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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꾸어어어!”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는 하이오크는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아무래도 팔을 잃은 분노를 애꿎은 우리에게 풀려는 모양이었다. 

       

       ‘안 좋은데.’

       

       분노, 광란 상태의 마물은 공격력뿐 아니라 공격 속도 및 이동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상승한다. 

       

       팔이 하나가 없으니 공격 속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무시무시한 덩치로 단숨에 뛰어와 몸통 박치기라도 하려고 한다면….

       

       ‘마차가 위험할 수도 있어.’

       

       어떻게든 일단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꾸어억!”

       “…?”

       

       고함을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던 하이오크가 다리를 절뚝이며 이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 오기 시작했다. 

       

       쿵, 쿠쿵. 쿠쿵.

       

       땅이 리듬감 있게 울렸다. 

       

       ‘다리도 다쳤나?’

       

       긴장한 탓에 잠깐 동안 조여져 왔던 숨통이 다시 툭 하고 트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눈앞에 있는 하이오크는 최대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

       

       ‘이건 기회다.’

       

       본디 캐머해릴까지 가는 경로에서 볼 일이 거의 없는 강력한 마물을 마주친 건 분명한 악운이지만, 그 마물이 저렇게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잡는 데 성공만 하면 한 번에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들어올 거야.’

       

       저거 하나만 잡아도 지금 레벨에서는 레어 울프나 홉고블린 따위를 열 마리, 아니 스무 마리 정도 잡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실비아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팔 하나가 없다고 해도 하이오크라는 마물은 4성의 검사가 혼자서 여유롭게 상대할 정도로 만만한 마물이 아니다.

       

       ‘하이오크 특유의 질긴 가죽을 검으로 베기란 쉽지 않기도 하고.’

       

       혹시라도 실비아가 공격을 막다가 튕겨나간 사이에 우리에게 돌진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

       

       ‘항상 마물과의 전투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돼.’

       

       나는 품에 안았던 아르를 어깨 위에 턱, 올렸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실비아 씨, 놈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주세요. 제가 최대한 빈틈을 노려 볼게요.”

       

       내 말에 실비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이오크에게는 검보단 마법이 더 잘 통할 테니, 최대한 제가 주의를 끌어 볼게요.”

       

       실비아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이오크를 향해 달려 나갔다. 

       

       “꾸워어!”

       

       이쪽으로 절뚝거리며 달려 오던 하이오크는, 마주 달려오는 실비아를 보고 눈을 번뜩이며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멀쩡한 다리를 굳게 디딘 채, 실비아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질렀다. 

       

       “실비아 씨!”

       

       지나치게 정면으로 달려가는 실비아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실비아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콰앙!

       

       “꾸어?!”

       

       하이오크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실비아를 빗겨 나가 땅을 강타했고. 

       

       타닷!

       

       “하압!”

       

       오히려 빗나간 주먹을 밟고 도약한 실비아는 자신의 키의 두 배나 되는 괴물의 넓은 가슴팍에 검을 휘둘렀다. 

       

       ‘놀라운 민첩성이다.’

       

       게임 화면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4성 검사의 움직임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촤악!

       

       언뜻 공격이 정확히 먹힌 것처럼 보였으나.

       

       “꾸어!”

       “…!”

       

       하이오크의 단단한 가죽을 한 번에 베어 내는 데에는 실패했고.

       하이오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체공 중인 실비아를 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고개를 뒤로… 설마!’

       

       마법을 시전하려던 나는 급히 외쳤다. 

       

       “조심해요!”

       

       내가 외치자마자 하이오크는 그대로 실비아를 향해 머리를 들이박아 내리꽂았다. 

       

       콰앙!

       

       “흐읍!”

       

       몸을 웅크리며 검으로 충격을 받아낸 실비아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젠장.’

       

       [스킬 동기화를 통해 ‘아르젠테’로부터 ‘파이어 애로우’를 공유 받습니다.]

