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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5.

       

       

       “제발, 그만 좀 해라.”

        

       피로함이 짙은 목소리였다. 한숨을 쉬는 듯한 그 목소리의 보유자는 정말로 피곤한 듯이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곧바로 그 말에 대답이 날아들어왔다.

        

       “아니이~! 그래도오~! 너무 아쉽잖아. 한 번쯤은 우리 대장놈, 아니 이젠 전 대장놈인가? 이 전 대장놈 따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뒤지기나 하고 말이야. 게다가 이 어벙- 한 자세로 뒤진 것 좀 보라고!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니까?! 캬하하하하-! …근데 이거 전 대장놈 맞겠지? 뼈다귀만 남아서 가늠이 안 가네, 쩝.”

       “……너 그게 필레드인줄도 모르고 머리를 그렇게 차고 있었던 거냐? 그 정도 신장을 가진 작자가 필레드 말고 대체 또 누가 있…됐다. 더 입 열지 마라, 시르바느. 필레드가 아니라 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남자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시르바느라 불린 여자는 입가를 주욱 올림과 동시에 필레드의 잘린 두개골을 차던 것을 멈추고는 고상한 듯한 인사를 남자에게 보였다.

        

       남자가 고상한 듯하다고 추측을 한 이유는 아무리 보더라도 그 행동에 고상함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저 행동이 고상하다고 여길 사람은 시르바느 단 하나밖에 없을 거라고 속으로 확신했다.

        

       “예이~! 예이~! 알겠습니다요, 람파이드님. 우리 새로운 대장님께서 명령하시는 데 당연히 따라야지~, 그래서, 뭐 특이한 건 찾았어?”

        

       람파이드는 대답 대신 들고 있던 것을 위로 던졌다. 그가 던진 것을 받은 시르바느는 욕설을 내뱉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씨발. 이거 테시엔 년의 머리잖아. 이 씹 같은 년의 머리를 왜 나한테 줘?”

        

       람파이드는 말과 달리 전 대장의 머리를 공중으로 던졌다 받으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포기하고, 곧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유일하게 백골화가 진행되지 않은 거니까.”

        

       그 소리를 들은 시르바느는 즉시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올라갔던 입꼬리를 추락시킨 그녀는 천천히 전 대장의 머리를 훑기 시작했다. 매우 조심스러운 동작이었다.

        

       “……굉장히 깔끔해. 여러 번 내리친 게 아니야. 일격으로 자른 거지. 한 두 번 목 잘라본 게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잘려진 단면의 살 부분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있어. 살아있을 때 자른 거야.”

       “역시 직접적 사인은 참수인가. …이해가 안되네.”

       “이거, 어디서 발견했어?”

       “여기서 500 큐빗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몸은 까마귀들이 잔치판을 벌이고 있어서 가져오지 못했어. 내 몸으로 가져올 만한 크기도 아니고.”

       “…이것도 이 짓거리 만든 새끼랑 같은 새끼일까?”

        

       시르바느는 머리에서 시선을 때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넘실거리는 안개 속에서 수 백의 백골들이 표류하는 모습은 마치 폭풍우를 만나 난파당한 뱃무덤을 연상시켰다. 지금 같은 경우는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무덤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를 따라 주변을 보던 람파이드는 제법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수 백 구의 시체에서 살점들이 말끔하게 제거되어 있는 모습은 암살자 집단의 새로운 수장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자신의 본분에 걸맞게 지극히 암살적인 관점에서 그는 시르바느의 질문에 답을 해줬다.

        

       “그게 이해가 안된다는 거다, 시르바느. 현실적으로 총교단의 추격대를 모두 죽이고 필레드까지 죽이려면 그에 걸맞는 숫자가 필요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 백 구의 시체에서 살점을 발라내려면 더더욱. 그런데…여기는 그런 난전이 펼쳐진 흔적이 전혀 없어.”

        

       “그럼 역시 주문쟁이 놈들?”

        

       “만약 테시엔이 멀쩡하게 남아있지 않았다면 나도 마법사 놈들 짓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 괴짜 놈들 속은 알 수 가 없으니까.헌데, 수백을 백골로 만들고 테시엔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것도 아주 살짝 이기는 하지만 거친 단면을 봤을 때 이건 마법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자른 거 잖아. 왜 테시엔은 물리적으로 참수를 해야 했을까?”

