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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주딱의 입에서 괜히 칭찬이 나온 게 아니었다.

       물론 대놓고 함정도 파고 꿍꿍이속을 보였지만, 황제의 얼굴 하나는 대단했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황제의 얼굴을 스캔하고 잠시 스쳐지나간 생각이었다.

         

       ‘존나 잘생겼네. 씹새가.’

         

       남자가 보기에도 되게 잘 생긴 얼굴이었다.

       아마 얼굴로 여자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은 울리지 않았을까.

       얼굴만으로도 이런데 배경까지 든든하다.

       황가에서 태어나 황제가 되었다.

       이 얼굴로 평민의 삶을 살았어도 인생 이지모드. 씹이지모드일 텐데. 황제라고?

       너무할 정도로 혼자 다 가진 것 아닌가.

         

       ‘넌 양심이 있으면 3센티 해라.’

         

       제발 세상의 균형을 맞추려는 협조 정도는 해줬으면 하는데.

       키가 크면 다른 게 작아서라도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얼굴로 황제자리 앉았나?’

         

       현대에서 이 얼굴이었다면 아마 타이타닉 같은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박제되고 유명세를 탔으리라.

         

       “흠… 이야 확실히 잘 생겼네.”

         

       중얼거리며 주딱이 감탄했다.

       정말로 뒤지게 잘생겨서 속마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와버렸다.

       별 거 아닌 행동이지만….

       황제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기엔 충분했다.

         

       “…!”

         

       황제가 경악했다.

       남색가가 관심을 보였다…!

       잘 생겼네. 라는 극찬은 누구에게 들어도 좋지만, 그 대상이 잘못되었다.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게 맛있어 보이네 라고 칭찬을 들어도 기쁘지 않듯이.

       황제도 전혀 기쁜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같은 남자에게 매력 어필이 된다고 기쁠 리가 없었다.

         

       ‘뭣.’

         

       아득한 공포를 느낀 황제는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곳은 황궁. 황제는 이미 집에 있었다. 그렇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주딱을 초대한 건 황제니, 주딱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황제의 몫.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황제의 눈앞에 있었다.

         

         

       ***

         

         

       주딱의 한 마디는 황제의 정신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여자에게 싸늘한 눈치만 보내던 사내가 갑자기 남자에게 잘생겼다는 말을 한다?

       남색가가 아닐까 의심만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확신에 가까웠다.

       주딱의 타깃(?)이 된 황제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방에 들어온 건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몇 시간이 흐른 마냥 고통스럽다.

       집에 가고 싶지만, 이 곳이 황제의 집이었다.

       심지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망할.’

         

       주딱을 위해 준비한 함정이 실패했지만, 그를 회유할 시도는 해야 한다.

       제국에 그가 있다면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 기세는 약간 꺾여버렸다.

         

       황제가 주딱과의 만남을 주선한 이유는.

       갤러리에서 보인 모습이 너무나도 투명하고 적나라해서, 모든 게 진실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이 곳에 와서 본 것이라고는 거짓 밖에 없었다.

         

       ‘진실이란 어디에 있는 것이냐…!’

         

       주딱은 아카데미 여학생이 아니었다.

       심지어 악당 영애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자에 미친 인간도 아니었다.

         

       여태까지 알던 황제의 지식이 무너졌다.

       그의 세상이 무너졌다.

         

       주딱에게 여자라는 강력한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사실과 함께 원래의 목적이= 남아있었다.

         

       회유 시도.

       어떻게든 주딱을 제국으로 꼬셔야 한다.

         

       ‘씨발 맙소사.’

         

       황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꼬신다는 말이 그 말이 아닌 걸 알지만.

       꼬신다는 표현을 생각하니, 바지가 저절로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서두를 꺼내야 하는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주딱을 손님으로 초대한 이는 황제였다.

       하지만 손님이 맞긴 한 건가?

       손님에게 함정을 제공했으면서?

