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

       ‘로판소’라는 극악무도 잔인 개씹똥좆망겜의 주인공, 소미레.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신성 속성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인물.

         

       이 게임에서는 그녀를 성녀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녀와 대적하는 프란체 데카르트.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미친년이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며 사교계를 휘어잡은 악녀.

         

       흑마법에 대한 재능도 있어 게임 막바지에서는 마녀라고 불리며 보스로 나오는 인물.

         

       둘의 관계는 성녀와 마녀.

         

       서로가 가진 이야기의 대적자.

         

       그런 둘이, 지금 황실 파티장 앞에서 만났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성녀.”

         

       프란체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마치 전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럴 만도 하지. 나도 그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이 기회이긴 해.’

         

       얘가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단순히 싸가지없는 미친년인지. 정체를 확인할 기회. 단서라도 얻었으면 좋겠군.

         

       생글생글 웃으며 프란체의 인사를 기다리는 소미레. 프란체는 눈을 얕게 뜨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인사나 나눌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어머, 저번에 말씀드렸던 게 아직도 신경 쓰이시나 봐요.”

         

       뭐지, 저 미친년은? 순수하게 궁금했다. 저년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지난번에는 제가 죄송했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그렇게 나올 거였으면 진작에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가시가 돋힌 것처럼 까칠한 프란체의 대답에 황태자가 발끈했다.

         

       “데카르트 공녀! 그대는 사회성이라는 게 없는 건가?! 소미레가 이렇게 먼저 화해의 표시를 건넸는데…!”

         

       사회성이 없는 건 너 같은데. 저런 놈도 나중에는 A급 소드 마스터가 되다니, 제국의 미래가 어두컴컴하다.

         

       “태자 전하는 저 성녀가 제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시는지요?”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황태자를 응시하는 프란체.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태자 전하도 들으시면 놀라실 겁니다. 저 성녀라는 년이 무슨 말을 제게 담았는지.”

       “…서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다만, 더이상 소미레를 모욕하지 마라. 내가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참지 않으시면 어쩌시려고요? 설마 데카르트 공작가와 척을 지시려는 건 아니시죠?”

         

       까득. 황태자가 이를 악물었다. 관자가 꿈틀거리는 게 다혈질 특성이 올라왔나 보다. 이걸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전하.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 저는 괜찮답니다.”

       “소미레…! 그렇게 한없이 착해서야 어찌하려고!”

         

       어이구, 지랄을 해요.

         

       “데카르트 공녀님에겐 제가 잘못한 거랍니다. 사과를 받아주시는 건 공녀님의 몫이에요.”

         

       황태자는 이후 “아아- 소미레…!” 이 지랄을 떨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개호구인 걸 대놓고 입증했다.

         

       “그럼 즐거운 파티 되시길.”

         

       가볍게 황실 예법으로 인사한 뒤 파티장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소미레. 황태자도 그녀의 옆에 딱 붙어서 들어갔다.

       

       ‘정체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네.’

       

       뭐, 파티장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을 테니 아직 기회는 남았다마는.

         

       “시작부터 저년을 만나다니, 오늘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시작부터 저 둘을 만나는 걸 보니 안 될 날인 듯합니다.”

         

       후, 프란체가 가벼운 한숨을 내쉰 뒤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시간도 남았으니 바람 좀 쐬다 들어가자. 지금 들어가면 표정 관리가 힘들 것 같아.”

       “그러시죠. 정원이라도 가보시겠습니까?”

       “…황실의 구조를 알고 있니?”

         

       …이런 데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한단 말이지.

         

       “제1 왕자로서 온 적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구라다. 게임에서 혹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히든 피스 없을까, 하면서 비비적댄 곳이 황실의 정원일 뿐…….

         

       “그렇구나. 그럼 정원으로 가자꾸나.”

       “이쪽입니다.”

         

       나는 프란체를 황실의 정원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황도 다음으로 내게 익숙한 곳이다. 황실에 숨겨져 있는 게 많아서 오랫동안 돌아다녔거든…….

         

       “…확실히 황실의 정원답게 아름답구나.”

