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

        서울 구경하고 난 이튿날.

        나는 방송을 켰다.

       

        – 하이요!

        – 라하!

        – 라하

        – 보고 싶었습니다! 라하!

        – 용하

        – 라하(라나님 하이라는 뜻!)

        – ㅠㅠ

        – 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어!왜 이제왔…….

       

        “반갑구나 아이들아.”

       

        겨우 하루 안 봤을 뿐인데, 왜 이렇게 시청자들이 반가운지 참…….

        북한과의 전쟁 때문에 일주일을 휴방한 적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자의와 타의에 의한 차이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래. 하루 동안 잘 지냈느냐?”

       

        – 잘 못 지냈습니다.

        – 라나님 없어서 못 지냈어요 ㅠㅠ

        – 우리의 빛과 소금이신 라나님! 부디! 저희를 굽어살펴주소서!

        – 주접 쳐 내!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나와 같이 활기찬 아이들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시작된 방송이었으나, 이내 채팅창에 한 주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그런데 라나님! 서울 구경은 재미있으셨나요?

        – ㄹㅇㅋㅋ

        – 뉴스 봤습니다!

       

        “음.”

       

        시청자들의 말에 나를 볼을 긁적거렸다.

       

        어제 인간들의 사고를 수습한 후.

        어린아이의 몸 안에 들어 있는 마나가 다 소진될 때까지 나는 아이를 안고 서울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들의 기자들이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느새 기사까지 났었다.

       

        “그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었단다.”

       

        – 헉?!

        – 허크!

        – 허크

        – 라나님 칼 뽑으시나?!

       

        내가 불쾌감을 드러낸 이유는 이것이다.

        사진에 나만이 아닌, 내가 안고 있는 아이의 얼굴까지 함께 찍혔다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아니고, 또한 방송이라는 것을 통해 얼굴을 공개했으니 별 상관은 없지.”

       

        하지만 그 어린아이는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그 어린 것이 어제의 일로 깜짝 놀랐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얼굴까지 모든 인간들에게 공개해 버리다니?

       

        “심지어 너희 인간들에겐 초상권이라는 규칙도 있지 않더냐.”

       

        인간이 아닌 나조차 인간들의 규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건만.

        같은 인간이 자신들의 규칙을 지키지 않다니!

       

        “그것이 매우 불쾌했단다.”

       

        – ㅎㄷㄷ

        – 그런데 놀랍게도 옳으신 말임.

        – ㄹㅇㅋㅋ

        – 이것이 좆간의 혐성?

        – 반성합니다 ㅠㅠ

       

        “어쨌든 잘 해결되었으니 상관없단다.”

       

        원래는 내가 직접 기사를 쓴 인간을 찾아가서 혼내려고 했는데, 인간들의 일은 인간들에게 맡겨달라며 헌터 협회가 나섰다.

        그래서 나는 허락했고, 품에 안고 있는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잘 해결되었다.

       

        – ㅎㄷㄷ

        – 코렁탕 먹은 거 아니겠지?

        – 드래곤에게 혼나기 VS 코렁탕 먹기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러고 보니 북극해 이야기 아시나요?

       

        “아. 그 이야기 말이더냐?”

       

        익숙한 이야기에 저절로 한숨이 푹 나왔다.

        어제 북쪽에서 느껴진 강렬한 힘의 충돌.

        인간들은 그저 뭔가 사고가 생겼나?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잘 느껴졌다.

        내 두 아들이 싸웠다는 것을 말이다.

       

        ‘싸울 거라면 우주로 가서 싸우든 할 것이지…….’

       

        왜 남들에게 폐를 끼치게 대륙 근처에서 싸웠단 말인가?

        내 이놈들을 그냥…….

        어쨌든 대답해 주어야 하니, 나는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이럴 때는 그냥 모른 척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느니라.

       

        – ?

        – ??

        – ?

        – 드래곤이 모른다고요?

        – 드래곤이 모를 리가 없는데?

