 들어와서 함께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덩달아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에? 잠시만요. 메두사의 등장이라는데요? 이 퀘스트 창이 뜨는 거죠?”

        “그러게? 이거 뭔가 잘못된 거 아냐? 오류 같은데?”

        “이게 뭐 게임도 아니고 오류란게 있겠어요? 어디 항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퀘스트 창을 이상하다는 듯이 툭툭 쳐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며 이상하다는 듯한 반응을 이어나갔다.

       

        “여러분. 지금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다들 단단히 준비하셔야 할 것 같아요.”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던 이수아는 퀘스트 창을 보자마자 곧장 앞쪽으로 달려나왔다.

        그녀는 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에이. 이수아 헌터님. 걱정마십시오. 이거 뭔가 잘못 뜬 것 같은데요? 여기에서 왠 메두사가.”

        “잘못이고 오류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에 정말로 사실이면 어쩌시게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 그러면…”

       

        다들 이 상황이 진짜라고 가정을 하며 머리 속에 떠올려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혹시 메두사 내성 스킬 찍은 사람?”

       

        관리자 직급으로 보이는 듯한 누군가가 나서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다들 정신없이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보고는 이리 저리 계산해보는 중이었다.

       

        뭔가 크게 잘못이 되었는지 모두들 표정이 빠르게 굳어지는 중이었다.

       

        “우리 중에 아무도 내성 스킬 찍은 사람 없어요?”

       

        이수아 헌터는 좀 더 다급해진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하… 아시다시피 우리 길드가 기업형으로 움직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전쟁기념관 던전에는 그런 특성을 지닌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젠장. 그런 똥 스킬을 누가 찍는단 말입니까. 애초에 블루 길드에는 그딴 스킬 찍은 사람은 없을 텐데요. 우리 길드 영역에선 아예 필요도 없는 스킬이지 않습니까?”

       

        다들 꽤 정신없는 표정이 되었다.

        무조건 분위기로 보아하니 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우리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몰살되는 거 아냐?”

        “아 시발.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던전 퀘스트 오류에 대해서 찾아보기나 해. 어떻게 해서든 빨리 나갈 생각을 해야지.”

       

        다들 살짝 패닉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두사 내성…?’

       

        나는 어차피 그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멀찌감치 뒤에서 스킬창이나 살펴보는 중이었다.

       

        오랜 만에 열어보는 스킬창.

        정말 수없이도 많은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인정하듯이 스킬은 정말 많다.

        이 스킬 창을 모두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 가능하냐? 라는 것은 언제나 화두였다.

       

        당연히 그랬기 때문에 모든 헌터들은 필수적인 것, 그리고 자신이 전문적으로 활용할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선택과 집중.

        자원이 충분하지 않을 땐 어쩔 수 없으니까.

        현대 사회의 직업 전문화와 비슷한 개념이긴 하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도 이 스킬을 찍지 않은 것 같았다.

       

        ‘흠. 250포인트?’

        ‘뭐 이렇게 개같이 비싸?’

       

        물론 나는 포인트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저 정도는 헐값에 불과했다.

        마치 어느 재벌에게는 스포츠카 구매 비용이 택시비처럼 느껴질 것이다라는 말처럼.

       

        나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펴보았다.

        왠지 내가 나서야 할 것 같기는 했지만, 첫날부터 나섰다가는 깝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 정말 없어요? 다들? 하.. 아니 어떻게 이 많은 인원 중에 그걸 찍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죠?”

       

        상황은 점점 심해지는 모습이었다.

       

        삐삐삐삑.

       

        퀘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들 얼굴이 굳어졌다.

        누군가는 공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 다들… 주… 준비해.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야지.”

        “아이. 어떻게 살아나가라고요. 장난해요?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는데?”

       

        어거지로 무기를 드는 모습이었다.

       

        ‘어. 이거 내가 정말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안그러다간 모두 전멸하는 것 아닌가?’

       

        워낙 던전의 종류는 방대했기 때문에 아무리 공부를 해도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 메두사는 드롭 아이템은 쓸모 없는데 투자해야하는 비용이 높아 비인기 대상이었으니까.

        나 또한 거의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단 한가지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메두사의 스킬에 당한 자는 온 몸이 서서히 돌로 굳어져간다는 것.

        그리고 그 스킬에 당하지 않거나, 혹은 당한 자를 풀어주기 위해선 방금 말한 스킬이 필요하다는 점.

       

        “아. 누구 스킬 포인트 남겨둔 사람 없어요? 시발. 나중에 길드에서 돈 들여서라도 포인트 리셋해줄테니까 누가 좀 찍어봐요.”

        “어떤 미친놈이 250포인트나 평소에 남겨놔? 그런 놈이 있으면 오히려 가까이 곁에 두면 안된다고.”

        “아… 해봤자 17포인트 밖에 없어요. 큰일났어요.”

       

        멀리서 뭔가가 기분 나쁘게 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었다.

       

        “어? 원래 메두사는 1마리씩 나타나는 거 아니에요?”

        “그… 그렇지…? 나는 그렇게 봤는데…? 뭐… 뭐야?”

        “아니. 이거 던전 뭔가 상향 조정 된 것 같은데요?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일…”

       

        더더욱 혼란에 빠졌다.

        다들 각종 쉴드와 버프를 걸며 준비를 했지만, 두려운 모습을 감추기는 힘들어 보였다.

       

        “모… 모두들… 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요. 다들 스킬 당하기 전에 재빠르게 목을 베면…”

        “저것들 민첩이 얼마나 높은데 그딴 소리를…”

       

        점점 위기감은 높아지는 중이었다.

       

        “저 지훈 씨.”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이수아 헌터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녀는 평소보다도 좀 더 표정이 찌푸려진 상태였다.

       

        “오늘 처음이시죠. 뒤에 물러나 계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뭔가의 고통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E급 헌터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에요. 죄송합니다. 첫 날 이런 일을 겪게 해드려서.”

       

        분명 목소리는 날카로웠지만 걱정해주는 마음이 묻어나왔다.

       

        꺄오오오..

       

        수많은 메두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음화 보기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