       아니, 함정이 아니다. 선물이지만 주딱이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

         

       황제는 뻔뻔하게 여유로움을 연기하면서, 입꼬리를 슬며시 비틀었다.

       수년간의 정치와 사교로 단련된 억지 미소였다.

         

         

       “짐이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내가 원하는 선물은 아니어서 말이지.”

       “그대의 취향이라 생각해서 준비했다만.”

       “….”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황제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주딱. 그대를 부른 건 다름 아닌 체스 대회 때문이다.”

       “근데… 체스대회 그걸 왜 나한테? 나 없어도 제국이라면 가능한 거 아냐?”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욱 많은 시간과 재화가 필요하지. 갤러리의 협조를 받으면 더욱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하다.”

       “갤러리에 직접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갤러리에 글쓰기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내 아이디가 탄로 나면 볼만하겠군. 그리고 주딱이 직접 말해야 공신력이 있다.”

         

       갑자기 거절하고 싶어졌다.

       거절하고 황제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는 건 귀한 장면 아닐까.

       황제는 무슨 아이디를 쓰고 무슨 글을 쓰고 다닐지 궁금해졌다.

       결론은 갤러리에서 모습을 드러내긴 쪽팔리다 는 것 아닌가.

         

       “근데 그게 전부야?”

       “그렇다.”

         

       주딱은 다리를 꼬았다.

       딱 봐도 다른 속셈이 있다.

       갤러리와 체스 대회라는 건 사실상 단순한 명목에 불과하다.

       고작 이런 일로 여기에 불렀을 리가 없었다.

       방금 전 미인들의 유혹만 하더라도… 100% 선물의 의미는 아니었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고. 체스 대회 얘기로 나를 부른 이유.”

       “….”

         

       반대로 황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원래 지금의 단계라면 주딱은 여자에 헤롱헤롱하고.

       제국으로 오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을 텐데.

       일이 일그러진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대를 제국으로 데려오고자 해서 불렀다.”

         

       황제가 선택한 건 의중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말하기였다.

         

       “흠. 그러니까 너가 나를 원한다 이거네.”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은 그대를 원한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호오.”

       “그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줄 수 있다.”

       “뭐든?”

       “…그래.”

         

       대답 대신 질문으로 이어진 주딱의 말에.

       황제는 황급히 생각을 철회했다.

       뭐든 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직 거기까진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

       준비된 남자 단 둘이서…!

       큭. 황제는 상상만으로도 내상을 입었다.

         

       설마 여기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진 않겠지.

       황제가 속으로 오들오들 떠는 동안, 주딱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가.”

       “어째서지?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작위면 작위. 뭐든 가능하다.”

       “아니 그냥 왕국에서 사는 게 더 좋으니까.”

       “….”

         

       황제는 주딱의 속을 알 수 없었다.

       왜 왕국으로 갔단 말인가.

       왕국이 더 좋아서? 제국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황제가 어림짐작했다.

         

       ‘그가 왕국에 있으려는 이유는….’

         

       제국을 싫어하거나 적대해서?

       확실히 의심이 가긴 한다.

       주딱이 하는 일마다 제국에 손해를 입혔으니까.

         

       왕국이 좋아서?

       이건 애매하다.

       그가 굳이 왕국을 선택할 이유가….

       있었다.

         

       ‘여왕과 소원.’

         

       그녀와 무언가 거래를 했다면 가능성이 있다.

       소원은 왕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니까.

       그걸 미끼로 주딱을 사로잡았다면…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간다.

       왕국을 도와주는 대가로 주딱에게 소원을 약속했다면?

       제국에서 달콤한 제안을 하더라도 우스울 터.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왕국에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눈치네.”

       “왕국은 제국의 적이다. 마음에 들 리가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앞으로도 왕국과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은 없겠고?”

       “그대가 제국으로 온다면 고려는 해보도록 하지.”

         

       제발 제국으로 와줘라.

       가기 싫은데?

       서로의 의견이 부딪쳤다.

         

       황제의 집념이 담긴 눈빛에.

       주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쩝.”