       

        “자. 그럼 오늘 해볼 콘텐츠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재빨리 오늘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주의를 돌린다.

       

        원래라면 어제 했어야 했지만, 계정 정지가 되는 바람에 하루 늦어 버린 방송 콘텐츠.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 뭐임?

        – 저게 뭐임?

        – 뭔가 뭉치 같은데?

        – 설마 실뭉치인가?

        – 털실 뭉치?

       

        “그래. 오늘은 뜨개질이라는 것을 해볼 거란다.”

       

        내가 인터넷 방송을 잘 살펴보니, 뜻밖에 뭔가를 만드는 방송도 제법 존재했다.

        물론 그렇게 인기가 있지는 않았고, 대부분의 제작 방송들은 간단한 퍼즐을 맞추거나 장난감을 조립하는 정도의 방송들이었다.

        그리고 무늬만 제작 방송이지, 사실상 잡담 방송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잡담이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방송을 시작하기 이전의 나는, 이런 방송이 별로 인기가 많지 않은 종류의 방송이라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방송 시작 시에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내 매니저가 추천을 해주더구나.”

       

        그 첫 번째 이유는 너무 비대해져 버린 내 시청자들을 줄이려는 목적.

        인간들은 이것을 속된 말로 ‘개미 털기’라고 하던가?

       

        매니저들의 말로는, 그동안 내가 너무 유명해져 버린 바람에, 방송인으로서의 라그나가 아니라 드래곤으로서의 라그나가 너무 유명해졌다고 했다.

        물론 내가 만족스러워한다면 상관없으나, 내가 원하는 것은 드래곤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방송인으로서의 나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정적인 방송을 함으로써, 내 방송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이들을 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더구나.”

       

        두 번째 이유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더 순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인간들 사이에서 내 이미지가 약간 괴짜? 맑은 눈의 광인? 그런 이미지라고 하더라.

       

        – 엌ㅋㅋㅋㅋ

        – 왜인지 알 것 같은뎈ㅋㅋㅋ

        – 인정하면 개추

        – 일단 나부텈ㅋㅋㅋㅋㅋ

       

        “음. 고얀 놈들.”

       

        종족이 다르다고 이 늙은이를 놀리다니.

        너무 짓궂은 아이들이다.

       

        “그러니 오늘은 뜨개질로 목도리를 만들어 보겠다.”

       

        – 와아아아!!

        – 목도리!!

        – 그거 삼!

        – 나도!

        – 파실 건가요?

       

        음? 목도리를 팔라고?

        나는 갑자기 내가 만들 목도리를 사겠다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초보인 내가 만드는 것보다는 솜씨 좋은 인간들이 만든 목도리를 사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

       

        – ㄴㄴㄴㄴㄴ

        – 라나님 것이 좋아요!

        – 라나님의 손길이 닿은 목도리는 못 참짘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뭔지는 몰라도, 이번에도 나를 놀리려는 목적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안타깝지만, 이 목도리의 주인은 정해져 있단다.”

       

        – 헉?!

        – 허크!

        – 남자 친구?

        – 남자 친구는 무슨!

        – 미망인이야! 정신 차려!

        – 어지럽넼ㅋㅋㅋㅋ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아이들이로다.

       

        “오늘 만들 목도리는 내 게이트에 방문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란다.”

       

        – 끼야아아아악!!

        – 부럽다! 부럽다! 젠장! 부럽다!

        – 크으으윽!!

        – 내가 갔어야 했는데!

        – 왜 나만? 왜 나만? 왜 나만? 왜 나만? 왜 나만?

       

        “자. 그럼 시작해 보겠단다.”

       

        목도리를 뜨개질하는 방법은 미리 배워왔다.

        비록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본 것이 전부이지만, 뛰어난 드래곤의 분석 능력을 동원하면 영상으로만 보았던 뜨개질 방법을 나의 아바타로 재현하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다.

        나의 손이 익숙한 듯 털실과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목도리를 짜기 시작한다.

       

        – 뭐임?

        – 굉장히 능숙한데?

