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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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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 살림 경력만 10년이 넘은 나에게 이 정도는 껌이었다. 실과 천이 허공을 가르고 순식간에 옷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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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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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이 되자 이마를 닦으며 완성본을 보았다. 분명 재료는 검은 천이 전부였는데 만들어진 건 화려한 장식이 달린 멋들어진 제복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알을 쭉 내민 채 놀랐겠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개그 세계에선 이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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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욕을 듣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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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을 조심스럽게 챙겨 방을 빠져나와 오딜이 머무르고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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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응?”
   “옷을 수선해 봤는데..어떠신가요 오딜님?”
   “이건..”
   “오늘 오딜님이 입으실 옷입니다! 이걸 입으면 평소보다 2배 아니, 3배는 위대해 보일 겁니다!”
   “이런 옷이…내 집에 있었던가?”
   “있고말고요!”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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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멋들어진 제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옷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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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입어보지.”
   “예!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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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이 다른 방으로 향하고, 혼자 남은 나는 오딜이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책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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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통신용 거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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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멋들어진 이름이 있는 걸로 알지만, 그런 세세한 거까지 기억하진 못했다. 거울은 아직 작동하지 않아 방 안을 비춰 보이고 있었다. 나중에 거울을 사용할 때도 방의 풍경이 그대로 보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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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이제 옷은 다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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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엉망인 방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깨끗하게 청소해둔 덕분에 검붉은 카펫이나 벽지는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지만 다른 곳은 엉망이었다. 금세 어질러 놓은 탓이다. 개그 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던 일이었기에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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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정리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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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하얀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쿠구구궁! 콰과광! 드드드득! 두두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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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장에서 날 법한 소리가 퍼져나가고 하얀 안개 같은 먼지구름 방 안을 가득 메운 순간, 옷을 갈아입고 느긋하게 걸어오던 오딜이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굳은 표정으로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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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다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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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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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등장과 동시에 하얀 먼지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고풍스러운 흑마법사의 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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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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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과 달리 방 안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반짝거렸다. 오딜의 실험실은 어느새 방 꾸미기 게임 고인물이 꾸며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문제는 그가 들여놓은 적 없는 가구들이 놓여있다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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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게 다 뭐야? 너…어디서 이런걸…?”
   “네? 전부 방에 있던걸요?”
   “이런 게 어디 있었다는 거야?!”
   “그…잔뜩 쌓여있던 물건 더미 안에..”
   “아니, 저 크기는 그 더미에서 나올 크기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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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대로 천장에 달린 천체 모형은 쌓여있던 물건 더미만 한 크기를 자랑했다. 더미에서 눈 앞에 있는 멋들어진 가구나 장식품이 나온다는 걸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그 세계에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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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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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정말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딜이 결국 포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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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됐다. 어디서 이런걸 구해온 건지는 묻지 않을 테니 이만 방에서 나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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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힘 없는 척 어깨를 늘어뜨린 채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마자 숨을 죽이며 문에 찰싹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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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어 안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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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이게 내 실험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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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나가기 무섭게 오딜은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거울이 놓인 책상 앞, 고풍스러운 의자에 ‘척’하고 앉아 멋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대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게 보지 않아도 보였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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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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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했음에도 실험이 이어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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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일을 했더니 피곤하네.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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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근한 몸을 풀고자 스트레칭을 하며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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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오늘 내가 한 선행이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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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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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카맣게 죽어버린 땅 위에 우뚝 솟은 새카만 성안, 황실의 식당처럼 널찍한 방 안에 디귿자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테이블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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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부분의 자리는 동그랗고 납작한 기계만 놓여있을 뿐이었다. 손바닥만 한 기계는 은은하게 빛나며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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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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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둘 비어있던 자리에 동그란 홀로그램들이 떠올랐다. 흑마법사 회의장에 직접 찾아오지 못한 이들이 마법 도구를 이용해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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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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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상석 자리에 홀로그램이 떠오르고, 잔뜩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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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참가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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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질문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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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오딜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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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한 체격을 가진 비빔이 씩 웃으며 아직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몇몇 이들은 즐겁게 웃으며 아직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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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시체 하나 치우겠군.’
   ‘오딜이라…꽤 쓸만한 몸이던데, 머리통이랑 몸은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해볼까?’
   ‘전부터 어리바리하게 행동하더니 결국 저렇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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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제때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오딜의 모습에 속으로 맘껏 그를 비웃었다. 메마른 눈빛으로 오딜의 기계 쪽을 바라보던 대마법사 판은 잠시 침묵한 후 입을 열어 회의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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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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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져있던 기계장치가 진동하며 화면이 훅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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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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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흑마법사의 시선이 오딜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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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 호오.. ]
   [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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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흑마법사들이 감탄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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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그다지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다 옷도 어디서 싸게 무더기로 산 것 같은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녀 꽤 우스운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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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가 오늘은 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가죽 의자에 몸을 푹 기댄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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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뒤에 떠다니는 건 뭐지? 설마 천체를 나타낸 건가?’
   ‘허어…벽에 걸린 건 설마 미지의 동물 우티아의 뼈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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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뿐만 아니라 그의 배경까지 전부 범상치 않았다. 흡사 거지가 하룻밤 사이에 대귀족이 되어 나타난 것과 같은 꼴이었다. 모두가 경악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 비음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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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오딜? 꽤 멋진 모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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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부위만 겨우 가릴 정도로 짧은 바지와 화려한 브라를 입은 여자가 분홍색 손톱을 내보이며 야릇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가 입을 열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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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왕이 왜 이런 회의에 참여하는 거야? 젠장, 눈 마주친 건 아니겠지?’
   ‘쯧, 그녀에게 찍혔으니 앞으로 인생이 고달파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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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의 흑마법사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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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응, 한번 놀러 가도 돼?”
   [ 그,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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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기세등등한 모습이 사라진 채 어깨를 움츠렸다.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던 그때, 오딜의 뒤로 조용히 문이 열렸다. 다행히 의자에 가려져 문이 열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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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 건 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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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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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면접 보러 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처럼 리안은 슬쩍 방 안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개그 필터’라 추정되는 힘이 발동했다.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말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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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에 ~ 나 놀러 가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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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엄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어느새 애교를 부리며 눈웃음을 쳤다. 평소라면 목숨이 잃는 게 무서워 덜컥 겁을 먹었을 오딜이 눈을 크게 뜨며 부각된 그녀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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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원하신다면 얼마든지. ]
   “정말? 정말 간다?”
   [ 예,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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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 한번 없는 너드와 갸루 여고생의 대화 같은 게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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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흠, 이만 회의를 시작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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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묵직하게 분위기를 지키던 대마법사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하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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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진행되고 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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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화풀이 없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안은 뿌듯하게 웃으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의 시선이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말랑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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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금 내가 뭐라고 한 거야? 저 미친년을 초대한 거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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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딜이 몸을 덜덜 떨며 눈동자를 마구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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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죽을거야! 죽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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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겁에 질려 몸을 덜덜 떨어댔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과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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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주인공에게 위협적인 존재에겐 개그 필터를 씌워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사랑입니다 \\\(۶•̀ᴗ•́)۶////다음화 보기