        

       시르바느는 미간을 찌푸렸다. 몇 번을 생각해도 역시 복잡함은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 쉽고 간단한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해결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르바느는 점점 복잡해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녀가 신성력을 이용해 뭔가 했을 수도 있지.”

       “신성력은 그런 방식으로 운용되지 않아. 아무리 우리가 암살자 집단이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총교단 산하인데 좀 공부를 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시르바느.”

        

       시르바느의 미간에 새겨지는 골짜기가 더 깊어지기 전에 람파이드는 그 고뇌의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정신을 빨리 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구조의 손길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무래도 우리의 영특하신 성녀님은 뭘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몰라도, 조력자를 만난 덕분에 이전과 달리 경계심이 상당히 풀어진 모양이야.”

        

       그제야 시르바느는 그가 내민 손에 있는 것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옅은 금색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었다.

        

       그녀가 자신이 내민 구조의 손길을 잡은 것을 본 람파이드는 이제 그녀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몸을 움직여, 손으로 땅바닥을 쓴 후, 그 손을 높이 한 방향으로 치켜 올렸다. 역시 그의 손에 옅은 금발 몇 가닥이 또 묻어나왔다. 그리고 그의 예상처럼, 시르바느의 시선을 그의 손 쪽으로 당겨올 수 있었다.

        

       그가 내민 방향은 에텔바이어 산의 정상이었다.

        

       “성녀님한테 직접 물어보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겠지. 그 조력자가 누구인지도. 그러니까 애들 불러, 시르바느. 혹시 모르니까, 마법 전용 방어구까지 다 챙겨오라고 해. 어떤 새끼가 우리 성녀님 데려갔는지 그 면상 좀 봐야겠다.”

        

       점점 낮아지는 람파이드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성녀의 머리카락이 짓이겨졌다.

        

       시르바느는 마침내 쉽고 간단해진 상황에 크게 기뻐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필레드의 두개골을 거칠게 걷어찼다. 그 거친 놀림에 호응하며 흙먼지가 폭발하듯 날아 올랐다.

        

       –

        

       흙먼지가 폭발하듯 날아 올랐다. 바람을 타고 몸을 던진 흙먼지들은 그 모험적인 행동이 무색하게 곧바로 군청색 갑주에 잘려 나가는 참사를 맛봐야 했다.

        

       그곳은 포장은 커녕 경계를 표시하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길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종족 덕분이었다. 똑같이 석양을 등진 그들은 그 커다란 흙바닥 양 끝 쪽에 앉아 일렬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었다. 외형은 다양했다.

        

       누런 이를 내보이며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수염을 매만지는 애꾸눈의 드워프.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푸석푸석한, 아마 한때는 찬란히 빛났을 것이리라 짐작되는 머리카락을 빗는 젊은 여성 엘프. 어금니 한 쪽이 부러진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어깨를 긁는 남성 오크 등.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모두들 둘을 보고 있었다.

        

       거의 노려보는 것에 가까운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대부분은 몇 초간 바라보는 것에 그쳤지만 몇 몇은 그럴 생각도 없다는 듯 시야에서 사라질 동안 노골적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에 데스나이트와 성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성녀는 그들의 시선에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묵묵히 앞 만을 보고 걸었다. 처음으로 보는 이 수많은 경계 어린 시선 속에서, 그녀는 빨리 이 당혹스러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샤르콧 이라는 이름만 들어본 이 마을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살짝씩 돌리며 종족들을 시야에 담았다. 경계 어린 시선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경계를 넘어 그가 가장 많이 받던 시선은 살의였다. 경계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다. 경계 없는 살의는 없으니.

        

       때문에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다양한 종족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가장 최근의 계약에도,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이렇게 종족이 한 곳에 모인 것은 드물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기에 바빴다. 각 종족마다 고유성이 있기에 그로 인해 충돌이 발생한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에는 이런 장면이 꽤나 신기해 보였다.

        

       “…너무 둘러보지 마세요.”

        

       에실리아가 조용히 그의 행동을 지적했다. 제르피에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고는 그녀처럼 앞 만을 바라보았다. 별 유용성은 없는 행동이었다. 굉장히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뛰쳐나온 듯한 차림새의 자그마한 여성은 둘째 치고, 군청색의 맥시밀리언 아머를 온 몸에 착용한 제르피에드는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앞 만을 보는 건 그저 정신적 만족을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다 왔어요.”

        

       성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제르피에드는 천천히 그 건물을 둘러보았다.