       “그렇죠? 여길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황실의 정원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여러 종류의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있다. 내가 알기론 궁정 마법사가 꽃이 피고 지는 걸 조절하는 마법을 걸어뒀다나, 뭐라나.

         

       “마음이 좀 풀리네.”

         

       꽃잎에 서린 마력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어떤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 확실히 게임 그래픽으로 보다가 실제로 보니 다르긴 하네.

         

       나는 피식 웃으며 꽃을 바라보는 프란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공…….”

         

       내가 프란체를 부르던 그 순간. 찌릿! 별안간 극심한 두통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마치 전동 드릴로 두개골에 구멍을 내는 느낌.

         

       “어헉……!”

         

       세상이 어지럽게 돌고 있다. 나도 모르게 관자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니?”

       “허억…! 헉!”

         

       뇌리에 한 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달빛이 뜬 밤, 황실의 정원에서 프란체가 벤치에 앉아있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저는 그저 공녀님의 생각에 동조할 뿐입니다.」

       「재미없구나. 너라면 다른 감상을 들려줄 줄 알았어.」

       「……죄송합니다.」

         

       서로 대화까지 나눈다. 대체 이건 뭔가.

         

       이번에는 동기화가 심화한다는 음성도 나오지 않았다. 방금 지나간 장면은 무엇이고, 이런 두통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숨 쉬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호흡이 돌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있었나 보다.

         

       “…이제 괜찮습니다.”

       “설마 병이 악화한 거니?”

       “그런 것 같습니다.”

         

       프란체의 얼굴이 심란해졌다. 안 그래도 시한부라는 거짓말까지 한 상황이라 이런 모습은 되도록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돌아가면 카자르에게 치료를 받을 테니까요.”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 많이 아파 보이던데…….”

         

       목적을 잃으면 안 된다. 우리가 황실 파티에 참석한 이유는 단순하게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니까.

         

       “이 정도는 자주 느끼는 고통이라 괜찮습니다. 파티 도중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공녀님. 목적을 잃지 마세요. 그동안 쌓아 올린 걸 한 번에 무너뜨리실 생각입니까?”

         

       일부러 강하게 말했다. 지금 프란체는 내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이 되지 않는 상태다. 여기까지 와서 모든 걸 망칠 수 없지.

         

       “…알겠어. 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야…….”

         

       다행히 동요한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주억이는 프란체. 나도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이런 추태를 보여서 죄송합니다.”

       “추태라고 할 것까지야…….”

       “이제 파티장으로 입장하시지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주제를 돌려야 한다. 그래야 프란체가 조금이라도 안심할 테니.

         

       “그래. 시간도 슬슬 됐으니 가자꾸나.”

         

       그렇게 황실 정원을 나오고, 파티장으로 입장하려던 그때.

         

       “…프란체 데카르트.”

         

       누군가 또 프란체를 불렀다. 이번엔 또 누구야? 나는 오만상을 구기며 뒤를 돌아봤다. 그녀를 부른 건 다름아닌 카서스 페르시아였다.

         

       ‘하. 오늘 진짜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는 날이네.’

         

         

       * * *

         

         

       카서스 페르시아.

         

       그를 부르는 수식어는 세 가지다.

         

       제국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두 공작가에서 에덴 데카르트의 라이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프란체 데카르트의 전 약혼자.

         

       그리고 캐릭터 특성인 소시오패스. 여성향에서 이런 캐릭터는 계략 남주로 인기가 있다나, 뭐라나.

         

       “페르시아 소 공작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눈을 얕게 뜨고 프란체를 응시하는 카서스. 당연히 인사는 씹었다.

         

       ‘지가 불러놓고 인사를 씹는 건 뭐야?’

         

       진짜 이해가 안 가는 새끼다. 프란체에게 파혼 통보를 할 때도 혀에 칼날을 단 것처럼 말하더니.

         

       “오랜만이군.”

         

       한참 뒤에 인사를 받아준다. 뭐지, 뭔가 분위기가 다른데.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저번에 엮일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게. 저 새끼 지가 한 말도 안 지키는 새끼네.

         

       “소문에 대한 건은 잊지 않았다.”