집안 살림 경력만 10년이 넘은 나에게 이 정도는 껌이었다. 실과 천이 허공을 가르고 순식간에 옷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휴 -.”

완성이 되자 이마를 닦으며 완성본을 보았다. 분명 재료는 검은 천이 전부였는데 만들어진 건 화려한 장식이 달린 멋들어진 제복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알을 쭉 내민 채 놀랐겠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개그 세계에선 이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욕을 듣진 않겠지.”

옷을 조심스럽게 챙겨 방을 빠져나와 오딜이 머무르고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무슨 일 -…응?”

“옷을 수선해 봤는데..어떠신가요 오딜님?”

“이건..”

“오늘 오딜님이 입으실 옷입니다! 이걸 입으면 평소보다 2배 아니, 3배는 위대해 보일 겁니다!”

“이런 옷이…내 집에 있었던가?”

“있고말고요!”

“흐음..”

오딜은 멋들어진 제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옷을 가져갔다.

“한 번 입어보지.”

“예!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오딜이 다른 방으로 향하고, 혼자 남은 나는 오딜이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책상을 바라보았다.

“이게 통신용 거울이구나.”

따로 멋들어진 이름이 있는 걸로 알지만, 그런 세세한 거까지 기억하진 못했다. 거울은 아직 작동하지 않아 방 안을 비춰 보이고 있었다. 나중에 거울을 사용할 때도 방의 풍경이 그대로 보일 터였다.

“좋아, 이제 옷은 다 만들었으니까…”

나는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엉망인 방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깨끗하게 청소해둔 덕분에 검붉은 카펫이나 벽지는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지만 다른 곳은 엉망이었다. 금세 어질러 놓은 탓이다. 개그 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던 일이었기에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방 정리도 시작해볼까!”

새 하얀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쿠구구궁! 콰과광! 드드드득! 두두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사장에서 날 법한 소리가 퍼져나가고 하얀 안개 같은 먼지구름 방 안을 가득 메운 순간, 옷을 갈아입고 느긋하게 걸어오던 오딜이 무시무시한 소리에 놀라 굳은 표정으로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스스슷.

그의 등장과 동시에 하얀 먼지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고풍스러운 흑마법사의 방이 드러났다.

“헉…?!”

전과 달리 방 안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반짝거렸다. 오딜의 실험실은 어느새 방 꾸미기 게임 고인물이 꾸며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문제는 그가 들여놓은 적 없는 가구들이 놓여있다는 데 있었다.

“이,이게 다 뭐야? 너…어디서 이런걸…?”

“네? 전부 방에 있던걸요?”

“이런 게 어디 있었다는 거야?!”

“그…잔뜩 쌓여있던 물건 더미 안에..”

“아니, 저 크기는 그 더미에서 나올 크기가 아니잖아?!”

그의 말대로 천장에 달린 천체 모형은 쌓여있던 물건 더미만 한 크기를 자랑했다. 더미에서 눈 앞에 있는 멋들어진 가구나 장식품이 나온다는 걸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그 세계에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있었는데요?”