        

       안개가 머무르는 산 여관

        

       그가 보기에도 성의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작명이었다. 950년 후의 멋들어진 작명 감각을 기대했던 그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먼저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오래된 듯한 목재 문에서는 끼익거리는 소리와 텁텁한 냄새가 풍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황당할 정도의 적막이었다. 환영 인사도 뭣도 없는 적막이 그들을 반겼다.

        

       제르피에드는 이번에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경계 어린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시선들과 다르게 곧바로 사라졌지만.

        

       “대실? 숙박?”

        

       의자에 앉아 파이프를 피우면서 물어본 그는 중년의 인간 남성이었다. 머리가 살짝 벗겨진 그는 테이블에 맥주잔 하나를 가득 채워 놓고 자신의 앞에 놓여진 카드에 집중했다. 다시 갈라진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대실? 숙박?”

        

       제르피에드는 시선을 약하게 성녀에게 던졌다. 그의 역할은 성녀의 호위였지 이런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을 받은 에실리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숙박이요.”

       “그럼…크흠…성함 좀 말씀해 주쇼. 명부에 기입해야 하니.”

        

       그가 뻐근한 듯 허리를 부여잡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끼익 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목재 바닥을 긁었다. 무릎을 두드리며 접수처로 향한 그는 두꺼운 공책 하나를 밑에서 꺼냈다. 낡은 종이가 내는 특유의 내음이 훅 끼쳐왔다.

        

       제르피에드는 그의 요구에 입을 열었다.

        

       “제…….”

       “제미니!”

        

       그가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에 에실리아는 소리쳤다. 제르피에드가 그녀를 보자 기겁한 눈빛을 그에게 한번 던진 성녀는 제르피에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저는 제미니고, 이쪽은…후치에요. 방은 이 층에 있는 걸로 할게요. 2인용으로.”

       “알겠수. 식사는 할거요?”

        

       에실리아는 대답 대신 손가락에서 뭔가를 튕겼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튕겨진 것이 허공을 갈랐다. 날렵하게 손바닥에 안착한 그것을 중년의 인간은 눈을 찌푸리며 보았다. 그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리자 제르피에드도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조그맣고 반짝이는 그것은 은화였다.

        

       중년 남성은 은화를 두 손으로 고이 감싸 접수처 안 쪽에 넣어 놓았다. 그러고 서는 킥킥거리며 웃음을 입가에 잔뜩 지어 보였다. 몇 개의 빠진 치아 자리가 드러날 정도로 잔뜩.

        

       “가장 좋은 걸로 식사는 준비해드리지. 흑맥주 밖에 없긴 하지만 술도 가져다 드릴깝쇼?”

       “괜찮아요.”

       “나는 먹고 싶소만.”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말에 에실리아는 당혹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몇 번 중년 남성과 제르피에드를 번갈아 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중년 남성에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흑맥주 한 잔은 가져다 주세요.”

        

       또 다시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허공을 갈랐다. 이번에 그것은 에실리아의 손바닥에 안착했다. 조그맣고 녹슨 그것은 열쇠였다.

        

       “이 층으로 올라가서 맨 오른쪽 끝방으로 가쇼.”

       “…그 방밖에 이 인용 방이 없나요?”

       “가장 좋은 방이지.”

        

       킬킬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리던 중년 남성을 붙잡은 것은 성녀의 목소리였다.

        

       “지도 하나를 구매하고 싶은데요.”

       “지도? 무슨 지도? 마을 지도?”

       “아니요, 세계 지도요.”

        

       그러나 대답은 중년 남성에게서 들려오지 않았다.

        

       “이 여관에 그런 건 안 팝니다. 아가씨. 워낙 싸구려라서.”

       “지도 같은 건 잡화점에 가야 팔거요.”

        

       에실리아의 시선이 대답이 들려온 곳으로 돌아갔다. 대답이 들려온 곳은 중년 남성이 카드를 뒤적이던 테이블 건너편이었다. 햇빛에 그을린 듯 칙칙한 색의 피부를 가진 마른 남성 엘프와, 그와 키는 비슷했지만 걷어 붙인 팔뚝에서 근육이 잡힌 게 보이는 남성 오크.

        

       둘 모두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 중년 남성과는 다르게 둘이 들어와도 시선조차 던지지 않던 그들이었다. 카드를 몇 장 섞던 오크는 테이블에 들고 있던 패를 뒤집어 놔두고 검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주인장 대신 사과하지, 이 치가 게을러 빠져서 기본적인 것도 구비를 안 해 놓는 구만.”