         

       복수심 때문에 말을 걸어온 건가. 목소리에 살기가 담겨있다. 아무래도 동성애자라는 소문 때문에 고생 좀 했나 보다.

         

       “할 말은 이게 끝이다. 그럼.”

         

       그렇게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는 카서스. 나와 프란체는 자동으로 눈빛을 마주했다.

         

       “저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줄이야. 고생 좀 했나 봐.”

       “그렇겠죠. 일부러 고생하라고 그런 소문을 준비했으니까요.”

       “복수를 하진 않을까?”

       “하겠죠. 하지만 상관은 없습니다. 사업만 성공하면 쉽게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요.”

       “내 능력이 키워지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에서 의류를 독점하고 있던 프리다를 무너트렸다는 업적은 굉장히 크다. 아무리 카서스라도 쉽게 건드릴 수 없겠지.

         

       “괜한 짓을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열심히 해야겠네. 오히려 내가 이겨야지.”

         

       그래. 좋은 마인드다. 카서스가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않았잖아? 아직 받은 거에 반도 돌려주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은 지나간 일이니 됐어. 들어가자.”

         

       계단을 올라서 황실 파티장의 입구로 오니 황금빛의 기사가 칼 같은 각도로 경례하며 말했다.

         

       “초대장을 확인하겠습니다.”

         

       프란체는 익숙하다는 듯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 보여주었고, 황실 기사는 다시 경례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좋은 시간 되시길.”

         

       그렇게 파티장으로 입장했다. 다른 파티장과는 다르게 누가 입장했는지 말은 안 해주나 보다.

         

       “자, 이제 어떡할까?”

       “음. 황실 파티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왕족으로서 와봤다면서 일정을 모르니?”

         

       이번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군. 어쩔 수 없지. 다시 구라를 치는 수밖에.

         

       “정치적으로 만났을 뿐, 파티를 참여한 적은 없어서요. 제가 파티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요.”

         

       프란체는 흐응, 하면서 황실 파티 일정을 설명해주었다.

         

       황실 파티는 이틀간 진행된다. 먼저 온 귀족들은 황태자의 주도하에 첫째 날을 즐기고, 교류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둘째 날에는 황제와 황후가 직접 참여한다고 한다.

         

       “아마 황자, 황녀 전하들도 오늘 참여하실 거야.”

       “그럼 오늘 의류점에 대한 정보를 흘려야겠군요.”

       “그래. 그리고 황제 폐하가 오시는 내일, 안드레아에게 받은 드레스를 입는 거지.”

         

       그럼 공작과 황제에게 동시에 드레스를 보여줄 수 있다. 아마 황후가 크게 관심을 가지겠지. 그렇다면 프란체 의류점의 광고 효과는 성공한 거다. 여기서 그 작업까지만 한다면.

         

       ‘프란체의 드레스는 황후부터 시작해 귀족들에게 널리 퍼질 거야.’

         

       그게 하나의 유행을 불러올 거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드레스니까.

         

       “그럼 오늘이 중요하겠군요.”

       “그래. 최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야 해.”

         

       기대감이라. 한 마디로 아가리를 잘 털어야 한다는 거군.

         

       “그럼 계획을 세웁시다.”

         

       나는 프란체에게 어떤 식으로 정보를 흘릴지 설명했다.

         

       대충 의류를 독점하고 있었던 프리다와 경쟁할 새로운 상표가 등장한다는 내용. 그런데 그곳이 엄청난 투자를 받았고, 건물부터 심상치 않다는 정보였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을까?”

       “어떤 점 말씀이십니까?”

       “내가 만든 상표라는 걸 숨기는 거잖아.”

       “그건 문제없습니다.”

       “어째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래 사업이란, 취급하는 결과물만 좋으면 되는 법. 한 마디로 드레스와 정장만 겁나 잘 뽑으면 된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매장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저희 의류점의 첫 고객은 황후 폐하가 될 테니까요.”

         

       본래 광고에는 모델이 있는 법이지.

       

       프란체 의류점의 드레스를 처음으로 받는 고객은 황후가 될 거다.

       

       우리가 선물할 거거든.

       

       어떤 귀족이 황후가 이용하는 의류점을 욕하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다음화 보기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