내가 정말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딜이 결국 포기해버렸다.

“하아…됐다. 어디서 이런걸 구해온 건지는 묻지 않을 테니 이만 방에서 나가!”

“예..”

나는 힘 없는 척 어깨를 늘어뜨린 채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마자 숨을 죽이며 문에 찰싹 달라붙었다.

슥,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어 안을 확인했다.

“크흐흐…이게 내 실험실이라고?”

내가 나가기 무섭게 오딜은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거울이 놓인 책상 앞, 고풍스러운 의자에 ‘척’하고 앉아 멋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대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게 보지 않아도 보였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렇게 했음에도 실험이 이어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일을 했더니 피곤하네. 좀 쉬어야겠다.”

뻐근한 몸을 풀고자 스트레칭을 하며 방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오늘 내가 한 선행이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꿈에도 몰랐다.

***

새카맣게 죽어버린 땅 위에 우뚝 솟은 새카만 성안, 황실의 식당처럼 널찍한 방 안에 디귿자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테이블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리는 동그랗고 납작한 기계만 놓여있을 뿐이었다. 손바닥만 한 기계는 은은하게 빛나며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우웅,웅.

하나, 둘 비어있던 자리에 동그란 홀로그램들이 떠올랐다. 흑마법사 회의장에 직접 찾아오지 못한 이들이 마법 도구를 이용해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우웅!

가장 상석 자리에 홀로그램이 떠오르고, 잔뜩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 다 참가했나? ]

그의 질문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 아직 오딜이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

통통한 체격을 가진 비빔이 씩 웃으며 아직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몇몇 이들은 즐겁게 웃으며 아직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오늘 시체 하나 치우겠군.’

‘오딜이라…꽤 쓸만한 몸이던데, 머리통이랑 몸은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해볼까?’

‘전부터 어리바리하게 행동하더니 결국 저렇게 되는군.’

그들은 제때 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오딜의 모습에 속으로 맘껏 그를 비웃었다. 메마른 눈빛으로 오딜의 기계 쪽을 바라보던 대마법사 판은 잠시 침묵한 후 입을 열어 회의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우웅.

꺼져있던 기계장치가 진동하며 화면이 훅 떠올랐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모든 흑마법사의 시선이 오딜을 향했다.

“헉…!”

[ 호오.. ]

[ 와.. ]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흑마법사들이 감탄을 흘렸다.

오딜은 그다지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다 옷도 어디서 싸게 무더기로 산 것 같은 펑퍼짐한 옷을 입고 다녀 꽤 우스운 꼴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은 각이 딱 맞아떨어지는 맞춤 정장을 입고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가죽 의자에 몸을 푹 기댄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뒤에 떠다니는 건 뭐지? 설마 천체를 나타낸 건가?’

‘허어…벽에 걸린 건 설마 미지의 동물 우티아의 뼈인 건가?’

그뿐만 아니라 그의 배경까지 전부 범상치 않았다. 흡사 거지가 하룻밤 사이에 대귀족이 되어 나타난 것과 같은 꼴이었다. 모두가 경악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 비음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뭐야 오딜? 꽤 멋진 모습이네?”

중요한 부위만 겨우 가릴 정도로 짧은 바지와 화려한 브라를 입은 여자가 분홍색 손톱을 내보이며 야릇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가 입을 열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천왕이 왜 이런 회의에 참여하는 거야? 젠장, 눈 마주친 건 아니겠지?’

‘쯧, 그녀에게 찍혔으니 앞으로 인생이 고달파지겠군.’

대다수의 흑마법사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흐응, 한번 놀러 가도 돼?”

[ 그,그게.. ]

오딜은 기세등등한 모습이 사라진 채 어깨를 움츠렸다. 분위기가 무섭게 가라앉던 그때, 오딜의 뒤로 조용히 문이 열렸다. 다행히 의자에 가려져 문이 열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 건 리안이었다.

‘잘하고 있나?’

처음 면접 보러 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처럼 리안은 슬쩍 방 안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개그 필터’라 추정되는 힘이 발동했다.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말랑해졌다.

“왜에 ~ 나 놀러 가고 싶단 말이야!”

위엄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어느새 애교를 부리며 눈웃음을 쳤다. 평소라면 목숨이 잃는 게 무서워 덜컥 겁을 먹었을 오딜이 눈을 크게 뜨며 부각된 그녀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 그…원하신다면 얼마든지. ]

“정말? 정말 간다?”

[ 예,예에. ]

경험 한번 없는 너드와 갸루 여고생의 대화 같은 게 오갔다.

[ 크흠, 이만 회의를 시작하지. ]

그때 묵직하게 분위기를 지키던 대마법사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하게 시켰다.

‘잘 진행되고 있나 보네.’

끔찍한 화풀이 없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안은 뿌듯하게 웃으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의 시선이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말랑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지,지금 내가 뭐라고 한 거야? 저 미친년을 초대한 거야? 내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딜이 몸을 덜덜 떨며 눈동자를 마구 떨었다.

‘주,죽을거야! 죽을 거라고!’

오딜은 겁에 질려 몸을 덜덜 떨어댔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과 전혀 달랐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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