       “이러니 맨날 우리만 오고 손님이 없지!”

        

       오크의 말을 엘프가 받으며 킬킬거렸다. 그들의 말에 중년 남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둘에게 소리쳤다.

        

       “놀러 와서는 손님들한테 쓸데 없는 소리 지껄일 거면 꺼지기나 해!”

       “젠야드 아재, 뭐 그리 화를 내쇼? 그래도 우리가 오니까 돈 좀 버는 거 아니오? 여기서 술 마시고 밥 먹는게 우리 밖에 더 있나?”

        

       하지만 그런 주인장의 엄포에도 오크와 엘프는 별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엘프는 킬킬거리며 웃고 있었고, 오크는 그저 무표정을 유지했다.

        

       “저…….”

        

       인간과 엘프, 그리고 오크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말을 꺼낸 에실리아는 주인장을 쳐다보면서 그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잡화점은 어디에 있나요?”

        

       이번에도 답은 주인장이 아닌 그들에게서 들려왔다. 엘프가 그녀를 보며 파이프를 한 모금 빨았다.

        

       “지금은 문 닫았습니다, 아가씨. 해 뜰 때 까지 기다리쇼.”

        

       그런 그들에게 젠야드는 혀를 한 번 차고는 제르피에드와 에실리에게 다가왔다. 파이프에 첨가된 담뱃잎에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계피향이 코 끝을 맴돌았다. 매우 진한 향이었다. 톡 쏘는 계피향에 에실리아는 약간의 기침을 했다.

        

       “저 치들은 신경 쓰지 마시오. 허구한 날 놀고먹는 새끼들이니. 그런데…….”

        

       젠야드는 제르피에드를 위 아래로 한 번 훑어보았다.

        

       “기사님이오?”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젠야드가 아닌 엘프와 오크 둘에서 반응이 나오는 게 슬슬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걸걸한 오크의 웃음 소리가 텅 빈 여관을 흔들었다.

        

       “내 말이 맞잖냐! 기사님 나으리라고! 멍청한 새끼, 기사님 아니면 누가 저렇게 갑옷으로 온 몸을 감싸냐?”

       “씨이팔…그쪽 출신 용병인줄 알았는데….”

        

       엘프는 거칠게 주머니를 뒤적여 동화(銅貨) 몇 닢을 오크에게 건넸다. 바닥에 놓여져 있던 통에 타액을 뱉는 엘프의 표정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젠야드는 다시 한번 혀를 찼다.

        

       “두 분은 방으로 먼저 올라가 있으쇼. 저녁 식사는 다 만들어 드리면 방 안으로 가져다 드리지.”

       “아 네, 부탁드려요. 가죠 기사님.”

        

       에실리아의 말에 제르피에드는 발걸음을 천천히 계단으로 옮겼다. 이 층이나 일 층이나 그다지 다를 바는 없었다. 여전히 오래된 목재 특유의 텁텁한 냄새가 잔뜩 배어 있었다. 주인장이 알려준 방으로 다가가 열쇠를 꽂았다. 열쇠가 녹슨 탓인지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나와 보시오.”

        

       제르피에드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힘을 주고 그대로 당겼다. 으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완벽히 열렸다.

        

       “……부순 거 아니죠?”

        

       살짝 덜렁거리는 문을 에실리아는 두 색깔의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그래도 문짝은 붙어 있고, 잠금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방 내부는 여관의 입구만큼 썰렁했다. 기본적인 가구들과 퀴퀴한 목재 냄새. 그래도 침대 만큼은 주인장의 말처럼 좋기는 했다. 커다란 침대 단 하나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뭐 이상한 것이라도 있소?”

        

       입구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뚝 멈춘 에실리아에게 물으며 제르피에드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신장에도 충분하던 여관 입구와는 달리, 방의 입구는 그보다 높이가 낮아 허리를 살짝 숙이고 들어가야 했다.

        

       들어선 그 또한 하나밖에 없는 침대를 볼 수 있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린 그는 왜 에실리아가 방 안에 멈춰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잠깐 말할 방식을 고민하던 그는 그저 진솔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 편이 합리적이었으니까.

        

       “레이디가 저 침대에서 주무시오.”

       “예? 아니, 그럴 수는 없…!”

       “괜찮소, 나는 어차피 잠을 자지 않으니.”