       [금일 남은 변경 횟수 : 2회]

       

       파이어 볼의 화력으로는 턱도 없을 게 뻔했기에, 나는 곧바로 스킬을 교체했다.

       

       ‘하이오크도 생각보다 민첩해.’

       

       지금은 투사체 속도가 빠르고 마나의 밀집도가 높은 마법이 필요하다.

       

       “파이어 애로우!”

       

       마나를 끌어올리는 과정도, 술식을 연산하는 과정도 필요없었다. 

       

       시스템의 도움 덕에, 영창을 하자마자 체내의 마나가 끓어올라 뻗은 손바닥 앞에 모였고.

       

       ‘오로지 그 과정을 유지하는 데에 정신만 똑바로 집중하고 있으면.’

       

       쐐애애애액!

       

       이렇게 순식간에 생성된 파이어 애로우가 조준한 곳을 향해 날아간다. 

       

       “꾸어!”

       

       그리고, 그 파이어 애로우는 땅에 처박힌 실비아를 마무리하기 위해 하나뿐인 주먹을 들어올린 하이오크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적중했다. 

       

       팍!

       

       마나가 밀집되어 있는 화살촉이 목표 지점에 닿고.

       조금이라도 더 압축하면 터질 것처럼 밀집되어 있는 그 마나를, 화살대의 마나가 기폭제처럼 목표 지점을 향해 깊이 꽂아 밀어 넣는다. 

       

       그리고, 폭발한다. 

       

       콰아아앙!

       

       “꾸어어억!”

       

       실비아를 향해 주먹을 내리치려던 하이오크가 폭발에 크게 휘청였다. 

       

       ‘먹혔다.’

       

       2서클의 마법이지만, 아르에게서 공유 받고 있는 마력 스탯 덕에 파괴력은 생각보다 상당한 편.

       

       게다가 실비아의 말처럼, 하이오크는 근접전에 강한 대신 비교적 마법 공격에 취약하다.

       특히 화염 속성의 마법 공격에는 더더욱.

       

       “파이어 애로우!”

       

       가능하다면 단숨에 끝내야 한다. 

       맞았다고 좋아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마법을 쏘아야 한다.

       

       쐐애애액!

       

       “꾸어!”

       

       하지만 이번에는 하이오크도 내 공격을 의식한 듯, 팔을 들어 파이어 애로우를 막아 냈고.

       

       콰아앙!

       

       아까와 동일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관자놀이에 직접 맞힌 것보다는 효과가 훨씬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하압!”

       

       다행인 건, 그 사이에 일어난 실비아가 다시 공격에 가담했다는 것. 

       

       하이오크가 하나밖에 없는 팔을 들어 화살을 막아 내자, 그 틈을 타 다시 도약한 실비아가 방금전 베었던 가슴팍을 정확하게 다시 한번 베었다. 

       

       “트리플 슬래시.”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 세 번 같은 곳을 벤다. 

       

       마나로 일순 근육의 움직임을 강화해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을 세 번 베는 기술.

       

       촤아아악!

       

       “꾸어억!”

       

       한 번을 베었을 때는 피 한 방울 나지 않던 하이오크의 가죽이 드디어 갈라지며 피를 뿜었다. 

       

       “파이어 애로우!”

       

       아까처럼 도약한 실비아를 노리지 못하도록, 나는 바로 파이어 애로우를 발사했고.

       

       하이오크는 파이어 애로우를 막느라 실비아의 움직임을 놓쳤다. 

       

       촤악!

       

       “꾸어!”

       

       이번에는 하이오크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간 실비아는 분노에 찬 하이오크의 주먹을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고. 

       

       “파이어 애로우!”

       

       그 틈을 타 다시 날린 파이어 애로우가 하이오크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꾸억!”

       

       그렇게 나와 실비아는 처음 합을 맞추어 보는 것인데도 번갈아 가며 공격을 꽂아 넣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하지만.

       

       콰앙!

       콰아앙!

       

       “…허억, 허억. 거참 질기네.”

       

       문제는 하이오크가 공격을 그렇게 허용하고도 여전히 날뛰고 있다는 점.