         

       아무리 거절해도 또 다시 부탁해올 예정이겠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왕국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미래가 보였다.

       제국에 오라는 선택지를 강요할 거다.

         

       ‘왕국에서의 행복라이프가…!’

         

       여왕님과 용사를 끼고 왕성 라이프가 무너지는 환상이 보였다.

         

       “계속 권유하는 이유가 뭐야.”

       “전 대륙에 영향력을 펼치는 주딱을 내버려둘 순 없지.”

       “그래서 체스 대회를 빌미로 함정에 빠뜨린 거고?”

       “….”

         

       “내가 왕국에 머무는 동안 똑같은 짓을 하겠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대가 왕국을 대표해서 온 것도 아닌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군.”

         

       황제의 눈이 차가워졌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

       “이걸 보고도 거절할 수 있으면.”

         

       주딱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

         

         

       ‘역시나.’

         

       여기에서 황제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더라도 이후의 일은 뻔히 보였다.

       제국은 왕국에 계속해서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벌일 것이다!

         

       ‘이 새끼가 나한테 칼침 놓은 거 아냐?’

         

       그렇게 의심이 될 정도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구애하고 있다.

       여기에서 황제의 집착을 없애려면… 그의 약점을 후벼 파는 수밖에.

         

       황제가 방에 들어오고 주딱은 그의 약점에 자꾸 신경 쓰였다.

       여왕이 보여줬던 보고서에 적혀있던 단 하나의 흠결.

       ‘머리가 빠진다.’ 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주딱의 눈은 자꾸만 황제의 이마로 향했다.

       M자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마와 다른 곳에 비하면 얇은 머리칼.

       누가 보더라도 탈모가 진행 중인 상황!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황제는 추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하리라.

       그 미래를 아는 황제가 과연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것도 안 통하면.’

         

       갤러리에서 제국과 황제 고로시를 들어가는 수밖에.

       주딱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건….”

         

       주딱이 가져온 물건을 황제가 유심히 쳐다보았다.

       약처럼 보이는 물건…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처럼 내민 것을 보아하니, 그만한 물건일 터.

         

       “마약…!”

       “뭔 마약이여. 아. 근데 그만큼 의존적이긴 하지.”

       “그럼 뭐지? 약을 왜 내게 보이는 거냐! 우리는 마약 같은 걸 거래하지 않는다! 무슨 약인지 밝혀라!”

       “아. 이거? 탈모약.”

       “뭣.”

         

       멈칫.

       황제의 몸이 크게 떨렸다.

         

       “탈모약이라고.”

       “그걸 왜 내게 보이는 거지? 짐의 머리엔 이상이 없다.”

       “아하.”

       “그리고 짐이 바보인 줄 아느냐! 탈모엔 약이 없다! 병이 아닌데 어떻게 치료한단 말이냐!

       “하긴 병은 아니지. 그냥 앞머리가 점점 얇아지다가 빠지는 거잖아. 잔머리가 많이 보이는데. 괜찮나 봐? 괜찮다면야 뭐.”

         

       이 약은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

       테이블 위의 약으로 손을 뻗은 주딱보다 빠르게 황제의 손이 닿았다.

         

       “뭐야 필요 없는 거 아니었나?”

       “큭….”

       “지금 고민 중이었거든. 누군가 탈모약이 필요해보여서 선물할까 했는데. 누가 자꾸 집요하게 제국에 오라는 제안을 하잖아.”

       “크윽….”

       “그래서 선물하기가 싫네?”

         

       그가 침음하며 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탈모… 제어하고 싶제?”

       “크으윽….”

         

       황제의 고민이 깊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eal, kimdoyunniming님 후원감사합니다…!!!!!!!

    어… 요새 그냥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생활패턴, 멘탈, 랭크점수 3개가 동시에 무너진 상황이에용……

    혹시나… 연중할까봐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연재주기는 불확실한 쓰레기 작가지만… 연중 걱정 없도록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쓰고 싶은 게 많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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