        

       고개를 돌린 에실리아의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와 함께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 입술을 움직여 댔으나, 그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잠깐 시선에 두다 벽면 한쪽에 있는 창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창문 밖으로 석양이 제 몸을 태우며 죽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제 곧 있으면 제 몸을 태우고 남긴 시커먼 연기가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죽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빛을 받으며 흙바닥에 앉아 있던 종족들은 어느새 자리를 떠났는지 군데 군데 비어 있는 곳이 보였다.

        

       “뭘 보시는 건가요?”

        

       어느새 제르피에드의 옆으로 에실리아가 다가와 질문했다. 그녀의 얼굴 위로 태양의 마지막 빛이 일렁인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많이 옅어 져 있었다.

        

       “기이한 마을이로군.”

       “……기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분명 이렇게 그늘 진 마을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샤르콧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게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활기차다고….”

       “음? 아아, 그런 의미였소? 나는 종족들에 대해 말한 것이오.”

       “종족이요?”

       “원래 이렇게 모여 사는 것이오? 각 종족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주로 생활하는 것 아니었소?”

       “뭐라구요?”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돌려 에실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데스나이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적색과 청색의 눈동자는 잔뜩 커져 있는 상태였다. 한 마디로, 그녀는 놀라고 있었다.

        

       “기사님…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거에요?”

       “무슨 말씀이오? 내가 알 리가 없지 않소. 950년 동안 일어난 일을 내가 어떻게 알겠소.”

       “…이 모든 건 생사대전 때문이잖아요!”

        

       제르피에드는 이렇게 까지 반응을 많이 고민해야 하는 날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950년이라는 간극을 넘어, 이제는 종족들이 서로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는 커다란 변화마저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인가?

        

       “기사님은 생사대전의 주역이셨잖아요!”

        

       핏빛 안광만을 번뜩이며 그가 아무 말이 없자 에실리아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야 말로 뭐라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생사대전의 최전선에 서 있던 자가 저런 말을 하는데 뭘 어떻게 말 한다는 말인가.

        

       “…기사님 생사대전에 있으시면서 대체 뭘 하신 거죠?”

       “딱히 무얼 할 것이 있겠소? 적들을 제거했을 뿐이오. 그것이 계약이었으니.”

       “……정말 계약과 세상을 둘러 보시는 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군요.”

       “그것들 외에 또 뭐가 중요하겠소.”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데스나이트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다. 하긴 그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어차피 그녀 자신도 데스나이트가 계약을 위주로 움직인다는 걸 알아채고 에텔바이어 산으로 왔으니.

        

       “생사대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는 아시나요?”

       “알고 있소. 모든 적들은 내가 다 제거했으니.”

       “…기사님이 다 제거하셨다고요?”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술사 블리토드는 서부 대륙에서부터 생사대전을 선포했다. 블리토드가 제르피에드를 찾아내어 계약을 맺은 곳이 서부 대륙이었으니까. 전쟁은 양측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블리토드는 세계의 남쪽을 통해 동쪽으로 향했으며, 반대로 제르피에드는 북부를 거쳐 동부로 향했다.

        

       “…하지만 블리토드가 전쟁에 나서는 일은 없었소. 본디 그가 가기로 했던 세계의 남부는 역병이 돌아 거의 다 죽었다고 그에게 들었소. 때문에 전쟁은 내가 있던 북부 쪽에서 주로 이루어졌소. 블리토드는 내가 치루는 전쟁을 주로 관망 하고 있었지.”

       “…그 말을 믿으셨나요?”

       “계약이란 본디 상호 신뢰를 통해 이루어지는 법이오.”

        

       데스나이트의 당연한 말에 성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호위기사는 너무나도 기사도를 잘 지키고 있었으니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네요. 블리토드 그 자의 말대로 세계의 남쪽은 역병에 휩싸였죠. 하지만 그건 블리토드 그 자 때문이었어요. 먼저 질문 하나 드릴게요. 기사님은 북부에서 성직자들을 본 적 있으신 가요?”