        – 라나님! 혹시 뜨개질 해 보셨나요?

        – 헐?

        – ㄹㅇㅋㅋ

       

        “뜨개질을 해 본 적은 없구나.”

       

        여러 차원을 돌아다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뜨개질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뜨개질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차원도 있었고, 뜨개질은 있더라도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도 있었고 말이다.

        사실상 뜨개질은 이 차원에서 처음 해 보는 것이다.

       

        쏙! 쏙! 쏙!

       

        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목도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목도리를 짜내다 잠시 멈추곤 카메라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거 아느냐?”

       

        – 뭔데요?

        – ??

        – 네넹.

        – ?

        – ?

       

        “나도 어제 인간에게 들은 사실이다만…….”

       

        정확히는 내가 하루 종일 안고 다녔던 어린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작은 것이 어찌나 입이 가볍던지, 두려움이 조금 가시자마자 내 품에서 거의 하루 종일 떠들어댔다.

        덕분에 사실상 오후부터는 관광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아이와 담소만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어제 아이가 한 말의 대부분은 그냥 아이의 순수한 질문들이었지만, 그중에서는 상당히 인상 깊은 말들도 많았다.

        특히 내 기억에 잘 남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레몬 한 개에는 레몬 4개분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고 하더구나.”

       

        레몬이라는 과일 하나에, 같은 과일 4개분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니?!

        혹시 어떤 마법적인 작용이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어떤 것을 비유로 하는 철학적인 말일까?

        아이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까르르 웃었지만, 나는 그 인상적인 말을 들은 이후로 상당한 충격을 받아 버렸다.

       

        “정말로 심오한 말이 아니더냐.”

       

        – 아…….

        – 할매요…….

        – 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아니 그겈ㅋㅋㅋㅋㅋ

        – 드래곤은 이렇게 속았습니닼ㅋㅋㅋ

        – ㄹㅇㅋㅋ

       

        “음? 뭔가 문제가 있느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시청자들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그저 웃기만 한다.

        상황을 보면 나의 어떤 부분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나의 어떤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종족 차이 때문인가?

       

        시청자들과 가볍게 잡담하는 사이에도 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레몬 이야기’에 대한 나와 시청자들의 잡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순간, 나의 손엔 어느새 목도리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우선 하나는 완성했구나.”

       

        – 헉?

        – 헐?

        – 미친

        – 속도 실화냐?

        – 이상한 것은 아님.

        – 헌터라면 저 정도 속도 나오는 것도 당연하긴 함.

        – 하지만 그 사람들은 라나님이 아니잖아!

        – ㄹㅇㅋㅋ

        – 라나님 지켜!

        – ㅋㅋㅋㅋㅋㅋ

       

        이젠 나 없이도 자기들끼리 잘 놀 것 같은 시청자들.

        그들의 채팅을 잘 읽으며, 완성한 목도리는 한쪽에 두고 새로운 목도리를 짜기 시작했다.

       

        나의 손재주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보니, 목도리 하나를 짜는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 내내 말없이 목도리만 짤 수는 없다.

        차라리 목도리를 짜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그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해서 방송을 꽉 채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왜 인간들의 제작 방송에 잡담이 들어가는지 알 것 같구나.’

       

        그렇다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인간 사회에 대해 무지한 편이라, 인간들이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를 잘 모른다.

        게다가 어제 방송 정지를 당했다 보니, 함부로 아무 이야기나 했다가는 또 정지를 당할지도 모르겠고…….

       

        “흠.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뜨개질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지.”

       

        뜨개질하는 것을 바라보니, 문득 그 시절의 기억이 났다.

       

        – 옛날 이야기 오나?

        – 우주선 이야기요!

        – 오크 이야기!

        – 아무거나! 썰풀이!

        – 로봇 썰 좀 풀어 주세요!!

       

        “그래. 알겠으니 재촉하지 말거라.”

       

        오늘 방송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달래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우.

    두 눈이 막 감깁니다.

    다른 소설도 써야 하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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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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