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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3관에서 구슬이 몇 개가 터졌더라…’

         

       호천안은 3개 이상이었다는 것만을 기억해내고는 실소를 지었다.

         

       돼지, 아니 녹색 구슬들을 모두 없애겠다고 몇 번을 시도했었는지. 녹색 구슬들이 정말 구석구석에 잘 뿌려져 있었기에 전부 없애려면 실력은 둘째치고 운이 많이 필요했다.

         

       ‘어차피 3개중에 무작위로 하나가 나오나 20개중에 무작위로 하나가 나오나 내용물이 뭔지 모르는데 무슨 의미가 있냐.’

         

       구슬이 하나 터질때마다 보상목록은 풍성해지지만 어차피 받을 수 있는 보상의 개수는 정해져 있다. 뭔지도 알 수 없는 보상목록이 풍성하게 변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관은 즐기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었는데 플레이어들은 보상을 위해 이를 악물고 세이브&로드 신공을 반복한 셈이었다.

         

       호천안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있는 흑묘를 바라보았다.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 마냥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는 호천안을 보채기도 하고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아, 선배 빨리 가자고요!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래그래.”

         

       호천안은 회의적인 눈으로 흑묘를 바라보았다. 흑묘에게 자극을 줄 목적으로 이 비동을 고른 것은 맞았지만 현실과 게임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임 화면과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이 전혀 다른 것처럼 모니터 속의 미니게임과 현실이 된 현천자의 비동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비동을 알뜰살뜰 맛보고 즐긴 흑묘가 과연 기진이보 몇 점이 나온다고 한들…’

         

       기진이보를 따위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흑묘의 행복지수를 고려해보면 기진이보 때문에 호천안에게 해코지를 가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었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흑묘의 속내야 앞으로 계속 같이 활동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터. 이번 기회에 호감도를 확실하게 다져 놓은 것만 해도 좋을 일이었다.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아서 부담이 좀 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한두 번 정도는 군말없이 따라와 주지 않을까.

         

       “선배! 비석이예요!”

         

       “오.”

         

       멀찌감치서 비석이 보였다.

         

       흑묘가 경공을 전개해 순식간에 사라졌고 호천안도 한숨을 쉬면서 뜀박질을 시작했다.

         

       [연자여! 모든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연자의 무공 지성 그리고 운의 시험에 모두 통과했으니 이 현천자의 비보를 이어받을 자격을 증명했노라.]

         

       [연자는 이제 단에 놓인 세 가지 물건의 주인이니 당당히 그것을 취하라!]

         

       신이 난 흑묘가 호천안의 등을 떠밀었다. 호천안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흑묘의 힘에 몸을 맡긴 채 단상에 올라갔다. 단상에는 세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다. 구슬 형태의 물건이 하나. 팔찌 형태의 물건이 하나. 그리고 하나의 목함이었다.

         

       “첫 번째 것부터 보죠!”

         

       “그래.”

         

       채근하는 흑묘와 함께 첫 번째 보물, 구슬 형태의 물건에게 접근하며 호천안은 그 정체를 유추했다.

         

       ‘원형 형태의 기진이보가 한두개여야지…’

         

       공공옥(玉). 멍멍구(球). 냥냥주(珠). 무림천하는 동그란 기진이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었다. 세상에 뭐 그리 동그란 것들이 많은지.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현천자의 비동 안내원인 현천자는 기진이보 아래 친절하게 설명을 남겨놓았다.

         

       [연자여! 이 물건은 건강주다.]

       [품에 지니고 있으면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을 뿜을 것이며 일부 상서로운 기운을 지니고 있으니 잔병치례를 막아줄 것이다.]

         

       “확실히 귀한 물건이긴 한데..고수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이군요.”

         

       “음.”

         

       초절정을 넘보는 절정고수인 흑묘에게는 무의미한 물건이다. 정말로 혹한이나 혹서가 아닌 이상 몸이 영향을 받지 않은 경지가 절정이니까. 잔병치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귀한 물건이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그건 그래요.”

         

       호천안은 일단 건강주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여름임에도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비동이었는데 품에 넣자마자 가슴이 따뜻해졌다.

         

       두 번째 물건은 팔찌였다.

         

       호천안은 팔찌의 외형을 보자마자 이 물건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게 나왔군. 나쁘지는 않은데.’

         

       [연자여! 이 물건은 기사천(氣絲釧)이라 하는 물건이다.]

       [내공을 주입하면 내부에 실이 생성되며 그 실은 사람의 무게 역시 거뜬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팔찌의 조작에 따라 실의 출납이 자유로우니 연자는 지성을 사용해 사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으음?”

         

       흑묘는 설명이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대충 이런 느낌이지.”

         

       호천안은 팔찌를 착용하고 내공을 일으켰다. 본래 물건에 내공을 불어 넣는 것은 일류나 절정이 되어야 가능한 경지지만 현천자가 만든 팔찌는 자연스럽게 호천안의 내공을 빨아 들였다.

         

       호천안이 팔찌에 달린 작은 갈고리를 잡아당기자 반투명한 실이 끌려 나왔다.

         

       “오 이런 식으로 내공이 실로 변환되는건가요.”

         

       “내공이 실이 되는 건지 아니면 실이 내공에 반응하는 소재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네?”

         

       풀려나오던 실은 호천안이 다른 보석을 조작하자 빨려들어가더니 깔끔하게 수납되었다.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진짜 활용처는 탐사지.’