        

       제르피에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홀로 적들의 대군에 돌격하고, 홀로 걸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성직자들의 부재 때문이었으니까. 있다 하더라도 약한 신성력을 발하는 소수의 하급 사제들뿐. 그 정도는 그에게 별 위험이 되지 않았다. 마법은 갑주에 튕겨 나가고, 무기는 방패에 부서졌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 사라지자, 북부 전선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모든 적들의 피와 살점이 한 줌의 식사로 변모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언제나 성직자들이었다. 대악마와 함께 한 전투에서 성유물로 구성된 진(陣) 내부에 홀로 갇혔을 때 갑주가, 아니 제르피에드 자신 자체가 녹아 내리기 시작하던 경험은 그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런 성직자들이 북부 전선에 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당시에는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중부와 남부에 위치해 있었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전력을 이동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무리 역병이 돌아도 언데드의 가장 큰 적은 성직자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으니까.

        

       “그럴거에요. 생사대전의 북부 전선에서는 오로지 기사님 하나만이 출현했던 반면에 남부에서는 블리토드 휘하의 언데드 대군이 출현했거든요. 물론, 기사님도 정말 강대하기는 하지만…그래도 북부에는 적이 기사님 하나 뿐이었고 남부는 여럿이었죠. 성직자들은 당연히 모두 남부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어요.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성직자들은 아군의 모든 전력이 아니었고, 때문에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죠. 성직자들이 적거나 아예 없는 곳에서 언데드에게서 흘러나온 역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언데드들을 제거하거나 외상을 입은 자들의 치유를 맡던 성직자들은 역병에 걸린 부상자들을 치유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고…치유하는 속도보다 역병에 걸려 죽어 언데드로 바뀌는 자들이 더 많았어요.

        

       여전히 언데드 대군은 많은 숫자를 자랑했고, 외상입은 자들도 역병 걸린 자들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자 패배하는 일이 속출했어요.”

        

       성녀는 점점 표정이 굳어져 갔다. 역사책에 쓰여져 있던 기록은 실로 참담했다. 성직자들은 낮에는 외상을 입은 자들과 역병 걸린 자들의 치유로 모든 신성력을 사용해야 했고, 밤에는 그 틈을 타 언데드 대군이 공격을 시작했다. 한 번 빈틈이 생기자, 그 빈틈은 메워 지기는 커녕 점점 더 벌어져만 갔다.

        

       “오죽하면 곱게 죽고 싶다면서 북부로 탈출한 자들도 있겠어요?”

        

       그나마 그들에게 북부는 단 한번의 공격을 통해 편안하게 라도 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제의 동료처럼 자신이 움직이는 시체가 되어 끔찍한 소멸을 맞이한다는 공포는 모든 아군에게 조금씩 스며들었다.

        

       “결국 패색이 점점 짙어 지자 종족끼리 따로 싸우던 그들은 마지막 발버둥으로 종족 단위의 연합을 구성했어요.”

        

       대악마는 마족을 필두로 한 모든 종족의 지배를, 드래곤은 세상을 자신만의 레어로 재탄생 시키기를, 마녀는 대륙 하나를 제물로 바치기를 원했다. 이 모든 목적에는 폭력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었지만 적어도 다 죽기를 원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블리토드라는 사령술사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절 시키기를 -표면적으로는- 원했고, 이제까지 있던 멸망의 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심각성에 급기야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종족 연합을 탄생시켰다.

        

       “종족의 연합이 생겼다는 말이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에 제르피에드는 흥미로움을 느꼈다.

        

       드래곤 때도 그런 일은 없었는데.

        

       “물론 종족 연합이 생겨도 바뀌는 것은 없었죠. 그런데…그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성녀의 말에 제르피에드는 자신이 블리토드를 영멸시킬 때를 떠올렸다. 아마 그 시점이 종족 연합이 구성되었던 때인 모양이었다. 역시 그가 생각한대로 블리토드는 미친 작자였다. 이토록 중요한 정보를 처음부터 숨기고 있던 것을 보면 아마 자신을 깨웠을 당시부터 배반을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껏 없던 규모의 멸망 위기가 지나가고 난 후 종족들은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기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이런 위기가 또 찾아오면 그때는 지금과 같은 운이 따라준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요. 그로부터 몇 백년이 지난 후가 바로 지금이에요 아시겠나요?

        

       대체 뭘 어떻게 하시면 기사님이 직접 참전하신 전쟁에 대한 정보도 하나도 모를 수가 있어요? 게다가 아까 여관 들어왔을 때 정말 제정신인가 싶었다고요! 그때 진명 말하시려고 했죠?”

        

       “주인장이 명부에 기입한다고 하지 않았소?”