       

       “쿠어어어어!”

       

       아무리 마법 공격에 약하다지만 그래도 체급이라는 게 있다고 말하는 듯, 하이오크는 더더욱 난폭하게 주먹을 휘둘러 댔다.

       

       ‘2서클의 마법으로 결정타를 먹이는 건 힘들겠는데. 게다가 실비아의 공격은 자꾸 아쉽게 급소를 피해 가고 있고.’

       

       이래저래 상처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실비아의 공격은 계속해서 급소를 맞히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막타를 치는 게 추가 경험치가 들어오니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좋은 거긴 한데….’

       

       마물을 잡았을 때 경험치는 기본적으로 대미지 기여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막타에는 특별히 추가 경험치가 쏠쏠하게 붙는다. 

       

       그러니 가장 좋은 건 실비아 대신 내가 막타를 치는 것.

       

       ‘…근데 일단 잡아야 경험치를 받든 말든 하지!’

       

       안 그래도 아르에 비해 적은 마나량으로 파이어 애로우를 난사하자, 내 마나는 이제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아르에게 마무리를 맡겨야 하나?

       하지만 실비아가 보고 있는데….

       

       “쀼우? 쀼.”

       

       내 어깨 위에 앉은 아르는 내가 마나 고갈로 힘들어하는 걸 알았는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뺨을 꾹 눌렀다. 

       

       말랑한 손바닥으로 뺨을 눌러 주니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기분이 좋아진 걸로 마나가 회복되지는 않았다.

       

       ‘…아. 잠깐. 그걸 지금 써 볼까.’

       

       문득 히파르에 오기 전, 산적들과 함께 싸우고 나서 내가 아르의 마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안해 냈던 방법이 떠올랐다. 

       

       -우리가 같이 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생각해 내기도 했거든. 그건 나중에 우리 둘이 있을 때 말해줄게. 같이 한번 시도해 보자.

       -쀼우, 쀼!

       

       그 이후, 히파르로 가는 동안 밤에 아르와 함께 침낭에서 잘 때, 나는 마이어 씨와 마부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하고 아르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아르야. 내가 말했던 같이 해낼 수 있는 법, 지금 알려줄까?

       -우응! 알려 조! 아르는 사람들 이써도 레온이랑 가치 싸우고 시퍼!

       -그래. 어떻게 하는 거냐면….

       

       문제는 방법만 알려주고 이후로 아직 한 번도 마물과 싸울 일이 없어 시험을 못 해 봤다는 건데….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쓰겠어.’

       

       나는 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꾸욱.

       

       내 뺨에 올려져 있던 아르의 손에 내 볼이 눌리며 푹 들어갔다. 

       

       “아으야.”

       “쀼?”

       

       아르가 손을 치우자,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전에 말했던 ‘그거’ 할 거야. 바로 할 수 있겠어?”

       

       영혼의 계약을 한 우리 사이에, 뜻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나는 말했다. 

       

       “쀼우!”

       

       다행히 아르는 잘 알아들은 듯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플레임 스피어로 간다.”

       “쀼!”

       

       기본적으로 3서클의 마법이지만,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4서클은 되어야 하는 강력한 화염 마법. 

       

       지금 상처투성이인 하이오크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마법이다. 

       

       ‘아르라면 할 수 있어.’

       

       나는 손을 뻗었다. 

       

       아르는 내 어깨에 앉은 채 가만히 내 손끝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오오…!’

       

       그러자 아르의 입 앞이 아닌, 내 손바닥 앞에 커다란 마법진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니지, 감탄할 때가 아니야.’

       

       나는 잔뜩 집중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하이오크를 노려보았다. 

       

       마치 체내에 있는 마나를 모두 끌어낼 것 같은 기세로, 두 팔을 뻗은 채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아르의 마법진이 마침내 완성된 순간.

       

       나는 아르의 영창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쀼—”

       “—플레임 스피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옥빛일각고래님 6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로렌나인님이 무려 1,000코인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르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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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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