         

       고수라도 버거울 절벽이나 장애물 그리고 진법 등을 돌파할 때 활용처가 무궁무진한 기진이보다. 흑묘는 호천안이 건네 준 팔찌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더니 금세 감을 잡았는지 손을 떨쳤다.

         

       시험적으로 석비를 한 바퀴 감아본 흑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특한 물건이네요. 궁리에 따라서는 정말 실전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자, 가지고 노는 건 돌아가면서 하고 남은 하나부터 확인해볼까.”

         

       “음. 그럴까요! 딱 봐도 영약 같은데 무슨 영약일지 모르겠네요.”

         

       이제 마지막인가. 호천안은 나름대로 잘 끝나가고 있는 비동 탐사의 마지막 결실에 눈을 돌렸다.

         

       [연자여! 이 물건은 옥주자령단(玉酒子令丹)이다.]

       [선계의 술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그러모아 만든 환단이다. 비록 자투리 재료로 만들어진 환단이라고 하나 재료 하나하나가 범속하지 않으니 복용하여도 부작용이 없으며 내공과 근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호천안은 살짝 긴장하며 그 목함을 집어들었다.

         

       ‘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흑묘라면 이것 역시 탐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닐까.’

         

       건강주나 기사천이나 둘다 기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무래도 초절정의 관문 앞에 놓인 흑묘에게 가장 탐나는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쩐지 고민에 빠진 흑묘를 보며 호천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선배, 그러고 보니 배분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죠?”

         

       “…뭐 그렇지.”

         

       “이건 사천낭인 의뢰가 아니라 부수익이니까. 아무래도 새로이 계약을 해야겠죠?”

         

       호천안이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오늘 비동에서 얻은 물건은 선배가 다 가지세요! 이건 계약금이예요! 다음에 이런 기연을 얻을 일이 있거나 재미있는, 아니 부수익을 올릴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나를 부를 것!”

         

       “….어?”

         

       “어? 가 아니예요 선배! 저는 지금 엄청 크게 투자하고 있는 거라고요! 확실하게 대답해야죠!”

         

       호천안은 말없이 흑묘를 바라보았다. 진심인가?

         

       “내가 이런 기연을 알고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고?”

         

       “에헤이 선배. 적어도 하나는 더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열심히 날 꼬드긴 거 아니예요? 그렇게 티를 내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건 너무 추하다.”

         

       혼란스러워 하는 호천안을 보며 흑묘는 면사 속으로 미소 지었다.

         

       호천안이 침의 여파로 전후 기억이 흐릿해 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 후 깨어날 호천안이 의구심을 가질 것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 흑묘가 본 호천안은 천성적으로 신경이 무딜 뿐이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호천안이 깨어난 뒤 흑묘에게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흑묘는 그렇게 경계당하거나 의심을 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흑묘는 호천안에게 지금 이상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으니까.

         

       ‘얼굴을 보인다면…’

         

       흑묘는 호천안을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그렇다고 맨 얼굴을 보이고도 매료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월복당과 같이 되어버리거나, 이성을 잃어버리거나.’

         

       흑묘는 가장 최근에 합류한 월복당원인 전후담을 떠올렸다. 결국 전후담은 흑묘의 얼굴을 본 대가로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월복당원으로 합류하지 않았던가.

         

       얼굴을 보이면 호천안 역시 그리 될 가능성이 높았다.

         

       흑묘는 잠시 그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호천안이 자신의 맨 얼굴을 본 장면을 그리고 그 이후에 변해버린 호천안을. 그저 흑묘에게 집착하기만 하는 모습을. 흑묘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호천안을 그렇게 변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흑묘는 지금의 선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겼다. 호천안이라는 실뭉치를 구경할 수 있는 자리. 이 정도로 흑묘는 만족했다.

         

       그러니 의심을 사고 미움을 받더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적인 영역에서 꺼리는 마음이 생겼을지라도 공적으로는 같은 사천낭인이고 전우조이며 낭인으로서 키워주겠다 계약한 사이었으니까.

         

       어차피 흑묘에게 있어 개인적인 관계라는 것은 흑영기공과 가면 위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개인적인 관계’란 맨 얼굴이 드러나면 한 순간 파괴되는 하찮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분명 어제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재미있는 걸 보여줬잖아요. 선배.’

         

       오늘의 경험은 흑묘의 머릿속에서 이런 저런 계산을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신나게 타격했던 1관. 궁구하며 희열을 느끼고 또한 아름다운 불꽃들을 보여주었던 2관. 폭발이란 무엇인가, 화려함이란 무엇인가,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이란 무엇인가를 새겨 주었던 3관.

         

       이 모든 경험은 호천안과 함께 했기에 이토록 즐거울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관에서 호천안이 함께 기뻐해 주었기에 그 기쁨이 배가되었으며.

        

       2관을 홀로 넘어설 수 있었던 호천안이 친절하게 규칙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기회를 주었기에 즐거웠고.

         

       3관에서 웃으며 폭탄을 넘겨 주었기에 즐거울 수 있었다는 것을.

         

       이제 흑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 선배와 더 이런 저런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타인과 무엇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소한 감정이, 두근거림이 흑묘의 심장을 가득 채웠다.

         

       타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만 가득한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 마음을 담은 제안.

         

       흑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호천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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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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