        

       “나 제르피에드 림 세드바이갈이오! 하면 아하! 그러시군요! 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다른 것도 아닌 세상을 몇 번이나 멸망시키려고 한 데스나이트인데! 기사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있겠어요?! 우리 지금 도망치고 있는 신세라고요! 이목 집중시켜서 좋을 게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거짓을 말 할 이유는 없잖소.”

        

       에실리아는 이 기사도와 계약, 그리고 세상을 둘러 보는 것 외에는 관심 없는 호위기사에게 뭘 어떡하면 현재 자신들의 처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똑똑 – .

        

       “아, 네. 들어오세요.”

        

       끼긱거리는 긁히는 소리와 함께 젠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주문하신 저녁 식사요.”

        

       젠야드는 다시 그 치아 빠진 웃음을 지어 보이며 쟁반 두개를 침대 위에 놔두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쟁반에는 막 구워진 듯한 소시지들과 파스타 약간, 그리고 흑맥주 한 잔이 놓여있었다. 제르피에드는 그의 말에 창문 쪽으로 한 번 시선을 던졌다. 어느새 새카만 연기가 세상을 뒤덮은 후였다. 그저 창백하게 빛나는 태양이 타 들어간 후, 남아있는 시체가 태양이 낮 동안 빛났음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젠야드는 실실 웃으며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은화 하나를 사용하는 손님들을 만난 것인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제르피에드는 생각했다.

        

       “그럼 잘 먹겠…아…!”

        

       오랜만의 식사라 고소한 내음에 미소를 짓던 에실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제르피에드를 쳐다보았다.

        

       “기사님 식사는 어떻게 하죠? 의심 안 받으려고 일부러 이인분을 시키기는 했는데…아, 그리고 다음에는 뭔가를 드시고 싶으실 때 좀 상의를 하고 해주세요…! 추적대를 교란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건데 갑자기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요…!”

        

       에실리아는 방금 전 갑자기 그가 맥주를 시킬 때를 떠올리며 당혹스러움을 가득 담아 말했다.

        

       “상관 없소. 맛을 느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소. 섭취한다고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이오. 음…다음부터는 그러도록 하지. 호위기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소.”

        

       레이디의 요청을 머릿속에 잘 넣어둔 뒤 그는 천천히 쟁반 앞으로 손을 뻗었다.

        

       제르피에드는 곧바로 쟁반을 들어 음식들을 자신의 그림자속으로 부어버렸다. 수면에 떨어트린 것처럼 음식들은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았다. 음식 섭취는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피와 살점일 뿐, 굳이 섭취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평범한 맛이었다. 평범한 소시지와 파스타의 맛. 그다지 별 감흥은 없었다. 음식 자체에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으니.

        

       때문에 제르피에드는 기대하던 흑맥주를 그림자속으로 부었다. 과연 950년 후의 맥주는 어떤 맛일까.

        

       빌어먹게도 평범한 흑맥주였다. 제르피에드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면 바람이라도 살짝 쐬어야 할 것 같았다.

        

       죽어버린 태양의 시체인 달을 보며 그는 마을 풍경을 눈에 담았다. 조그만 마을이었다. 별 특기할 것이 없는 마을. 오히려 위치를 보면 왜 이런 곳에 마을이 세워졌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려던 데스나이트는 살짝 움직이던 입을 멈추었다.

        

       에실리아는 몇 숟갈 뜨지도 못하고 잠들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며칠을 산에서 보내고 이제 막 하산한 셈이다. 피곤할 것이 당연했다. 제르피에드는 그녀의 음식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둔 뒤 성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카만 연기속에서 홀로 창백하게 빛나는 달은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제르피에드는 950년 후의 세상을 천천히 자신의 시야에 담도록 노력했다. 저 멀리 보이는 에텔바이어 산의 그림자,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는 낡은 목조 건물들, 아마 숲들로 추측되는 검은 윤곽들.

        

       

       

       

       그리고 여관 벽을 타고 오르는 그림자들까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좀 빠르게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월수금 연재라고 올려놨지만 여유가 된다면 아닌 요일에도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Ilham Senjaya님 감사합니다. 부디 편안한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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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The Death Knight Became The Saint’s Bodyguard

데스나이트는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었다
Score 3.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etrayed by her own Order*, the Saint begged the death knight to become her guard—the death knight who could destroy the world. *tl note: she was betrayed by the church, not her own doing. Author Notes: Contains Authentic fantasy, and wholesome love. I hope this brings you the reader a little bit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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